1. 지역문화연구의 블루오션 세렌디피티

Ⅲ. 세렌디피티와 지역문화

1. 지역문화연구의 블루오션 세렌디피티

지금까지 제주문화를 분석하기 위해 나, 여기, 지금으로서의 세렌디피티 이론을 살펴보았다. 세렌디피티라는 개념이 낯설지만 혼돈으로부터 숨겨진 질서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세렌디피티는 '나, 여기, 지금'을 토대로 한 시간, 공간, 인간의 틀로 분석될 수 있다. 그러나 제주문화를 분석하기 전에 한 단계 더 거쳐야 할 것이 문화이론으로서 세렌디피티가 가지는 의의와 지역문화 연구방법으로서의 세렌디피티의 의의이다.

블루오션은 바다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황금어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세랜디피티가 바로 블루오션이다. 세렌디피티가 블루오션이 될 수 있는 것은 창의적인 성격을 더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문학이 강단에서는 위기이지만 시장에서는 부흥하고 있는 것처럼[1] 문화이론도 강단에서는 위기이지만 시장에서는 블루오션이 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문화이론은 강단에서는 맑시즘의 붕괴 이후 인문사회과학의 주요 주제가 되어왔다. 포스트모더니즘과 포스트구조주의는 전체가 문화이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수많은 이론가와 이론들이 난무했는데도 이들을 통일시켜 줄 이론이 부재하였다.

통일된 문화이론을 찾기 위해서 문화이론의 원조를 찾는 작업도 이어졌다.[2] 문화이론이 1980년대 후반에 유행했지만 이것은 100여년 앞선 베버와 동시대의 짐멜로부터 유래했다. 짐멜의 문화이론은 1980년대 이후의 문화이론에 비해서도 결코 손색이 없다. 짐멜이 살던 당시에는 구조주의 논쟁은 없었지만 이해와 실증이라는 2가지 주제가 인문 사회학계를 잡고 있었다. 소위 베버의 ‘이해 사회학’의 출현인데 이에 대해 짐멜은 문화이론을 통하여 ‘형식사회학’이라는 학문을 탄생시켰다. 문화라는 것은 실증주의와 같이 1인칭적 시점에서 자연과학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해 사회학’처럼 너와 나의 해석학적 이해에 의해 알 수 있는 것을 초월하는 형식과 같은 3인칭의 것이다. 문화는 여러 세력들의 긴장과 갈등관계를 조절하기 위해 우연히 출현한 세렌디피티와 같은 3자적인 것이다.

짐멜은 문화이론의 선구자답게 문화의 우연성과 3자적 요소를 발견하였다. 그러나 짐멜의 이론은 벤야민 등에게만 전승되고 잊혀 졌으나, 현재 다시 재조명받고 있다. 문화가 제3자적이라는 짐멜의 논의를 후대의 다른 이론과 결합해 보면 후대의 이론들도 짐멜의 이론에 어긋나지 않는다. 그러나 두 이론을 융합하려면 짐멜의 이론에 내재된 또 하나의 요소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 요소가 바로 감응이다. 감응은 순환하는 세계에서 공감과 공통패턴 그리고 대칭이 생길 수 있도록 작용하는 상호관계이다.

짐멜은 자신의 문화이론을 형식사회학이라 하였지만, 형식 사회학이 가능한 근거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맑스나 신고전경제학자들은 문화의 근거가 인간의 욕심이나 자본의 운동이라 보았지만, 짐멜은 정교한 이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론이 기반하는 동인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후대의 이론가들에게 어렵게 이해되었다.

짐멜이 설명하지 못한 문화이론의 동인은 오늘날로 보면 감응이론이라 할 수 있다. 충돌하는 세력의 타협으로 문화가 발생한다면 충돌이 생기는 이유는 감응의 힘 때문이다. 문화를 공유하는 사회구성원들은 끊임없이 감응하기 때문에 중재하는 문화의 출현을 꼭 필요로 한다. 따라서 문화이론은 공산주의자들이 말하는 단순한 이데올로기의 통치수단도 아니고 자본주의자들이 말하는 사회통합체제도 아닌 바로 ‘공감의 산물’이다.

짐멜 이후 문화이론의 대가를 꼽는다면 들뢰즈, 보들리야르, 부르디외, 푸코, 데리다 등 포스트모더니즘을 전개한 이들을 들 수 있다. 오늘날 이들의 연구를 통해 한편으로는 문화의 중요성을 알게도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혼란도 생겼다. 주지하다시피 부르디외는 제도를 강조했고, 보들리야르는 소비, 들뢰즈는 욕망을 강조했다. 이들의 차이점은 공감이라는 과정의 어디를 주목했는가에 있다. 한중일의 공감방식이 서로 다르듯 문화도 어디를 주목해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감응이론은 이 이론들을 하나로 통일시킬 수 있다. 결국 문화가 감응에 의한 우연적인 타협의 산물이라면 문화는 우연성의 측면에서 조명될 때 실상이 드러난다.

세렌디피티로 분석하는 문화이론은 우선 2장에서 언급한 각 창의성 이론들 곧 순환법칙, 트리즈, 구조론이 문화를 어떻게 보는가에서 출발한다. 먼저 순환법칙을 살펴보면 순환법칙에서 문화는 1단계 경제와 2단계 정치를 지난 3단계인 팽창단계의 요소로 간주된다. 순환법칙에서 보는 문화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이 그림은 유비적 사고의 특징인 순환법칙에서 공통적인 사항을 요약한 오광길의 순환법칙으로 표현했다. 오광길의 순환법칙이 보는 문화는 팽창단계의 문화다. 문화는 공유의 속성을 다분히 가지고 있다. 문화는 정치, 경제, 종교와는 분명히 다른 자기의 색깔과 역할을 가지고 있다.

[그림Ⅲ.1] 정치-경제-문화-종교의 순환[3] [그림Ⅲ.2] 순환법칙의 변화

순환법칙에서 문화는 경제에서 시작하여 정치를 거친 다음 작동하는 주요문제이다. 한국은 경제민주화를 이루고 정치민주화를 이룬 다음 문화 민주화를 위해 뜻을 모으는 단계에 있다. 순환법칙을 통해 전체 순환에서 문화가 차지하는 거시적인 비중을 보았다면, 트리즈에서는 문화가 미시적으로 작동하는 원리를 볼 수 있다.

순환법칙에 비해 트리즈는 문화를 문제해결의 과정으로 본다. 문화는 모든 문제 해결의 집약이고 문제해결은 모순해결이다. 문제해결로서의 문화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림Ⅲ.3] 트리즈의 문제해결과 문화 [4]

위의 그림에서처럼 모순 해결 방법이 정해지면 그것이 금연 문화가 된다. 방법을 정하는 과정은 우연 같지만 트리즈적인 법칙이 적용된다. 순환법칙에서 발견된 시간과 공간의 순환은 트리즈에서 시간과 공간의 분리로 나타난다. 국민의 흡연할 자유와 국민건강이라는 모순된 상황을 해결하려면, 시간과 공간의 분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금연법을 만들되 공간을 분리하여 금연할 장소와 흡연할 수 있는 장소를 따로 만들고, 흡연을 할 수 있는 시간과 할 수 없는 시간을 분리해야한다. 구조론은 트리즈에서 분석된 문화를 보다 더 다각적인 각도에서 살펴본다.

[그림Ⅲ.4] 구조론에서 문화의 위치[5]

위 그림을 보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더 보편적이다. 문화는 순환법칙으로 따지면 의미에 해당되므로, 구조론에서 문화는 의미에 해당된다. 문화는 가치와 사실의 중간단계에서 원리와 개념을 실현하는 존재이므로 사실 가장 중추적인 존재이다.

세렌디피티의 문화이론은 이 세 가지 관점을 다 통합한다. 각 이론은 개별적인 장점이 있기 때문에 세 가지를 다 통합적으로 볼 때 세렌디피티가 발생한다. 그래서 세렌디피티를 각 지역문화에 접목하는 것이 오늘날 지역문화 연구에 필요하다.

21세기는 로컬리티 인문학과 로컬리티 문화의 시대다. 로컬리티는 지역 특성이라는 뜻으로 지방마다 가진 개성이라 할 수 있다. 한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것은 그 문화의 특색을 차별화하는 데 있고, 한국문화의 로컬리티를 세계의 보편적 기준으로 어떻게 차별화하는가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은 한국 문화의 미래가 가장 첨예하게 시험받는 장소이다. 지역 문화는 문화 차별화에 지역의 생존이 걸려 있다. 한때 부진하던 지역 문화사업은 중국 특수에 힘입어 고속성장의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은 바야흐로 지역 문화의 로컬리티를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개발해야하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지역문화에 대한 기존 연구는 지역 문화의 고유성에 집중되어 양극화되어 있다. 급기야 지역문화의 고유성을 양가적으로 평가한다. 실제 지역문화의 고유성은 일관적인 설명의 틀을 찾지 못하여 다소 신비적이거나 저평가되어 있다. 모든 양가적 평가는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문화 산업의 성장 동력 엔진이 무엇인가를 명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지역 문화의 로컬리티를 지역 문화의 고유성 보다는 지역 문화의 보편성에서 찾아야 한다.

지역문화의 보편성은 세렌디피티와 같이 통계적 방법을 지양하고 연역적 방법을 사용한다. 세렌디피티의 방법이 기존의 연역적 방법과 다른 것은 종래의 연역적 방법이 우연성을 배제했다면 세렌디피티의 연역적 방법은 우연성을 포함한다. 지역문화의 보편성은 논리자체에 지역성이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순환법칙으로부터 시작된다. 과거 논리는 중앙의 논리만을 논리로 내세웠지만 순환법칙에서 보듯이 논리적으로 수많은 논리가 가능하다. 나, 여기, 지금에 맞는 논리를 개발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지역 연구에서 가장 중요하다.

지역문화연구는 지역연구의 변천사를 통해 그 흐름을 알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종래 지역연구는 주로 문화보다는 사회학적 측면에서 이루어져왔다. 그 지역의 교통, 산업, 관광 등 그 지역에 대한 속지적 자료를 추출하는 것을 지역학 연구의 주요과제로 삼았다. 지역학 연구의 발달로 실제 한국의 많은 지역은 풍부한 민속지 자료를 가지게 되었다.

지역학에 사회학적 연구가 필요했던 것은 지역학이 발전할 당시 한국 사회의 특징이 산업화 단계에 있을 때였기 때문이다. 지역은 산업 혁명의 기점으로 해석되었으며 따라서 각 지역에 제조업을 일으킬 수 있는 사회학적 정보가 중요했다.

오늘날 지역학의 주제가 사회에서 문화로 이전하는 것은 한국의 산업단계가 서비스업으로 변하는 것과 관련 있다. 이제 지역에 요청되는 것은 환경과 새로운 문화체험이다.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문화 다양성은 지역에서 소중한 관광자원이 되었고, 각 지역자치단체는 고유한 지역문화를 서로 자랑하며 내놓았다.

문화는 속성상 보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속성이 있지만 문화를 지속적으로 관광 상품화하는 데는 문화에 대한 정확한 비교지식이 필요하다. 차별화되는 문화요소가 무엇이며 어떻게 더 가치가 있는지를 증명하여야 지역문화는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또한 지역문화는 정체성 증명이 가장 먼저 제기되었지만, 문화 정체성이 규명되려면 문화이론이 감응이론으로 정립되는 것을 기다려야 했다. 세렌디피티가 감응이론으로 정립되면 지역 문화에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가 감응으로서 재정립되면 각 지역문화는 감응을 중재하는 문화로서 곧 특징적인 공감형태로 재조명되고, 문화재조명은 각 문화의 장점으로 연결되어 관광 상품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1. 1.최진석, 『인간이 그리는 무늬』, 소나무, 2013년.
  2. 2.김덕영,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새물결, 2005년.
  3. 3.http://www.soon.or.kr/
  4. 4.http://blog.naver.com/ejuhyle? Redirect=Log&logNo=110186247272
  5. 5.www.gujo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