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흰그늘미학에 나타난 증산의 화해와 상생
이론적인 정역의 율려사상으로의 전개에 이론적 어려움을 느낀 김지하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흰그늘의 미학으로 볼 수 있다. 흰그늘의 미학이 시작된 것은 김일부에게 정역을 만들게 한 계기를 준 연담 이운규의 영동천심월이라고 한다. 그늘이 천심월을 움직인다'를 김지하는 '그늘이 우주를 바꾼다'로 해석한 것이다.[39]
김지하가 말하는 그늘은 하이데거가 말한 '주름'과 유사하며 매우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흰 그늘은 빛과 어둠이라는 음과 양의 모순이 통일되는 것이기도 하고 인간이 가진 삶의 그늘과 신이 가진 빛의 밝음이 조화 되는 것이기도 했다. 흰그늘은 오랜 원한이 해소되는 것이기도 했고 붉은악마의 엇박자와 같이 서로 다른 것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기도 했다.
흰그늘의 미학에서 김지하는 우주생명학으로까지 발전한다.[40] 우주생명학은 김지하가 증산 사상을 해석하면서 증산이 보여준 수많은 기적과 이행을 해석하면서 소개된 바 있다.[41] 김지하가 증산사상을 우주생명학이라고 부른 것은 증산이 정역에서 개발된 이론을 실제로 역사와 삶에 적용하여 생명을 살리는 동학 본래의 취지를 살렸기 때문이다. 실제 증산은 그의 사상을 참동학이라고 부르고 이는 고남식에 의해 참동학 관점의 증산사상연구가 이루어진 바 있다. 김지하는 흰그늘을 다양하게 설명했지만 증산사상을 우주생명학이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증산사상을 16자로 해석한 대순사상에서 흰그늘이 가지는 의미를 보다 잘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빛과 어둠이라는 음과 양의 모순이 통일로 나타나는 흰그늘은[42] 음양합덕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다. 화해와 상생의 사상가로서 김지하가 흰그늘의 미학으로 전통사상에 나타난 만물의 기본적 원리로서 음양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음양합덕이라고 표현될 수 있다.
다음 인간이 가진 삶의 그늘과 신이 가진 빛의 밝음을 표현하는 흰그늘은 신인조화라는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동학에서 가톨릭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평등한 것은 좋으나 사제와 신도간의 수직적 관계가 조선시대 양반과 평민보다 더 불평등하여 서학을 받아 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김지하가 흰그늘로 신인관계에 대해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주문만 하면 모두가 사제가 될 수 있었던 동학과 같이 신과 인간이 각각 장점을 살린 신인조화였다.
세 번째로 오랜 원한이 해소된다는 흰그늘의 의미는 해원상생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해원만 하는 것이 아니고 상생에까지 이르게 하는 해원상생이 김지하가 추구한 화해와 상생사상이라 표현될수 있다.
마지막으로 붉은악마의 엇박자와 같이 서로 다른 것이 조화를 이루는 것과 같이 새로운 문명의 표준이 될 수 있는 흰그늘의 미학은 도통진경으로 표현될 수 있다. 해원이 되어 서로가 상생하면 이는 모든 곳에 서로 길이 연결되어 있는 도통진경으로 갈수 있는 것이다. 증산사상에서 이 4가지는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김지하의 흰그늘이 주목되는 것은 이 4가지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이 4가지는 각각 유불선과 기독교에도 해당되고 홍용희 교수가 밝혔듯 김지하 시에 나타난 오행과도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