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동아시아의 종교 순환관
1. 음양오행론에 기반한 종교 순환의 수식화(數式化) 공식
음양오행론의 관점에서 본 종교는 상징적·수학적 논리를 통해 연역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한국의 한태동은 유교·불교·도교·기독교·이슬람을 다음과 같이 상징화한다.
도교(이슬람과 마찬가지로)에서, 어떤 도(道, X)가 도(X)라고 불린다면, 그 도(X)는 도(-X)일 수 없다. 그리고 가장 약한 물(-X)이 가장 강한 것(X)이다.
따라서 도교는 초월적 대상(X)이 개별적 대상(-X)이고 개별적 대상(-X)이 초월적 대상(X)이라고 상징화될 수 있다.
유교에서, 왕(X)과 그 신하(-X)가 있다면, 왕(X)은 왕(X)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고, 신하(-X)는 신하(-X)로서의 도(道, X)를 행해야 한다. 따라서 유교는 초월적 대상(X)이 초월적 대상(X)이고 개별적 대상(-X)이 개별적 대상(-X)이라고 상징화될 수 있다.
불교에서, 세상의 모든 구별은 헛된 것이다. 애초부터 차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불교는 처음부터 초월적 대상(X)도 없고 개별적 대상(-X)도 없다고 상징화될 수 있다.
기독교의 경우, 초월적 대상(X)이 개별적 대상(-X)을 사랑하므로, 개별적 대상(-X)이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유교·불교·도교·기독교를 하나의 종교 순환의 한 국면(phase)으로 간주하는 한국의 다원주의는, 식물의 생명에 견주어 각 종교의 수학적 상징을 해석한다.
도교는 겨울에 부합하며, 도교는 은생대적(隱生代的) 특성을 공유한다. 은생대적 특성은 이슬람 의학의 아비센나(이븐 시나, 980-1037) 혹은 히포크라테스의 체액설(humorism)에 나오는 네 가지 기질 유형 중 점액질 기질과 유사해 보인다. "은생대(Cryptozoic Ear/Era)"는 대지의 어머니 여신 가이아(Gaea)가 점점 커지는 시샘과 함께 자신의 비밀을 조심스럽게 지키는 시기를 뜻하는바, 은생대(Cryptozoic)란 감춰지거나 은둔한 곳에서 살아감을 의미하며 겨울과 닮아 있다. 도교와 이슬람의 교리는 마치 DNA나 씨앗처럼 모든 힘과 사물을 응축하려는 경향이 있다. 도교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면서 만물의 모순을 평화롭게 인정하고, 미래를 준비하며 상대가 이해할 때까지 기회를 기다린다. 따라서 도교의 은생대성은 X→ -X , -X→ X로 상징화될 수 있다. 겨울의 DNA와 씨앗 같은 은생대적 사물들이 역설을 품을 수 있듯이, 인샤 알라(inshā' Allāh)로 대표되는 이슬람의 경건함은 역설을 품는 데서 비롯되며, 이는 도교가 역설을 품는 것이 태극(太極, the Great Ultimate)을 존숭하는 데서 기원하는 것과 같다.
겨울과 같은 도교의 은생대성과는 대조적으로, 도교의 만만치 않은 맞수인 유교는 봄의 추진성(推進性)을 닮았다. 추진성이란 추진하는 것, 밀고 나아가는 것, 역동적인 것을 뜻한다. 바위를 뚫고 나오는 식물처럼, 모든 역설을 용인하는 도교는 겨울의 바위를 깨뜨리고 솟아올라 음과 양을 확연히 구분하며 새로운 시작을 연다. 만물을 역설로 여기는 도교에 맞서, 유교는 초월과 인간의 영역을 확실히 나누고 오직 인간만을 위한 도덕적 세계를 창조한다. 따라서 초월은 초월에 속하고 인간은 인간에 속하는 유교는 X→ X , -X→ -X로 상징화될 수 있다.
봄에 자라난 영성(靈性)은 내적 기개를 쏟아내는 고열성(高熱性) 기질을 보인다. 다른 모든 계절의 특성을 담고 있는 여름의 연못처럼, 기독교의 삼위일체는 유교·도교·불교를 담아 밖으로 쏟아낸다. 성부 하나님·성자 하나님·성령 하나님이 동일하다는 기독교 삼위일체의 교리는 도교의 교리(X→ -X , -X→ X)와 유교의 법도(X→ -X , -X→ X)를 포함한다. 따라서 기독교의 교리는 X가 모든 것이 될 수 있다고 상징화될 수 있다.
가을에 나뭇잎이 나무에서 떨어지듯, 여름에 충분히 팽창한 씨앗은 가을에 떨어진다. 가을은 인퇴(引退)의 특성을 지니는바, 이는 스스로 물러남, 진영을 거둠, 자신을 부정함, 떠남, 뒤로 물러섬, 넘겨줌, 뒤로 당김, 후퇴함, 철수함, 양보함 등을 의미한다. 씨앗이 다시 씨앗이 되어 떨어지려면, 초월과 개별 사이의 구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필연적 작용을 위해 초월과 개별의 구별을 부정하는 불교는, X도 -X도 없다고 상징화될 수 있다.
유교·불교·도교·기독교의 상징화된 공식이 서로 다를지라도, 상징화된 모든 공식은 순환의 한 국면을 나타낸다.
2. 음양오행론에 기반한 종교 순환의 지리학(地理學)
음양오행론에 기반한 종교 순환의 지리학은 세계의 종교가 추연(鄒衍)의 음양오행론에 따라 발생하였음을 보여준다. 종교의 수식화 공식은 음양오행론에 기반하여 해당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음양오행론은 만물을 홀로프랙탈 순환으로 간주한다. 목·화·토·금·수의 오행은 모든 것에 적용될 수 있다. 예컨대 동양과 서양을 크게 비교하면, 동양은 목을 나타내고 목은 금과 상성이 맞으므로, 금의 특성을 지닌 불교가 동양에서 발흥한 반면, 화의 특성을 지닌 기독교는 서양에서 성행하였다. 동양 안에서 세부적으로 보면, 목은 토를 억누르므로 목의 특성을 지닌 유교가 토의 특성을 지닌 중국에서 성행하고, 토는 수를 억누르므로 토의 특성을 지닌 토착 종교가 수의 특성을 지닌 북방 지역에 퍼진다. 서양의 경우, 물이 불을 억누른다는 원리에 따라 수의 특성을 지닌 이슬람이 화의 특성을 지닌 남방에 퍼질 수 있다. 이제 각 종교의 발단을 찾아보자.
3. 음양오행론에 기반한 종교 순환의 발생학(發生學)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는 명제와 같이, 음양오행론에 기반한 종교 순환에 대한 발생학적 설명은 종교가 식물 발생학의 순서가 아니라 동물 발생학의 순서, 즉 도교(수)-불교(금)-유교(목)-기독교(화)의 순서로 순환함을 보여준다. 이와 동일한 논리는 심리적·체계적 순환을 연구하는 정신분석학과 복잡계 시스템 다이내믹스 과학에서도 나타난다. 정신분석학에서 인간의 신체적 개체발생은 아동기(수)-청소년기(목)-성인기(화)-부모기(금)의 순서로 진행되지만, 인간의 정신적 개체발생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인하여 아동기(수)-부모기(금)-청소년기(목)-성인기(화)의 순서로 움직인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대칭적 사고 방식으로서, 아버지가 곧 자신의 아버지임을 망각한다. 또한 복잡계 시스템 다이내믹스 과학에서도 만물은 스스로에게 이중적으로 피드백하는데, 곧 양성적으로(도교, X→ -X , -X→ X), 음성적으로(불교, X도 -X도 없음), 그리고 음성-양성적으로(유교, X→ X , -X→ -X) 피드백한다. 종교에서 양성 피드백은 변화를 가속하는 도교에 해당하고, 음성 피드백은 변화를 감소시키는 불교에 해당한다.
모든 종교가 일신교로 시작되었다는 종교 이론과 마찬가지로, 동아시아 종교도 처음에는 이슬람과 같이 일신교적 도교로 시작되었으며, 따라서 동아시아인이 이슬람 지역에서 유래하였다는 이론이 존재한다. 고대 중국은 내재적인 불교와 유교가 융성하기 이전에 하늘의 황제인 상제(上帝)를 숭배하였다. 인구가 증가하고 하늘의 질서가 붕괴하면서, 하늘의 정당화를 필요로 하지 않고 풍부한 관용을 지닌 내재 종교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
불교와 같은 내재 종교가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이유는, 민족주의 국가가 이슬람과 기독교 국가가 시작되기 천 년 전에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십자가와 같이 삼위일체 이론을 통하여 초월과 내재를 통합한다[3] 복잡계 이론의 시스템 다이내믹스 관점에서 볼 때, 기독교는 양성, 음성, 그리고 양성-음성의 모든 피드백을 지닌다. 일신교로서 기독교와 이슬람의 차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기독교는 양성, 음성, 양성-음성의 모든 피드백을 지니는 반면, 이슬람은 도교와 같이 오직 양성 피드백만을 지닌다. 그러나 기독교는 수직주의와 병렬주의를 통합함으로써, 업(카르마)과 조상 숭배와 같은 내재 종교의 교리를 인간과 하느님의 부자(父子) 관계로 대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