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자생적(自生的) 근대성과 리미널리티

자생적(自生的) 근대성과 리미널리티

근대성과 자생적 근대성

근대성과 성(聖)·속(俗)의 통섭(統攝)

‘근대성(Modernity)’이라는 개념은 인류를 어둠의 질곡에서 벗어나 이성의 힘을 되찾게 해 준 특성으로 동서양을 통해 문명의 상징으로 숭배되어 온 개념이다. 과학기술을 세계 인식의 토대로 삼고 그것에 자본과 국가가 결합해 자연과 인간을 대상화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삶의 양태를 ‘근대성’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1) 근대성은 오랜 인류 역사의 시행 착오를 통해 인류가 발견한 보편적 가치였고 이에 “근대성”은 세계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되었다. 인류는 근대가 오기 전 권력의 지배 아래에 있었고 공동의 노력으로 절대 권력에서 해방된 후 근대성을 찾게 되었다. 이도흠은 근대의 힘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인류는 ‘주술의 정원’인 중세에서 벗어나 이성과 과학이 지배하는 현대를 열었다. 현대의 힘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무지몽매함과 야만이 지배하던 세계를 이성과 과학을 통해 혁파하고 합리성의 원칙과 과학에 근거하여 다시 디자인하였다.2) 백만년을 넘는 인류 진화의 역사 속에서 근대는 처음으로 인류를 자연과 아사라는 물질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고 비록 상대적 박탈감은 있을지언정 일반 시민이 과거 황제와 같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한 전무후무한 시기였다. 채 30년도 안 되던 인류의 수명은 근대 이후 오늘날 80세까지 확대되고 신과 같은 지위에 오른 인간은 마침내 대부분 무신론자가 되고 대신 물질주의자가 되었다.

근대화(modernisation), 근대성(modernnity), 모더니즘(modernism)은 현대 사회의 중심주제로 다루어진 영역이며 근대화(modernisation), 근대성(modernnity)은 모더니즘(modernism)과 비교하면 정의와 관련해서 이견이 별로 없다고 한다. 근대화(modernisation)는 산업혁명 및 그 영향과 관련된 일련의 기술적 경제적 정치적 발전을 의미하고 근대성(modernnity)은 그러한 발전의 결과로 나타난 사회적 조건과 경험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3)

그러나 고삐 풀린 욕망의 결과 근대는 다시 인류를 전대미문의 절멸 위기에 봉착하게 하고 근대에 대한 비판이론인 탈근대성(post-modernism) 이론이 크게 유행하게 되었다. 근대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만 이는 그만큼 근대가 인류에게 전무후무한 혜택을 주는 시기였기 때문이고 다만 아직 인류는 왜 이런 혜택이 주어졌는지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다.

먼저 고전적 근대성의 대표적 이론가로 알려진 베버는 근대성을 ‘전 사회의 합리화’로 압축하고 ①합리적 자본주의, ②합리적 법-행정 체계(법치국가), 그리고 ③ 합리적 사회분화로 세분화 한 바 있다.4) 베버의 글에서 근대성은 곧 “합리성”으로 압축된다. 이에 대해 근대성에 대한 비판이론가들인 탈근대론자들은 이 합리성을 근대성의 핵심문제로 지목한다. 탈근대론자들은 근대의 합리성은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 이라는 방법론적 회의(methodological skepticism)에 입각한 이성 중심주의로 요약되며 이 합리성이 근대성의 수많은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목하였다. 이데아나 신을 부정하고 나로부터 인식과 존재, 가치에 관한 모든 법칙을 재정립하는 나르시즘(narcissism)적인 동일자로서의 근대성은 결국 ”타인은 지옥“이라는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와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밖에 없다고 탈근대론자들은 주장한다.5) 이에 타자를 수용하는 상호관계적인 생성적, 과정적, 해체적 합리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탈근대성이란 이러한 근대성에 저항하면서 그 대안들을 추구해 온 경향으로 규정할 수 있다.6)

데카르트의 환원주의적 합리성에 대한 비판은 멀리는 스피노자(Baruch Spinoza, 1632-1675), 라이프니쯔(Gottfried Wilhelm Leibniz, 1646-1716)의 표현주의적 형이상학으로부터 시작되고 그 현대적 계기는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 베르그송(Henri-Louis Bergson, 1859-1941), 후설(Edmund Husserl, 1859 - 1938)로부터 각기 다른 분야에서 발전되어 푸코, 들뢰즈, 데리다(Jacques Derrida, 1930-2004), 라깡 등 대표적인 탈근대성이론가들에 이르러 왔다.7) 포스트모더니즘은 오늘날 기독교의 구원자라고도 불리는 르네 지라르(Rene Girard, 1923-2015)에 의해 미국에 소개되어 분석철학이 지배적인 미국에서도 이례적으로 크게 활성화되어 오늘날 유럽과 미국 인문 사회과학의 주요 사조가 되었다. 이에 기존의 영미철학이나8) 정통 근대성 입장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9)

근대가 전 시대에 비해 이룩한 발전과 근대 이후의 변화, 곧 탈근대 이론가들이 주장하는 ‘근대성’과 ‘탈근대성’의 차이를 요약하면 <표1>과 같다고 한다. 이 글에서 ‘탈근대성’은 ‘탈현대성’과 동일하게 사용된다.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은 1968년 5월 프랑스 학생운동으로부터 촉발되어 1990년대 한국에서도 크게 활성화된다.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은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사르트르의 실존주의(Existentialism와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 1908-2009)의 구조주의(Structualism) 논쟁부터 시작했으나 이후 이 논쟁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로 대표되는 근대적 합리성과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후기구조주의(post-structuralism) 이론과 같은 현대 철학의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였다.10)

<표 1> 중세․현대․탈현대 개괄11)

<표 1> 중세․현대․탈현대 개괄[^11]

중세현대탈현대
상 부 구 조신 중심인간 중심생태론적 패러다임
神聖의 지배이성과 합리성의 원칙이성중심주의의 해체
신이 진리진리의 절대성과 보편성진리의 상대성, 불가지성
미신과 주술과학과학(적 진리)의 불확정성
善, 또는 神이 美예술의 세속화와 자기목적성 추구예술의 異種性, 混種性과 해체
신에게 복속된 자아주체상호주체성
생의 공간현실시뮬라시옹
로마와 중국 중심주의유럽중심주의세계화와 지역화
중심의 문자국가의 문자이미지
토대봉건체제자본제후기자본제
전산업사회산업사회탈산업사회

탈근대성의 논의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는 획기적 발전을 이룬 근대가 오히려 더 큰 위험으로 인류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에 근대성 비판에 주력한 탈근대성론에 관한 연구뿐 아니라 대안적 근대성에 관한 연구도 많이 이루어졌다. 대안적 근대성에 관한 연구는 탈근대성론과 같이 이론적 모색보다 서구와 다른 문화권에 나타난 근대성의 역사에 주목하는 다중근대성(multiple modernity) 개념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다중적 근대성은 대안적 근대성과 구분된다. 다중근대성론은 1998년 학술지 『Daedalus』 "early modernities" 특집호에서 처음 그 진용을 드러냈다고 한다. 아이젠슈타트(Shmuel N. Eisenstadt, 1923- 현재), 위트록(Bjorn Wittroc, 1945- 현재), 아나슨(Johann Pall Arnason, 1940- 현재) 등 비교역사 사회학자들이 이 입장을 대표한다고 한다.12) 한편 대안적 근대성론은 문화이론, 문예-정치 비평, 인류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13)

나아가 이들은 오늘날 근대성은 서구적 근대성을 포함하는 지구적 근대성(global modernity)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이는 중국 송나라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러 문명의 상호교류에 의한 중층적 근대성(Multilayered Modernities)이라고 한다. 즉 서구적 근대성이 있기 전 원형 근대성(proto modernity)이 있었고 서구적 근대성 이후 식민-피식민 근대성(colonizing-colonized modernity)이 있은 후 오늘날 지구근대성이라는 중층근대성이 되었다고 한다.14) 근대성을 서구에서만 시작했다고 보는 유럽물신주의(festicism of europeran modernity)는 오늘날 대안적 근대성 구축에 큰 장애가 된다는 논지이다.

대안적 근대성론자들은 데카르트식 합리성을 중심으로 하는 서구적 근대성의 대안 모델로 통섭(統攝, encompass) 모델을 제안한다. 통섭은 윌슨(Edward Osborne Wilson, 1929-2021)이 제안한 생물학적 통섭이 아니라, 성(聖)과 속(俗)의 경계를 전환하는 종교 사회학적 근대성 모델이다. 통섭은 중심이 외부를 배제하지 않고 포함하되 통제하는 것이다. 근대성이란 기축시대(Axial Age)15) 이후 성(聖)이 속(俗)을 통섭한 ‘통섭 1’에서 속(俗)이 성(聖)을 통섭하는 ‘통섭 2’ 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통섭2 또한 통섭의 과정에서 성(聖)이 통제의 자리에서 물러났을 뿐 사라진 것이 아니고 오히려 더 중요해진 것이다. 이 통섭 이론은 캘빈의 구원예정설 등 베버의 서구적 근대성에 대한 설명이나 서구적 근대성이 아닌 성리학을 통한 송나라의 초기 근대적 발전도 잘 설명할 수 있다. 성(聖)과 속(俗)의 재배치를 통한 신성(神性)의 강화인 성(聖)과 속(俗)의 통섭 관계는 종교사회학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이 인류 보편의 현상이기 때문이다.16)

통섭은 합리화 이면에 있는 종교화를 설명해 주어 아직도 잘 이해되지 못한 동서양 근대성에 있어 유교가 한 상반되는 역할을 잘 설명해 준다. 베버와 동시대를 살았던 중국의 대표적 근대화 이론가인 량치차오(梁啓超, 1873-1929)가 유교를 통한 중국 근대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원인은 대표적 예이다. 서양의 근대적 합리성은 내면에 종교성을 통섭한 근대성임을 모르고 종교성을 탈색한 유교로 근대성을 이루고자 한 것이 량치차오의 유교적 근대화가 실패한 원인이었다는 베버의 지적은 정확한 것이었다고 한다.17)

다중적 근대성은 동학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한다. 동학은 임진왜란 이후 정약용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온나라 양반되기”사조의 결정판으로 해석될 수 있다. 동학과 서구 근대성의 효시가 된 종교개혁의 유사성은 여러 학자에 의해 지적된 바 있다. 근대성이 속(俗)이 성(聖)을 통섭하는 통섭의 전환이라면 동학사상은 대안적 근대성으로 이해될 수 있다. 실제 120여 년 전 동학사상 이후에 나타난 대순사상에서는 이러한 근대가 오히려 인류에게 큰 위협과 재앙이 될 것을 예견하고 있었다.18)

120여년 후 근대성은 실제 현대 인류 절멸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재정립 해법을 찾기 위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탈근대성 논의는 이제 벡 등 근대성에 대한 반성을 강조하는 성찰적 근대성이나19)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과정적이고 유동적인 특성을 강조하는 바우만(Zygmunt Bauman, 1925-2017)의 액체근대성(Liqudity Modernity)으로 논의되기도 한다.20) 이제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은 이제 유럽대륙과 영미 사상계의 주류 사상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세계 사회과학의 대표적 지성인 하버마스(Jurgen Habermas, 1929- 현재)가 말한 바와 같이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근대는 후기 근대를 논할 수 없는 미완의 프로젝트이자 재정립 대상이다.21) 실제 “근대(modern)”라는 말의 어원을 추적하면 근대성 자체가 근대와 탈근대의 의미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

근대성(Modernity)의 어원인 모드(mode)는 “지금, 여기”라고 옥스퍼드 사전은 규정하고 있다. 오랜 논쟁에도 불구하고 그 어원의 연원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근대성에 대한 많은 이론이 있었지만, 막상 왜 중세에 대한 새로운 사조를 근대성(Modernity)이라는 이름으로 이름 붙였는지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로마시대 이전부터 사용되어 오던 “지금, 여기”라는 뜻의 mode가 한자 “巫(mu)”와도 관계되는 기독교 이전의 영지주의 전통과 관계되어 있으므로 기독교에 대한 대항 문화로 출발한 근대가 대항성을 강조하기 위해 채택했다는 이론이 있다.22) 근대성과 탈근대성은 오늘날 현실에서 중첩되어 나타나므로 “지금, 여기”는 근대성과 탈근대성 모두를 의미할 수 있다. 일단 근대성(Modernity)의 어원은 근대성 자체가 ‘근대’와 ‘탈근대’의 의미를 동시에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글은 대안적 근대성, 다중적 근대성, 탈근대성, 중층근대성, 성찰적 근대성, 액체 근대성 등을 종합할 수 있는 근대성 개념으로 자생적 근대성(Autogenuos Modernity)을 주목하고자 한다. 자생적 근대성이란 우리의 전통에 근대성이 있었고, 서양의 근대성에 대하려 우리 전통을 살린 근대성이 있었다는 말이다. 베버를 극복한 근대에 대한 의식과 서구적 시각을 탈피하면 역사에 입각한 객관적 시각에서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서 자생적 근대성이 발견될 수 있다.23) 일본과 중국의 경우 교토학파(京都學派)와 왕후이 등에 의해 시도되어 널리 알려진 바 있다.24)

서양에서 근대성은 종교개혁 등 종교의 세속화를 통해 교회 권력에 의해 잃어버린 개인의 자유를 되찾아 산업화를 이루게 해 준 개념이고 동양에서 근대성은 비록 서구에 의해 수많은 피해를 입긴 했지만, 비합리적인 억압들로부터 백성들을 해방시켜 준 개념이었다. 따라서 근대성을 논할 때 서양에서는 주로 종교개혁, 산업혁명을 통한 탈주술성(dis-enchantment)을 강조하고 동양에서는 주로 자생성, 곧 민족주의 운동을 강조해 왔다.25)

자생적 근대성 또한 근대성과 탈근대성이라는 두 가지 성격이 동시에 드러난다. 서구 이외 지역이 압축적 근대를 이룬 물질적 근대화와 같이 대안적 근대성 또한 근대성과 탈근대성을 압축적으로 구축한다. 탈근대성이론가들은 서양에서 찾는 탈근대성보다 서구 외의 지역에서 나타나는 자생적 근대성이 대안적 근대성으로 더 적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바깥의 사유”라 하여 구조주의 이후 탈근대이론의 주요 근거가 되었다. 더욱이 최근 강조되는 서구 근대성의 동양적 기원은 탈근대성으로서의 다중적 근대성, 곧 자생적 근대성에 더 주목하게 만든다. 신과학 이후 많은 연구자가 근대성의 대안을 실제 동양사상에서 찾아왔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등장 이후 과학 분야뿐 아니라 인문 사회과학까지 확대되고 특히 근대성과 탈근대성은 동서양 종교사상이 만나는 접점을 이루어 왔다. 근대성은 중세 및 탈근대성과 비교되어 그 특성이 늘 명확하게 나타난다.

다중적 근대성의 통섭 이론이나 성찰적 근대성 이론과 같이 오늘날 근대성은 성찰, 즉 한계를 벗어나려 하는 힘, 곧 성과 속의 경계, 곧 리미널리티의 문제가 된다. 특히 동양의 경우 동양 철학의 사유 방법론인 상관적 사유의 리미널리티 문제가 된다. 궁극적인 리미널리티는 성과 속에서 성을 택하려고 하는 의지26)가 된다. 인간은 끊임없이 속을 벗어나 성을 찾아가고자 하므로 궁극적 실재를 찾는 종교가 생겨난다.

이와 관련하여 오늘날 한국의 근대성은 동학으로부터 찾고 있다.27) 동학으로부터 최초로 한국에 국민국가의 개념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동학으로부터 시작되는 근대성 개념은 논란이 많다. 식민지 근대화론자는 동학을 이데올로기로 간주했다. 식민지 근대화론자에게 동학은 그저 힘없는 민중의 저항일 뿐이다.28) 내재적 발전론자에게 동학은 근대 맹아의 발로이지만 사상적 배경은 없다. 그러나 동학은 동양사상의 내재성 곧 ‘우주의 원리가 몸에 구비해 있으니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사상에 기초하는 동양의 자생적 근대성, 곧 상관적 사유의 리미널리티와 관계된다.29) 전통과 마찬가지로 근대성에서도 균형 있는 관점이 필요하다.30)

이 점에 주목하여, 이 글은 동학사상을 철학적 사유방법으로 연구하는 기존의 선행연구를 “전통의 연속과 변화”라는 측면에서 통시적으로 제시하여31) 동학사상의 철학적 사유 방법론을 심층적인 방법으로 이해하고 이를 통해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이 제시한 자생적 근대성의 맥락과 타당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일찍이 대순사상은 동양을 배제한 왜곡된 서양 근대성 개념으로 인한 인류 절멸의 위기를 120여년 전에 예측했다.32) 대순사상이 제시한 동서양이 융합된 해원상생의 근대성 개념은 근대성 개념의 재정립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된다.33) 대순사상이 제시한 근대성 개념은 다른 동양 사상들처럼 서양과학이 첨단으로 발전하고 난 오늘날에야 그 진의가 밝혀지고 있다. 당시 서양의 물질문명으로 화려하게 포장된 서양의 근대성에 가려져 대순사상이 동서양 사상을 종합하여 제시한 근대성은 거의 이해되지 못했다. 서양의 근대성이 현대 위기의 진앙이 되고 포스트모더니즘 등 수많은 근대성 재정립 노력으로 서양의 인문, 사회, 자연과학 전체 영역에서 존재론, 인식론, 가치론의 신과학적 전환이 일고 신과학의 다음 단계로 동양학이 제시되면서 이해의 실마리가 생긴 것이다.34)

서구 근대성과 자생적 근대성의 동양적 공동 기원

비서구 문명 중 유일하게 동아시아 3국이 서구를 능가하는 경제 성장을 이룬 오늘날 정체된 문명으로 동아시아를 평가하던 과거와 달리 서구의 근대가 오히려 동양의 영향을 받았다는 연구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의 동아시아 문화 연구 결과에 따라 그동안 구시대의 독자적 유산 정도로 간주하던 근현대 한국의 자생적 근대성 또한 재평가를 받고 있다.35)

한자를 모르던 베버와 달리, 한자를 알고 베버의 방법을 적용하여 베버와 정반대의 결론을 도출한 메츠거(Thomas A. Metzger, 1933- 현재)의 연구를 살펴보면 동양의 “자생적 근대성”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36) 최근 서구 근대 문화의 동양 영향설과 관련하여 밝혀지는 동양적 근대성의 맹아는 한국의 자생적 근대성과 전통을 재구성하게 하는 요소이다. 또한 줄리앙, 프랑크, 홉슨, 크릴, 우드사이드(Alexander Woodside, 1938- 현재) 등의 서구 학자가 동양 문화의 근대성을 동양적 시각에서 해석하는 것도 한국의 자생적 근대성과 전통을 재고찰하게 하는 요인이다.37)

동학 관련 사상이 당시 세계의 다른 종교 운동과 구별되어 나타나는 특징은 서구 근대성에 대한 동양적 기원을 주장한 것이다. 동학에서 “동학”, “다시 개벽”과 같은 간접적 표현으로 나타난 서구 근대성에 대한 동양적 기원은 참동학을 주장한 대순사상에서는 동양의 문명신과 도통신을 서양으로 각각 이동하게 했다는 마테오 리치38)와 진묵39)대사의 사례로 명확히 나타난다. 동학사상이 성립하는 당시에도 중국은 서양 학문의 기원이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서학중원론이 득세했고 한국에서도 서명응 이후 더 발전이 되고 있었다.40)

중국의 5.4 혁명 이래 동양의 전통적 학문이 비합리적인 전근대성의 학문으로 매도되었지만, 당시 유럽에서도 동양의 전통적 학문을 부정한 것은 불과 100여 년도 안 된 현상이었다. 오히려 유럽에서는 마테오 리치 이후 계몽 시기에 이르기까지 소위 “중국열풍”이라고 했듯이 볼테르(Voltaire, 1694-1778), 아담 스미스(Adam Smith, 1723-1790),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 등 오늘날 근대 사상의 기원을 이룬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마테오 리치가 전래한 중국 사상에서 자신들의 주장 근거를 찾았다. 유럽이 중국 문명을 전근대적으로 본 것은 계몽주의 이후 식민지 지배가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오늘날 공개된 당시의 기록들은 은폐되었던 서구 근대성의 동양적 기원을 명확히 보여준다.41)

당시 기록을 보면 종교가 없이도 유럽보다 도덕적인 중국 사회는 종교 부재가 도덕성 타락으로 연결된다는 명분으로 종교전쟁이라는 골육상쟁까지 마다하지 않던 유럽 사회에는 훌륭한 대안으로 드러났다. 과거제라는 자유, 평등의 기본적인 기회조차 없었던 당시 기독교적 전통이 강한 유럽에서는 중국의 세속화된 합리적인 전통을 황제의 전제적인 속성이라는 부작용 없이 수용할 수 있는 토양이 되어 있었다.42) 실제 오늘날 근대성을 대표하는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루소의 천부인권설(Natural Right)은 당시 중국의 문명을 연구하던 유럽의 지식인들이 동양사상에서 착안하여 개발한 개념이라고 한다.43)

베버가 합리성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근대성으로 정의하게 된 출발점은 헤겔의 절대 이성(Absolute Geist)으로 보인다. “보편적”이라는 말의 어원은 “가톨릭( catholic)”에서 비롯되는 만큼 서구에서는 매우 전통적인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서양은 기독교를 “가톨릭 catholic”이라 하여 보편의 진리로 삼았지만, 중세의 수많은 모순을 경험하였다. 다시 근대에 이르러 보편성을 재정립하려는 서양의 노력이 데카르트를 시작으로 하는 서양 근대 사상이었다 할 수 있다. 헤겔은 데카르트와 칸트로 이어지는 계보에 있는 것이다.

베버가 발견한 합리성은 변증법을 통해 스스로 발전해 가는 헤겔의 보편적 가치 혹은 절대 이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헤겔은 서구 근대 사회를 가장 발전된 근대 사회로 가정하고 그 아래로 동양 사회 등을 놓으며 원시사회로부터 서구 근대 사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변증법적으로 설명한다. 동양 사회를 서양 사회보다 절대정신이 발전하지 못한 사회로 바라보는 헤겔의 관점을 베버는 수용하여 동양 사회를 전근대사회 혹은 가신관료체제로 지목한 것이며 이것이 베버의 동양사회론이 된다.

베버의 동양사회론이 오늘날 중요한 것은 베버의 이론이 현재까지도 오늘날 동양 사회를 바라보는 서구의 시각 혹은 서구의 영향이 지배적인 동양 사회에서 동양의 지성인이 동양 사회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버가 동양사회론을 주장한지 이미 100여년이 되어 가지만 아직 베버의 이론에 대한 사유 방법론을 중심으로 하는 반론이 없다는 것은 자생적 근대성을 논하는 지점에서는 첫 번째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

메츠거는 베버의 이론을 적용시켰지만 베버와 달리 동양인이야말로 프로테스탄트 같은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우환의식으로 나타난 세계에 대한 동양인의 긴장감은 서양의 민주주의 사상이 들어왔을 때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투신했던 사람들의 면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동양의 관점에서 민주주의는 아래로부터의 혁명보다는 관료주의의 확대이고, 관료주의의 확대는 내성외왕의 과정이므로 관료주의의 확대야말로 진정한 역사발전이다. 오늘날 동아시아의 독보적 발전은 동아시아의 관점이 타당함을 증명해 준다. 실제 동학사상은 성리학에 대한 종교개혁의 성격이 있고 실제 조선 사회는 서구 시민사회보다 더 시민사회적인 성격이 강했다는 연구도 있다.44)

메츠거의 이론을 적용해보면 동양 사회가 더 근대성에 가까운 사회가 된다. 그렇다면 동양 사회는 왜 서양보다 먼저 근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동양은 왜 서양보다 일찍이 근대사상이 싹 틀 수 있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관건이 된다. 메츠거와 같이 베버가 말하는 우환의식이 서양보다 동양이 앞섰음에도 동양이 서양보다 근대화가 늦게 일어난 이유는 동양 문화가 가지는 공감 강조와 관계가 있다. 동양 문화는 공감을 통해 근대성에서는 앞서갔지만, 근대성을 산업화시킨 근대화에는 서구에 뒤쳐진 셈이다.

베버가 주장한 동양 사회론을 더욱 더 집약해 보면 동양은 합리성이 없다, 다시 말해 일관성이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베버가 여기서 말하는 일관성이란 칸트의 영향이 지배적이던 독일 사회에서 말하는 칸트식의 일관성을 말한다. 베버가 보기에 우선 성리학은 이(理)를 강조한다고 하지만 아무런 논증이 없다. 논증이 없으므로 성리학의 이치는 베버가 말하는 합리성(rationality)이 아니게 된다.

그러나 최근 베버의 이론은 당시 칸트의 영향을 받아 칸트 이전의 논의를 배제했기 때문임이 밝혀지고 있다. 칸트 이전 서양에서 동양의 사상은 칸트와 달리 합리성 그 자체였다. 오히려 계몽주의 시기에는 서양의 종교인 기독교의 교리가 미신을 상징했으므로 계몽주의라는 이름으로 중국의 합리성을 받아들여 기독교의 교리의 비합리성을 없애려 하였다.

5.4운동으로 대표되듯이 동학사상이 발생할 당시 중국은 메이지유신의 일본과 같이 서구화를 근대성의 표본으로 대부분 삼았지만, 동학 관련 사상은 서양 근대성의 동양적 기원을 파악하고 동서양 통합을 모색하였다. 특히 서구 근대성이 초래하는 전 지구적 위기에 대해 두 사상은 대응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한국의 근대성은 근대성 위기에 대한 대안적 근대성이 될 수 있다. 상식과는 반대로 근대성은 오히려 동양에서 시작되었고 중국보다 성리학이 발달한 한국은 그중에서도 앞선 근대성이었다.

18세기 흄, 아담 스미스는 마테오 리치가 전수한 공자의 유교 사상을 ‘공감’으로 해석하며 서양 도덕 이론의 새로운 토대를 잡고자 하였다.45) 공자의 유교와 계몽주의의 공통성은 이미 주목되어 와서 오늘날 두 이론의 공통성을 우연의 일치로 보는 중층 근대성 이론이 제기되었지만 최근 공감 이론의 발전과 역사자료의 재발굴에 의해 직접적 영향을 받은 것임이 드러나고 있다.

서양은 동양으로부터 공감을 통한 윤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배운 후 신에 대한 일방적 복종의 반성으로부터 근대성을 개발한다. 그러나 서양의 근대성은 곧 물질에 치우치고 인류의 교만을 초래하여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이에 다시 근대에 대해 반성하는 성찰적 근대성과 탈근대성이 모색된 것이다. 동양의 자생적 근대성이 중요한 것은 동양의 근대성에는 서양의 근대성보다 성찰을 강조하는 성찰론적 근대성이라는 점이다. 특히 서양 근대성의 기원이 되었다는 공감은 성찰과 결합 될 때 의의가 생긴다.

자생적 근대성이 제시되는 배경에는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제기한 근대성과 탈근대성 논쟁이 있다. 근대성은 중세에 비해 수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또한 많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기에 대안적 근대성을 모색하게 되었다.

자생적 근대성의 형식 체계로서의 “학(學)”

서양학문의 위기가 드러나자 서양 학문만을 과학이라 독단적으로 주장하던 과학철학에서도 반성의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오늘날 서양의 과학철학에서 과학은 파이어아벤트처럼 방법론적 자유주의(Anarchistic Theory of Knowledge)에 입각한 과학의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46) 과학의 방법론적 자유주의란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등소평의 백묘흑묘론처럼 일관성이 있고 예측과 결과만 일치한다면 학계의 표준이라고 하는 정상과학의 이론적 틀에 상관없이 모두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는 현대 과학철학을 말한다.47) 이 글 또한 동양 학문의 과학성이라는 의미를 방법론적 자유주의에 의한 관점에서 사용하되 보다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이 글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동학의 과학성은 기존 동양과학도 가지고 있던 방법론적 자유주의에 추가로 동양과학을 분석적인 제도권 과학의 이론 구조로 비교 설명할 수 있는 반증 가능성까지를 포함한다.48)

종교사상으로서의 동학이 다른 종교와 가장 두드러지게 구별되는 부분은 종교를 “학(學)”이라는 학술적 용어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종교사상을 “학”이라는 용어로 표현하는 것은 유교를 “성리학”이라고 오랜 기간 불러온 동아시아의 전통과 부합한다. 실제 천주교 또한 동아시아에서는 “서학”이라 하여 타 종교도 “학”이라는 학술적 용어로 표현하였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 종교가 학으로 표현된 이유 중 하나는 동양의 종교는 천문지리라는 자연과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재이설(災異說)을 주장한 동중서(董仲舒, BC 176?-AD 104)의 사례에서와 같이 종교보다는 천문지리가 우선시 되는 경향이 있고 자연과학과 구분되지 않는 총체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학’이라는 용어가 처음 나타나는 『동경대전』의 「논학문」에는 동양 종교와 서양 종교의 차이는 서학의 “각자위심(各自爲心)”과 같은 사유의 방법론에 있다고 설명한다.49) 동학사상에서 서학에 대응하는 동학을 제시하는 것은 동양에 대해 서학의 방법론이 우수하다는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De Deo Verax Disputatio·天主實義)』를 염두에 두고 대응하는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50)

동아시아종교를 연구하는 데 방법론적으로 먼저 선결해야 할 과제는 “학”의 종교 현상학적 의미의 정립이다. 일찍이 동양 종교를 오늘날 종교학의 주요 방법론인 종교현상학(phenomenology of religion)으로 연구하는 데는 동아시아 고유의 현상학이 필요하다고 논의됐다.51)

실제 최근 동학의 “학”에 주목하는 연구는 여러 가지로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학”에 주목하는 기존의 연구는 오늘날 주목받는 동학의 “수양론”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한국종교 특유의 철학적 사유 방법으로서의 종교 현상학과 종교 인류학적 연구에 주목하는 연구는 드물었다.

오늘날 “학”이라는 철학적 사유 방법은 종교 현상학적으로는 크게 세계관에 속하는 영역이다. 세계관이 오늘날 종교 현상학에서 연구의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부각 되는 것은 니니안 스마트(Roderick Ninian Smart, 1927-2001)로부터 시작된다.52)

니니안 스마트는 엘리아데의 원형(Archetype) 이론적인 종교 현상학과 반 델 레우의 “힘” 중심 현상학을 절충하여 “문화 교차적” 현상학을 개발한다. “문화 교차적” 현상학은 종교학적 연구대상으로서의 세계관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니니안 스마트의 문화 교차적 현상학에서 종교란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시스템으로 볼 수 있고 이는 다시 ‘세계 설명체계’(Welterklaerungssystem)와 ‘인생 문제 극복체계’ (Lebensbewael–tingungs system)로 구분된다.53) 니니안 스마트는 다시 이를 7가지 차원으로 나누었는데 “학”이라는 종교 방법론 측면에서 이 두 가지 구분이 요긴하다.54)

이와 같이 종교를 ‘세계설명체계’(Welterklaerungssystem)와 ‘인생 문제 극복체계’ (Lebens bewael-tingungssystem)로 구분해 본다면 종교 현상학은 종교를 인간의 문제해결과정으로 연구하는 종교 인류학과 접맥될 수 있다. 종교 인류학에서 종교를 통한 인류의 문제해결은 크게 원리, 과정, 구조라는 3가지 방향에서 연구되었다.

먼저 원리를 보면 반 게넵(Arnold Van Gennep, 1873∼1957)55)의 “통과의례(通過儀禮, rite of passage)”이론과 “통과의례” 이론에서 출발한 터너의 리미널리티(Liminality) 이론을 들 수 있다. 한 개인의 성인으로의 변화과정을 설명하는 통과의례이론은 거시적으로 한 사회를 변화하는 리미널리티 이론이 된다. 이를 동학사상 연구에 적용하면 동학사상과 그 이후에 이르는 대순사상까지를 하나의 통과의례로서 간주할 수 있다. 김지하의 경우 동학 관련 사상의 리미널리티적인 성격을 ‘흰 그늘의 미학’으로 표현한 바 있고 대순사상에서도 천지공사를 리미널리티의 의례관점에서 수행한 연구가 있다.56) 김태수는 그 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천지공사의 의례적 측면 중 형식적 측면에 주목하여 리미널리티 이론에 입각해서 상세한 연구를 수행했다. 이 글은 김태수의 형식적 측면 연구에 기반하여 리미널리티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57)를 활용하여 근대성과 관련된 내용적 측면에 집중하고자 한다.

다음 구조라는 측면에서 각 전통에는 특유의 구조가 나타나며 각 종교는 구조의 차이로 설명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원리의 측면이 종교로서의 세계관을 ‘인생문제 극복체계’로 보았다면 구조의 측면에서 보는 설명은 ‘세계설명체계’에 가깝다. 구조의 측면에서 종교를 설명하는 인류학은 크게 영미권과 대륙권의 과학철학에서 방법론이 기원한다. 영미권과 대륙권 모두 “학”을 패러다임(paradigm)이란 용어로 설명한다. 그렇지만, 그 의미는 다르다. 영미권의 경우 패러다임은 공동체의 동의와 관련된다.58) 패러다임 이론에서 특정 진리란 하나의 연쇄적인 가설의 집합일 뿐이므로 그 방법을 다르게 하면 다른 것이 진리가 될 수 있다. 패러다임이란 일종의 사고 틀과 같은데 새로운 이론이 다른 문제 틀을 가지고 있을 경우, 기존 과학자들은 정상과학(Normal science)이 아니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과학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오랜 기간에 걸친 과학집단의 합의가 있었다. 현재 동양의 음양오행이 과학으로 편입되지 않는 것은 과학성의 문제라기보다는 환원주의만을 과학으로 인정하는 규범(paradigm)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패러다임의 측면에서 본다면 동양의 “학(學)”은 ‘상관적 사유’를 고유한 규범으로 한다. ‘상관적 사유는 ’분석적 사유‘에 대비되는 용어로 만물이 독립되어 있으므로 쪼개어 사물을 인식해야 한다는 분석적 인식론과 달리,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쪼갤 수 없으므로 상관관계로 인식하는 사유방법이다.

대규모 실험을 통해 동서양 학문의 방법론적 차이가 실제 현대 동서양인의 사고방식에도 적용됨을 입증한 연구도 있었다.59) 또 대표적 상관적 사유이론인 음양이론은 분석적 사유가 숨어있는 상관적 사유임을 드러낸 연구도 있다.60) 상관적 사유의 측면에서 보면 분석적 사유도 내면은 순환적 사고라서 결국 드러나지 않은 상관적 사유라는 것이다. 동양의 상관적 사유를 요약한 연구는 정우진의 연구가 있다. 이러한 연구에 기초할 때, 오늘날 동서양의 철학적 사유 방법론으로 간주 되는 것은 크게 동양의 생성론적 방법과 서양의 존재론적 방법 두 가지로 대별해 볼 수 있다.61) 상관적 사유는 위에서 아래로 생성되어 가는 연역적 원칙을 가진 동양의 생성론적 사유방법에 해당되며, 이러한 동양의 생성론적 사유방법은 크게 상관적 사유와 동시성으로 나타난다.62)

다음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종교로서의 세계관은 재활성화로 볼 수 있다. 재활성화는 종교학자 왈라스의 재활성화 모델에서 언급하는 재활성화 모델에서 주장된 개념이다. 재활성화는 문화 접변의 과정에서 다른 학문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며, 이는 종교로서의 세계관을 살피는 중요한 방법이 된다. 외부의 변화에도 변하지 않는 종교적 세계관은 전통의 연속과 변화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고 이는 재활성화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상 고찰한 철학적 사유방법론으로서의 “학(學)” 개념을 고려하면서, 이 연구에서는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을 비교하기 위해 전통의 연속과 변화 속에서 종교로서의 세계관을 연구하는 종교 인류학의 세가지 방법을 입체적으로 동시에 쓰고자 한다.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 나타나는 전통의 연속과 변화는 주로 용어와 개념상의 의미 변화에서 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 글은 두 사상의 주요 용어에 주목하되 용어가 갖는 의미의 연속과 변화를 구조, 원리, 과정이라는 세 가지 관점 모두를 사용하여 입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세계관으로서의 종교라는 측면에서 대순사상이 동학이 계승한 동서양 전통의 연속과 변화에 있어 얼마만큼 충실했는가를 지표로 삼아 참동학으로서의 의의를 가질 수 있는지 검증하고자 한다.

자생적 근대성의 이론적 배경으로서 동서 구분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서 동서의 개념, 곧 동서양의 구분은 동학이나 참동학과 같이 매우 근본적인 구분으로 나타난다. 동서양의 구분이 철학적 사유에서 근본적인 구분으로 나타난다면 동서양의 구분 기준과 동서양의 구분이 근본적으로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동학과 서학의 차이에 관한 연구는 동양과 서양의 사유 방법론의 차이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이루어졌다. 먼저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유 방법 차이에 대한 인지심리학(認知心理學, cognitive psychology)의 실증적인 연구는 최근 니스벳(Richard Eugene Nisbett, 1941- 현재)에 의해 실험심리학으로 입증된 바 있다. 니스벳은 실험에서 아시아인들에게 세계는 복잡한 곳이며 개인적인 통제보다는 집단적인 통제의 대상으로 나타나고 서구인에게 세계는 상대적으로 단순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통제의 대상으로 두 세계는 실로 다르다고 한다. 실제로 니스벳은 날아가는 새를 보고 서양인은 새의 개수를 기억하고 동양인은 배경을 기억한다고 했다.63)

동서양의 사유 방법 차이에 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있었다. 먼저 풍우란(馮友蘭, 1894-1990)은 상업과 농업문화의 차이로 설명한 바 있다. 풍우란은 동양에서는 인식론이 없었다고 주장했는데 동양에서는 인식론이 없었던 이유는 거래 상대방의 본질과 실체를 구분해야 하는 상업이 서양에서 발달한 것과 달리 자연환경이 좋았던 동양은 농업에서 직관적 인식이 중요했기에 서양과 같이 본질과 실체를 구분하는 인식론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한다.64)

상업과 농업의 차이 외에도 김필년은 집단성과 개인성으로 집약되는 동서양 차이의 기원을 동서양 문명의 차축 시기인 그리스와 춘추전국이 처해있던 지리 환경적 차이로 분석한 바 있다. 김필년은 서양은 다인종이 모여 살기에 명확한 의사전달을 위해 논리가 발달했고 중국은 춘추전국의 경우 문제가 정치적 문제였기에 내면 윤리가 발전했다고 한다.65)

환경결정론과 달리 한국적 논리학을 개발했다고 평가받는 박동환은 언어학적 모델로 동서양의 차이, 특히 한국의 차이를 설명하기도 한다. 한국의 논리는 서양과 중국과 다른 주변이 중심을 결정하는 허사 결정의 순환적 논리학이라고 한다. 한국 논리학은 허사 결정론의 논리학이기 때문에 새로운 이론이 얼마든지 융합되는 순환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66)

동서양의 차이로 실제 동서양의 문화는 니스벳이 말한 것과 같이 전체와 부분의 관계로 유형화될 수 있다고 한다. 최봉영은 각 문명은 개체와 공동체를 개별적인 관점에서 보느냐 전체론적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분류될 수 있어 서교는 신과 인간을 종속관계로 보는 통체-종속자적 세계관에서 근대의 개별자-합체적 세계관으로, 중국은 통체-부분자적(部分者的) 세계관, 인도는 통체(統體)-연기자적(緣起者적) 세계관으로 분류된다고 한다.67)

서양의 경우 레비스트로스로 대표되는 구조주의 인류학자들은 실존주의와의 논쟁을 통해 원시부족의 사유도 실존주의와 같은 서구적 사유보다 절대 부족하지 않은 구조적 원리를 가지고 있음을 입증하였다. 구조주의 인류학에서 원주민의 사유체계를 ‘야생의 사고(Savage Mind)’라 불렀고68) 이는 음양과 같은 대칭적 사유(Symmetrical thinking)로 되어 있다고 한다. 구조주의 인류학의 원리를 동서양에 적용하면 동서양의 차이가 생기는 근본적 원인은 야생의 사유인 대칭적 사유가 지역에 따라 달리 적용된 것이 된다. 구조주의 인류학에 따르면 동양적 사유인 전체론적 사유가 더 대칭적 사유에 가까우며 이는 서양의 분석적 사유보다 합리적인 사유일 수가 있다고 한다. 특히 불교는 가장 순환에 가까운 대칭성 사고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불교는 대칭성 사고의 극치인 공(空)을 가지고 있기에 만물의 대칭성과 일치한다는 것이다.69)

구조주의 인류학의 등장 이후 서구에서는 내재성(Immanence)이라는 개념을 통해 서양의 사유를 반성해 볼 수 있는 바깥의 사유를 찾고자 했다, 내재성은 특정한 문화에서 공유하는 암묵적 규약으로 바깥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특성을 말한다, 예를들어 평생 물속에서만 사는 물고기의 경우 물은 물밖에 나가지 않고서는 알기 힘든 내재성이 된다. 후기구조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서양이 발견한 서양의 내재성은 마테오 리치가 동양의 상관적 사유인 음양오행론을 비판할 때 사용했던 실체론(substance theory)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체론이란 변화에 대해 논리적 설명이 되려면 변화의 과정에 반드시 속성을 가진 실체 곧 원자, 지수화풍, 신 등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았던 마테오 리치의 실체론에 따르면 궁극의 실체가 신이므로 신과 같이 변화를 실체로 설명하지 않는 음양오행과 이기론의 경우 논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70)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와 푸코(Paul-Michel Foucault, 1926-1984), 데리다(Jacques Derrida, 1930-2004) 등 후기구조주의자들이 ‘바깥의 사유(Outside Thinking)’71) 곧 서양의 내재성을 찾고자 했던 이유는 서양 사상에서 독단의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실존을 발견하게도 했지만, 실존을 내몰게도 했던 서양 사상의 교차점은 실체가 가지는 독단에 있었다. 데리다 등이 음성중심주의 (Grammatology) 등으로 부르며 독단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김익두가 주장했듯 서양의 독단을 초래한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 이론에도 나타난 실체론이었고 이에 대한 대안을 서구에서 찾지 못한데 있었다.72)

내재성 개념을 고안한 들뢰즈는 실체성은 비판했지만, 동양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았다.73) 줄리앙은 들뢰즈의 내재성 개념을 통해 동양에서 ‘바깥의 사유’를 찾았다. 줄리앙은 대립의 통일을 지향하지만, 실체를 가정하지 않는 동양의 내재성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동양의 전체론적 사유는 비록 실체 개념은 부족하지만, 서양과 같은 독단을 벗어날 수 있었다. 나아가 줄리앙은 동양의 내재성은 서양과 전혀 반대되었기에 동양의 내재성에 기인한 맹자의 수양론적 실존 개념이 서양 근대 사상의 도덕적 기반과 성격이 같았으며, 서양 사상의 대안적 문제해결 사례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74)

실제 대안적 근대성을 중국사유에서 찾아온 왕후이(汪暉, 1959- 현재)는 동양의 상관적 사유가 고대로부터 변해가는 과정에서 현대에 적용 가능한 대안적 근대성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왕후이는 주나라 봉건질서가 무너지면서 제왕과 귀족을 중심으로 하는 하은주 삼대의 유교적 사유가 변환되었다고 한다. 왕후이는 공자의 인(仁) 사상을 샤머니즘에서 시작된 주나라 예악의 신성성을 이성화시킨 것이라는 기존 해석의 오류를 지적하고, 오히려 이를 회복하고자 한 것임을 주장한다. 같은 원리로 봉건제로부터 중앙집권제가 강한 군현제로 바뀐 한당(漢唐) 시대의 재이론(災異論)이나 관료제 위주의 송·원·명·청 시대의 이기론 또한 무너진 신성성을 회복하는 것이었다고 본다. 루쉰 연구에서 기존 연구의 오류를 지적하여 세계적 명성을 얻은 왕후이는 중국 사유에 기반한 대안적 근대성도 전통의 회복과 함께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75) 왕후이의 대안적 근대성 이론은 성과 속의 변화로 근대성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성과 속의 통섭 변화로 근대성을 설명하는 서구의 대안적 근대성론과 부합한다.

분석철학에 기반한 심신 관계 곧 심신 관계론으로 유교 사상을 연구하는 임헌규는 성리학의 기반이 된 맹자의 물에 빠진 아이에 관계된 마음의 공감론적 해석은 심리 철학적으로 입증은 아직 안되었지만 입증만 된다면 현대 심리철학의 심신 관계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총체적으로 해결하는 중요한 심신 관계 철학 이론이 될 수 있다고 한다.76) 이는 분석철학으로 상관적 사유를 비판한 논의에 대한 분석철학적 반론이 될 수 있다.77)

마테오 리치 이후 서구 근대성에 나타난 합리성의 동양적 기원을 찾아온 황태연은 실제 서구의 합리성은 베버가 말한 칸트적 의미의 합리성이 아니고 칸트 이전 중국철학을 수용하던 공자-맹자의 유교적 합리성이라고 한다.78) 오늘날 합리성을 대표하는 분석철학은 유교적 합리성에 비한다면 오히려 서양의 실체성에 잠재되어 있는 독단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리해보면, 결국 동서양의 사유체계의 차이는 다양한 이유에서 발생했지만, 서양의 부분자적 실체와 동양의 전체론적 속성이라는 내재성의 차이로 요약된다. 서양의 실체와 동양의 속성에 대해 동양 사상의 설명은 『황제내경』 등에 나타나는 음양의 속성차이로 해석할 수 있다. 『황제내경』에서 사람의 경락(經絡) 중 음의 속성을 가진 음경락(陰經絡)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고 양의 속성을 가진 양경락(陽經絡)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황제내경』에서 설명하는 음양의 차이를 동양과 서양에 적용한다면 양의 속성을 가진 서양 사람은 음경락과 같이 아래에서 위로, 곧 자기로부터 우주로 나아가는 실체적 사유체계를 가지고 음의 속성을 가진 동양 사람은 양경락과 같이 위에서 아래로, 곧 우주로부터 자기로 내려가는 속성적이고 전체적 사유체계를 지니게 된다. 지기(地氣)가 양인 동양에서 사람은 음양의 균형을 위해 음의 속성을 가진 음인(陰人)이 되고 지기가 음인 서양에서 사람은 양의 속성을 가진 양인(陽人)이 된다. 동학사상에서는 이를 서양의 각자위심(各自爲心)이라 하고, 대순사상에서도 종운(鐘韻)에서 ‘천기하강(天氣下降)하고 지기상승(地氣上乘)한다’라고 표현하며 음의 원리로 자기로부터 세계를 상승적으로 생각하는 서양의 근대성이 결국 물질적 재리(財利)에 빠졌음을 질타한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의 구조주의 철학에서 시작한 내재성의 사유는 신과학(New Age Science Movement), 자기조직화 이론(Self-organization Theory) 등 실증적 연구로 발전하기도 하지만 영미권으로 건너가 상관적 사유와 리미널리티 이론으로 발전한다. 상관적 사유와 리미널리티 이론은 구조주의의 이항대립적(binary opposition) 대칭적 사유를 동양사상에 적용하여 상관적 사유라는 사유의 특징과 리미널리티라는 사유변화의 양상으로 전개된다. 상관적 사유는 프랙탈(Fractal) 이론과 같은 실증주의적 방향으로 발전하고79) 리미널리티 이론은 액체근대라는 탈근대성이론으로 주목받게 된다.

다음 동서의 구분 기준을 살펴보기로 한다. 동학사상보다 동서양의 구분사례가 많은 대순사상 경전인 『전경』에서 동서양 구분의 기준은 역사적으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사용된 동서양의 구분 기준과 일치한다. 『전경』에서 시대적으로 가장 빠른 동서양 구분은 마테오 리치가 동양과 서양을 구분한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는 지리적으로 곤륜산을 기준으로 서쪽을 서양, 동쪽을 동양이라고 한 전통적 개념과 일치한다. 서양 기준으로 동양(orient)은 중동을 포함하지만,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중동은 서양에 해당한다. 동양과 서양을 구분하는 기준이 곤륜산이 된다. 또한 『전경』에서 동서양의 구별이 되는 사례는 신명계의 양상으로도 나타난다. 마테오 리치 이전에 동서양을 굳게 지켜 신명이 서로 왕래하지 않았다는 사례나80) 동양의 모든 도통신을 거느리고 서양으로 진묵대사가 건너갔다는 내용81)에서 볼 수 있듯이 『전경』에서 동서양의 구분은 신명계의 구분기준으로까지 나타난다. 신명계까지 동서양으로 구분된다는 것은 동서양의 구분 기준이 세계의 구성에 있어 매우 핵심적이라는 의미가 된다.

대순사상에서 동서양의 구분이 신명계의 구분으로까지 나타나는 이유는 음양이라는 대순사상의 세계관과 천존, 지존, 인존이라는 대순사상의 신관과 연관된다. 만물을 태극에서 분화한 음양으로 간주하는 대순사상의 세계관에서 동양과 서양은 음양의 한 축을 담당한다. 대순사상에서 동양과 서양의 구분이 음양의 한 축 중에서도 신명계 구분의 기준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인류 역사의 시대가 신명이 땅에 봉안되는 지존시대(地尊時代)이기 때문이다.82) 인류의 역사 시대가 신명이 땅에 봉안되는 지존시대라면 땅을 구분하는 동양과 서양의 구분은 신명의 구분까지 이어지는 핵심 개념이 되는 것이다.

동양과 서양이 신명을 구분하는 핵심 개념이 된다면 만물에 신명이 내재하는 것으로 보는 대순사상 구도에서 동양과 서양은 음양의 기준점인 태극의 원리가 신명계에까지 적용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원리에 따라 동양과 서양의 일용사물은 모두 음양과 같이 상반되는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일용사물에 보편적 원리가 내재한다는 동양의 학문에서 동학과 서학의 구분은 근본적 구분이 되며, 실제 동학과 서학은 음양과 같이 상반되는 속성으로 나타난다.83)

동학과 서학은 신명을 구분하는 핵심 개념이었을 뿐 아니라 서양문명에 의해 동양문명이 붕괴될 수 있는 동서양의 충돌상황에서 서양을 이해하는 중요한 개념이었다. 동도서기론, 중체서용론, 서학중원론과 같이 동양과 서양을 구분하여 이해하려는 이론이 당시에도 이미 있었다.84) 그러나 동양과 서양을 사유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음과 양으로 구분한 근대적이면서도 전통에 더 부합하는 구분은 한중일을 통틀어 동학이 처음이었다.

실제 동양에 서양문명이 100여 년 이상 전파되고 동서양의 사유 방법론에 대한 인류학과 문화학적 비교가 진행된 오늘날 당시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 나타난 근본적인 문화 구분으로서의 동서양 구분은 매우 적절한 것으로 나타난다. 동양과 서양은 문화, 언어뿐 아니라 사고방식까지 상반된 양상이라는 점에서 동학은 이미 이름에서부터 전통의 연속을 실현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생적 근대성의 철학적 방법론으로서의 상관적 사유

오늘날 동양과학의 논리는 서양과 다른 상관적 사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85) 상관적 사유는 구조주의를 동양사상에 적용하여 만물을 연결된 것으로 사유하는 이론으로, 동양적 사유에 나타난 합리성을 서양이 재평가한 것이다. 상관적 사유 (相關的 思惟, correlative thinking)란 부분과 전체가 동시에 움직인다는 사유방식이다. 부분 속에 전체가 있어 만물이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는 생각과 인식방법으로, 서양을 제외한 대부분 문명은 이러한 사유체계를 지니고 있다.86) 전에는 미신적 사고라 생각되어 온 상관적 사유가 현대과학으로 검증되는 지금은 오히려 새로운 과학으로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다.87) 최근에는 심지어 분석적 과학의 이론조차 사실은 상관적 사유의 일종임이 밝혀졌다. 그 중 특히 대순사상의 첫 번째 종지를 구성하는 동양의 대표적 전통이론인 음양 이론은 분석적 사유가 사실은 숨어있는 상관적 사유임을 표면에 드러나게 한 대표적인 상관적 사유 체계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서양과학은 만물은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는 개체적 사유를 해 왔다. 예를 들어 남자와 여자는 서로 반대되는 것이기는 하나 그 움직임은 서로 별개라는 것이다. 그래서 만물은 어떤 입자(원자, 분자, 양자)로 쪼갤 수 있으며 사물이란 그런 부분들의 집합이라고 생각해 왔다. 서양 교육을 받으며 자라난 현대 동양인들도 대부분 분석적 사유를 하고 있다. 이처럼 만물이 독립되어 있으므로 쪼개어 사물을 인식하는 방법을 분석적 인식론이라 한다. 이에 반대하여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쪼갤 수 없어 상관관계로 인식하는 생성론적 사유방법을 상관적 인식론이라 한다.88)

상관적 사유 이론은 동양적 사유의 대표적 논리 이론인 음양오행설에 대해 최초로 긍정적으로 평가한 그라네로부터 시작하여 이후 그레이엄(Angus Charles Graham, 1919-1991), 에임즈(Roger T. Ames, 1947- 현재) , 홀(David L. Hall, 1937-2001), 슈워츠(Benjamin Isadore Schwartz, 1916-1999), 니덤(Joseph Terence Montgomery Needham, 1900-1995) 등으로 이어지는 이론이다. 상관적 사유이론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있는 음양오행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해 원시적 형태의 과학으로 평가했다.89) 특히 미국의 구조주의 동양사상가 A. C. 그레이엄은 구조주의와 중국철학을 접목시켜 동양사상의 서양의 개체성과 다른 동양의 상관적 과학성을 증명했다.90) 그레이엄 등의 연구가 있고 나서야 서양은 동양의 과학성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동양은 역으로 서양을 통해 동양사상을 배움으로써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 나가고 있다

헨더슨(John B. Henderson)은 상관적 사유를 네가지로 구분했다.91) 첫째, 인간과 우주, 즉 소우주와 대우주 사이의 관계. 둘째, 니덤이 국가 유비라고 불렀던 것으로 코스모스의 영역인 하늘과 지상의 영역인 왕조 또는 국가 관료 체계 사이의 관계. 셋째, 오행과 같은 수비학적 상관체계. 넷째 주역의 체계이다.92)

상관적 사유가 서양과 다른 동양의 특징이라는 것이 실증적으로 입증되는 것은 오늘날 인지심리학 분야이다. 상관적 사유의 관점에서 동양과 서양의 인지심리학적 차이를 최초로 이론화한 니스벳은 동양인은 상관적 사유로 인해 세계가 서양인보다 더 복잡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양인은 개인적인 통제보다는 집단적인 통제의 대상이다. 서구인에게 세계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곳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통제의 대상이다. 실로 다른 두 세계라고 했다93) 동양도 다양한 층위가 있고 국가 간의 차이도 크지만, 상관적 사유를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라 할 수 있다.

상관적 사유는 동양적 세계관의 공통된 인식 틀이므로 전통의 연속과 변화에서 그 원리가 상관적 사유로 나타난다. 음양오행과 태극으로 대표되는 동양적 사유는 전통의 연속과 변화를 태극과 음양오행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로 설명해 왔다. 따라서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 나타난 전통과 연속의 변화는 음양오행과 태극 개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상관적 사유와 관련하여 오늘날 동양 문화를 재평가하는 서양의 논의가 계몽주의 시기부터 집중된 지점은 공자(孔子, B.C.551-479)의 일이관지(一以貫之)라 할 수 있다. 공자는 자신의 이론을 충서(忠恕)라는 공감 개념으로 일이관지했다. 더욱이 공자는 자신의 일이관지 방법론이 자신의 이론이 아니라 고대로부터 내려온 술이부작(述而不作)의 방법론이라고 했다. 사실 공자뿐 아니라 일이관지는 동양 문화 전체의 특징이 된다. 동양은 서양보다 오히려 일관성에 더 집착하는 것이다. 칸트 이전 유럽에서 공자의 사상은 공감의 일이관지로 해석되어 새로운 서양 도덕의 기초가 되었다. 다만 동양의 일관성은 서양과 달리 내면적 일관성이므로 칸트 이후 연구자들에게 유학은 잡학의 수준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공감의 일이관지라는 측면으로 공자의 사상을 재해석하면 기존에 주관적 이론으로 간주된 동양사상이 객관적 일관성을 나타나게 된다. 먼저 모든 동양 사상의 근간이 되는 역(易)의 기본 사상인 천지인부터 공감이라는 측면으로 이해되는 바가 있다. 동양전통에서는 천지인이 서로 공감하는 것을 감응으로 표현해 왔다. 동양 사상에서는 천지인과 인간이 모두 일물(一物)에서 나왔으므로 서로 감응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 공감도 감응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지 감응이 공감을 의인화한 것이 아니다.

오늘날 동양 사상을 공감으로 이해하는 서양 연구는 크게 줄리앙의 내재성 이론, 진화 인류학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두 연구는 각각 오늘날 서양의 합리론 전통과 경험론 전통을 대표하는 연구들로서 연구의 최첨단에서 이질적인 학문들이 서로 만난 사례라 할 수 있다. 먼저 합리론 전통을 계승한 줄리앙의 연구는 들뢰즈와 푸코의 연구를 계승한다. 줄리앙은 서양이 동양과 다른 내재성 곧 외부에서 서양을 바라볼 때 가지는 고유한 특성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맹자와 계몽철학자들의 공통점을 발견한다.94) 계몽철학자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가 당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서양 철학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동양의 내재성 곧 공감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공감은 동양의 내재성 곧 서양과 구별되는 동양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다.

줄리앙이 서양의 내재성으로 지목한 것은 변화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실체 개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Plato, B.C 424-348)과 달리 삼단논법(三段論法, syllogism)을 완성하면서 변화는 반드시 실체가 가지는 속성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을 공식화했다. 예를 들어 A가 B로 변화하는 경우 동양이나 아리스토텔레스 이전의 서양에서는 공감과 같은 감응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A에서 B로의 변화는 반드시 A 안에 내재한 B의 실체가 있어야 했다. 이러한 전통 속에서 감응이 변화의 요소가 된다는 동양의 내재성은 결국 공감으로 이어졌고 이 공감이 바로 계몽주의 사상의 초석이 되었다. 계몽주의는 서양에서는 이질적인 사상이었고 서양은 계몽주의의 이질성을 신을 대체하는 도덕의 기초로 잘 발전시켜 근대 문명을 이룰 수 있었다.

마테오 리치가 전한 공자 사상의 핵심을 ‘공감’으로 해석한 또 다른 이론은 영국의 경험론이었다. 경험론은 자체적인 실용성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의 내재성 개념에 얽매이지 않았으므로 처음부터 동양의 사상을 ‘공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칸트 이후 동양 사상과의 교류가 대륙에서는 주춤하였지만, 영국의 경험론은 진화론과 진화 인류학으로 계속 발전시킨다. 진화론과 진화 인류학은 최근 뇌과학의 거울 세포 이론의 발견을 수용하면서 공감 이론을 더 확대한다. 실제 영국 경험론의 영향을 받은 미국의 프래그마티즘(pragmatism, 實用主義)은 특히 듀이(John Dewey, 1859-1952)를 통해 중국에 큰 영향을 주기도 했는데 이는 공자의 사상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95)

서양이 동양 사상을 공감으로 해석한 것은 사실 오늘날이 처음이 아니다. 서양은 칸트 이전에도 마테오 리치의 번역물을 접하면서부터 동양을 일관되게 공감으로 해석해 왔다. 계몽주의와 영국 경험론은 중국의 영향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서양의 근대성이 마테오 리치가 전한 유교의 합리성에 기반한 근대성이었다면 리미널리티를 통하여 서학을 전유한 동학사상은 자생적 근대성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동양의 상관적 사유를 탈근대성인 포스트모더니즘과 연관한 연구가 이어졌다. 김형효는 증산사상까지 연계하여 일찍이 포스트모더니즘과 동양사상을 연결하였고96) 후대 많은 서양학자들이 이에 동조해왔다. 박정진은 김형효의 연구를 종교학적 관점에서 많은 실질적 연구성과를 내었다.97) 박용숙은 문명사적 관점에서 고대 샤머니즘의 동서 회통을 연구하고98) 김정민은 실증자료를 모색해왔다.99) 이는 대순사상 연구에서도 이루어졌다. 한철학의 주창자 김상일 또한 과정철학 등으로 대순사상의 의의를 밝혔고,100) 김대현은 대순사상을 헤겔, 하이데거, 데리다, 들뢰즈와 비교하기도 하였다.101)

리미널리티와 재활성화

자생적 근대성의 성(聖)·속(俗) 변화 기제로서의 리미널리티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이 주안점을 둔 상관적 사유와 근대성을 연결해 주는 서양의 대표적 인문· 사회과학적 이론에는 리미널리티(Liminality) 이론이 있다. 리미널리티는 반 게넵이 인류학에서 ‘통과의례’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속성을 표현하기 위해 처음 창안한 용어이다.102) 라틴어 ‘리멘’(Limen)은 경계 영역인 문지방(Threshold)을 가리키는 언어이며, 리미널리티는 ‘리멘’에서 파생한 용어이다. 리미널리티는 ‘경계성(境界性)’, ‘역치성(易置性)’ 등으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그 뜻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어 일반적으로 그대로 ‘리미널리티’로 번역된다.

반 게넵은 세계 종교의례의 공통적 속성으로 ‘통과’(通過, passage, Transition) 라는 개념을 발견하였다.103) 게넵은 세계의 통과의례(通過儀禮, rite of passage)는 공통적으로 분리의례(分離儀禮, rite of seperation), 전이 혹은 과도의례(轉移, 過渡 rite of transition), 통합의례(統合儀禮, rite of incoporation)이라는 세가지 의례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104) 반 게냅은 통과의례의 첫 번째 단계에서 두 번째 단계, 즉 분리에서 전이로 이동하는 경계영역을 리미널리티로 표현하였다.105)

반 게넵은 통과의례는 경계영역을 중심으로 다시 경계전 의례(pre-liminal rites), 과도의례(liminal rites), 경계후의례(post-liminal rites)로 구분된다고 한다. 리미널리티는 가치에서 잠시 이탈함으로써 모호하고 무결정적이며 애매한 속성을 지닌다.106) 이러한 이유로 리미널리티는 자주 죽음이나 자궁, 어두움, 남녀양성성, 황폐함, 일식과 월식 등에 비유된다. 리미널리티 양상이 이러한 이중성과 애매성을 가지는 이유는 통과의례의 취지가 단순히 기존 사회질서의 유지를 위한 의례적인 사회의 요식행위가 아니고 실제 예상하지 못하는 새로운 창발성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통과의례 이전과 이후의 변화는 통과의례에 참가하는 사람이나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이나 예상을 할 수 없기에 의의가 있다. 다만 통과의례 이후의 변화는 통과의례 이전의 상태를 포함하면서도 넘어서는 포월의 상태가 된다.

리미널리티 이론의 장점은 변화의 형식과 내용을 세부적으로 공식화시켜 의례에 있어 변화과정의 상징들이 변화에서 하는 역할과 의미를 잘 밝혀준다. 이에 리미널리티 이론은 오늘날 종교의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현대인에게 종교와 소통할 수 있는 빠른 방법을 제시한다.107)

포스트모더니즘 논쟁 이후 가장 주목받는 근대성 개념의 하나인 지그문트 바우만108)의 ‘액체근대(Liquid Modernity, 液體近代)’와 슈무엘 아이젠슈타트(Shmuel Noah Eisenstadt, 1923-2010)109)의 ‘다중근대성(Multiple Modernities, 多重近代性)’ 두 이론 모두 리미널리티 개념과 연관된다.110) 리미널리티가 근대성 이론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의 근대성 이념을 대표하는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1831)의 변증법이 제시하지 못하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해주기 때문이다. 평생을 근대성 개념에 천착해 온 바우만은 만년에 “액체근대”라는 개념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집중시킨다. 액체성(Liquiduty)이란 근대성의 특징이라고 하는 “양가성(兩價性, ambiguity)”을 일컫는 말로 이는 리미널리티라는 긍정적 의미를 내포한다. 또 성과 속 개념을 재정의한 통섭 개념으로 근대성을 기술한 다중근대성은 성과 속의 경계 전환에 있는 리미널리티 개념을 나타낸다.

리미널리티는 정반합으로 이루어진 변증법과 같이 대극의 합일이라는 속성이 있지만, 변증법이 낙천적으로 해석한 대극의 합일에 내재한 양가성의 문제점을 지적해주고 이 양가성이 오늘날 극심한 현대성의 의기소침함과 불확정성을 영원한 리미널리티, 곧 액체근대(Liquid Modernity) 등으로 해석한다. 리미널리티 개념은 기존의 가치를 전복한 근대성은 아이를 씻은 물을 버리고자 아이까지 버린 결과를 초래했음을 제시하여 탈근대성의 혼란을 탁월하게 분석해 낸 이론으로 인정되고 있다.111)

리미널리티 이론이 변증법에 대한 대안 이론으로 근대성을 해석하는 이론으로까지 발전하는 데는 3가지 단계를 거쳤다. 첫 번째는 반 게냅의 리미널리티 이론이 당시 오늘날까지 사회학의 주류이론이 되고 있는 뒤르껭(David-Emile Durkheim, 1858-1917)에 의해 비판되며 통과의례(Ritual Process) 이론으로만 남는 단계이다. 반 게냅이 의례의 공통적 속성으로 발견한 “통과” 개념은 당시 인류학에서 오랫동안 찾고자 했던 개념이었다. 인류학의 공통된 원리로 숲의 사제전승에 나타난 ‘황금가지(The Golden Bough)’를 발견한 프레이저(Sir James George Frazer, 1854-1941) 이후 인류학은 인류가 사회를 구성하게 된 공통원리를 찾아왔다. 프레이저를 계승하여 유럽-인도어족에 공통된 3기능 체계를 발견한 뒤메질(Georges Dumezil, 1898-1986)과 동시대를 살았던 반 게냅은 의례의 공통된 통과와 통과의 핵심인 리미널리티 개념을 발견하여 이후 엘리아데 등 종교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반 게냅이 의례의 공통적 속성으로 발견한 “통과” 개념은 인류학을 넘어 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원리까지 설명할 수 있는 이론으로 파급력 있는 이론이었다.112) 그러나 이는 당시 사회학의 주류를 이루던 “기능”과 “유지”라는 사회학 이론과는 배치되는 개념이었다. 오늘날 사회학주의, 곧 종교 현상은 사회현상의 반영이라는 이론을 처음 주장하여 주류 이론을 형성한 뒤르껭은 구조보다 행위를 강조하는 반 게넵의 리미널리티 이론을 비판하여 당초 보편적 개념으로 출발한 리미널리티 개념을 통과의례 이론영역으로만 축소시켰다. 반 게냅이 발견한 리미널리티 개념은 콩트 등에 의해 사회학이 처음 발생한 배경인 프랑스 대혁명과도 부합하였고, 당시 칸트만큼 큰 영향을 미친 파스칼의 “생각하는 갈대” 등에 나타나는 리미널리티 개념과도 부합되는 이론이었다. 그렇지만 이후 리미널리티는 종교사회학에서는 거의 잊혀진 개념이 되었다.

두 번째 단계는 사장되어 있던 리미널리티 개념이 빅터 터너의 우연한 발견에 의해부활하는 단계이다. 당시 은뎀부(Ndembu) 부족의 통과의례를 연구하던 빅터 터너는 기존 구조기능주의 인류학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은뎀부 부족의 통과의례를 설명하기 위해 자신만의 개념을 설정하려 노력하던 중 반 게넵의 리미널리티 이론을 발견하고 구조 개념을 도입하여 반 게냅도 설명하지 못한 리미널리티 개념의 숨은 의미를 발견해 낸다.113) 빅터 터너는 분리, 전이, 통합이라는 통과의례 중 전이 단계에 주목하여 이때 나타나는 리미널리티 현상이 통과의례 뿐 아니라 거시적인 사회 전반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변증법과 같은 개념임을 발견한다.114) 리미널리티의 사회극적 성격을 발견한 이후 터너는 셰크너(Richard Schechner, 1934- 현재) 등과 함께 의례의 공통적 속성을 공연학으로 규정하고 민족 공연학(ethno-performance studies)으로 연구를 전개한다. 세 번째 단계는 터너 사후 그의 아내 에디쓰 터너(Edith Turner, 1921-2016)가 다양한 일상 분석에 확대시킨 리미널리티 개념을 지그문트 바우만과 슈무엘 아이젠슈타트가 근대성 개념 분석에 실제 도입하고 이후 널리 인문·사회분야에 널리 확산되어 김익두115), 이영란116) 등에 의해 개별 민족문화의 탈근대성이론까지 확대되는 단계이다.

일찍이 변증법은 상관적 사유이론인 음양이론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동서양의 차이라는 관점으로 비교되어 왔다.117) 리미널리티 이론은 음양이론과 변증법을 중개하는 개념처럼 동서양의 근대성에 나타난 공통점을 해석해 주었다. 리미널리티 이론은 처음에는 통과의례라는 의례와 제의이론에서 출발한 문화인류학의 개념이었지만 결정적으로 터너에 의해 사회 문화 변동의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보편적인 개념으로 확대된다.

빅터 터너의 리미널리티 이론은 크게 리미널리티와 커뮤니타스로 분류된다. 리미널리티와 커뮤니타스는 사회극 의례이론이다. 이 중 사회극 개념은 반 게넵의 통과의례 이론을 사회변동의 연극이론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반 게넵에 의하면 인간은 생존 위기에 처할 경우 또는 낯선 영역을 통과하거나 신분의 변화를 겪을 때 통과의례를 경험하게 된다. 통과의례는 ‘분리→전이→통합’의 과정을 포함한다. 상징비교 문화 인류학자 터너는 반 게넵의 통과의례 개념을 의례뿐 아니라 사회 보편적인 원리와 구조로 보았다. 빅터 터너는 반 게넵의 통과의례 개념을 사회・문화・종교 제반 영역으로 확장했으며 이를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연극과 같다 하여 ‘사회극(Social Drama)’이라고 불렀다.118)

커뮤니타스는 인간의 상호관계성에 관한 용어로, 빅터 터너는 두 가지 유형의 인간 관계성을 제시했다. 병렬적인 상호관계와 양자택일의 상호관계가 그것이다. 리미널리티와 커뮤니타스는 거의 동시에 나타나며 강조하는 부분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명명되는 것으로 본다. 전자는 기존사회의 구조적 상태, 즉 정치·법률·경제적인 지위의 구조화되고 분화된 사회양식을 가리키며, 후자는 의례의 전환기에 조직이 완전하지 않는, 상대적으로 미분화된 사회양식을 뜻한다. 후자가 바로 반구조(anti-structure)에 해당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커뮤니타스란 구조의 차원을 넘은 ‘반구조’ 또는 구조를 파기한 ‘무구조’ 상태의 탈구조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빅터 터너의 사회극은 엘리아데에게 신화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으로 확대된다. 다만 엘리아데에게 신화는 유일한 성스러운 시대와 관계 맺고 있는 이야기임에 반해 터너는 신화가 의식의 경계선에 걸쳐있는 경험들을 폭넓게 제공해 줌으로써 현재의 심리적·사회적 목적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신화학에서 제의학파의 주장을 수용한 것과 같다. 제의학파는 제의 그 자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신화와 제의를 연결시켰으나, 터너는 신화와 제의가 똑같이 고통스러운 인생의 전환 과정을 보다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심리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제의와 신화를 연결시킨다. 빅터 터너의 사회극이론이 위기상황 해석에서 주목받는 것은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상세하게 알려준다는 점 때문이다. 커뮤니타스는 오늘날 의례뿐 아니라 사회, 정치, 종교, 문화, 예술 등 영역에 응용된다.

빅터 터너는 아프리카의 은뎀부(Ndembu) 부족을 연구하면서 특이한 사실을 발견한다.119) 그 부족의 구성원들은 용맹하고 강인하고 책임감이 있었다. 마을에서 전통적으로 거행되는 13세 남자 아이들의 성인식 행사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적당한 시기에 성인 남성들이 숙소에 몰래 들어가 사내아이들을 보자기에 싸서 납치한다는 것이다. 이후 성인 남성들은 전혀 모르는 곳에 사애아이들을 데려다놓고 사라진다. 이 아이들이 던져진 장소가 바로 경계성(리미널리티)이다. 한 번도 당하지 못한 위기 속에 처한 아이들은 주변을 전혀 모르는 산속에 자기들이 던져진 것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서로 울고불고 난리가 나지만 이들이 운다고 부모가 오는 것이 아니다. 부족의 원로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하여 안부를 묻고 조언을 해준다. 그런 환경 가운데서 아이들은 생존하는 법을 배운다. 아이들은 ‘우리가 여기서 살아나려면 우리끼리 뭉쳐야 한다.’는 아주 강한 협동심, 동지 의식, 결속력을 배우며 강렬한 사회적 연대감과 소속감을 가지게 된다. 그러한 과정을 겪은 후 마을로 돌아와서 성인식을 행한다. 이렇게 아이들이 성인식을 치르기 전에 스스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함께 생존하면서 배우는 공동체를 커뮤니타스라고 부른다.

빅터 터너는 사회적 드라마가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보편적인 사회문화 현상”의 변화를 살명하는 이론이라고 한다. 빅터 터너에 의하면 모든 사회극과 갈등은 ‘구조(structure)→반구조(anti-structure)→구조(structure)의 변증법을 거치며 구체적으로는 위반―위기―교정/치유―재통합/분열의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반 게넵이 삶의 위기에서 행해지는 제의들, 예컨대 성년식·결혼식·장례식·출산과 임신 등에 관심을 집중한 데에 비하여, 빅터 터너는 대부분의 제의나 사건들이 통과라는 과정이나 형식을 지니고 있는 사실에 주목했다. 빅터 터너는 요컨대 3단계 가운데서 두 번째 단계인 전이, 즉 이 단계도 저 단계도 아닌 경계선 사이에 놓인 문턱이나 문지방이라는 시공간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이 두번째 단계인 전이, 곧 반구조가 위기해결의 관건이라고 생각하고 리멘・리미널리티・리미노이드(liminoid)・커뮤니타스・반구조・문화적 가정법(subjunctive mode of culture) 등의 용어들을 활용하여 의례의 상징적 체계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한다.

반구조를 이루는 커뮤니타스와 리미널리티는 밀접하게 연관되면서도 구분된다. 리미널리티는 인간이나 집단의 존재 양상·상황·조건들에 관한 것이다. 그에 비해 커뮤니타스는 리미널리티에서 드러난 인간의 상호관계 양식에 관한 것이다.

리미널리티는 기존의 사회·문화적 체계나 질서 또는 상징적 체계로부터 벗어나 기존의 지위를 상실하고 새로운 시스템에 재통합하기 위해 경과하는, 모든 가능성과 잠재적인 힘으로 충만된 중간적인 상태와 과정이다. 커뮤니타스는 본질적으로 구체적이고 색다른 성질의 개인들 사이의 관계이다. 이런 개인들은 역할이나 신분으로 갈라진 것이 아니라 개인들 사이 자유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반구조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익명성이다. 커뮤니타스 속에서 인간은 일반적으로 익명의 존재가 된다. 의례의 참여자들은 동일한 복장을 착용한 채 무소유자로서 표상된다. 그들이 기존사회에서 지녔던 지위·재산·직업·서열·신분·특권 등 세속적인 식별의식들은 모두 사라지거나 동질화된다. 둘째, 평등성이다. 기존의 사회적 지위나 신분 등이 모두 무화된 상태에서 수련자들 사이에는 강한 동료 의식과 평등의식이 신장되며 적극적으로 평등주의를 수용한다.120) 셋째, 약자의 역설적인 힘이다. 반구조적인 상황에서 사회적 역할과 권위가 역전되는데, 약자가 권위를 장악하고 강자가 권위를 빼앗기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위에 있는 사람이 높은 자리로 올라가거나 낮은 신분이나 지위에 있는 사람이 영구적으로 또는 일시적으로 거룩한 속성을 지니게 된다. 이는 사회가 그 존재 방식을 틀 잡아 주는 데에 목적이 있다.

빅터 터너가 사망한 뒤 그의 아내 에디스 터너는 커뮤니타스의 적용 범위를 더욱 확장했는데, 거의 모든 삶의 영역들에서 출현한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통과의례・축제·음악·스포츠에서 발견되는 커뮤니타스뿐 아니라 일(노동)・해방・저항・재난의 커뮤니타스 등 새로운 범주도 제시했다.121)

특히 에디스 터너는 재난상황에서 커뮤니타스의 대처가 중요하다고 한다. 이는 위반―위기―교정/치유―재통합/분열의 사회극 4단계에서 교정/치유 단계이다.122) 오늘날 사회극에서 교정/치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SNS를 포함한 각종 사회의 언론이다. 그러나 코비드 19와 같이 사회의 언론만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없을 때 부각되는 것은 종교적 대처이다.

이러한 점에서 선행연구들은 대순사상의 수행론적 전통을 충분히 부각하지 못한 점이 있다. 이들을 통합하는 리미널리티의 속성은 연극치료에서와 같이 수행론적 탈근대성을 수행론적으로 종합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렇지만 리미널리티는 수행론적인 고유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사회문화적인 요소를 포함할 때 설명할 수 있는 좋은 틀이 된다.123) 동서양에서 근대성은 재난상황과 같이 위기의 순간에 다가왔다. 서양의 경우 근대성은 몽고의 침입과 페스트의 유행이라는 중세의 위기와 그 반성 위에서 중국 및 인도와 교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동학사상 또한 제국주의의 아시아 지배에서 인종청소의 위기 가운데 위기 극복의 통과의례로 발생한다.

한편, 변화 가능성은 많이 내포하지만 매우 불안정한 상태를 의미하는 “액체근대”라는 용어는 근대성 위기 담론에서 “리미널리티(Liminality)”가 변증법을 대신하여 각광받고 있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액체근대”이론에서 근대성은 영구적 리미널리티로 인한 극단적인 유동적 변화상태로 해석된다. 봉건적 가치를 극복하고 탄생한 근대는 대안적 가치를 정립하지 못해 액체와 같이 영구적 리미널리티 상태에 있다는 것이 “액체근대” 개념이다.124) 리미널리티 개념은 낭만적 사랑과125) 같이 일상적이지만 근대의 대표적 신화 개념이나 광주민주화운동126) 등 근대의 난해한 사례에 대해 명쾌한 해석을 제시하는 유용한 이론이다. 그럼에도 성과 속의 재배치를 통해 근대성을 이루는 리미널리티는 영구적 리미널리티에 빠진 근대인의 문제를 제시하기도 한다. 오늘날 근대인은 한번도 근대인인 적이 없었기에127) 근대는 늘 미완의 개혁으로만 남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근대성의 핵심개념인 리미널리티를128) 상관적 사유에 나타나는 자생적 근대성에 확대시킨 연구자는 김지하. 김익두, 이영란이다. 동학사상에서 서양의 변증법과 다른 동양의 생성적 사유방법을 발견하고 생명사상을 주장한 김지하는 동학사상에서 자생적 근대성을 발견하고 율려사상과 흰그늘의 미학으로 대순사상에까지 연구를 확대했다. 김익두는 김지하의 흰그늘의 미학에 인류학의 리미널리티 개념을 적용하여 자생적 근대성이 리미널리티 개념으로 연결됨을 밝혔다. 이영란은 탈근대성과 연결되는 리미널리티 개념이 변증법과 대비되는 핵심적인 차이를 개체발생이 계통발생을 반복하는 데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천지인 삼재에서 천, 지, 인을 각각 1, 2, 3 이라 한다면 천(1)에서 지(2)로의 변화, 곧 리미널리티는 지(2)에서 지(1,2, 1+2)의 창발적 속성이 나타나 리미널리티 양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천(1)에서 인(3)으로의 변화는 인(3)에서 인(1, 2, 3, 1+2, 1+2+3)의 속성이 나타나야 하고 3재를 이루려면 다시 더 큰 1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영란은 이처럼 리미널리티 양상에서 개체발생이 계통발생을 반복하는 이유는 “신체”에는 변화가 누적되는 몸의 원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영란은 몸을 통해 리미널리티 양상은 동시에 작용하며, 따라서 현재에도 작용되는 현상 그 자체라고 한다.129)

터너 또한 리미널리티를 새로운 제3 요소의 출현으로 정의한 바 있다. 터너는 자신이 재발견한 리미널리티와 반 게넵이 처음 말한 리미널리티의 차이는 리미널리티의 불확정성으로 본다. 기존의 리미널리티는 주로 사회의 재통합을 위한 요식행위와 같은 성격의 리미널리티를 통과의례로 했다면 실제 리미널리티 양상이 사회에서 기능하는 이유는 리미널리티의 불확정성 때문이었다고 한다.130)

또한 터너는 이 불확정성이 제3요소의 출현이며 이 제 3요소는 기존 요소와 새 요소의 모순을 모두 통합한 가일배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마치 과학혁명에서도 패러다임이 바뀌려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기존 패러다임이 설명한 것을 다 설명하고, 새로운 현상을 설명해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기존 패러다임을 대체할 수 있는 것과 같다.131)

동양에서는 일찍이 리미널리티를 가일배법(加一倍法)과 ’화(化)‘라는 용어로 설명해왔다. 가일배법은 소강절이 역에서 한 차원에서 다음 차원으로 변화를 할 때 1을 더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가일배는 2의 배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음양으로 설명이 안 되면 음양에 가일배, 곧 2를 곱하여 4상으로 설명을 하면 설명이 된다는 것이다.실제 동양의 음양오행은 음양(2, 21)-사상(4=22)-팔괘(8=23)의 구조로 되어 있다. 여기서 2,4,8 은 2의 배수로 움직이지만 2의 지수에서는 1. 2. 3으로 가일배이다. 이를 괘로 표현하면, −, 二, 三,𝌆 가일배가 된다.

이때 1을 더한다는 가일배는 기존 바탕 위에 한 수를 더한다는 의미가 되어 이영란이 말한 리미널리티의 내용적 특징과 부합한다. 이는 동양의 육효(六爻)나 서양의 에니어그램(eniagram), 타로(Tarot), 카발라(Kabbalah) 등의 숫자 변화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주역의 6괘인 육효에서 다음 효는 이전의 효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에니어그램, 타로 등에서도 뒤의 숫자는 앞의 숫자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접화의 성격이 강한 한국에서 종교 수용에 자유로운 것도 이러한 설명이 가능하다. 즉 한국은 종교를 수용할 때 개종을 하는 것이 아니고 가종(可宗)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황필호는 가종이 한국 종교 문화의 특징이라고 한다.132) 예를 들어 불교가 들어올 때도 기존 샤머니즘에 불교라는 요소를 추가한 것일 뿐이고 이후 유교와 기독교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포함하며 초월한다는 포월, 접화 혹은 화(化)로 표현해 왔다. 접화의 성격이 강한 한국문화는 같은 동양문화라도 동화의 성격이 강한 중국이나 응축의 성격이 강한 일본에 비해 하늘 위의 하늘 곧 초월천과 가까운 성격이 강하다.133) 동양 3국 중 한국만이 초월천 종교인 기독교와 천주교가 득세했다고 한다. 접화는 정신과 신체 2가지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마찬가지로 통과의례에서도 정신과 물질 모두 통과의례를 이겨내야 한다. 신체와 같이 정신이 변화할 때는 가일배법의 원리로 변화하기에 이를 전통적으로는 화학적 변화를 의미하는 “화(化)”를 사용하여 표현하였다. “화(化)”는 『정역』에서 조물주를 “화무옹(化无翁)”이라 표현하듯이 초월천이 사물을 운용하는 원리를 나타내었다.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 나타난 상관적 사유의 리미널리티는 김지하, 김익두, 이영란 등에 의해 보다 상세하게 설명된다. 투옥 생활에서 실제 동학사상이 주는 생명의 리미널리티를 경험한 김지하는 출옥 후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 나타난 자생적 모더니티와 포스트모더니티에 대한 방대한 분량의 저술을 남겼다. 김지하는 동학사상에서 대순사상으로의 전개를 생명, 율려, 흰그늘이라는 3단계로 설명했다.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차이와 관련하여, 김지하는 증산사상이 동학사상보다 일상을 더 강조했다고 주장한다.134) 김지하는 동학에서 “생명”을 발견하여 물질 중심의 유물론적 서양 근대성에 대한 자생적 근대성을 찾아낸다. 그러나 “생명”과 “음양”, “시천주”를 발견한 동학은 “생명”과 “음양”, “시천주”를 일상에서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뿌리를 찾지 못하고 “욕속부달” 이라는 유교의 전헌을 넘지 못해서 자생적 탈근대성인 대순사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지하 이론의 3단계 발전에 대해 변화의 중심은 흰그늘의 리미널리티 개념에 있음을 밝힌 사람은 김익두이다. 김지하는 자신이 고안한 흰그늘 개념과 유사한 서구 이론의 개념을 찾지 못해 주변 연구자들을 당혹하게 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해 준 이가 김익두였다. 김익두는 흰 그늘의 이중적 속성은 리미널리티 양상에 나타나는 이중적 속성과 일치하며, 김지하 이론의 3단계 발전은 리미널리티 양상이 가진 3단계 발전에 대응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김익두는 흰 그늘이 가진 리미널리티 속성의 공통점 뿐 아니라 차이점까지 제시하여 김지하가 설명하는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고유성도 도출해 낸다. 전문적인 희곡 연구자로서 김익두는 동서양 신화를 희곡으로 분석하여 동·서양 신화의 양상에 결정적 차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의 갈등이론에 있음을 찾아낸다. 그리고 이 아리스토텔레스의 갈등이론이 리미널리티 이론에까지 이어지고 리미널리티의 동서양 차이는 김지하가 발견한 자생적 포스트모더니티와 서양의 포스트모더니티의 차이에까지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김익두는 김지하가 발견한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 나타난 자생적 모더니티와 포스트모더니티가 서양의 포스트모더니즘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대안적 근대성임을 밝혀낸다.135)

김익두의 연구는 리미널리티를 포스트모더니즘의 공통된 속성으로 밝힌 이영란의 연구로 인해 보다 서구이론과 정밀하게 결합되고 자생적 모더니티와 자생적 포스트모더니티 이론으로까지 발전한다. 이영란은 리미널리티 이론을 포스트모더니즘에 나타나는 공통적 현상으로 분석한다. 탈근대성 이론가들이 근대를 비판한 여러 개념의 공통점에 리미널리티 양상이 있음을 이영란은 발견한 것이다. 이에 리미널리티는 현대의 동서양 사상을 총괄하는 키워드로 간주된다. 이영란은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Ponty, 1908-1961)의 몸의 현상학, 데리다의 해체주의,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 들뢰즈의 생성철학, 김상일의 한사상, 한국 선도사상을 공연학적 관점에서 <표 2>와 같이 리미널리티 이론으로 통합, 제시하고 있다.136)

공연학적 관점에서 리미널리티와 탈근대성을 요약한 위 표는 상관적 사유의 리미널리티를 자생적 근대성으로 표현하는 주요 관점을 제공한다. 혼과 백, 몸과 정신의 결합이 천관·지관·인간관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핵심과제라 할 때 몸과 정신을 결합하는 공연학은 주요 방법론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실제 현상학에 몸을 도입한 메를로 퐁티는 현상학의 발전에 독창적인 기여를 한 철학자로 평가받고 있고 탈근대성의 핵심 주제도 ‘몸’의 도입이라고 한다. 아울러 이영란은 탈근대성으로서의 리미널리티의 특징은 계통발생을 반복하는 개체발생으로 규정하여 변증법과의 차이를 명시한다. 이영란은 리미널리티 과정에서 일어나는 반구조, 분리 등의 단계가 계통발생을 반복해야 하는 개체발생의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한다. 곧 리미널리티의 이항대립 통합과정은 계통발생을 반복해야 하는 개체의 통과 과정이 된다. 실제 터너 또한 전이 단계에서의 무화 과정이 프리리미널한 단계와 포스트리미널한 단계의 통합으로 설명하고 있다.

<표 2>. 공연학적 관점의 리미널리티와 탈근대성 요약

<표 2>. 공연학적 관점의 리미널리티와 탈근대성 요약

현상학해체주의과정철학생성철학
메를로 퐁티자크데리다알프레드 화이트헤드들뢰즈/
개인적 의식과'사이'에서의존재는 존재에 의하여 구성되지 않고 생성에 의해 구성존재와 존재의
살아있는 배우의 몸을 통해 드러나는 세계의 현시'나'와 '역'과의 '사이' '간극'에서 일어나는 예측불가능성'나'와 '역’이 스스로 함께 변화해 가는 과정적 행위 그 자체'나'와 '역'이란

이처럼 이영란은 리미널리티 개념을 탈근대성까지 적용했다는 점에서 김익두의 연구를 보다 확대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영란은 동양의 상관적 사유와 서양의 탈근대성 개념에 나타나는 유사성을 리미널리티로 종합한다. 이로써 이영란의 연구로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자생적 근대성이 탈근대성과 연결되는 대안적 근대성이 될 수 있다는 이론적 기반을 마련했다. 김익두와 이영란은 공통적으로 터너와 세크너의 공연학에서 천지인에 대응하는 몸과 정신이 결합하는 동양 공연학의 리미널리티를 찾았다. 이에 리미널리티는 두 사상의 근대성을 이해하는 주요한 철학적 사유방법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상관적 사유의 리미널리티로서의 자생적 근대성이란 실체 중심의 서양적 천관·지관·인간관과 속성 중심의 동양적 천관·지관·인간관과의 계통 발생적 융합, 곧 전통의 연속과 변화가 되며, 자생적 탈근대성은 자생적 근대성을 포함하게 된다.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으로 대표되는 신종교를 리미널리티로 최초로 해석한 연구는 윤승용의 연구가 있다.137) 윤승용은 리미널리티와 신종교에 대한 분석에서 유례없던 한국 신종교의 성공을 리미널리티와 커뮤니타스로 해석해 내고 있다. 그러나 당시 한국에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소개되지 않은 바 윤승용은 리미널리티를 자생적 근대성으로까지 연결하지는 않았다. 윤승용의 선행연구를 김지하 연구에 확대, 적용하고 다시 한국 종교정신사를 통합한 정진홍의 연구와 결합한다면138)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은 자생적인 근대성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근대성이 급격한 변화의 가운데 있었던 점에서 근대성은 통과의례와 같이 리미널리티의 속성을 가지게 되어 평등과 자유라는 반구조적 근대사상이 출현하는 것을 도와준다. 예를 들어 결혼식과 같은 통과의례를 앞둔 남녀는 미혼도 아니고 기혼도 아닌 경계성을 나타내며 통과의례 전에는 통과의례와 반대되는 일탈과 반구조를 부분적으로 허용하게 된다. 근대라는 대변혁을 앞둔 사회 또한 전근대적 속성을 떠나기 전 프랑스 대혁명과 같은 평등과 자유의 시기를 통과한다. 동양에서는 홍수전의 태평천국의 난이나 동학의 농민혁명운동이 있었다.

서양과 동양 모두 천관·지관·인간관을 통해 리미널리티를 구축하며 근대성을 실현하지만 자기로부터 우주로 확대해가는 합리성을 가진 서양과 우주로부터 자기에로 합리성을 확대해가는 동양과는 근대성의 리미널리티 형태가 달랐다.139) 이 차이를 오해하여 서양에서는 동양에 근대성이 없다고 하며 동양을 식민지로 수탈했다. 다행히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기적적으로 러시아를 이김으로써 동양은 비록 일본 중심이지만 재기에 성공한다. 식민지 경영에 한계를 맞은 서양은 내부적으로 투쟁방향을 전환시켜 서로 공멸하게 되어 동양은 독립이라는 활로를 찾아낸다.

리미널리티는 상반되는 요소의 조화를 강조하는 동양의 상관적 사유와 유사성을 갖는다. 실제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동양의 유불선 또한 탈근대적 사유의 원형으로 재평가되면서 유불선이 기반한 음양오행의 상관적 사유가 가지는 근대성이 재평가되어 왔다. 동아시아 삼국 가운데 자생적 삼계관으로 근대성을 구축한 사례는 특히 한국의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이다. 5.4운동과 메이지유신으로 전통적 삼계관을 배척한 중국, 일본과 달리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은 자생적 삼계관과 관계되는 개벽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근대성은 실로 자생적 삼계관의 변화인 “개벽”으로부터 근대성을 시작한다140).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이상적 상황에서는 분석적 사유보다 상관적 사유에서 더 다양한 평등과 자유가 실현되었지만 원한이 누적된 왜곡된 상황에서는 오히려 상관적 사유의 부정적 측면이 발생하여 오히려 분석적 사유보다 자유와 평등이 억압될 수 있었다. 상관적 사유의 부정적 측면은 “완벽한 도식의 오류” 로 표현된다. 전통적인 천관·지관·인간관에 내재된 상관적 사유는 하나의 우 주속에서 사실과 가치가 갈등하지 않는 안정과 지속성을 확보했다. 그러나 그 대신 새로운 경험을 무자비하게 삼키고 질서정연하게 분류해내는 완벽한 도식으로 인해 모험과 도전을 망각해야 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141) 특히 외부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직면한 동양에서는 원한으로 왜곡된 삼계를 개벽할 새로운 자생적 사상이 절실하게 요청되었다.

자생적 근대성의 성(聖)·속(俗) 지속 기제로서의 재활성화

근대성으로서의 리미널리티는 제국과 식민지에 따라 전통에 대한 태도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142) 전통에 대한 반작용으로 정체성을 규정한 서구 근대성의 경우 리미널리티는 전통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강조되었다면 식민지의 경험을 가진 비서구국가의 근대성은 서구에 대한 반작용으로 전통에 긍정적 입장이 강조되는 리미널리티양상이 많았다. 비서구 근대성에서 전통에 긍정적 입장이 강조되는 리미널리티 형태들이 재활성화 운동으로 언급되어 왔다. 재활성화 이론은 터너의 리미널리티 이론이 출현하기 전에 나온 이론이므로 리미널리티 이론에 비해 확대가능성은 제한되지만 리미널리티 이론 가운데 전통의 연속과 변화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한 설명을 제시한다.

왈라스에 의하면 사회의 신념체계가 바뀌는 것은 한 사회의 성원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 이미지(mental image)인 메이즈웨이(Mazeway, 인식지도, 원뜻은 미로)를 통해서이다.143) 왈라스에 따르면 한 사회의 구성원은 모두 사회유기체의 일부로서 자신의 신체와 신체가 행하는 행위의 규칙성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사회와 문화에 대해 정신적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데 바로 이 이미지가 ‘메이즈웨이’에 해당한다한다.144) 왈라스는 인간 사회를 거대한 유기체로 보았고 메이즈웨이는 각 사회 구성원이 이러한 사회적 유기체에 적응해 나가는 방식이다. 미로라는 개념은 사회적 환경 안에 살아가는 물리적 객체에 대한 인식 뿐 아니라, 주어진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개인이 조정하는 방식이나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이 미로를 조정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에 대한 인식을 포함한다.145)

사회의 정체성 위기가 오면 개인에게는 이 메이즈웨이에 위기가 찾아오게 되고 이는 물질적인 위기뿐만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이데올로기의 위기로까지 연결되므로 사회 구성원에게는 물질적 위기보다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에 사회는 다양한 종교적 재활성화운동으로 반응하게 되고 일부 종교운동은 정치운동으로까지 확대된다. 제국주의가 팽창하던 19-20세기 수많은 식민지 국가의 지도자들에게 가장 위협적이었던 것은 물질적 위기보다 정체성 위기였다. 수천 년간 이어오던 전통은 서구 문명에 의해 미신으로 터부시되고 존경받던 지도자들은 미신을 조장하는 사기꾼으로 전락하여 더 이상 전통사회의 신념체계는 사회질서를 유지할 수 없었고 개인의 사회적 지위 또한 돌이킬 수 없게 추락되었다.

일반 대중에게도 전통의 붕괴는 강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새로운 서양의 신념체계도 무너진 전통신념체계와 같이 오랜 전통에서 온,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신념체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신념체계만 부정되는 상황에서 일반대중과 지도자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는 전통의 전유, 곧 재활성화였다. 재활성화는 시간, 공간, 인간에게 다 적용되었다. 시간의 경우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천년왕국운동(Millenarianism)으로 나타나고 공간의 경우 새로운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이라는 지상천국운동이 되기도 한다. 인간적으로는 종교 학설이 혼합되는 혼종주의가 나타나기도 하고 정치적으로 무저항주의가 나타나기도 한다. 대부분의 19-20세기의 종교운동은 재활성화의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고 동학의 경우는 이 모든 유형이 종합되어 있다.

재활성화 이론은 1952년 인디언 부족의 하나인 세네카(Seneca) 부족 예언자 핸섬 레이크(Handsome Lake, 1735-1815) 가 벌였고, 19세기 초 이로쿼이족(Iroquois) 에서 나타난 롱 하우스 운동(Long House movement)에 대한 탐구를 기반으로 종교 단체의 탄생과 발전을 평가하려는 이론으로 출발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오랜 종법적 질서를 세계의 전체로만 알고 있던 조선에 일본과 서구의 자본주의적 물질문화가 정체성 위기를 일으켰던 것처럼 오랜 세월 문화적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온 인디언들에게 총칼로 자신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서양문화와 서양인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뉴욕이 위치한 미국 북동부의 대표적 인디언 부족인 이로쿼이족에게 그 충격은 더 크게 다가왔다. 이로쿼이족의 하나인 세네카 부족 지도자 계층의 한 사람이었던 핸섬 레이크 또한 미국의 식민정책으로 정체성 위기를 심각하게 겪었던 인물이었다. 핸섬 레이크가 살던 시기는 미국 금광이 발견되어 골드러시가 진행되는 때로 이 골드러시가 생기면서 과거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 국가 대 국가의 계약을 하던 인디언의 지위는 한일합방 때 국가자격을 상실했던 조선과 마찬가지로 보호국으로 전락된다.

병합을 하더하도 지배를 위해 기존 양반의 지위를 보전해 주던 일본과는 달리, 미국은 인디언 지도층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낙심한 다른 인디언 지도자들과 같이 핸섬 레이크 또한 술과 방종의 생활로 접어드는데 어느 날 개심의 전기가 마련된다. 수운에게 나타난 상제와 같이 핸섬 레이크 또한 신비체험을 하게 되는데 핸섬 레이크에게 나타난 신령스러운 존재는 핸섬 레이크에게 인디언의 재활성화된 미래를 계시해 주며 그 조건으로 절제된 규율에 의한 생활을 요청하게 된다.

신비체험에서 깬 핸섬 레이크는 방종생활을 청산하고 신비체험에서 겪었던 경험과 배웠던 가르침을 직접 실천하며 다른 사람들에 널리 전하여 많은 인디언들이 핸섬 레이크와 같이 방종생활을 청산하고 규율 운동에 동참하게 된다. 이들이 모인 곳이 핸섬레이크가 있던 롱하우스(Long House)였기에 이를 ‘롱하우스 운동’이라 부른다. 핸섬 레이크 이후에도 북미 인디언 사회에서는 춤을 추면 인디언의 유토피아가 빨리 도래한다는 계시에 따라 고스트춤(ghost dance)이 유행하기도 하고 ‘페요티’라는 약초를 먹는 ‘페요티 의례’가 나타나기도 한다.146)

핸섬레이크의 사례는 재활성화의 전형적인 단계를 보여준다, 왈라스는 핸섬레이크의 사례를 통해 수많은 재활성화의 사례에 공통되는 단계를 발견한다, 왈라스는 재활성화 운동을 "보다 만족스러운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사회 구성원의 신중하고 조직적이며 의식적인 노력"으로 정의한다. 재활성화 운동은 현재 시스템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낄 때 생겨난다. 사람들은 새로운 기능, 새로운 시스템을 혁신하고 이는 연쇄 반응 효과로 이어진다. 활성화는 사회를 유기체로 보는 것을 의미하는 이론으로 뒤르껭에 의해 처음 도입되었다.147) 변화의 압력을 받으면 사회는 "개별 구성원의 생명 유지 체계(Matrix)"의 불변성을 보존하기 위해 긴급 조치를 취한다.148)

리미널리티 이론과 재활성화이론이 둘 다 변화에 대한 이론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리미널리티가 변화 기제에 대한 이론이면 재활성화(Revitalization Movements) 이론은 지속 기제에 대한 이론이라 할 수 있다. 리미널리티 이론이 주로 위기에 대하여 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반면 재활성화이론은 위기에 대하여 전통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차이가 있다. 개인이 심한 스트레스에 직면하고 자신의 미로가 안도감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때, 그는 선택에 직면한다. 전통을 이어가느냐 변화하느냐의 택일이다 "미로와 '현실'의 일치를 위해 '실제'시스템을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 보다 효과적인 스트레스 감소를 허용하고자 메이즈웨이와 '실제'시스템의 변화를 함께 작동시키려는 시고 또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다. 또한 그러한 노력에 많은 사람들이 협력하는 것이 재활성화 운동이다." 149)

리미널리티 이론과 재활성화이론이 문화변화 이론으로서 주목받는 이유는 내부와 외부의 변화에 대해 여러 가지 변화에서 하나의 공통된 공식을 찾아냈다는 점이다. 신화의 경우, 엘리아데가 발견한 수많은 신화에서 조셉 캠벨(Joseph John Campbell, 1904-1987)은 영웅의 순환이라는 하나의 공식을 발견해 냈고 이 공식을 헐리우드 시나리오 작성에 응용하여 수많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만들어진 바 있다.150) 실제 서양의 근대성은 르네상스라는 그리스·로마 문화의 재활성화에서 시작되었고 이슬람과 인도도 재활성화를 통해 자생적 근대성을 구축하고 있다.

불가에서는 수도를 통한 수많은 변화과정을 십우도로 공통점을 제시한 바 있다. 대순사상도 십우도를 심우도로 개작하고 수도과정을 분발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캠벨의 영웅순환 17단계는 심우도 6폭의 그림과 같이 재활성화 단계를 따른다. 재활성화 과정은 "다소 중복되는 5 단계"를 따른다:

1. 정상 상태

2. 개인 스트레스 기간

3. 문화적 왜곡의 시대

4. 활성화 기간 (메이즈웨이 재구성, 의사 소통, 조직, 적응, 문화 변형 및 일상화의 기능이 발생함)

5. 새로운 안정 상태.151)

종교학에서 리미널리티는 통과의례에 속하고 재활성화는 재활성화 의례에 속한다. 이는 유교에서의 내성외왕과 유사하다. 리미널리티는 내부를 수양하는 내성, 재활성화는 외부와 소통하는 외왕과 가깝다. 동학도 내성은 반봉건, 외왕은 반외세로 대응했다.

상관적 사유에서 리미널리티를 거쳐 재활성화에 이르는 과정은 유교경전 『대학』에서 격물치지-정심수신-제가평천하의 단계와 유사하다. 상관적 사유가 격물치지의 방법으로 동학의 인식론을 도출한다면, 리미널리티는 정심수신과 같이 동학의 내부적 성장 방법을 보여주고, 재활성화이론은 제가치국과 같이 동학의 서학에 대한 외부적 대응을 나타낸다.

“동학”이라는 명칭은 기존의 유불선을 통합한다는 재활성화의 단초를 가지고 있고 “참동학”은 이를 완성한다는 의미가 있다. 대순진리회는 오늘날 동학과 관련된 수많은 단체 중에 동양전통의 종단 명칭과 교리체계를 가지고 대종단을 이룬 유일한 단체이다. 이를 리미널리티 관점으로 본다면 리미널리티 양상에서 이룩한 변화가 지속되는 유일한 커뮤니타스로 볼 수 있다. 동학사상을 계속 생성되는 리미널리티로 본다면 대순사상의 “회”는 커뮤니타스에 대응한다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회”라는 특성을 패트릭 로드(Patrick Laude, 1958- 현재)는 동양의 근대성으로 해석한 바 있다.152)

대순사상이 종단으로 발생하는 무극도에서부터는 리미널리티보다 재활성화가 적합하다. 이처럼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상관적 사유에 나타난 자생적 근대성은 종교인류학의 리미널리티와 재활성화 이론을 통해 한층 보편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산업화에 중점을 둔 근대화와 달리 근대성은 문화적 변화를 강조한다. 서구 산업화가 전파된 비서구사회에서는 근대성은 근대화보다는 문화의 변화와 지속이라는 측면이 두드러지며 이에 리미널리티와 재활성화가 비서구사회의 자생적 근대성을 설명하는 적합한 용어가 된다. 서양의 근대화 또한 산업화 이전에는 리미널리티와 재활성화로 설명될 수 있다. 서양에서도 근대성의 계기는 동서양의 충돌, 즉 몽고의 침입과 페스트의 유행이었다고 한다. 몽고의 침입과 페스트의 유행은 기독교로 대표되는 기존의 천관·지관·인간관의 위기와 반성을 초래했다. 마침내 서구는 기독교에 대한 대응이론으로 원자론이라는 새로운 천관·지관·인간관을 고안한다. 이들은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재활성화를 통하여 원자론을 고안했으며 변화를 지속한다. 나아가 서구는 동양의 공감 문화를 받아들여 계몽주의를 통해 근대성을 구축한다.

동서양의 리미널리티와 재활성화가 공통적으로 전개되지만, 주요 차이는 상관적 사유에 있다. 오늘날 상관적 사유와 같은 인식론 또한 인지종교학 영역에서 해석되어 탈근대성을 넘어 인간과 기계의 결합이 문제가 되는 포스트 휴머니즘(Pos-thumanism)으로 진화하고 있다.153) 그러나 서구의 근대성이 유입되던 당시 상관적 사유는 동양의 근대성을 정체시킨 요인으로 지목되어 자생적 근대성의 토대로서 주류사회에서 배척된다. 그러나 한국 신종교는 이를 자생적 근대성의 토대로 삼는다. 이 점은 오늘날 재평가되어야 한다. 한국 신종교를 관통하는 사상을 인간중심주의라 할 수 있다면154) 이는 신유물론을 넘어 인공지능 시대에 대항할 수 있는 포스트 휴머니즘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관적 사유이론은 서양과 늘 반대 성향을 보이는 동양 전통의 특징과 이유를 보여준다. 터너의 리미널리티 이론은 왜 위기의 시대에 종교적 리미널리티가 필요한지를 제시한다. 나아가 왈라스의 재활성화 이론은 전통의 재구성이 이루어지는 양상을 나타낸다.

상관적 사유 이론, 터너의 리미널리티 이론, 왈라스의 재활성화 이론의 공통점은 한 사회와 문화 전통의 연속과 변화를 논하는 대표적 이론이라는 점이다, 상관적 사유이론이 동서양 문화의 근원적 차이점을 알려주어 동양문화 전통의 연속과 변화를 설명해 주는 이론이라면, 리미널리티 이론과 재활성화 이론은 한 사회의 기존질서가 어떻게 변화되고 변화가 지속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객관성을 대표하는 과학마저도 패러다임(paradigm)에 불과할 수 있다는 쿤의 과학철학처럼 학문의 방법론은 한 사회를 유지, 변화시키는 사고의 프레임(Frame)으로 작동하며 이 프레임은 각 사회의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를 형성한다. 일찍이 만하임은한 사회의 질서 유지와 변화를 이데올로기(Ideology)와 유토피아(Utopia)로 요약한 바 있다.155) 이데올로기가 기존질서를 유지하려는 이념과 태도라면, 유토피아는 기존질서를 변혁하려는 이념과 태도이다. 리미널리티와 재활성화 이론은 종교에서 나타나는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의 종교 인류학적 발생과 변화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156) 사회 내부 구성원의 변화인 통과의례이론에서 출발한 리미널리티 이론이 사회질서의 내부적 변화와 성장에 초점이 있다면 문화 접변 이론에서 출발한 재활성화 이론은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을 강조한다. 두 이론 모두 종교의 이데올로기적 기능과 유토피아적 기능을 설명하는 대표적 이론이다.

동학은 그 명칭에서 서학이라는 외부 이데올로기에 대한 대응 양상이 나타난다. 이와 관련하여 동학은 첫째 동양의 인식론적 방법이라는 의미가 강조된 “동”이란 측면을 강조하였다. 여기서 “동”은 상관적 사유라는 방법론적 대응을 의미한다. 둘째, 내부적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는 “학”이라는 측면에서 통과의례이론인 리미널리티 이론을 포함한다. 셋째, “서학”이라는 외부이데올로기의 충격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재활성화의 특성도 포함한다. 이처럼 동학 관련 사상은 세 가지 이론을 입체적으로 적용하여 연구할 때, 종교학적으로 인류보편적인 가치가 도출될 수 있다.

상관적 사유 이론이 동학사상이나 대순사상에 적용된 경우가 거의 없는 반면 리미널리티 이론을 동학사상157)과 대순사상에158) 각각 적용한 연구가 있지만 동학사상과 대순사상과의 비교차원에서 연구되지는 않았다. 리미널리티 이론은 두 사상의 비교 연구에서 세부적인 연구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사상적 차이와 의의를 더 명확히 드러내는데 사용될 수 있다.159)

왈라스의 재활성화 이론도 기독교와 전통 종교의 만남과 관련된 세계의 다양한 사례에 적용되어 연구되어 왔고 동학사상 단독분야160) 및 동학사상과 천도교를 연결하는 연구161), 그리고 대순사상에서도 베르나데트 리걸 샐러드(Bernadette Rigal-Cellard)에 의해 연구된 바 있다.162)

그러나 베르나데트의 연구는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리미널리티는 비교하지 않았다. 따라서 두 사상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리미널리티의 차이와 상관적 사유는 부각되지 못했다. 이에 논자는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을 동양의 사유 방법론적 측면으로 비교하고, 리미널리티 및 왈라스의 재활성화 이론을 적용시킨다면 참동학이라고 하는 대순사상과 동학사상과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날 수 있다고 본다.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을 참동학이라는 측면에서 연속적으로 파악한 연구는 고남식의 연구가 있다.163) 이 글은 대순사상을 동학사상의 연속과 변화의 측면에서 검토한 선행 연구를 기반으로 기존의 동학사상에 대한 선행연구를 종합하고 동양사상의 학술적 방법을 적용한다. 단 이를 종교인류학적 측면에서 세부적으로 고찰함으로써 동학이 제시하는 이상세계의 실현으로까지 동학의 범위를 확대한 대순사상의 측면을 보다 세밀하게 조명한다. 특히 대순사상이 동학의 재활성화에 실패한 지점에서 어떻게 동학을 재활성화시켰는지를 전통의 연속과 변화의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 대한 다른 두 방면의 연구인 민중운동과 종교사상 그리고 이상세계의 실현이라는 실천적 동학 연구까지 종합하는 유기적 방법을 적용하여 두 사상의 인류 보편적 사상으로서의 가치를 제시하고자 한다.

리미널리티와 재활성화는 자기반성과 창조적 수용을 공통적 특징으로 한다. 통과의례로서의 리미널리티에는 이항대립을 통합할 수 있는 바닥의 체험과 반성을 통한 새로운 창조가 나타난다. 재활성화 이론 또한 자기문화를 낯설게 봄으로써 자기 문화에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재조명된다.164) 이는 대순사상에서 수도의 근본으로 강조되어 온 무자기(毋自欺)의 속성과 부합된다. 무자기는 반성을 통해 자기를 낯설게 봄으로써 바닥의 체험과 반성을 통한 새로운 창조, 자기 안에 있는 긍정적 측면을 재조명 해 주기 때문이다.165) 이러한 점에 주목, 본 논문에서는 리미널리티와 재활성화를 통해 상관적 사유의 천관·지관·인간관이 서양의 천관·지관·인간관을 수용하여 새롭게 재창조되는 것이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자생적 근대성이 된다는 점을 조명하고자 한다.166) 서양 근대성의 동양적 기원과 상관적 사유의 합리성에 대한 오해는 동학 관련 사상에 나타난 자생적 리미널리티와 재활성화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상관적 사유의 리미널리티 양상이 분석적 사유의 리미널리티와 다른 점은 분석적 사유의 리미널리티가 변증법처럼 상호 대립적인 두 요소를 조화시킨다면 상관적 사유의 리미널리티는 상보적인 두 요소의 경계를 조화시킨다는 점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동학 관련 사상이 내포하고 대순사상에서 주목하는 서구 근대성의 동양적 기원을 염두에 두고, 두 사상이 상관적 사유의 리미널리티로서 자생적 근대성이라는 재활성화를 이루고자 한 도정을 추적하고자 한다.

동학사상의 자생적 근대성과 작란의 리미널리티

시천주(侍天主) 천관(天觀)의 자생적 근대성

서양의 형상적(形相的) 천관

서양의 근대성으로 대표되는 지동설과 캘빈의 구원예정설은 모두 천관·지관·인간관에 대한 관점의 변화였다. 천관·지관·인간관은 인간의 실존과 생존에 직결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므로 시대의 획이 그어지는 근대와 같은 변화는 천관·지관·인간관의 변화가 척도가 된다.1)

천관·지관·인간관은 천지인 삼재로 대표되는 동양사상 우주관에서 우주를 구분하는 주요 용어였지만2), 북방 샤머니즘과 관련된 종교의 공통기원을 가진 서양사상에서도 천관·지관·인간관은 삼기능체계로 나타난 바 있다.3) 천관·지관·인간관은 신화 시대부터 서양에서 우주를 구분하는 토대 개념이었다.4) 이에 천관·지관·인간관은 동·서양 사상을 비교할 수 있는 개념이 될 수 있다.

서양사상에서 천지인 삼재가 토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서양철학의 뿌리가 된 플라톤 철학의 우주관 또한 천지인과 같은 우주, 신, 인간이라는 세 차원으로 구성되는데서도 나타난다.5)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플라톤은 눈에 보이는 우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데아 세계의 반영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때 눈에 보이지 않는 이데아의 세계는 동양의 천, 눈에 보이는 세계는 동양의 지에 해당하고 눈으로 관찰하는 존재가 인에 해당된다.

서양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각주라는 화이트헤드의 말이6) 오랫동안 회자되는 것처럼 서양사상에 플라톤 철학의 영향이 컸다. 플라톤의 사상은 그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보다 현실설명에 적합하게 변형되어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데아를 형상으로 땅을 질료로 설명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형상적 하늘, 질료적 땅의 형태로 나타난 우주는 하늘의 형상이 땅을 질료로 변형시킨 세계로 나타났다. 인간은 하늘의 형상을 땅에 나타나게 도와주는 존재로 간주된다.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되는 서양의 천관·지관·인간관은 변화를 설명할 때 실체를 가정하므로 존재론적이라 할 수 있다. 존재론과 생성론은 오늘날 동양과 서양을 구분하는 주요 사유체계가 된다.7) 전체에서 부분으로, 위에서 아래로 사유하는 동양사상의 체계에서는 변화를 설명할 때 실체가 없이 변화가 설명되는 생성론적 사유체계가 형성되고 부분에서 전제로 확대되는 서양의 사상체계에서는 부분부터 실체로 변화를 설명하는 존재론적 사유체계가 된다.

들뢰즈의 내재성이론을 동양사상에 적용한 프랑수아 줄리앙 또한 변화를 실체로 설명하는 서양은 존재론, 속성으로 설명하는 동양은 생성론으로 간주한다. 대표적으로 의학의 경우 동양의학은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에 해부도가 빈약하고 서양은 죽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에 해부도가 상세하다. 실체론으로 대표되는 서양의 존재론 입장에서 본다면 오늘날 서양을 대표하는 원자론이나 중세 서양을 대표하던 유일신이나 고대 서양을 대표하는 플라톤의 이데아나 같이 다 실체로서의 형상적(形相, form, eidos) 천관(天觀)이라 할 수 있다. 존재론적 천관·지관·인간관에서는 변화의 실체를 과거에는 신으로 상정했으나 신을 부정하는 근대에 이르러서는 신 없이 물질로만 변화를 설명하게 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체론은 변화의 과정이 논리적 설명이 되려면 반드시 실체로 설명되야 한다는 존재론적 이론이다. 예를 들어 물이 불로 변하려면 아리스토텔레스 이론은 물이 불로 변하게 하는 속성을 가진 실체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논리적 학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음양오행의 프랙탈적(fractal)8) 감응원리는 아무런 실체 없이 변할 수 있다.

이 변화의 실체적 원인이 4원인이고 변화를 일으키는 질료가 4원소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가 지수화풍이라는 4가지 원소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같은 원리로 우주는 형상인, 목적인, 운동인, 질료인과 같은 4원인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9) 4원인에서 사물을 구성하는 질료인과 형상인은 사물에 내재하지만, 사물을 움직이게 하고 목적을 실현하게 하는 작용인과 목적인은 사물 밖에 존재한다. 동양의 음양오행과 서양의 4원인설과 4원소설의 차이는 변화를 실체로 설명하는데 있었다.10)

형상과 질료가 결합하는 목적과 작용이 실체가 형성되는 4원인이라면 질료가 구분된 것이 지수화풍의 4대이다. 4원소설을 순환으로 해석할 때 4원소는 순환의 4국면인 수렴(수) - 압축 및 폭발(지) - 확장(화) - 팽창(풍)의 4국면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엠페토클레스 이전의 지수화풍 이론을 보다 실체화했다. 뒤메질은 상승과 하강으로 이루어진 인도-유럽어족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에서 실체론적 우주관이 화와 풍의 상승, 지와 수의 하강이라는 4원소설로 만들어졌다고 한다.11)

4원인설은 마테오 리치가 살던 17세기까지도 우주를 설명하는 서양의 가장 합리적인 이론으로 간주되어왔다. 따라서 서양의 형상적 천관에서는 지수화풍과는 분리된 제5원소로서 플라톤의 이데아나 기독교의 유일신이 천관의 중심이 된다. 동양과 달리 경계가 명확한 서양의 천관·지관·인긴관은 내재적인 리미널리티보다는 제5원소라는 실체를 통한 리미널리티 양상이 성립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인설은 마테오 리치가 음양오행의 우주론보다 지수화풍의 우주론이 더 과학적이라는 『천주실의』의 논거로 사용되었다. 마테오 리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인설’로 천주의 존재를 증명한다. 『천주실의』는 리치가 저술한 서학에 대한 요약으로 동양에는 처음 저술되어 이후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12) 두 사상은 유사해 보이나 음양오행이 변화를 속성으로 설명한다면 지수화풍은 실체로 설명한다는 차이가 있었고 이 차이가 동서양의 근대성에 큰 차이를 나타나게 한다. 서양에서는 중세 건축과 미술에서 보듯이 신의 속성 또한 지수화풍의 4가지 속성으로 나타난다.

4원소설과 4원인설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할 수 있다. 지수화풍의 세계관을 가진 인도에서도 4원인설과 같은 논리학이 발달했는데 4원소의 변화를 설명하는 과정이 곧 4원인설로 연결된다 할 수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동양인은 신명을 인정하지 않는 서양의 전통적인 천관·지관·인간관을 과학적 세계관으로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동양의 천관·지관·인간관을 기준해 보면 신명을 인정하지 않는 서양의 천관·지관·인간관도 특정한 가정 하에 성립된 천관·지관·인간관이 된다. 서양의 천관·지관·인간관은 변화를 실체로 설명하는 존재론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는 존재론적 천관·지관·인간관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서양의 존재론적 천관·지관·인간관은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하는 지수화풍의 세계관으로 대표된다. 아래에서 위로 사물을 관찰하는 서양의 경우 본질과 현상으로 실체는 구분되며 따라서 현상은 본질인 형상이 현상인 질료를 실체로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생성은 실체를 전제하지 않으므로 동양은 현상과 본질을 구분하지 않고 음양오행과 같이 현상과 본질은 하나로 통일되며 일원론으로 변화를 설명한다.

동양의 동화적 (同化的) 천관

전통적으로 동양의 “천”개념은 “천지”로 구분되어 천지와 대응되는 “천” 개념과 “천지”로 구분 되기 전 , 천지를 낳은 무극, 태극의 천, 곧 하늘 위의 하늘, 천외천(天外天)이라는 2가지 천(天)개념이 있었다.13) 이는 마치 서양에서도 아담과 이브로 나누어지기 전 아담이 이브로 나누어지고, 나누어지고 나서도 같은 아담이라고 불리는 것과 유사하다. 이에 천지인 개념 또한 천을 천지 밖의 천외천으로 상정하면 지(地)는 천외천이 만든 천지가 되고 천지로 구분된 천을 천으로 하면 지(地)는 또한 천지로 구분된 지(地) 개념이 된다. 천 개념의 이러한 중의적인 사용은 동양 천관, 지관의 논의가 어렵고 혼동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글은 천외천으로서의 천과 천지로 구분된 천의 구분을 천 개념 설명 전에 명시하고자 한다.

이는 신(神) 개념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천(天) 개념이 천지를 만든 천외천의 개념으로 사용될 때의 신은 “상제”를 의미하고 천외천에 의해 이루어진 천지에서 천지를 운행하는 주체로서의 신은 천지신명 혹은 신명이 된다. 그러나 인간과 구분될 때 상제와 신명을 모두 합하여 신이라고 통칭해 왔으므로 신 개념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동학사상에서 상제 혹은 천주는 천외천의 신을 의미하므로 신명으로서의 신이 많이 나타나는 기존 동양사상의 신 개념과는 구분된다. 서양과 비교한다면 서양은 통일적으로 신은 천외천의 상제만을 주로 강조했고 동양의 천은 하은주 삼대 시절에 천외천의 의미가 강조되다가 성리학에서는 거의 천지 중 하나인 천의 개념 곧 이법천(理法天)으로 사용되었다.

이법천(理法天)은 하늘의 인격적 측면보다 이치적 측면을 강조한 용어이다. 이는 하늘 위의 하늘이 천지를 이치대로 만들었기에 하늘 아래 하늘은 법칙대로 움직인다는 동양사상이 반영되어 있다. 하늘 아래 하늘이 이치대로 만들어져 인격적 속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나 하늘 위의 하늘이 있기에 이법천 또한 가변적이지만 동양사상에서는 이법천으로 하늘의 속성을 고정시켰다.

신 개념뿐 아니라 지(地) 개념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천을 천외천으로 사용할 때 지 개념은 기존의 천외천에 의해 이루어진 “천지”의 개념이 되므로 이 때 지는 천외천에 의한 ‘조화’ 혹은 ‘무위이화’의 작용 대상 및 결과로 나타나 동학사상에서는 ‘조화’와 ‘무위이화’, ‘기화’라는 용어가 천외천에 대응되는 ‘지(地)’를 의미하는 용어가 된다.

천(天), 지(地), 신(神) 개념이 중의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동서양이 유사하다. 그러나 동양에서 서양보다 더 중의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실체론적인 서양과 달리 감응으로 변화하는 동양에서는 천,지,신을 상관적 사유의 변화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속성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동양에서는 천, 지, 신이 경우에 따라 구체적으로 의미하는 범위는 다르나 속성은 동일하다.

상관적 사유는 서양사상에서 심미적 질서에 해당되므로 동양의 천, 지, 인은 미학적 용어로 더 명확히 정의될 수 있다.14) 이에 천원지방(天圓地方), 천도지덕(天道地德)으로 대표되는 음양으로 구분된 동양의 천관(天觀)은 동화적(同化的, assimilation) 천관으로, 지관(地觀)은 응축적(凝縮的, condensation) 지관(地觀)으로, 인간관(人觀)은 접화적(接化的, grafting) 인간관으로 구분할 수 있다.15)

동화(同化)는 지방(地方)에 대한 천원(天圓), 지덕(地德)에 대한 천도(天道)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속성을 표현하는 용어로 ‘탄소동화작용’의 ‘동화’와 같이 이질적인 성질이나 양식을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동화는 서로 이질적인 것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주종관계를 형성시키므로16) 통합의 원과 질서의 도의 성격을 나타낸다. 동양의 정신문화인 유불선 또한 동화의 성격이 나타나 도교는 자연에 동화되고 유교는 내면에 동화되고 불교는 법에 동화된다.17) 동양은 분석하고 지배하는 서양과 달리 자연과 인간이 하나라는 유기체적 자연관이 있었으므로 동화를 추구하였다.

응축은 천원(天圓)에 대한 지방(地方), 천도(天道)에 대한 지덕(地德)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속성을 표현하는 용어로 ‘수증기 응축’의 ‘응축’과 같이 서로 다른 요소들이 한데 얽혀 굳어지는 현상을 표현한다. 응축은 동화처럼 성분 자체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존재를 압축하여 하나의 작은 통일체를 이루게 하므로 방과 같이 사각의 모가 나있되 정확함의 덕을 특징으로 한다. 응축과 동화 모두 통일을 지향하지만 힘의 방향은 반대이다. 동화가 자기를 중심으로 외부를 향해 끊임없이 확장해 가는 힘이라면 응축은 내부를 향하여 수축하는 힘이다.18) 동화를 중화(中和)라 한다면 응축은 회귀(回歸)와 같다. 동양의 물질문화인 미술, 음악, 무술은 여백의 미와 같이 최소한의 작업으로 최대의 효과를 모색하였다.

접화(接化)는 지방(地方)에 대한 천원(天圓), 천도(天道)에 대한 지덕(地德)등 서로 대립적인 존재가 만나서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을 표현하는 용어로 ‘접화군생’의 접화처럼 두 존재가 동등하게 만나 이질성을 보존하는 통합을 표현한다. 동화가 중심을 지향하고 응축이 완벽주의를 지향한다면 접화는 상극(相克)의 어울림으로 혼합주의를 표방한다. 이는 원방각에 나타나는 천원(天圓)과 지방(地方)의 융합, 도덕군자에 나타는 천도(天道)와 지덕(地德)의 융합인 인간의 속성에 적합하다.

이때 동양의 천, 지, 인은 계통발생이 개체발생을 반복한다는 이영란의 리미널리티 정의와 같은 관계를 이룬다. 건건곤순(乾健坤順)19)은 하늘이 정하면 땅이 이를 실행한다는 뜻으로 건을 천(1), 곤을 지(2)라 하면 이 때 땅의 순(順)은 천의 건(健)을 포함하는 1+2의 뜻을 가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천과 지를 접화한 인은 천(1), 지(2), 인(3)에서 3,1+2+3, (1+2+3)‘를 이루는 관계이다. 즉 응축은 동화를 포함하고 접화는 동화, 응축 및 제3의 존재까지를 포함한다.

한편 생성론적 동양사유에 비해 존재론적 서양사유는 동화에 반대되는 이화(異化, differenciation), 혹은 분화(分化, segmentation)에 해당되고 이는 존재론적 질서에 해당하므로 서양 존재론의 초석이 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존재론을 따라 서양의 천관은 형상적 천관으로, 지관은 질료적(質料, matter, hyle) 지관으로, 인간관은 성장론적(成長論的, growth theory) 인간관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무극과 태극에서 스스로 분화되는 동양의 생성론적 천관·지관·인간관에서 동양의 천관은 만물을 일체로 통합하는 동화적 천관이 된다, 도교의 천관이 천의 작품인 자연계에 대한 동화적 천관이라면 유교의 천관은 천의 명품(名品)인 인간에 대한 내면의 마음에 대한 동화적 천관이라 할 수 있다. 동양에서는 존재론에 가장 가까운 불교의 천관 또한 천이라는 존재에 대한 존재론의 동화적 천관이라 할 수 있다.20)

동양의 천관·지관·인간관은 실체로 변화를 설명하는 서양의 삼재와 달리 속성으로 변화를 설명하기에 동양의 천관에는 만물과 같이 음양오행의 법칙이 적용된다. 속성으로 작용하는 음양오행은 물질뿐 아니라 신명에도 적용되어 동양의 천에는 음양오행이 적용된 수많은 신명으로 구성된다.

동양의 신은 서양의 절대신과 같은 단일한 개념이 아니라 최고신인 상제와 천지신명, 그리고 조상신으로 구분되는 복합적 개념이었다. 서양의 몇 안 되는 천사와 달리 티끌 하나에도 수많은 부처가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동양의 신명은 우주만물에 꽉 차 컴퓨터처럼 우주를 운행하고 음양의 법칙에 따라 자기 고유영역을 가진 존재였다.21) 동양의 신명은 음양의 법칙에 따라 구분된 각자의 영역을 지키고 있어 동양의 상제는 상제라 하더라도 신명의 일에 간섭할 수 없어 동양에서는 최고신의 존재가 거의 법칙으로 비인격화 되어 잊혀질 지경에 이르렀다.22) 동양의 신인관계에서 신명은 다른 모든 존재와 같이 상제에 의해 인간과 음양으로 만들어진 존재였고 인간이 죽어서 되는 조상신은 신명과 달리 천지운행에는 관여하지 않고 인간 후손이 수도하여 신명과 음양으로 결합되는 것을 관장하는 존재였다.

서양의 전통적인 존재론적 삼재의 구성원리가 지수화풍의 원리라면 동양의 전통적인 생성론적 삼재의 구성 원리는 음양오행이다. 그리스·로마 신화, 인도신화에 나타나는 3기능 체계로부터 시작한 서양의 천관·지관·인간관이 지수화풍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러 질료-형상의 존재론적 천관·지관·인간관으로 일찍이 정립되었다면 동양의 생성론적 천관·지관·인간관은 유불선과 음양오행이 서로 교류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다.

동양의 전통적인 천관·지관·인간관은 크게 주역의 삼재관과 불교의 삼계관으로 대별된다. 천지인의 원리로 구성되는 주역의 삼재관이 동양의 전통적인 생성론적 삼재관이라면 불교의 삼계관은 존재론적 삼재관에 가깝다. 동양의 전통적인 천관·지관·인간관은 먼저 도교적인 주역의 삼재관이 형성된 후 불교의 존재론적 삼계관이 도입되면서 성리학적인 유교적인 삼재관으로 서로 종합되게 된다, 실제 유교는 불교가 도입되기 전 존재론적인 우주론이 거의 없었고 먼저 음양오행의 생성론적 우주론이 도입되었다. 생성론적인 동양의 사유체계에서 천관·지관·인간관은 불교의 존재론적인 사유체계가 도입되고 나서야 삼재관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환경과 문화환경의 차이로 서양에 비해 생성론적인 천관·지관·인간관을 발전시킨 동양의 삼재관은 천지인과 음양오행으로 대표되는 상관적 사유의 천관·지관·인간관이었다. 역사적으로 개별적으로 발생했다고 하는 음양, 오행, 삼재 이론은 상관적 사유를 공유하고 있어 동중서의 천인감응론의 유학부터 통합되기 시작하지만 본격적으로 통합되는 것은 성리학의 근간이 되는 주돈이(周敦頤, 1017-1073)의 『태극도설(太極圖說)』부터 통합된다. 주역에서 말하는 음양은 유럽의 3기능 체계와 유사한 아시아 샤머니즘의 천지인 삼재, 그리고 오행의 순으로 발전한다. 상관적 사유의 발전 과정을 요약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음양, 삼재, 오행, 팔괘는 기원은 달랐지만 각각 같은 삼재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였으므로 관점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서로 통합될 수 있다. 이들 각각은 관점에 따라 삼재를 바라보는 최소체계였다. 음양, 삼재, 오행, 팔괘는 소강절의 가일배법(加一倍法)에 따라 동일한 삼재를 세부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통합적 원리가 된다.

먼저 음양은 전 세계에 공통된 이항대립의 요소로 직관적으로 사물을 구분하는 첫단계이자 원리적인 속성이 된다. 속성을 강조하는 생성론적 삼재관에서 음양은 근원적인 원리가 된다. 형체23)가 없는 세계에서 음양이 이항대립적 속성을 나타낸다면 이 속성이 현실에서 실체를 가지기 위해서는 입체를 이루어야 하므로 삼차원입체를 이루기 위한 최소 체계인 삼재(三才)로 발전하게 된다. 이때 삼재는 천지인 삼재로 대표되는 바 삼재는 음양에서 형체로 발전된 것이므로 천지인에서 천은 양, 지는 음, 인은 천지를 중재하는 중(中)의 역할을 가지게 된다.

삼재로 입체를 이루었다면 물질에서 입자가 파동의 성격을 동시에 가져야 존재할 수 있듯이 입자는 파동으로 순환할 수 있는 사상(四象)체계를 이루어야 한다. 원형이정(元亨利貞), 생장염장(生長斂藏), 춘하추동과 같은 사상체계는 지수화풍이 이루는 사상체계와 유사한 체계를 이룬다. 다만 여기서 지수화풍의 사상체계와 음양오행의 사상체계가 다른 것은 지수화풍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실체적 사유체계이므로 사물에 공통되는 속성인 음양오행으로 발전하는 속성적 사유체계가 아니다.

사상체계는 다시 지속적인 순환을 이루기 위해서 상극(相克)과 상생(相生)을 이루어야 하므로 상극과 상생의 최소 체계인 오행(五行)으로 발전하고 그 중심역할로 중심인 토(土)를 필요로 하게 된다.24) 그러나 오행까지도 아직 사물을 구성하는 음양을 가지지 못한 생수(生數)의 존재이므로 이 생수가 현실에서 변화를 가지는 음양을 갖추려면 오행은 짝수로서 상극상생의 최소체계를 이룰 수 있는 8괘로 변화해야 한다.25) 8괘는 다시 중심을 필요로 하므로 구궁팔괘가 되고 이 구궁팔괘(九宮八卦)가 우주를 설명하는 상관적 사유의 기본체계가 되어 하도낙서(河圖洛書)로 발전한다.

하도낙서의 구궁(九宮)이 실제 천지의 운행을 하는 실체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시간의 요소가 추가되어 10간(干) 12지(支)로 나타난다. 10간 12지에는 진술축미(辰戌丑未)처럼 토(土)의 요소가 시간에 배치되어 시간의 변화를 중재한다.26) 천지에 각각 배치된 10간 12지는 천지화육(天地化育)을 위해 천기하강 지기상승, 곧 천지승강(天地昇降)을 통해 천지지용(天地之用)27)인 12운성(運星)의 작용, 곧 포태(胞胎), 양생(養生), 욕대(浴帶), 관왕(冠旺), 쇠병(衰病), 사장(死藏)의 작용을 한다. 10간 12지가 물리학의 원자와 같다면 천지지용인 12운성은 원자가 결합되어 전혀 다른 성질이 나타나는 분자와 같다고 비유할 수 있다.

12운성은 천지승강의 천지화육을 생명의 일생으로 표현한 것이다.28) 남녀의 만남처럼 음양으로서의 천지는 천강지승(天降地昇)하여 땅에 생명의 씨앗이 뿌려지는 포태로부터 시작하여, 땅이 생명의 씨앗을 양생하고, 씨앗이 땅 밖으로 혹은 몸 밖으로 나가 하늘의 우로(雨露)로 목욕하며 띠를 두른 또 하나의 개체로써 욕대를 이루고, 다시 일을 맡아 왕성하게 활동하는 관왕에 이른 후 쇠하고 병들고 묻힌다는 12단계를 뜻한다.29) 이는 캠벨 원질신화의 12단계나 7명의 캐릭터30), 심우도와 같은 과정을 보여준다. 이를 김지하는 율려로 표현했다.31) 천지지용은 천지의 운행이 자연에 의한 기계적인 것이 아니고 천지의 지극한 성경신에 의한 것임을 보여준다. 동양사상 입장에서 서구의 원자론적 근대성이 가장 간과한 것이 기계론적 자연관에서 신명의 성경신을 누락한 것이다. 이를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서 “무도병(無道病)”이라고 지칭한다.32)

천지지용은 일용사물 뿐 아니라 사상체계에도 영향을 주어 유불선은 천지지용을 반영한 것으로 나타난다. 천지의 포태는 허무의 선도로, 천지의 양생은 적멸의 불도로, 천지의 욕대는 유도의 이조(以詔)로 표출된다.33) 서양의 천관이 지수화풍의 실체적 속성으로 하늘의 특징을 설명한다면 동양은 음양오행의 4가지 속성으로 하늘의 속성이 표현된다. 서양의 천관이 실체적이어서 근대 이후 원자론과 같이 개별적으로 수없이 분화 된다면 동양의 천관은 원자, 분자, 개체, 사회 등 각 단위 내부에서 음양, 삼재, 오행, 팔괘, 십간, 12지 등 통일적 구조를 보여준다.

근대 동서양 천관의 충돌과 상극화(相克化)

천관의 충돌

지수화풍의 속성으로 표현되는 서양의 천관과 음양오행으로 표현되는 동양의 천관은 유사한 면이 있었다. 실제 동양선교에 나섰던 리치는 성리학 이전의 유교 경전인 『서경』에 나타난 동양의 천관이 서양 천관과 유사하며 오히려 더 나은 점이 있음에 감탄하며 동방선교에 희망을 가진다.

나는 유럽에 알려진 모든 이방인들의 국가 가운데에서 고대 중국인들의 사상처럼 오류가 적은 곳은 일찌기 본 적이 없었다. 사실 나는 그들의 책 안에서 그들이 하늘의 왕(天帝) 또는 하늘과 땅(天地)이라고 부르는 최고의 존재를 항상 흠숭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쩌면 그들의 생각에는 하늘과 땅이 생명력 있는 것으로서 단 하나의 육체(體)를 구성하고 그 육체의 최고 존재는 영혼과도 같은 것이었으리라.34)

마테오 리치는 지수화풍의 천관·지관·인간관으로 동방선교를 추구한다. 마테오 리치가 발견한 『서경』의 천관은 창조주 하늘, 하늘의 섭리, 하늘의 심판, 주재자 하늘의 속성이 서학과 거의 유사하게 나타났다.35)

하늘과 땅은 만물의 부모이며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다.36) -창조주 하늘

황천이 돌보시고 명하시와 온 세상을 다스리는 천하의 군주가 되셨습니다37)-하늘의 섭리

하늘이 벌하심은 죄가 있기 때문이다38)- 하늘의 심판

천도는 선한 자에게 복을 내리고 악한 자에게는 화를 내리는 법이니39)-주재자 하늘의 속성

마테오 리치는 서양의 천관과 유사하다고 발견한 『서경』의 천사상이 주나라, 공자, 성리학으로 이어지며 인격신으로서의 속성은 퇴색하고 이법신으로 변화한 것을 타락으로 생각하고 아쉬워한다. 그러나 속이 성을 통섭하는 다중적 근대성의 속성으로 이해하는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신성은 더 강화되었다고 본다.40)

실제 동아시아에서 가장 성리학화된 사회였던 조선의 지식인은 『천주실의』를 접하고 유교의 원뜻을 밝힐 수 있는 사상으로 환영하기도 한다. 광암 이벽, 정약용 등 당대의 지식인은 목숨을 걸고 서학을 수용하기도 한다. 반면 『서학변(西學辨)』을 쓴 신후담(愼後聃, 1702-1761)으로 대표되는 많은 지식인들은 서학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하였다.41)

脚注

  1. 1)이정우, 『세계철학사 3: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 』, 서울: 길, 2021, pp.164-165.
  2. 2)이도흠, 「탈현대 사상으로서 동양 철학의 가능성과 한계」 『동학학보』 10, 2005, p.9.
  3. 3)찰스 해리슨, 『모더니즘』, 파주: 열화당, 2003, p.6
  4. 4)근대성에 대한 베버의 논지는 유명한 『종교사회학논총』의 「저자서문」에 집약되어 나타난다고 한다. 김상준, 『맹자의 땀 성왕의 피: 중층근대와 동아시아 유교문명』, 서울: 아카넷, 2011.p.52에서 재인용; 막스 베버 지음, 김덕영 옮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서울: 길, 2010. pp.11- 38.
  5. 5)벵쌍 데꽁브 지음, 박성창 옮김, 『동일자와 타자: 현대 프랑스철학(1933-1978) 』, 서울: 인간사랑, 1991.
  6. 6)이정우, 『세계철학사 3: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 』, 서울: 길, 2021, pp,164-165.
  7. 7)이정우, 『세계철학사 3: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 』, 서울: 길, 2021; 이정우, 『세계철학사 4: 탈근대 사유의 지평들』, 서울: 길, 2024.
  8. 8)앨런 소칼, 장 브리크몽 지음 ; 이희재 옮김, 『지적 사기: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은 과학을 어떻게 남용했는가』, 서울: 한국경제신문 한경BP, 2014.
  9. 9)정일권, 『르네 지라르와 현대 사상가들의 대화: 미메시스 이론, 후기구조주의 그리고 해체주의 철학』, 서울: 동연, 2017.
  10. 10)후기구조주의는 구조의 변화 가능성을 보다 유연하게 간주하는 2세대 구조주의이다. 큰 범주에서 대표적 이론가로 라깡, 푸코, 데리다 등을 들수 있다.
  11. 11)이도흠, 「탈현대 사상으로서 동양 철학의 가능성과 한계」 『동학학보』 10, 2005, p.11.
  12. 12)Eisenstadt, Shmuel N. and Schluchter, Wolfgang, “Introduction: Paths to Early Modernities: A Comparative View”, Daedalus 127(3), 1998. pp.1-18 등 Eisenstadt(2002), Eisenstadt, Riedel, Sachsenmaier(2002), Wittrock(1998), Anarson(2001), Kaya(2004), Hung (2004). 쉬무엘 N. 아이젠스타트 지음 ; 임현진 [외]옮김, 『다중적 근대성의 탐구: 비교문명적 관점 』, 파주: 나남, 2009; 김상준, 『맹자의 땀 성왕의 피: 중층근대와 동아시아 유교문명』, 서울: 아카넷, 2011, pp.35-36에서 재인용; S. N. Eisenstadt, Multiple modernities. New Brunswick, N.J.: Transaction Publishers, 2002; Johann P. Arnason, Sternberg, Yitzhak and Ben-Rafael, Eliezer, “Identity, Culture and Globalization.” The Multiplication of Modernity. Brill. 2001; B. Wittrock, “Early modernities: Varieties and transitions.” Daedalus 127(3), 1998; I. Kaya, “Modernity, openness, interpretation: a perspective on multiple modernities”, Social science information 43(1), 2004; Hung, “Early modernities and contentious politics in mid-Qing China, c. 1740–1839.” International Sociology 19(4), 2004.
  13. 13)Appadurai(1996), Gilroy(1993), Ong(1999), Gaonkar ed.(2001). 김상준, 『맹자의 땀 성왕의 피: 중층근대와 동아시아 유교문명』, 서울: 아카넷, 2011, pp.35-36에서 재인용; A. Appadurai, Modernity at large: Cultural dimensions of globalization. Minn.: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96; P. Gilroy, The black Atlantic: Modernity and double consciousness. Harvard University Press, 1993; A. Ong, Flexible citizenship: The cultural logics of transnationality. Duke University Press, 1999.
  14. 14)김상준, 『맹자의 땀 성왕의 피: 중층근대와 동아시아 유교문명』, 서울: 아카넷, 2011, p.41.
  15. 15)기축시대는 공교롭게 거의 동시대에 성인들이 출현하여 세계가 종교를 중심으로 하는 문명에 진입한 기원전 800-200년 사이를 지칭하는 말로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가 처음 사용하였다.
  16. 16)성과 속의 재배치를 통한 신성의 강화를 통한 역사의 발전은 중국사상사에 숨겨진 발전공식이라고 한다.(왕후이 지음, 박자영, 최정섭, 진성수 외 3인 옮김, 『근대중국사상의 흥기』, 파주: 돌베개, 2024)
  17. 17)김상준, 『맹자의 땀 성왕의 피: 중층근대와 동아시아 유교문명』, 서울: 아카넷, 2011, pp 33-79; 172-182.
  18. 18)『전경』「교운」 1-9.
  19. 19)울리히 벡 지음, 홍성태 옮김, 『위험사회: 새로운 근대(성)를 향하여』, 서울: 새물결, 1997.
  20. 20)지그문트 바우만, 『액체근대』, 서울: 강, 2009.
  21. 21)김덕영, 『환원근대: 한국 근대화와 근대성의 사회학적 보편사를 위하여』, 서울: 길, 2014, p.41.
  22. 22)박용숙, 『천부경 81자 바라밀』, 파주: 소동, 2018.
  23. 23)버먼(Herold J. Berman)의 선구적 방식을 살펴보는 것이 유용하다. 그는 1983년에 서구의 법률적 전통의 형성에 대한 연구서를 낸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과거를 다시 서술할 때는 “마르크스와 베버를 넘어서야 하고” 또한 다양한 서구의 민족주의의 오류, 종교적 선입견 그리고 19세기의 역사적 유물론 및 이상형 분석 등을 극복해야한 한다. 예를 들어 지역 명칭의 경우도 그렇다. 동아시아, 동남아시아의 구분이 역사적 실제와 내적 논리 구조에 의한 것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전략적 지역구도에 의한 자의적 구분으로서 이는 잘못하면 지적인 탐구를 마비시킬 수 있는 잘못된 관행이 될 수 있다. 알렉산더 우드 사이드 지음, 민병희 옮김, 『잃어버린 근대성들』, 너머북스, 2012년, p.18.; 김덕삼, 이경자, 최원혁, 「근현대 패러다임의 전환과 내재성에 대한 고찰-전통과 근대에 대한 한국적 재고(再考)를 중심으로」 『인문과학연구』 23, 2014, pp.115-142.
  24. 24)왕후이 지음, 백원담 옮김, 『근대중국사상의 흥기』, 파주: 돌베개, 2024.; 이종민, 『중국 사상과 대안 근대성: 왕후이의 『근대 중국 사상의 흥기』 읽기와 쓰기』, 서울: 현암사, 2017.
  25. 25)근대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20세기 모더니즘 또한 일상적으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미술 분야에서도 16세기부터 본격화한 극동아시아 문화의 유럽전파에 의한 문화적 변종으로 해석된다. (유현준, 『모더니즘: 동서양 문화의 하이브리드』, 서울: 미세움, 2008, pp.73-92). 서구 근대성의 동양적 기원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중층 근대성에 대해서마저도 서양의 근대성 자체가 이미 극동아시아 문화의 유럽전파에 의한 문화적 변종이므로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충분한 근대성 개념이 아니라고 한다.
  26. 26)윤승용, 「신종교의 반구조(communitas)적 성격에 관한 소고: 조선 말기 종교현상을 중심으로」, 서울대 석사학위논문, 1982.
  27. 27)이선민, 『한국의 자주적 근대화에 관한 성찰』, 파주: 나남, 2021; 조혜인, 『동에서 서로 퍼진 근대 공민사회』, 파주: 집문당, 2013.; 황태연, 『유교적 근대의 일반이론』, 서울: 한국문화사, 2023.
  28. 28)이선민, 『한국의 자주적 근대화에 관한 성찰』, 파주: 나남, 2021.
  29. 29)동학이란 용어를 쓴 것은 동학의 독특한 문제의식을 표현한다 할 수 있다. 운즉일(運則一), 도즉동(道則同), 이즉비(理則非)야. 운은 하나이고 도는 같으나 이는 다르다. 서학은 원형이정의 이치가 없다고 수운은 비판한다. 원형이정이라는 전일적 이치가 없이 상황에 맞게 진리를 간주하므로 중심이 없다는 서학의 약점을 수운은 예리하게 지적한다. (배영순, 「동학과 서학의 차별성 문제: "運則-道則同 理則非"를 중심으로」, 대구사학』 73, 대구사학회, 2003, pp.203-210) 최수운은 『동경대전』「논학문」에서 수운은 서양은 분석적이라 상황에 따라 말이 달라지고 신을 믿는 듯하나 믿지 않기 때문에 결국 허무에 빠진다고 한다. 서양의 제국주의에 대항한 전 세계의 문명 중 유일하게 한국의 동학만이 니스벳과 같이 학문의 방법론을 저항의 주요 주제로 삼았다. 지금까지 동학은 민중 저항운동의 관점에서만 연구되었기에 패러다임과 사유 방법론이라는 내재성의 입장에서 새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30. 30)김덕삼, 최원혁. 이경자, 「근현대 패러다임의 전환과 내재성에 대한 고찰-전통과 근대에 대한 한국적 재고(再考)를 중심으로」 『인문과학연구』 23, 2014, pp.115-142.
  31. 31)정재식, 『전통의 연속과 변화』, 서울: 아카넷, 2004.
  32. 32)베버는 개신교의 청교도정신에 의해 시작된 초기자본주의와 오늘날 경제적 능률에만 집중된 현대 자본주의는 구분된다고 한다.(대니얼 팰스 지음, 조병련, 전중현 공역, 『종교에 대한 여덟 가지 이론들』, 고양: 한국기독교연구소, 2013) 근대성의 특징인 자본주의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베버의 지적은 옳지만 자본주의가 서양의 기독교적 입장에서만 발생할 수 있다는 베버의 이론은 오늘날 동양의 서양 추월로 이론적으로도 실천적으로도 논파되었다.(토마스 메츠거, 『곤경의 탈피: 주희·왕양명부터 탕쥔이·펑유란까지 신유학과 중국의 정치문화』, 민음사, 2014, pp.62-65)
  33. 33)고남식, 「수운과 증산의 민족주의적 요소 비교」, 『신종교연구』 26, 한국신종교학회, 2012; 이경원 , 「대순진리의 근대성과 변혁사상」, 『동학학보』10집, 동학학회, 2005. 또 한류가 세계적 붐을 일으키는 것은 대순사상에 잘 나타난 것과 같은 한국 종교철학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종현, 「한류 문화 현상의 종교철학적 기원과 분석」, 『신학논단』 76,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연합신학대학원, 2014)
  34. 34)전수준, 『신과학에서 동양학으로』, 서울: 대원출판, 1995. pp.281-283.
  35. 35)주겸지 지음, 전홍석 옮김, 『중국이 만든 유럽의 근대- 근대 유럽의 중국문화 열풍 』, 청계, 2003.
  36. 36)토마스 메츠거, 『곤경의 탈피: 주희·왕양명부터 탕쥔이·펑유란까지 신유학과 중국의 정치문화』, 민음사, 2014.
  37. 37)김덕삼, 최원혁, 이경자, 「근현대 패러다임의 전환과 내재성에 대한 고찰-전통과 근대에 대한 한국적 재고(再考)를 중심으로」 『인문과학연구』 23, pp.115-142.
  38. 38)『전경』「교운」 1-9; 안신, 「마테오 리치와 대순사상의 관계성에 대한 연구: 대순사상의 기독교 종장에 대한 종교현상학적 해석」, 『대순사상논총』 36, 2020,
  39. 39)『전경』「공사」 3-15; 김태수, 「『진묵조사유적고』와 『전경』에 나타난 진묵 설화의 차이에 대한 재해석: 문헌 전승과 구전 전승의 차이를 중심으로」, 『대순사상논총』 41, 2022,
  40. 40)이봉호, 『정조의 스승, 서명응의 철학(서양 과학에 대한 조선학자의 대응)』, 고양: 동과서, 2013.
  41. 41)황태연, 『유교적 근대의 일반이론: 서구국가의 유교적 근대화와 유교국가의 서구적 근대화 』, 서울: 한국문화사, 2023.
  42. 42)소건생 지음, 조경희, 임소연 옮김, 『송나라의 슬픔』, 파주: 글항아리, 2021.
  43. 43)황태연, 『공자와 세계: 패치워크문명 시대의 공맹 정치철학』, 파주: 청계, 2011; 황태연, 『유교적 근대의 일반이론: 서구국가의 유교적 근대화와 유교국가의 서구적 근대화』, 서울: 한국문화사, 2023.
  44. 44)조혜인, 『동에서 서로 퍼진 근대 공민사회: 유교 예치(禮治) 및 자유 관념의 발전과 서구에의 전파』, 파주: 집문당, 2013.; 조혜인, 『상처받은 절개, 날개접은 발전: 유교적 유산과 한국 자본주의의 부침』, 파주: 나남출판 , 2007.
  45. 45)이영재, 「공자의 ‘서(恕)’ 개념에 관한 공감도덕론적 해석」, 『한국정치학회보』 47(1), 2013, p.37.
  46. 46)파울 파이어아벤트 지음, 정병훈 옮김, 『방법에 반대한다』, 서울: 그린비, 2019.
  47. 47)정병훈, 「파이어아벤트: 객관주의와 상대주의를 넘어서」 『과학철학』, 파주: 창비. 2011.
  48. 48)보수적인 과학철학은 과학을 반증 가능한 학문으로 제한한다. 과학을 집단적 약속인 패러다임으로 보는 쿤 계열의 과학철학에서는 두 과학의 공약 불가능성을 강조하지만, 방법론 차이로 인하여 공약 불가능한 두 과학이라 하더라도 라카토스의 연구프로그램과 같이 기존 과학의 용어로 새로운 과학을 설명하고 그 관계를 밝혀낸다면 이론적 호환성을 또 하나의 반증 가능성이라 할 수 있다. 이론적 호환성이란 예를 들어 상대성이론은 뉴튼 이론을 모두 설명해 내었고 양자역학은 상대성이론을 다 설명해 낼 수 있었던 특성을 말한다.(신중섭, 『포퍼와 현대의 과학 철학』, 서울: 서광사, 1992, pp.209-214) 대순사상에서 동양과학이 서양과학과 이론적 호환성을 가지는 이유는 대순사상에 나타나듯 이마두에 의한 동양 과학의 서양 전래라 할 수 있다.(『전경』「교운」 1-9)
  49. 49)전통 유교와 근대 사이에서 이런 양자택일의 극단을 넘어 비교적 균형 잡힌 시각을 보이며 적절히 취사선택을 하려 했던 또 다른 흐름도 있었다. 유교의 틀 안팎에서 이루어진 유교 개혁운동이 그것이다. 조선에서의 유교개혁은 크게 보아 두 가지 흐름으로 이루어졌다. 하나는 유교의 틀 안에서 박은식-이승희-이병헌으로 이어진 개혁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유교의 틀 밖에서 최제우와 최시형에 의해 진행된 보다 급진적인 혁신운동이었는데, 박은식과 최제우는 이 두 방향으로의 전환을 최초로 꾀한 이들이지만 서로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황종원, 「최제우와 박은식의 유교개혁 방향, 평등관, 서구 근대문명에 대한 태도」, 『퇴계학과 유교문화』 49, 2011, pp318-319.
  50. 50)김용옥, 『동경대전 2』 통나무, 2021.
  51. 51)안신, 「스코틀랜드 종교현상학파의 '기원': 니니안 스마트와 앤드류 월스를 중심으로」, 『종교문화연구』 9, 2007, p.230.
  52. 52)니니안 스마트로부터 본격화되는 종교 현상학의 연구대상으로서 세계관의 도입은 멀리 자연과학에 대비해 인문과학의 존재가치를 해석학으로 입증한 해석학의 정초자 딜타이(Wilhelm Dilthey, 1833-1911)로부터 시작한다.(이길용, 「수양론으로 본 한국 신종교의 구조적 특징-동학과 증산교를 중심으로」, 『동학학보』25, 2012, p.153.)
  53. 53)이길용, 『종교학의 이해』, 서울: 한들출판사, 2007.
  54. 54)니니안 스마트의 이론 또한 엘리아데 이론처럼 또 다른 유형론으로 비판받을 수 있지만, 엘리아데의 유형론 또한 모호한 점을 빼면 종교의 특성을 나타내는 유용한 설명체계임을 조나단 스미스에 의해 인정된 바 있다.
  55. 55)Van Gennep은 반 게냅외에도 방주네프, 반 헤넵 등 여러 어휘로 번역된다. 이 글에서는 일반적인 로마자 발음 원칙으로 반 게넵으로 번역한다.
  56. 56)김태수, 「천지공사에 나타난 의례적 성격 연구」, 대진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3.
  57. 57)이영란, 『리미널리티』, 서울: 동방인쇄공사, 2020; Thomassen, Bjørn, Liminality and the modern, Surrey: Ashgate, 2014.
  58. 58)토마스 S. 쿤 지음, 김명자 옮김, 『과학혁명의 구조』, 서울: 까치글방, 2013.
  59. 59)김명진, 『(Ebs 다큐멘터리) 동과 서』, 서울: 예담, 2008.
  60. 60)A. C. 그레이엄 지음, 이창일 옮김. 『음양과 상관적 사유』 청계, p.264, 2001.
  61. 61)김경수, 『노장(老莊)의 생성론』, 서울: 문사철, 2015.
  62. 62)정우진, 「동양과학의 논리: 감응의 유형에 관한 연구」, 『도교문화연구』 42, 2015, p.122.
  63. 63)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생각의 지도: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2004, 김영사. pp.83-106.
  64. 64)풍우란, 『중국철학의 정신(新原道)』, 곽신환. 역. 서울: 서광사, 1993.
  65. 65)김필년, 『동-서문명과 자연과학』, 서울: 까치, 1992.
  66. 66)박동환, 『동양의 논리는 어디에 있는가』, 서울: 고려원, 1993.
  67. 67)최봉영, 「‘사회’개념에 전제된 개체와 전체의 관계와 유형」, 『동양사회사상』1, 1998, pp.88-101.
  68. 68)레비 스트로스 지음, 안정남 옮김, 『야생의 사고』, 서울: 한길사, 1996.
  69. 69)나카자와 신이치지음, 김옥희 옮김, 『대칭성인류학: 무의식에서 발견하는 대안적 지성』, 동아시아, 2004, pp.197-221.
  70. 70)순환적 세계관에서 실재의 출발은 실체가 아닌 감응이 된다.(프랑수아 줄리앙, 유병태 옮김, 『운행과 창조: 동서문화비교시론』, 서울: 케이시아카데미, 2003, pp.55-69) 프랑수아 줄리앙은 동서양이 같이 대립의 통일을 지향했지만 실체를 가정하지 않는 동양의 내재성은 비록 실체 개념은 부족하지만 서양과 같은 독단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프랑수아 줄리앙, 『맹자와 계몽철학자의 대화(도덕의 기초를 세우다, 루소 칸트)』, 한울아카데미, 2009, pp.174-180) 감응은 동양 사상의 사물 이해방식이 감응이 되는 전초가 된다.
  71. 71)신지영, 『내재성이란 무엇인가』, 서울: 그린비, 2009.
  72. 72)프랑수아 줄리앙, 『사물의 성향: 중국인의 사유방식』, 한울아카데미, 2009, pp.27-37.
  73. 73)신지영, 『내재성이란 무엇인가』, 서울: 그린비, 2009.
  74. 74)프랑수아 줄리앙, 『맹자와 계몽철학자의 대화(도덕의 기초를 세우다, 루소 칸트)』, 한울아카데미, 2009, pp.174-180.
  75. 75)이종민, 『중국 사상과 대안 근대성 왕후이의 『근대 중국 사상의 흥기』 읽기와 쓰기』, 서울: 현암사, 2017, pp.14-30에서 재인용.
  76. 76)임헌규, 『공자에서 다산 정약용까지: 유교 인문학의 동서철학적 성찰』, 서울: 파라아카데미, 2019, pp.350-381.
  77. 77)김영건, 『동양철학에 관한 분석적 비판』, 서울: 라티오출판사, 2009.
  78. 78)황태연, 『유교적 근대의 일반이론서구국가의 유교적 근대화와 유교국가의 서구적 근대화』, 서울: 한국문화사, 2023.
  79. 79)이재걸, 「칸트 유기체론의 ‘자기조직화’ 개념과 프랙탈 이론의 교차 연구: 유기체, 생명성, 무한(無限)에 대한 미학적 전제」 『문화와 융합』 44(9), 2022, pp.419-433.
  80. 80)『전경』「교운」 1-9.
  81. 81)『전경』「공사」 3-15.
  82. 82)『전경』「교법」 2-56.
  83. 83)동학의 논학문 서두에서 수운이 말한 동학과 서학의 차이도 지금까지 서학을 서양 학문 일반으로 해석하지 않고 천주교로 국한하여 해석한데서 이해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황종원, 「최제우와 박은식의 유교개혁 방향, 평등관, 서구 근대문명에 대한 태도」, 『퇴계학과 유교문화』 49, 2011. p.330)
  84. 84)함영대, 「18~19세기 서학중원론(西學中源論)의 전개와 그 함의- 서학(西學)에 대한 조선학자들의 대응논리」, 2020.
  85. 85)정우진, 2015, "동양과학의 논리: 감응의 유형에 관한 연구." 도교문화연구 42, pp.119-140.
  86. 86)J. J. Clarke 지음, 조현숙 옮김, 『서양, 도교를 만나다』, 서울: 예문서원, 2014. p.152.
  87. 87)상관적 사유의 과학적 가능성 타진은 니담과 카프라에 의해 시작되고 카우프만 등 산타페연구소에의 해 발전되었다고 한다.(J J. Clarke 지음, 조현숙 옮김, 『서양, 도교를 만나다』, 서울: 예문서원, 2014. pp.141-144., 167-177)
  88. 88)A.C 그레이엄 지음, 이창일 옮김, 『음양과 상관적 사유』, 청계, 2001.
  89. 89)김기, 「음양오행설의 주자학적 적용양상에 관한 연구」,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12, p.4
  90. 90)A.C.그레이엄 지음, 이창일 옮김, 『음양과 상관적 사유』 청계 2001; D. L. Hall and R. T. Ames, Anticipating China, Albany: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1995.
  91. 91)존 핸더슨 지음, 문중양 옮김, 『중국의 우주론과 청대의 과학혁명』 ,2004, p.45.
  92. 92)정우진, 「동양과학의 논리: 감응의 유형에 관한 연구」, 『도교문화연구』, 42, 2015, p.122.
  93. 93)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생각의 지도: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2004, 김영사.
  94. 94)프랑수아 줄리앙, 『맹자와 계몽철학자의 대화(도덕의 기초를 세우다, 루소 칸트)』, 한울아카데미, 2009.
  95. 95)로저 에임즈 지음, 장원석 옮김, 『東洋哲學, 그 삶과 창조성: 和而不同: 비교철학 강의』,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05, pp.155-199.
  96. 96)김형효, 「原始返本과 解寃思想에 대한 哲學的 省察-甑山思想의 한 硏究」, 『東西哲學에 대한 主體的 記錄』, 서울: 고려원. 1985, pp.38-67; 김형효, 『데리다와 老莊의 독법』: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4.
  97. 97)박정진, 『종교인류학』, 서울: 불교춘추사, 2007; 박정진, 『철학의 선물, 선물의 철학』, 서울: 소나무, 2012.
  98. 98)박용숙, 『천부경 81자 바라밀』, 파주: 소동, 2018.
  99. 99)김정민, 『샤먼 바이블』, 서울: 글로벌콘텐츠, 2023.
  100. 100)김상일, 「대순사상의 4대 종지에 대한 문명사적 고찰」, 『대순진리학술논총』 1, 2007.
  101. 101)김대현, 「대순사상과 하이데거의 ‘양심’ 개념에 대한 비교연구: 근원을 향한 ‘양심’의 회귀적 특성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대순사상논총』 28, 2017, pp.243-265.; 김대현, 「헤겔의 노동(勞動, Arbeit) 개념을 통해 본 천지공사(天地公事) 연구」 『대순사상논총』 32, 2019, pp.175-199; 김대현, 「들뢰즈 체계의 형성 배경에 대한 연구: 칸트 선험철학 체계 그 심연으로부터의 역류」 『대순사상논총』 37: 329-355. 2021; 김대현, 「대순진리의 해원(解寃)사상에 대한 해체(解體)론적 이해: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해체론을 중심으로」 『대순사상논총』 39, 2021, pp.69-97.
  102. 102)반 게넵 지음, 서영대 옮김, 『통과의례』, 인천: 인하대학교 출판부, 1986. 게넵은 원어 발음으로는 방즈네프, 헤넵으로도 불리지만 여기서는 일반 로마자 발음과 다른 번역서의 용례를 따라 “게넵”으로 번역한다.
  103. 103)반 게넵 지음, 서영대 옮김, 『통과의례』, 인천: 인하대학교 출판부, 1986, p.13.
  104. 104)반 게넵 지음, 서영대 옮김, 『통과의례』, 인천: 인하대학교 출판부, 1986, p.13.
  105. 105)반 게넵 지음, 서영대 옮김, 『통과의례』, 인천: 인하대학교 출판부, 1986, p.14.
  106. 106)Z. Bauman, “A Revolution in the Theory of Revolutions?”, International Political Science Review 15(1): 15-24, 1994.
  107. 107)빅터 터너 지음, 강대훈 옮김, 『인간 사회와 상징 행위: 사회적 드라마, 구조, 커뮤니타스』, 서울: 황소걸음, 2018, pp.5-12.
  108. 108)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정일준 옮김, 『쓰레기가 되는 삶들: 모더니티와 그 추방자들』, 서울: 새물결, 2008.
  109. 109)사무엘 N. 아이젠스타트 지음, 임현진 [외] 옮김, 『다중적 근대성의 탐구: 비교문명적 관점 』, 파주: 나남, 2009. 다중적 근대성은 또한 자생적 근대성과 같은 대안적 근대성을 포괄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110. 110)A. Szakolczai, “Liminality and experience: Structuring transitory situations and transformative events”, International Political Anthropology 2(1), 2009, p.160.
  111. 111)바우만은 1992년에 사회학 및 사회과학 부문 유럽 아말피 상과 1998년에 프랑크푸르트시의 테오도어 아도르노 상을 수상했다.
  112. 112)B. Thomassen, Liminality and the modern, Surrey: Ashgate, 2014, p.4: 김광건, 「리미널리티 (liminality) 개념의 다각적 이해」, 『신학과 실천』 78, 2022, pp.700-701에서 재인용.
  113. 113)A. Szakolczai, “Liminality and experience: Structuring transitory situations and transformative events”, International Political Anthropology 2(1), 2009, p.160.
  114. 114)M. Engelke, “An Interview with Edith Turner”, Current Anthropology 41(5), 2000,: pp.843-852.
  115. 115)김익두, 『한국 민족공연학』, 파주: 지식산업사, 2013.
  116. 116)이영란, 『리미널리티』, 서울: 동방인쇄공사, 2020.
  117. 117)김혜숙, 『新음양론』,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14.; 김영주, 「서양 이분법과 동양 음양법의 극복- 태극 이분법」, 『사회사상과 문화』 4: 2001, pp.37-80.
  118. 118)빅터 터너 지음, 김익두 옮김, 『(빅터 터너의) 제의에서 연극으로』, 서울: 민속원, 2014.
  119. 119)빅터 터너, 『상징의 숲』, 서울: 지식을만드는지식, 2020.
  120. 120)빅터 터너 지음, 박근원 옮김, 『의례의 과정』, 서울: 한국심리치료연구소, 2005, pp.144-170.
  121. 121)Turner, Edith L. B., Communitas, New York: Palgrave Macmillan, 2012.
  122. 122)M. Engelke, “An Interview with Edith Turner”, Current Anthropology 41(5), 2000, pp.843-852.
  123. 123)영화“컵”의 감독으로 유명한 부탄의 정신적 지도자 키엔체 노르부가 공연학을 불교와 관련하여 수행한 선행연구도 있다. Norbu, Khyentse, 『人間是劇場』, 北京: 新星出版社, 2016.
  124. 124)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이일수 옮김, 『액체근대』, 서울: 강, 2009.
  125. 125)에바 일루즈 지음, 박형신, 권오헌 옮김, 『낭만적 유토피아 소비하기』, 서울: 이학사, 2014.
  126. 126)강인철, 『5·18 광주 커뮤니타스』, 서울: 사람의무늬, 2020.
  127. 127)브뤼노 라투르 지음, 홍철기 옮김,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대칭적 인류학을 위하여』, 서울: 갈무리, 2009.
  128. 128)A. Szakolczai, “Permanent (trickster) liminality: The reasons of the heart and of the mind”, Theory & Psychology 27(2), 2017, pp.231-248.
  129. 129)이영란, 『리미널리티』, 서울: 동방인쇄공사 2020, pp.231-232.
  130. 130)빅터 터너, 김익두 역, 『(빅터 터너의) 제의에서 연극으로』, 서울: 민속원, 2014, pp.47-48.
  131. 131)대순사상에서도 표층종교와 심층종교의 종교적 경험 차이로 리미널리티를 종교체험으로 연구된 바 있다. (이은희, 「표층과 심층의 시각에서 바라본 대순진리회: 종교적 경험의 관점에서」, 『대순사상논총』 27, 2016)
  132. 132)황필호, 『종교변호학·종교학·종교철학』, 서울: 철학과현실사, 2004, pp.220-235.
  133. 133)하늘 밖의 하늘은 초월천 혹은 천외천으로 불린다. 대순사상에서 이 글에서 하늘 밖의 하늘은 대순사상의 경우 구천으로, 그 외의 경우 내재천과 대비되는 의미가 강조되는 때는 초월천으로, 공간적인 차이가 강조될 때는 천외천으로 부르기로 한다.
  134. 134)김지하, 『김지하전집1』, 서울: 실천문학사, 2002.
  135. 135)김익두, 「상생ㆍ해원ㆍ대동의 ‘천지굿’ 비전과 신명 창출의 문체」, 『천년의시작』 11(3), 2012, pp.12-25.
  136. 136)이영란, 『리미널리티』, 서울: 동방인쇄공사.2020, p.162.
  137. 137)윤승용, 「新宗敎의 反構造(communitas)的 性格에 관한小考」,서울: 서울大學校 大學院, 1988.
  138. 138)정진홍, 『한국종교문화의 전개』, 서울:집문당, 1988.
  139. 139)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생각의 지도: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파주: 김영사, 2004.
  140. 140)조성환, 「동학의 자생적 근대성: 해월 최시형의 인간관과 세계관을 중심으로」 『신학과 철학』 (36), . 2020, pp.223-243.
  141. 141)이창일, 『소강절의 철학』, 서울: 심산, 2007. p.479.
  142. 142)이합 핫산 지음, 정정호, 이소영 옮김, 『포스트모더니즘 개론』, 서울: 翰信文化社, 1991.
  143. 143)Wallace, Anthony F. C., Religion; an Anthropological View. New York: Random House 1966, p.166.
  144. 144)그것은. 사회의 모든 사람이 시스템의 모든 수준에서 변화의 압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행동하기 위해 사회와 문화, 자신의 신체와 행동 규칙에 대한 정신적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기능적으로 필요합니다. 내가 '미로길'이라고 부르는 이 이미지... [그것은] 한 사람이 보는 자연, 사회, 문화, 성격, 신체 이미지입니다.(김주관, 「교차문화적 비교로 본 재생운동으로서 동학」, 『동학학보』35, p.244 재인용)
  145. 145)최형근, 「선교와 문화변화」, 『선교신학』16, 2007, p.272.
  146. 146)김주관, 「교차문화적 비교로 본 재생운동으로서 동학」, 『동학학보』 35, 2015, p.257.
  147. 147)Wallace, Anthony F. C., Religion; an Anthropological View. New York: Random House 1966, pp.146-149.
  148. 148)Wallace, Anthony F. C., Religion; an Anthropological View. New York: Random House 1966, p.255.
  149. 149)Wallace, Anthony FC, "Revitalization Movements." American anthropologist, 1956, pp.266-267.
  150. 150)캠벨의 17순환은 다음과 같다. Ⅰ.제1막: 1.일상세계, 2.모험에의 소명, 3.소명의 거부, 4.정신적 스승과의 만남, 5.첫 관문의 통과. Ⅱ. 제2막: 6.시험·협력자·적대자, 7.동굴 가장 깊은 곳으로의 접근, 8.시련, 9. 보상 Ⅲ. 제3막 : 10.귀환의 길, 11. 부활, 12. 영약을 가지고 귀환. 캠벨의 12순환은 분리-통과-귀환이라는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3단계로 구분되는 경우 다시 17단계로 세분화되기도 한다. Ⅰ.출발,분리 : 1.범속한 나날의 세계, 2. 모험에의 소명, 3.소명의 거부, 4.초자연적인 조력, 5.첫 관문의 통과, 6.고래의 배 Ⅱ. 하강, 입문, 통과 : 7.시련, 8.여신과의 만남, 9.유혹자로서의 여성, 10.아버지와의 화해, 11.신격화, 12.궁극의 은혜 Ⅲ. 귀환 : 13.귀환의 거부, 14.불가사의한 탈출, 15.외부로부터의 구조, 16. (귀환) 관문의 통과, 17.삶의 자유. 크리스토퍼 보글러 지음, 함춘성 옮김,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 무우수, 2005, p.51,:조셉 캠벨 지음, 이윤기 옮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민음사, 1999, pp.44-45, 54-59, 315, 333-337; 조득창, 김덕삼 최원혁, 「캠벨 신화이론 접목을 통한 경극의 재조명」, 『예술인문사회융합멀티미디어논문지』 7(1), 2017, pp.979-987; 김현자, 「캠벨의 신화론」, 『종교와 문화』 6, 서울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 2000.
  151. 151)Wallace, Anthony FC, "Revitalization Movements." American anthropologist, 1956, p.268
  152. 152)P. Laude, “Reflections on Civilization, Modernity, and Religion in Light of the Fellowship of the Truth”, Journal of Daesoon Thought and the Religions of East Asia 1(1), 2021, pp.39-60.
  153. 153)정진홍, 김태연, 장석만, 이진구 임현수, 『한국 종교학』, 서울: 대한민국학술원, 2021, pp.398-431.
  154. 154)김탁, 『한국신종교를 관통하는 이념, 인간중심주의』, 서울: 민속원, 2023.
  155. 155)카를 만하임 지음, 임석진 옮김, 송호근 해제.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 파주: 김영사, 2012.
  156. 156)Anthony F. C. Wallace 지음, 김종석 옮김, 『종교인류학』, 천안: 아우내 2010, pp.146-149.
  157. 157)조혜진, 「저항의례로서 '오광대놀이'와 '동학','삼일운동'과의 상관성-소설 [토지] 의 이야기 서사 특성과 저항의례 연구」, 『현대문학의 연구』 78, 2022, pp.63-102.
  158. 158)김태수, 「『전경』 에 나타난 입문의례에 관한 연구」, 『대순사상논총』24(2), 2015, pp.85-115; 김태수, 『천지공사에 나타난 의례적 성격 연구』. 대진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3.
  159. 159)동학사상과 개화사상, 동학사상과 유교사상의 공동체 의식 등에 대해서는 비교연구가 있다. (진보성, 「19세기 후반 조선에서의 사회 변혁적 公共의식의 두 갈래」, 『인문사회 21』 13(2): 2022; 진보성, 김종곤, 「동학의 연대적 공동체 의식과 근대의 길」, 『大同哲學』 104, 2023.
  160. 160)김주관, "교차문화적 비교로 본 재생운동으로서 동학." 동학학보(35), 2015, pp.237-272.
  161. 161)김한구, "동학천도교에 관한 문화인류학적 일고찰." 社會科學論叢 9, 1990, pp.143-172.
  162. 162)Rigal-Cellard, Bernadette, "Daesoon Jinrihoe in Light of Anthony Fc Wallace's Revitalization Theory." Religiski-filozofiski raksti 30(2), 2021, pp.134-162.
  163. 163)고남식, 「대순사상에 나타난 동학의 위상과 증산의 참동학 전개」 『대순사상논총』 16, 2003, pp.1-23.
  164. 164)자기를 제3자로 낯설게 보는 반성과 토론은 대순사상에서 교화를 진리토론이라고 부르는 점에서부터 강조되고 있다.(『대순지침』,1장 5절; 엄혜진, 「대순진리회 교화방법의 토론교육적 접근.」,.大眞大學校 석사학위논문, 2019)
  165. 165)‘무자기’개념과 대순사상의 상생이 연결되는 지잠에 대해서도 이미 서양철학의 관점에서 연구된 바가 있다. 김태수, 「대순사상의 무자기(無自欺)에 나타난 상생윤리 - 칸트와 밀의 윤리관과의 대비를 중심으로」, 『대순사상논총』 27, 2016.
  166. 166)‘무자기’는 대순사상의 천지인의 관계가 집약되는 지상천국, 지상신선실현과 함께 대순사상의 목적, 곧 이상사회와 부합한다. (나권수, 「大巡眞理會의 理想社會論 硏究.」,.大眞大學校 박사학위논문,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