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대순사상의 자생적 근대성과 치란(治亂)의 재활성화

토극수가 오행에서 중요한 이유는 하도낙서의 핵심적인 원리, 곧 직선을 순환으로 만드는 원리가 금화교역이 되기 때문이다. 금화교역은 오행에서 금과 화가 서로 위치를 바꾸어 오행을 순환시키는 원리이다. 음양오행은 하도(河圖)와 낙서(洛書)가 배경이므로 금화교역은 하도와 낙서의 변화를 이해하는 주요 열쇠가 된다.23) 하도와 낙서는 동양사상에서 초월천의 우주창조와 우주변화의 원리로 간주되어 삼라만상을 모두 설명하는 원리 곧 이(理)가 되었다. 실제 동양에서는 아직도 우주만물의 원리를 설명한 책을 모아놓은 곳을 하도와 낙서에서 각각 도(圖)와 서(書)를 인용하여 도서관(圖書館)이라고 한다. 상생을 위주로 하는 하도에서 오행은 목→화→토→금→수의 원리로 상생관계로 순환하고 상극을 위주로 하는 낙서에서 오행은 수→화→금→목→토의 원리로 상극관계로 순환한다. 하도의 상생과 낙서의 상극이 만나 우주 삼라만상은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 변화한다.

음양오행의 변화에서 금화교역과 토극수가 핵심적으로 대두되는 것은 첫째 하도와 낙서의 전환, 둘째 낙서의 순환부분이다. 먼저 하도와 낙서의 전환을 살펴보면 하도와 낙서의 차이는 금과 화가 서로 자리를 바꾼다는 점이다. 곧 금과 화가 서로 자리를 바꾸면 곧 금화교역하며 상생이 상극이 되고 상극이 상생이 되므로 금화교역은 음양오행에서 핵심원리가 된다. 곧 금화교역은 낙서에서 남쪽에 있던 금을 하도와 같이 서쪽으로 옮기기 위해 낙서에서 서쪽의 화와 남쪽의 금을 서로 자리바꿈(교역)하는 것이다. 수극화→ 화극금→ 금극목→ 목국토→ 토극수로 시계반대방향으로 전개되는 낙서에서 금화의 의치를 바꾸면 금생수→ 수생목→ 목생화→ 화생토→ 토생금하는 상생의 순으로 전개된다.

“공부하는 자들이 방위가 바뀐다고 말하나 내가 천지를 돌려놓았음을 어찌 알리오”라고 말씀하셨도다.24)

위 예문에서 “내가 천지를 돌려놓았음을 어찌 알리오”라는 표현은 금화교역과 같이 8괘의 순서변경으로 우주 운행을 바꾼다는 의미이다. 역의 세계에서는 하늘 위의 하늘이 천지를 통해 삼라만상을 화육하며 천지는 8개의 문, 곧 건감간진손이곤태(乾坎艮震巽離坤兌)라는 팔문(八門)으로 구성되어 있고 8문의 방위를 바꿈으로써 생장염장·원형이정의 하도낙서 이치로 천지가 운용된다. 천지의 방위가 8문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표현은 다음 구절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상제께서 하루는 “천지 대팔문(天地大八門) 일월 대어명(日月大御命) 금수 대도술(禽獸大道術) 인간 대적선(人間大積善) 시호 시호 귀신 세계(時乎時乎鬼神世界)”라 써서 신 경수의 집에 함께 살고 있는 공우(公又)를 주어 경수의 집 벽에 붙이게 하시고 가라사대 “경수의 집에 수명소(壽命所)를 정하노니 모든 사람을 대할 때에 그 장점만 취하고 혹 단점이 보일지라도 잘 용서하여 미워하지 말라” 하셨도다. 이때에 또 형렬(亨烈)에게 가라사대 “법(法)이란 것은 서울로부터 비롯하여 만방(萬方)에 펼쳐 나가는 것이므로 서울 경(京) 자 이름 가진 사람의 기운을 써야 할지로다. 그러므로 경수(京洙)의 집에 수명소(壽命所)를, 경학(京學)의 집에 대학교를, 경원(京元)의 집에 복록소(福祿所)를 각각 정하노라” 하셨도다.25)

위 예문에서 “천지 대팔문(天地大八門) 일월 대어명(日月大御命) 금수 대도술(禽獸大道術) 인간 대적선(人間大積善) ”은 “건곤감리손이곤태”로 나타나는 천지의 팔문에 일월이라는 시간이 나타난 것이다. 이는 금수의 대도술과 두루 통하는 인간의 대적선으로 천지를 화육함에 구천의 의도가 내재함을 보여준다. 원형이정과 생잠염장은 결국 하도낙서와 같이 이 8문의 순서 변화에서 초래된다.

금화교역(金火交易)을 하는 데 있어 기준이 되는 것은 토극수(土克水)가 된다. 토극수가 금화교역의 관건이 되는 이유는 낙서의 상극순서에서 수극화→화극금→금극목→목국토→토극수로 이루어지는 것은 “토극수”가 있기 때문이다. 음양오행에서 음양을 다 가진 존재는 토가 유일하다. 또 음양 중 하나만 가진 목화금수 중 가장 강한 것은 낙서 순서에서 “수”가 되고 가장 약한 것은 “목”이 된다. 따라서 오행이 상극의 순환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강한 “수”를 음양을 다 가진 존재인 토가 극하고 가장 약한 존재인 목에게 “토”가 극됨으로써 오행이 상극으로 순환한다. 이는 상생관계인 하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서로 상극인 화에서 금으로 순환하려면 중간에 토의 중재가 있어야 한다.

결국 토는 오행에서 목화금수토의 한 위치를 차지하되 목화금수와는 다른 분리된 존재이다. 마치 하늘 위의 하늘인 초월천이 천지로 분리된 천에 다시 개입하여 천지 안의 요소들과 어울려 내재천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음양오행의 토는 결국 천의 초월천과 내재천의 성격을 드러낸다. 토의 이중적 성격은 리미널리티의 포월성(胞越性)과 매우 부합된다. 동양사상에서도 일찍 이를 파악하여 음양오행의 핵심은 토극수(土克水)라고 파악한 바가 있다.

五行之義 土克水也26)

대순사상은 구천이 곧 미륵이라는 표현에서 “토극수”를 언급함으로써 “토”의 존재를 재활성화하는데 대순사상의 차별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대순진리회의 수도시간은 토의 시간인 진술축미 시간에 기도를 모신다. “토”의 존재로서의 구천의 모습은 대순사상에서 “구천대원조화주신”이라는 표현으로 나타난다.

무상(無上)한 지혜(智慧)와 무변(無邊)의 덕화(德化)와 위대(偉大)한 권능(權能)의 소유주(所有主)이시며 역사적(歷史的) 대종교가(大宗敎家)이신 강증산(姜甑山) 성사(聖師)께옵서는 구천대원조화주신(九天大元造化主神)으로서 삼계대권(三界大權)을 주재(主宰)하시고 천하(天下)를 대순(大巡)하시다가 인세(人世)에 대강(大降)하사 상도(常道)를 잃은 천지도수(天地度數)를 정리(整理)하시고 후천(後天)의 무궁(無窮)한 선경(仙境)의 운로(運路)를 열어 지상천국(地上天國)을 건설(建設)하고 비겁(否劫)에 쌓인 신명(神明)과 재겁(災劫)에 빠진 세계창생(世界蒼生)을 널리 건지시려고 순회(巡回) 주유(周遊)하시며 대공사(大公事)를 행(行)하시니 음양합덕(陰陽合德) 신인조화(神人調化) 해원상생(解寃相生) 대도(大道)의 진리(眞理)로써 신인의도(神人依導)의 이법(理法)으로 해원(解寃)을 위주(爲主)로 하여 천지공사(天地公事)를 보은(報恩)으로 종결(終結)하시니 해원(解寃) 보은(報恩) 양원리(兩原理)인 도리(道理)로 만고(萬古)에 쌓였던 모든 원울(寃鬱)이 풀리고 세계(世界)가 상극(相克)이 없는 도화낙원(道化樂園)으로 이루어지리니 이것이 바로 대순(大巡)하신 진리(眞理)인 것이다.27)

위 예문에서 대순사상은 구천을 구천대원조화주신(九天大元造化主神)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순사상은 “토극수”의 원리에 따라 삼계가 어떻게 도덕으로 천지화육되었는지를 보여준다.

曰有道, 道有德, 德有化, 化有育, 育有蒼生, 蒼生有億兆, 億兆有願戴, 願戴有唐堯28)

위 예문은 『주역』에 ‘천지화육’이라고만 표현된 과정을 보다 상세하게 보여준다. 실체적 구천을 보여주는 대순사상은 도와 덕이 구천에서 비롯되어 천도지덕의 원리로 억조창생을 화육하되 화육의 최종 목표가 상제의 인신강세에 따른 천지와 인간의 성공, 곧 당요와 같이 천지의 은혜를 알고 천지에 보답할 줄 아는 지인의 출현에 있음을 보여준다.29)

“토”의 이중적 속성에 따라 속성 위주의 동양사상 천관은 구천의 존재를 망각했으며 이것이 동양 천관의 주요 문제점이라고 대순사상에서는 지목한다. 구천의 망각은 첫째, 이마두의 지상천국 시도가 유교의 폐습으로 성공하지 못한데서 나타나고30) 둘째, 구천의 망각은 천외천과 천지 성경신을 망각하는 충효열 상실의 천하개병(天下皆病)으로 심화되며, 셋째 동서양의 교류로 천지를 배신하는 배천지(背天地)의 단계까지 나타난다.

상제께서 어느 날 김 형렬에게 가라사대 “서양인 이마두(利瑪竇)가 동양에 와서 지상 천국을 세우려 하였으되 오랫동안 뿌리를 박은 유교의 폐습으로 쉽사리 개혁할 수 없어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도다.31)

世無忠 世無孝 世無烈 是故天下皆病32)

誓者元天地之約 有其誓 背天地之約 則雖元物其物難成33)

위 예문은 이마두를 처음 언급하며 천지공사의 개요를 설명한 구절과 화천 이후 남겨진 「병세문」, 그리고 「현무경」에 담겨진 핵심적인 구절에 나타난다. 이는 대순사상 출현의 배경이 동서양의 구천 망각에 있음을 보여준다.

인신강세(人身降世) 천계관(天界觀)에 나타난 서양 천관(天觀)의 재활성화

실체론적인 천외천을 주장해 온 서양 천관과 속성론적인 동양 천관에 실체론적인 천관을 통합한 대순사상의 천관은 구천에 속성적인 음양오행의 원리가 추가되어 있다는 점이 다른 천관과 비교하여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이다. 먼저 그 차이는 대순사상 천외천의 신위 곧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강성상제”에서 드러난다. 서양의 천외천이 God, 제우스, 알라와 같이 명칭으로만 나타난다면 동양의 속성적인 천관이 반영되어 있는 대순사상 구천의 신위에는 음양오행적인 속성이 명확하게 표현된다. 대순사상에서 음양오행은 원형이정이라는 구천의 천지화육 원리이다. 이는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강성상제”의 신위 중 “구천”과 “보화”라는 부분에서 명확히 나타난다. 먼저 “구천을 살펴보면

구천(九天)이라 함은

전경(典經)에 『…모든 신성(神聖)ㆍ불(佛)ㆍ보살(菩薩)들이 회집(會集)하여 구천(九天)에 하소연 하므로… (교운一 - 九)』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우주(宇宙)를 총할(總轄)하시는 가장 높은 위(位)에 계신 천존(天尊)께 하소연하였다는 말이니 그 구천(九天)은 바로 상제(上帝)께서 삼계(三界)를 통찰(統察)하사 건곤(乾坤)을 조리(調理)하고 운화(運化)를 조련(調鍊)하시고 계시는 가장 높은 위(位)임을 뜻함이며,34)

위 예문에서 대순사상의 구천은 신명인 신성ㆍ불ㆍ보살의 의견을 경청한다. “우주(宇宙)를 총할(總轄)하시는 가장 높은 위(位)에 계신 천존(天尊)”이라는 점은 서양의 초월천과 공통되지만 신명을 통하여 삼계(三界)를 통찰(統察)하사 건곤(乾坤)을 조리(調理)하고 운화(運化)를 조련(調鍊)하신다는 점이 차이점으로 나타난다. 대순사상과 서양의 천관에 나타나는 신명의 개입 여부는 대순사상과 서양 천관의 특징적인 차이점이다.

서교는 신명의 박대가 심하니 감히 성공하지 못하리라.35)

『전경』에 보이는 위 예문은 서양의 천관이 초월천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동양의 천관보다 우수한 점이 있다 하여도 내재신인 신명을 부정함으로써 서교 천관이 비록 실체론적 천관이라 하더라도 성공하기 힘든 천관임을 지적한다. 여기서 ‘성공’이란 부모가 자신 보다 나은 자식을 키웠을 때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 하여 자녀교육에 성공하였다 하듯이 대순사상에서는 천지가 음양으로 만나 만물을 화육하여 천지와 같은 인간을 배출하였을 때의 ‘성공’을 의미한다.

상제께서 “이후로는 천지가 성공하는 때라. 서신(西神)이 사명하여 만유를 재제하므로 모든 이치를 모아 크게 이루나니 이것이 곧 개벽이니라. 만물이 가을 바람에 따라 떨어지기도 하고 혹은 성숙도 되는 것과 같이 참된 자는 큰 열매를 얻고 그 수명이 길이 창성할 것이오. 거짓된 자는 말라 떨어져 길이 멸망하리라. 그러므로 신의 위엄을 떨쳐 불의를 숙청하기도 하며 혹은 인애를 베풀어 의로운 사람을 돕나니 복을 구하는 자와 삶을 구하는 자는 힘쓸지어다”라고 말씀하셨도다.36)

위 예문과 같이 대순사상의 초월적인 천관은 내재적인 천관을 통해 생잠영장의 원리로 천지를 화육하며 인간과 함께 천지도 서신(西神)에게 성공 여부를 심판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순사상의 천관은 동양의 속성적 천관과 서양의 실체적 천관이 결합되어 이중으로 실체화된다. 구천은 천지에 만물을 화육하는 명을 내렸다는 점이 특히 다르다. 이는 구천의 신위 중 “보화”라는 부분에 나타난다,

보화(普化)라 함은

우주(宇宙)의 만유(萬有)가 유형(有形) 무형(無形)으로 화성(化成)됨이 천존(天尊)의 덕화(德化)임을 뜻함이며,37)

위 예문은 애초 뇌성으로 천지를 음양으로 나눈 것은 천지를 화육하고자 하는 구천의 보화를 의미한다. 여기서 “보화(普化)”의 보(普)는 보편적(普遍的)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의 “보(普)”의 의미를 나타낸다. 종교사상에서 보(普)와 화(化)는 천외천을 상징하는 단어였다. 예를 들어 서양의 경우 천외천을 의미하는 “가톨릭(catholic)”은 ‘보편’의 의미였고 ‘화(化)’는 만물을 화육하는 동양의 천개념이었다. “보화(普化)”라는 용어는 동서양의 초월천 개념이 통합하여 만유를 화육한다는 의미가 있다.

“보화” 개념에는 만물을 창조했다고 하는 서양의 초월천 개념과 만물을 창조하고 화육한다는 대순사상의 구천 개념의 차이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대순사상 구천 신위에 나타난 “뇌성”이라는 개념이 서양 초월천의 천관과 같이 “창조”의 의미가 있다면 “보화”는 창조된 만물의 진화와 연관된다. 서양 초월천의 천관을 둘러싸고 진화론의 대두이후 창조론과 진화론의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대순사상의 천관에서는 논쟁이 해결된다.

서양의 실체적인 초월천이 그리스·로마의 경우는 제5원소로 나타나고 기독교에서는 유일신으로 나타났지만 두 천관에는 제5원소라는 공통적 배경이 있다. 초기 예수 제자 중 그리스·로마 철학에 조예가 깊었던 바울은 예수의 사상을 설명하기 위해 그리스·로마 철학을 이용하기도 했다. 지수화풍이 기독교의 출현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성경의 우주론을 형성한 점에서 제5원소는 기독교에서도 초월천의 역할을 한다. “토”의 이중적 속성을 초월천의 설명에 적용한 대순사상의 구천은 서양의 제5원소의 의미를 포함하면서 초월하고 있다. 대순사상이 실체화한 초월 개념과 내재의 이중적 천관은 근대에 나타난 동서고금의 천관·지관·인간관을 종합하고 근대성을 넘어 탈근대성으로 발전한다. 대순사상의 실체적인 구천관은 동양의 속성적인 천관(1)과 서양의 실체적인 천관(2), 그리고 동학사상의 초월적인 천관(3)을 포함하고 넘어서는 자생적 근대성의 리미널리티 양상이 재활성화(1+2+3=1′)에 이른 단계이다.

최근 대순사상이 활성화된 것이 구한말이 아니라 1980년대 이후의 현대 한국사회라는 점에 착안하여 대순사상을 단순히 구한말의 신종교로 보기보다는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연구도 주목되고 있다. 대순사상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역으로 보는 연구를 살펴보면 종교학적 연구로 이경원38)과 종교심리학적 연구로서 고남식의 연구가 있다.39)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으로서의 대순사상에 대한 본격적 연구인 박마리아의 논문40)은 현대 포스트모더니즘에 따른 다원주의 문제의 해결책으로서의 대순사상을 제시한다.

강돈구는 ‘종교와 근대성’, 그리고 ‘종교와 탈근대성’이라는 주제 아래 요즈음 세계종교의 변동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어 왔던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41) 그러나 오늘날 후기구조주의 등의 의미로 사용되는 포스트모더니즘 개념에는 아놀드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 1889-1975)가 처음 지칭할 때의 새로운 실존 개념이 빠지고, 지나치게 구조주의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아놀드 토인비가 포스트모더니즘이라 지칭한 ‘실존주의 이후의 실존’ 개념은 오늘날의 후기 구조주의보다 더 실존을 강조한 개념이었다.42) 리미널리티 개념 또한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인류학이 지나치게 구조를 강조한데 대한 실존적 반발이었다고 터너는 밝힌 바 있다.43)

실제 포스트모더니즘이 개화한 것은 90년대 이후부터이고, 막 시작하던 시기도 빨리 잡아야 60년대도 되기 전에 실존적인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50년을 내다보고 포스트모더니즘이라 명명하면서부터다.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알려진 후기 현대 서양철학에서 들뢰즈, 라깡, 데리다 등이 이기(理氣) 개념과 유사한 서양사상의 전일화를 추구하였으나 아직까지 한계가 목도된다.44)

천지성경신(天地誠敬信) 지계관(地界觀)의 자생적 근대성

지계관(地界觀)으로서의 지관(地觀)

인신강세를 통해 속성과 실체의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가지게 된 대순사상의 천관은 동학사상과 같이 다중적인 지관(地觀)을 가지게 된다. 먼저 대순사상의 천관을 구천인 초월천으로 비정하는 경우 대순사상의 지관 또한 동학사상과 같이 구천 아래의 천지개념을 포괄한다, 동학사상과 다른 점은 동학사상의 지관이 무위이화, 기화, 조화 등 보이지 않는 실체로 주로 표현되었다면 대순사상은 신명계를 포함하는 지계로 구체화되어 표현된다.

또 상제께서 가라사대 “지기가 통일되지 못함으로 인하여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인류는 제각기 사상이 엇갈려 제각기 생각하여 반목 쟁투하느니라. 이를 없애려면 해원으로써 만고의 신명을 조화하고 천지의 도수를 조정하여야 하고 이것이 이룩되면 천지는 개벽되고 선경이 세워지리라” 하셨도다.45)

위 예문에서 구천에 대하여 천지는 모두 형체를 가지는 존재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땅은 형체를 가진 대표적 존재가 된다. 땅 또한 신명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땅을 바꾸는 것 또한 신명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에 신명을 박대한 서교와 달리 신명을 우대한 조선이 부각되고 상제가 인신강세한 곳도 조선이 된다. 대순사상 지계관의 성립은 구천이 동토에 그쳐 인신강세가 조선에 이르는 것에서 시작한다.

상제께서 어느 날 경석을 데리고 농암(籠岩)을 떠나 정읍으로 가는 도중에 원평 주막에 들러 지나가는 행인을 불러 술을 사서 권하고 “이 길이 남조선 뱃길이라. 짐을 많이 실어야 떠나리라”고 말씀하시고 다시 길을 재촉하여 三十리 되는 곳에 이르러 “대진(大陣)은 일행 三十리라” 하시고 고부 송월리(松月里) 최(崔)씨의 재실에 거주하는 박 공우(朴公又)의 집에 유숙하셨도다. 공우와 경석에게 가라사대 “이제 만날 사람 만났으니 통정신(通精神)이 나오노라. 나의 일은 비록 부모형제일지라도 모르는 일이니라” 또 “나는 서양(西洋) 대법국(大法國) 천계탑(天啓塔)에 내려와서 천하를 대순하다가 삼계의 대권을 갖고 삼계를 개벽하여 선경을 열고 사멸에 빠진 세계 창생들을 건지려고 너희 동방에 순회하던 중 이 땅에 머문 것은 곧 참화 중에 묻힌 무명의 약소 민족을 먼저 도와서 만고에 쌓인 원을 풀어 주려 함이노라. 나를 좇는 자는 영원한 복록을 얻어 불로불사하며 영원한 선경의 낙을 누릴 것이니 이것이 참 동학이니라. 궁을가(弓乙歌)에 “조선 강산(朝鮮江山) 명산(名山)이라. 도통군자(道通君子) 다시 난다”라 하였으니 또한 나의 일을 이름이라. 동학 신자 간에 대선생(大先生)이 갱생하리라고 전하니 이는 대선생(代先生)이 다시 나리라는 말이니 내가 곧 대선생(代先生)이로다”라고 말씀하셨도다.46)

위 예문은 인신강세가 조선에서 이루어진 이유에는 “무명의 약소 민족을 먼저 도와서 만고에 쌓인 원을 풀어 주려 함이노라.”는 표현과 같이 해원의 취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땅의 해원은 천지공사 중 해원공사의 주요 취지 중 하나였다.

이제 해원시대를 맞이하였으니 사람도 명색이 없던 사람이 기세를 얻고 땅도 버림을 받던 땅에 기운이 돌아오리라.47)

그러나 당시 조선 외에도 무명의 약소민족은 많이 있었기에 『전경』은 추가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조선과 같이 신명을 잘 대접하는 곳이 이 세상에 없도다. 신명들이 그 은혜를 갚고자 제각기 소원에 따라 부족함이 없이 받들어 줄 것이므로 도인들은 천하사에만 아무 거리낌 없이 종사하게 되리라.48)

위 예문은 인신강세가 조선에서 이루어진 이유는 조선이 무명의 약소민족일 뿐 아니라 무명의 약소민족 중에서도 신명을 가장 잘 대접한 국가이기도 함을 보여준다. 또 인신강세가 이루어지는 곳이 조선 가운데서도 삼신산이 있는 정읍이었다는 것은 인신강세가 이루어진 배경에 삼신산 같은 땅의 성지(聖地)라는 의미도 내포함을 보여준다.

이곳은 예로부터 봉래산(蓬萊山)ㆍ영주산(瀛洲山) 일명 신선봉(一名 神仙峰)ㆍ방장산(方丈山)의 세 산이 삼신산(三神山)으로 불리어 오던 곳이로다.49)

위 예문에서 천계가 북극성을 중심으로 북두칠성과 그 주변의 28수를 통해 33천으로 구분되기도 하고 36천으로 구분되기도 하듯이 땅 또한 하늘의 북극성과 같은 삼신산을 배경으로 인신강세가 이루어짐을 보여준다. 땅의 중심산은 곤륜산이지만 천과 지의 음양합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의미상으로는 삼신산이 땅의 중심이 될 수 있다. 구천의 인신강세를 배경으로 성-속이 재편됨이 나타난다. 일단 인신강세가 이루어진 후에는 천지공사로 나타난다.

상제께서 매양 뱃소리를 내시기에 종도들이 그 연유를 여쭈니 대답하여 말씀하시기를

“우리나라를 상등국으로 만들기 위해 서양 신명을 불러와야 할지니 이제 배에 실어 오는 화물표에 따라 넘어오게 되므로 그러하노라”

고 하셨도다.50)

위 예문에서 화물표를 따라 신명이 조선에 넘어오는 것은 천지공사에 의한 것이지만 또한 천지공사의 원리에 따른 것이다. 천지공사의 원리에는 원시반본의 원리가 포함되므로 천지공사에서 지계관이 성립되는 원리 또한 원시반본이 기준이 된다.

무신년 四월 어느 날 또 종도들에게 가라사대 “이 세상에 성으로는 풍(風)성이 먼저 있었으나 전하여 오지 못하고 다만 풍채(風采)ㆍ풍신(風身)ㆍ풍골(風骨)등으로 몸의 생김새의 칭호만으로 남아올 뿐이오. 그 다음은 강(姜)성이 나왔으니 곧 성의 원시가 되느니라. 그러므로 개벽시대를 당하여 원시반본이 되므로 강(姜)성이 일을 맡게 되었나니라” 하셨도다.51)

위 예문을 지계관에 적용하면 조선에서 인신강세가 이루어지는 원리는 땅의 중심인 삼신산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조선이 천지공사의 배경이 된 것은 무명의 약소민족이라는 원과 아울러 더 큰 역사적 배경까지 포함된다. 먼저 가까이 보면 대순사상의 지계관의 성립이 시작된 금산사는 마테오 리치에서, 더 나아가 조금 더 멀리는 고대사와 연결될 수 있다.

물질에 치우치지 않은 대안적 근대성은 무명의 약소민족이 성공하는 해원을 통해 제시될 수 있다. 증산이 제시한 상생의 원리에 따르면 일본에 지은 척을 먼저 푸는 일본 해원 방식이 적용된다. 일본이 해원 되면 중국의 보은을 받을 수 있고 중국의 보은을 받으면 오선위기를 통해 전 세계를 해원하고 전 세계의 도움으로 상등국이 된다는 것이 참동학의 지계관에 나타나는 해원 방안이다.52) 실제 천지공사가 시작하던 시기 GNP 세계 최하위 수준이던 한국이 그 이후 식민지 경험을 가진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정치적 민주화, 경제적 산업화, 문화적 선진화 같은 근대성을 성취했다. 대순사상은 동학사상이 실패한 원인을 ‘해원’사상의 부재로 파악하고 ‘동학’사상을 참동학으로 부활시켰다.

남접만으로도 전주에서 승승장구하던 동학군이 북접까지 가세하여 우금치로 진격할 때 일본군에게 세계최초의 기관총인 개틀링(Gatling Gun)으로 치명타를 당할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반격이었다. 동학군 기의는 한국사상 수천 년만에 처음 일어난 전국적 규모의 봉기였지만 결과는 유례없는 대실패였다. 의병이 수많은 성공을 이루었던 한국 민중운동사에서 동학군은 거의 처음으로 대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경험하고 도 그 성공과 실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증산이 천지공사를 준비하고자 한 시기도 바로 동학농민혁명이 평정되어 양반들이 축하 행사인 시회(詩會)를 하는 때였다고 한다.53)

국제정세에 어두워 일본과 한국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동학신도들에게 증산의 설명은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매번 일본에게 침략만 당해 온 조선인데 오히려 일본이 조선에 해원해야 한다는 증산의 설명과 공사는 당시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증산은 일본이 해원해야 할 것은 임진란에 생겼던 세 가지 원이라고 하며 일본을 ‘삼한당(三恨堂)’이라 하고 일본의 원을 풀어 주는 것을 천지공사 중 세계정세와 관련된 지계공사의 우선순위로 정한다.54) 일본이 임진란에 겪은 세 가지 한은 임금을 사로잡지 못한 점, 비효율적으로 인명피해를 너무 입힌 점, 이모작 기술을 가르쳐 주어 조선 경제를 부흥시킨 점이라고 한다.55)

증산은 일본 해원공사 이후 상식적으로는 인계공사의 가장 첫 번째 순위로 얘기될 인류 최초의 원인 단주해원공사를 한다. 인간 원한의 시작이 되었다는 요임금의 아들 단주의 원이 해원되는 것은 일본해원이 된 이후 중국보은으로 순행하는 과정 중에 있기에56), 일본해원이 지계공사로서 인계공사보다 우선순위가 된 것으로 보인다. 증산은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중국은 조선의 조공을 받아 왔으므로 조선에게 보은을 하고57) 일본은 조선에게 받을 것이 있어 해원한다고 한다.58)

증산은 또한 오히려 일본을 ‘일을 보는’ ‘일본 사람’이라고 하여59) 당시 영국의 경쟁자였던 러시아를 일본이 이기게 해 일본을 세계무대의 정상에 올려 동아시아를 서양의 식민지가 겪는 인종차별에서 보호하겠다고 한다.60)

증산의 미래 전망 중 당시 민중에게 인상 깊었던 점은 단연 동학의 패망 예언61)과 러·일 전쟁에서 일본의 승리였다.62) 증산은 우금치 전투와 같은 시기에 일어난 김개남의 청주전투에63) 자신의 종도였던 안필성과 김형렬을 따라가며 패전 후의 피난길을 준비 해 주어 목숨을 살려준다. 또한 러일전쟁에서 일본의 승리는 전 세계 열강들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러일전쟁에서 일본에 승리를 안겨준 예상 밖의 동남풍을 미리 예견한 증산의 언행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64)

대순사상은 도강이서(渡江而西)65)의 원리로 만주에서 온 도주 조정산의 50년 공부 종필66)에 따라 6.25를 피해 가며 사두용미로 발전을 한다. 갑작스러운 광복과 6.25에 대응하여 선제적으로 부산 감천 태극마을로 도장을 옯긴 무극도는 태극도로 이름을 변경한 후67) 다시 1969년 서울에서 박우당의 대순진리회로 연결된다.68)

원시반본의 원리와 함께 대순사상 지계관의 근대성 성립에 중요한 요소는 해원이 된다.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 과거를 폐기하는 서구의 근대성은 돌아올 길을 확보하지 못하고 앞으로만 나아가는 위험한 산행과 같다. 과거의 해원 없는 서구의 근대성은 과거의 원을 더 증폭시켜 인류를 돌아오지 못할 진멸지경에 닥치게 하였다는 것이 대순사상에 나타난 서양의 근대성에 대한 평가였다. 진정한 근대성은 해원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대순사상에 나타난 자생적 근대성의 원리이고 이는 천계관보다 상대적으로 원이 많은 지계관으로부터 시작되며 인신강세 이후에야 가능한 것이었다.

천지성경신(天地誠敬信)의 지계관(地界觀)

초월천이 동양사상에 다시 출현하는 계기였던 동학사상에서 땅에 대한 이해는 조화(造化), 무위이화(無爲而化), 기화(氣化) 등의 개념으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구천이 실체로 출현하는 대순사상에서 땅[地]은 천지신명 개념으로 이해된다.

상제께서 어느 날 종도들에게 “내가 이 공사를 맡고자 함이 아니니라. 천지신명이 모여 상제가 아니면 천지를 바로 잡을 수 없다 하므로 괴롭기 한량없으나 어찌할 수 없이 맡게 되었노라”고 말씀하셨도다.69)

위 예문에서 대순사상에 나타난 구천의 출현은 구천의 의지가 아니고 진멸지경에 빠진 천지를 구제하기 위해 천지신명의 호소에 의한 부득이한 결과임을 말한다. 구천이 실체를 가지는 대순사상에서 지관은 지계관이라는 형태로 다중적 의미를 내포한다. 동학사상에서는 기화, 조화, 무위이화 등 인격적 신명 보다는 추상적이고 이법적인 모습으로 천지가 나타났지만 초월신이 실체를 가지는 대순사상에서는 천지가 인격적인 신명의 모습으로 인간에게 출현한다. 그 결과 대순사상에서는 구천에 대비되는 지관 개념으로서의 지계가 천지신명의 시스템인 삼계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김 광찬과 신 원일이 상제를 모시고 있던 정미년 정월 어느 날 상제께서는 그들에게 “귀신은 진리에 지극하니 귀신과 함께 천지공사를 판단하노라” 하시면서 벽에 글을 다음과 같이 써 붙이셨도다.70)

위 예문에서 “진리에 지극”하다는 표현은 “일심”이라는 측면과 “몰입과 편중”이라는 측면의 두 가지 의미를 지시한다. “일심”은 한 분야에 탁월하다는 의미로 이면에는 그 외 분야에 대해서는 다른 신명이 존재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특화된 기계적 신명이라는 신명의 특징은 상대적으로 유기적인 육체를 가진 인간과 대비된다. 신명이 전문가와 같이 한 분야에 특출하되 다른 분야를 모른다면, 인간은 책임자와 같이 두루 알되 개별 분야에서는 신명보다 부족하다. 인간은 특화된 신명이 서로 조화되도록 보완해 줄 수 있는 유기적 성격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대순사상에서 신명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기계와 같이 한 분야에 대해 특출하되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는 수많은 신명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대순사상에서 결국 우주는 한 분야의 진리에 지극한 기계적 신명과 한 분야의 진리에 지극한 전문가는 아니되 여러 분야에 두루 통하는 유기적 인간이라는 두 존재에 의해 운행되는 동양적 삼재의 숨은 원리를 보여준다. 천지의 운행은 차착(差錯)이란 실수가 있으면 안 되므로 진리에 지극한 신명에 의해 운행된다.

천지에 신명이 가득 차 있으니 비록 풀잎 하나라도 신이 떠나면 마를 것이며 흙 바른 벽이라도 신이 옮겨가면 무너지나니라.71)

위 예문에서 흙 바른 벽은 무생물, 풀잎은 생명을 대표한다고 한다. 위 예문은 대순사상에서 삼계의 시스템을 설명한다. 삼계의 계는 신명으로 가득한 시스템을 의미한다. 대순사상의 삼계는 신명의 시스템인 천계, 지계와 인간의 시스템인 인간계로 구성된다. 따라서 삼계가 운행되는 원리는 천계, 지계와 인간계에서 차이가 난다. 신명은 한 분야의 진리에 지극하므로 자기가 맡은 분야에 대해서는 때로는 구천의 지시에도 따르지 않는다.

상제께서 하루는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부안 지방 신명을 불러도 응하지 않으므로 사정을 알고자 부득이 그 지방에 가서 보니 원일이 공부할 때에 그 지방신(地方神)들이 호위하여 떠나지 못하였던 까닭이니라. 이런 일을 볼진대 공부함을 어찌 등한히 하겠느냐” 하셨도다.72)

위 예문에서 구천이 부안 지방의 신명을 불렀으나 부안지방의 신명은 자신의 영역 안에 일이 있어 상제의 부름에도 응하지 않을 만큼 진리에 지극하다. 진리에 지극하다는 점은 문제점 또한 내포하고 있다. 이에 구천은 신과 인간의 상호조화를 문제해결의 방법으로 제시한다.

대순사상에서 천지는 기계처럼 정확히 운행되나 그 운행은 또한 무작위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천지를 운행하는 신명의 지극한 성경신(誠敬信)에 의해 운행된다. 천지의 화육이 천지의 성경신에 의해 이루어짐이 명확히 밝혀지는 대목은 대순사상의 『전경』에 처음 등장한다.

天地誠敬信73)

성경신(誠敬信) 이란 단일 개념 성(誠), 경(敬), 신(信)이 합쳐진 용어로 일을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의 총체를 의미한다. 대순사상에서 신명의 성경신은 여러 성경신이 적용된 사례 가운데서도 가장 지극한 성경신으로 표현된다. 인간과 신명은 이 성경신을 공유하면서 해원과 보은을 하기에 성경신은 자연의 원리이자 인간수도의 원리가 된다. 대순사상에서 인간과 신명은 성경신으로 서로 신인의도 관계를 이루고 해원과 보은의 관계를 이룬다.

神人以陰陽成造化...(중략)

神無人後無托而所依人無神前無導而所依74)

위 예문에서 대순사상의 상호보완적 신인관계는 천지의 운행에도 서로 다른 신인의 신인의도(神人依導)가 관건이 됨을 보여준다. 신인의도는 몸이 없어 특정한 분야에 밝은 신명이 인간을 이끌어 줄 수 있으되(導) 또한 몸이 없어 인간에게 의지하게 되는 관계를 의미한다(依). 인간과 신명은 음양의 관계라 인간이 아니면 신은 의탁할 곳이 없고 신명이 아니면 이끌어 줄 존재가 없다는 위 예문에서 인간과 신명의 관계는 천지 운행에 핵심적 관계가 됨을 보여준다. 따라서 의도(依導)의 관계는 신인사이의 은원관계, 곧 해원과 보은이 관건이 된다. 지계 또한 천계와 같이 시스템의 의미를 가지고 있고 대순사상의 지계공사에 대한 연구는 지기통일공사로 주로 연구되어 왔다. 대순사상의 지계는 주로 해원의 방법으로 땅이 해원됨으로서 서로 화해하는 통합의 경지로 나아간다.

‘해원’은 오늘날 인류학에서 말하는 리미널리티(liminality)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리미널리티는 ‘문지방’이라는 뜻으로 이도 저도 아닌 경계상태를 일컫는 말이다.75) 인류학에서 전 세계에 나타나는 통과의례는 해원을 대표하며 결혼식, 장례식처럼 이도 저도 아닌 리미널리티한 예식을 통해 ‘해원’이라는 변화를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한일합방은 일본도 아니고 한국도 아닌 리미널리티의 상태이고 이를 통해 일본은 해원한다. 리미널리티는 ‘영혼결혼식’과 같이 역지사지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일본 해원은 해원공사라는 천지공사의 실제성을 나타내는 객관적 징표로 일본해원은 36년간을 소요할만큼 중요한 공사이다.

대순사상에서 천계는 신성·불·보살이 모여 상제께 하소연하듯이 천상공정이 이루어지는 자리이고76) 지계는 이마두 사후에 개방된 천지 사이에서 지하의 문명신이 천상으로 올라가 문명을 배워 인세에 베푸는 문명과 형체의 세계이다.77) 속성적인 자연과 실체적인 인간이 문명신을 통해 조화한다. 이 삼계가 인간의 원에 의해 질서가 어그러지자 삼계를 재정비하기 위해 출현한 사상이 대순사상이고 여기서 동서양 융합의 흔적이 나타난다.

대순사상의 천을 실체적인 구천이라 할 때 천지신명이 지에 해당하므로 구천에 호소하는 존재는 신성· 불· 보살이 된다. 근대성과 관련지어 보면 대순사상에서 볼 때, 신명은 인간에게 베풀었지만 인간은 물질에 치우쳐 신명의 은혜를 망각하여 천지는 진멸하게 된 것이다. 대순사상의 천계에 나타나는 신명은 속성만을 의미하던 동양의 천 개념뿐만 아니라 실체를 강조하는 서양의 신개념과도 부합한다.

대순사상에서 땅은 신명이 봉안될 수 있는 자리이다, 신명이 하늘에만 봉안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땅과 사람에게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동한다.

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라. 마음을 부지런히 하라.78)

위 예문에서 천존은 신이 하늘에 봉안되어 있는 천존시대의 천존을 의미하고 지존이란 땅에 봉안되어 있는 지존을 말한다. 신명이 인간에게 봉안될수 있는 인존을 가능하게 하는 대순사상의 상관적 사유에 기반한 리미널리티와 재활성화는 음양합덕, 삼재확립, 오행구비라 할 수 있다.

인신강세로 인한 실체론적 구천의 출현은 천지관계의 포월로 나타난다. 동학사상에서 구천의 출현으로 변화된 천지관계는 신명이 출현하는 대순사상에서 실체적인 관계로 변화한다. 금강 곧 ‘뇌성’이라는 개념으로 삼계를 연결시키는 대순사상은79) 동학사상의 ‘천지귀신’80)이라는 개념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천지관계의 상극화를 정음정양을 통해 재활성화로 해결시킨다.

상제께서 어느 날 후천에서의 음양 도수를 조정하시려고 종도들에게 오주를 수련케 하셨도다. 종도들이 수련을 끝내고 각각 자리를 정하니 상제께서 종이쪽지를 나누어 주시면서 “후천 음양 도수를 보려 하노라. 각자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도록 점을 찍어 표시하라”고 이르시니 종도들이 마음에 있는 대로 점을 찍어 올리니라. “응종은 두 점, 경수는 세 점, 내성은 여덟 점, 경석은 열두 점, 공신은 한 점을 찍었는데 아홉 점이 없으니 자고로 일남 구녀란 말은 알 수 없도다”고 말씀하시고 내성에게 “팔선녀란 말이 있어서 여덟 점을 쳤느냐”고 물으시고 응종과 경수에게 “노인들이 두 아내를 원하나 어찌 감당하리오”라고 말씀하시니 그들이 “후천에서는 새로운 기력이 나지 아니하리까”고 되물으니 “그럴듯하도다”고 말씀하시니라. 그리고 상제께서 경석에게 “너는 무슨 아내를 열둘씩이나 원하느뇨”고 물으시니 그는 “열두 제국에 하나씩 아내를 두어야 만족하겠나이다”고 대답하니 이 말을 들으시고 상제께서 다시 “그럴듯하도다”고 말씀을 건네시고 공신을 돌아보시며 “경석은 열둘씩이나 원하는데 너는 어찌 하나만 생각하느냐”고 물으시니 그는 “건곤(乾坤)이 있을 따름이요 이곤(二坤)이 있을 수 없사오니 일음 일양이 원리인 줄 아나이다”고 아뢰니 상제께서 “너의 말이 옳도다”고 하시고 “공사를 잘 보았으니 손님 대접을 잘 하라”고 분부하셨도다. 공신이 말씀대로 봉행하였느니라. 상제께서 이 음양 도수를 끝내시고 공신에게 “너는 정음 정양의 도수니 그 기운을 잘 견디어 받고 정심으로 수련하라”고 분부하시고 “문왕(文王)의 도수와 이윤(伊尹)의 도수가 있으니 그 도수를 맡으려면 극히 어려우니라”고 일러 주셨도다.81)

위 예문에서 정음정양(正陰正陽)이란 천과 지가 선천에는 다중적으로 대응했으나 후천에는 1대 1로 대응한다는 의미가 된다. 양존음비(陽尊陰卑), 억음존양(抑陰尊陽), 천존지비(天尊地卑)하던 상극적인 천지관계는 대순사상의 정음정양적인 상생이 되어 천지관계는 지상천국으로 전화한다. 지상천국은 하늘나라가 땅에서 이루어지어 땅이 곧 천국이 된다는 의미로 천지의 음양합덕을 나타내는 대순사상의 천지관계 상생화를 대표하는 개념이다. 대순사상에서 지상천국은 정음정양 공사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천지가 분리될 때부터 천지가 화육하는 12운성의 원리로 나타난다.

年月日時分刻輪廻 皆是元亨利貞天地之道也82)

위 예문은 봄여름가을겨울의 기운을 상징하는 원형이정이 연월일시에 모두 무한중첩하여 적용되는 원리임을 보여주며83) 불교의 윤회 또한 연월일시분각윤회의 하나라고 명확히 언급하고 있다. 원(圓)의 원리에 의해 윤회(輪廻)는 불교에서와 같이 생(生)의 윤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극대와 극소의 시공간세계에서 프랙탈 원리로 작동한다.84) 『전경』에 원형이정은 우주 모든 변화의 근본원리인 대경대법(大經大法)으로도 표현된다.85)

위 예문에서 원형이정과 12운성은 체용관계로 나타난다. 대순사상에서는 그동안 그 발생과 작동의 원인을 모르던 명리학의 12운성(運星)이 천지지도인 원형이정과 체용의 관계임을 밝혔다. 체(體)인 5운이 현실적으로는 6기라는 용(用)으로 나타나듯이 원형이정이라는 천지의 도인 체(體)는 포태양생욕대관왕쇠병사장이라는 12운성의 용(用)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포태양생욕대관왕쇠병사장은 운기학에서 나오는 12운성, 혹은 포태법(胞胎法)이다. 포태는 어머니 뱃속에서 애기가 착상하는 것이고 양생은 착상된 태아가 발육하는 것이며 욕대는 엄마 뱃속에서 아기가 나오는 것이며 관왕은 모자를 쓰고 왕상하게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포태양생욕대관왕쇠병사장(胞胎養生浴帶冠旺衰病死葬)은 오늘날 12운성이라고도 불리는 ‘음양휴왕설’의 용어이다. ‘음양휴왕설(陰陽休旺設)’은 역학의 5운6기(五運六氣)에서 6기(氣)에 해당하는 기의 움직임으로 예를 들어 목기인 갑(甲)은 인(寅)목에서 가장 강성한 관(冠)이 되고 목과 상극되는 금인 신(申)에서 기운이 시작되는 태(胞)가 된다.

음양휴왕설은 오늘날 명리학에서 일부 사용되지만 역학에서는 천지지용(天地之用)이라 할 만큼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개념은 아님에도 『전경』에서는 원형이정과 체용관계를 이루는 천지지용으로 인용될 만큼 강조되고 있다. 역학은 모든 순환의 근본 모델을 제시하므로 역학에서 순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의 순환을 다루는 음양휴왕설이 『전경』에서 천지지용으로까지 언급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순사상에서 음양휴왕설은 문제해결의 기본틀이 되었다. 문제해결의 원리인 지소선후(知所先後)와 후박(厚薄)은86) 이와 기의 순서, 곧 음양휴왕의 순으로 일이 이루어짐을 보여준다.

12운성은 생명이 임신해서 자라고 커서 활동하는 전반의 성장과정을 12단계로 나눈 전형적인 성장이론이다.87)12운성은 음양과 오행 이론이 만나면서 생길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결과인 ‘음살양생’과 ‘음양순역지설’에 따른 것이다. ‘음살양생’은 음이 쇠하는 것이 양이 생하는 것이며 ‘음양순역지설’은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실제 『전경』에도 ‘음살양생’과 ‘음양순역지설’이 나타난다.

陰殺陽生 陽殺陰生 生殺之道 在於陰陽 人可用陰陽然後 方可謂人生也88)

『회남자』, 『백호통의』에 나타나는 12운성은 5행이 8괘와 만나 생잠염장하는 음살양생에 나타난다.89) 12운성은 10간이 12지에 미치는 모습이다. 『황제내경』 운기학(運氣學)의 12운성이 언급되는 것은 운기학의 대우주와 소우주 구분을 『전경』에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순사상에서 땅은 천지와 12운성의 변화를 하는 존재로 지위가 부각된다. 대순사상은 12운성을 2로 나누어 천지지용을 6용(用)이라고 하고 6용을 천지인의 3덕(德)이라고 한다,

六用三德 三德則天德地德人德也 統合謂之大德也 (중략)

天地之用 胞胎養生浴帶冠旺衰病死葬而已90)

따라서 12운성은 포태, 양생, 욕대, 관왕, 쇠병, 사장이라는 6용으로 나뉘고 포태, 양생, 욕대는 천지인의 삼덕에 해당한다. 천지화육은 이 천지인의 3덕에 의해 이루어지고 이는 다시 천지인과 관계된 유블선과 연동된다.

구천이 실체로 출현하는 대순사상에서는 조화, 무위이화, 기화 등의 동학사상 지관의 개념들이 천지신명의 개념으로 구체화되면서 12운성이 원형이정과 체용관계임이 드러나는 등 구성요소들의 관계가 명확해진다.91) 천지지용으로 확대된 대순사상의 지계관은 동양의 응축적 지관(1), 서양의 질료적 지관(2), 동학사상의 조화정적 지관(3)을 수용하여 새로운 천지지용의 지계관을 보여준다. 이로써 동서양이 통합된 성-속의 재배치, 곧 근대성이 정립되고 나아가 탈근대성으로 전환된다.

천지성경신(天地誠敬信) 지계관(地界觀)에 나타난 동서양 지관地觀의 재활성화

천지성경신(天地誠敬信) 지계관(地界觀)에 나타난 유불선 지관(地觀)의 재활성화

대순사상에서는 유불선이 천지지용의 12운성과 관련된다고 한다.

受天地之虛無仙之胞胎

受天地之寂滅佛之養生

受天地之以詔儒之浴帶92)

12운성의 원리에 따라 천지의 포태 기운인 허무를 가지고 선도가 생기고 천지의 양생 기운인 적멸을 가지고 불도가 생기고 천지의 욕대 기운을 가지고 유교의 이조가 생겼다고 한다. 대순사상에서는 천지의 성장과정이 우주만물에 적용되므로 인간의 성장도 천지의 12운성 성장원리로 해석될 수 있다. 대순사상은 12운성이라는 일관성으로 인간의 성장을 설명하고 있다. 선도와 불교, 유교는 각각 포태·양생·욕대관계 로써 연결된 존재가 된다. 유불선이 포태·양생·욕대를 통해 수행하는 역할을 살펴보면

佛之形體仙之造化儒之凡節93)

불교는 양생을 하며 형체를 만들고 선도는 조화로서 음양을 합덕시켜 포태를 한다. 뱃속에서 나온 아기는 범절을 배우게 된다. 인간이 선(포태,천)-불(양생,지)-유(욕대,인)의 순으로 발전해 간다면 천지가 생기는 것은 반대로 유(자,천)-불(축,지)-선(인,인)의 순으로 생겨난다.94)

道傳於夜天開於子 轍環天下虛靈

敎奉於晨地闢於丑 不信看我足知覺

德布於世人起於寅 腹中八十年神明95)

대순사상의 지계관은 이 유불선의 지계관을 실제 땅에 구현하는 것이다. 신명이 봉안될 수 있는 땅은 또한 하늘과 같이 재활성화되어 천문과 같이 땅도 재정렬된다. 대순사상의 지계관은 삼신산에서 출발하고 부모산인 회문산과 모악산에서 정비되고 산왕과 해왕의 혈자리가 정렬된다.

이곳은 예로부터 봉래산(蓬萊山)ㆍ영주산(瀛洲山) 일명 신선봉(一名 神仙峰)ㆍ방장산(方丈山)의 세 산이 삼신산(三神山)으로 불리어 오던 곳이로다.

먼저 삼신산의 경우 삼신산은 고대 도교사상인 신선사상과 풍류사상이 대순사상이 출발한 정읍을 중심으로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명이다. 정읍은 또한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96) 정읍은 당시 발해의 물속으로 잠겼다는 삼신산이 있는 위치와 가까운데 전국의 삼신산 중 유독 정읍의 삼신산은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다, 김성환, 정재서 등의 선행연구처럼 정읍은 진한시대 신선사상을 대표하는 서복(徐福, BC 255-?)이 불로초를 찾아갔던 여정의 길목일 수도 있다.97) 삼신산이 구천이 응할 수 있는 땅이라면 부모산은 구천이 만든 천지신명과 대응할 수 있는 자리이다.

상제께서 각 처에서 정기를 뽑는 공사를 행하셨도다. 강산 정기를 뽑아 합치시려고 부모산(父母山)의 정기부터 공사를 보셨도다. “부모산은 전주 모악산(母岳山)과 순창(淳昌) 회문산(回文山)이니라. 회문산에 二十四혈이 있고 그 중에 오선위기형(五仙圍碁形)이 있고 기변(碁變)은 당요(唐堯)가 창작하여 단주를 가르친 것이므로 단주의 해원은 오선위기로부터 대운이 열려 돌아날지니라. 다음에 네 명당(明堂)의 정기를 종합하여야 하니라. 네 명당은 순창 회문산(淳昌回文山)의 오선위기형과 무안(務安) 승달산(僧達山)의 호승예불형(胡僧禮佛形)과 장성(長城) 손룡(巽龍)의 선녀직금형(仙女織錦形)과 태인(泰仁) 배례밭(拜禮田)의 군신봉조형(群臣奉詔形)이니라. 그리고 부안 변산에 二十四혈이 있으니 이것은 회문산의 혈수의 상대가 되며 해변에 있어 해왕(海王)의 도수에 응하느니라. 회문산은 산군(山君), 변산은 해왕(海王)이니라” 하시고 상제께서 그 정기를 뽑으셨도다.98)

땅의 음양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부모산 중 ‘부’에 해당하는 회문산은 대순사상에서 세계평화가 시작되는 오선위기혈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풍수지리가 미시적인 가사(家事)나 국사(國事)에 거론된다면 대순사상의 풍수지리는 거시적으로 천하사(天下事)에 연관한다.

또 상제께서 장근으로 하여금 식혜 한 동이를 빚게 하고 이날 밤 초경에 식혜를 큰 그릇에 담아서 인경 밑에 놓으신 후에 “바둑의 시조 단주(丹朱)의 해원도수를 회문산(回文山) 오선위기혈(五仙圍碁穴)에 붙여 조선 국운을 돌리려 함이라. 다섯 신선 중 한 신선은 주인으로 수수방관할 뿐이오. 네 신선은 판을 놓고 서로 패를 지어 따먹으려 하므로 날짜가 늦어서 승부가 결정되지 못하여 지금 최 수운을 청하여서 증인으로 세우고 승부를 결정코자 함이니 이 식혜는 수운을 대접하는 것이라” 말씀하시고 “너희들이 가진 문집(文集)에 있는 글귀를 아느냐”고 물으시니 몇 사람이 “기억하는 구절이 있나이다”고 대답하니라. 상제께서 백지에 “걸군굿 초란이패 남사당 여사당 삼대치”라 쓰고 “이 글이 곧 주문이라. 외울 때에 웃는 자가 있으면 죽으리니 조심하라” 이르시고 “이 글에 곡조가 있나니 만일 외울 때에 곡조에 맞지 않으면 신선들이 웃으리라” 하시고 상제께서 친히 곡조를 붙여서 읽으시고 종도들로 하여금 따라 읽게 하시니 이윽고 찬 기운이 도는지라. 상제께서 읽는 것을 멈추고 “최 수운이 왔으니 조용히 들어보라” 말씀하시더니 갑자기 인경 위에서 “가장(家長)이 엄숙하면 그런 빛이 왜 있으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니 “이 말이 어디에 있느뇨”고 물으시니라. 한 종도가 대답하기를 “수운가사(水雲歌詞)에 있나이다.” 상제께서 인경 위를 향하여 두어 마디로 알아듣지 못하게 수작하셨도다.99)

회문산이 아버지 산이자 세계평화의 시작이 되는 오선위기가 시작될 곳이라면 땅의 음양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모악산은 부모신 중 ‘모’에 해당하여 증산이 신명으로 30년을 머문 금산사가 있게 된다.

금산사에 상제를 따라갔을 때 상제께서 종도들에게  천황(天皇) 지황(地皇) 인황(人皇) 후 천하지 대금산(天下之大金山)  모악산하(母岳山下)에 금불(金佛)이 능언(能言)하고  육장 금불(六丈金佛)이 화위 전녀(化爲全女)이라  만국 활계 남조선(萬國活計南朝鮮) 청풍 명월 금산사(淸風明月金山寺)  문명 개화 삼천국(文明開花三千國) 도술 운통 구만리(道術運通九萬里) 란 구절을 외워 주셨도다100)

위 예문에서 “모악산하(母岳山下)에 금불(金佛)이 능언(能言)하고”는 금산사에 구천의 강세가 예상되다는 뜻이 된다. 동학사상의 지관과 대순사상의 지계관을 비교하면 대순사상은 동학사상에 비해 상관적 사유의 확대로 땅의 역할이 증대되고 리미널리티 양상이 강화된다. 대표적으로 지기를 강화하기 위해 ‘석자 세치 땅을 태운다’는 것은 재활성화를 확대하기 위해 증산이 수행한 지기통일공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후천에서는 종자를 한 번 심으면 해마다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 추수하게 되고 땅도 가꾸지 않아도 옥토가 되리라. 이것은 땅을 석 자 세 치를 태우는 까닭이니라.101)

위 예문에서 땅을 ‘석자 세치’를 태우는 이유는 땅을 옥토로 지위 상승시켜 지상천국을 만드는 것을 보여준다. “석자 세치”는 전통적인 지관(地官)이 땅기운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로 간주한 범위이다, 천기(天氣)는 구만리(九萬里)여서 오늘날 인공위성 궤도와 일치한다고 한다.

대순사상 지계관의 특징은 종말이 아닌 지상천국이라는 「지상주의(地上主義)」적 종교관이라고 한다.102) ‘지상주의’란 성과 속의 경계를 재배치하는 계기를 의미한다. 차선근은 내정과 영대의 관계를 도교와 더불어 논의한다.103) 대순사상에서 지계관은 풍수지리와 더불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계관의 경우 부모산과 24혈처가 재정비된다. 부모산인 모악산과 회문산 그리고 세계의 근원산인 내장산을 중심으로 산군(山君)과 해왕(海王)의 24혈을 재정비한다.

상제께서 각 처에서 정기를 뽑는 공사를 행하셨도다. 강산 정기를 뽑아 합치시려고 부모산(父母山)의 정기부터 공사를 보셨도다. “부모산은 전주 모악산(母岳山)과 순창(淳昌) 회문산(回文山)이니라. 회문산에 二十四혈이 있고 그 중에 오선위기형(五仙圍碁形)이 있고 기변(碁變)은 당요(唐堯)가 창작하여 단주를 가르친 것이므로 단주의 해원은 오선위기로부터 대운이 열려 돌아날지니라. 다음에 네 명당(明堂)의 정기를 종합하여야 하니라. 네 명당은 순창 회문산(淳昌回文山)의 오선위기형과 무안(務安) 승달산(僧達山)의 호승예불형(胡僧禮佛形)과 장성(長城) 손룡(巽龍)의 선녀직금형(仙女織錦形)과 태인(泰仁) 배례밭(拜禮田)의 군신봉조형(群臣奉詔形)이니라. 그리고 부안 변산에 二十四혈이 있으니 이것은 회문산의 혈수의 상대가 되며 해변에 있어 해왕(海王)의 도수에 응하느니라. 회문산은 산군(山君), 변산은 해왕(海王)이니라” 하시고 상제께서 그 정기를 뽑으셨도다.104)

지기통일공사의 중심이 되는 것은 회문산과 모악산이다. 부모산인 회문산과 모악산의 공사와 전라도 삼신산 그리고 지리산, 금강산, 한라산의 외삼신산에 대한 운회공사와 산군과 해왕의 24혈 공사가 지계공사의 중심이 된다. 천지공사에 의해 천계가 정렬되며 천인관계는 동학사상의 조화관계에서 발전된 상생관계로 재활성화된다. 인신강세로 천원지방의 천지관계를 중재하는 인간의 지위가 재활성화되어 천지공사는 동서양의 상극적 지인관계를 상생으로 전환시킨다. 유불선 지관은 각 개별로 구성되어 있다면 대순사상의 지계관은 12운성으로 통합되어 나타난다.

천지성경신(天地誠敬信) 지계관(地界觀)에 나타난 서양 지관(地觀)의 재활성화

서양의 세계관은 실체적 세계관이다. 서양에서 말하는 땅은 동양에서 말하는 것처럼 하늘과 감응하여 천지의 화육에 동참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저 하늘의 형상이 적용되는 질료적 실체이거나 하늘의 형상대로 만들어져 인간이 지배·관리하는 대상이다. 이에 서양의 땅은 신명으로 가득찬 동양의 땅과 달리 인간의 편의를 위해 활용되는 대상이었다. 『전경』에는 이에 대해 창생의 편의로 표현하고 있다,

상제께서 어느 날 경석에게 가라사대 “전에 네가 나의 말을 좇았으나 오늘은 내가 너의 말을 좇아서 공사를 처결하게 될 것인바 묻는 대로 잘 생각하여 대답하라” 이르시고 “서양 사람이 발명한 문명이기를 그대로 두어야 옳으냐 걷어야 옳으냐”고 다시 물으시니 경석이 “그대로 두어 이용함이 창생의 편의가 될까 하나이다”고 대답하니라. 그 말을 옳다고 이르시면서 “그들의 기계는 천국의 것을 본 딴 것이니라”고 말씀하시고 또 상제께서 여러 가지를 물으신 다음 공사로 결정하셨도다.105)

위 예문은 서양 근대성의 지계관에 대한 총체적인 성격 규정을 보여준다. 먼저 “서양 사람이 발명한 문명이기”라는 구절은 땅에 대한 서양 근대성의 특징이 문명이기에 있음을 보여준다. 문명이기는 역사적으로 서양 근대성을 총체적으로 상징하는 상징물이었다. 먼저 총, 칼, 열차 등으로 대표되는 서양의 문명이기는 근대 이후 원자론으로 전환된 서양의 천관·지관·인간관을 반영한다.

데카르트의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이라는 명제는 짧은 구절이지만 변화된 서양의 천관·지관·인간관을 전체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캘빈의 예정설로 시작된 서양의 근대였지만 마테오 리치 이후 전래된 속성 위주의 동양적 세계관은 신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서양의 실체론적 세계관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던 유일신마저 부정하는 계기를 초래하고, 유일신이 사라진 세계에서 유일신을 대체할 새로운 실체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에 대한 가장 유력한 대응책으로 등장한 것이 데카르트의 “코기토 에르고 숨”이라는 명제였다.

데카르트의 ‘코기토 에르고 숨’은 유일신이 사라졌으니 이제 믿을 수 있는 것은 ‘내가 생각한다’ 한가지 사실이므로 모든 천관·지관·인간관을 ‘코기토 에르고 숨’ 위에서 재구성한다는 것이 서양 근대성을 대표하는 구성주의(構成主義, constructivism) 의 핵심이었다. 데카르트에 대하여 반대로 우주 전체가 신이라는 스피노자의 범신론(汎神論, pantheism)이나 기와 같이 존재한다는 라이프니쯔의 단자론(單子論, La Monadologie,)도 있었지만 데카르트의 구성주의는 칸트를 거치면서 서양 근대의 천관·지관·인간관으로 자리잡고 특히 지관에서 그 실천을 가속화하였다.

근대 이후 서양에게 땅이란 원자로 구성된 물질의 조합에 지나지 않고 인간의 역할은 원자의 특성을 이용하여 문명이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역설적인 것은 원자의 법칙또한 천관·지관·인간관의 원리에 따른 것이었지만 그러한 주장은 은폐되었다. 이제 인간은 문명이기를 만드는 도구적 이성의 존재가 되고 서양만이 도구적 이성을 가진 인간이 된다. 그러나 위 예문은 이 문명이기가 마테오 리치가 개방한 천상과 지하의 경계 개방으로106) 하늘의 문명이 땅의 신명에게 전해지고, 땅이 인간을 위해 펼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묵은 하늘은 인간을 죽이는 하늘로 변모되었다.107)

서양의 근대성이 퇴로 없이 전진만 하는 위험한 근대성이고 신명의 은혜도 모르고 스스로 교만하여 자멸하고 있는 근대성이었지만, 위 예문은 또한 서양 근대성의 가치를 ‘창생의 편의’라는 차원에서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 구절에서 ‘창생’이란 후천에 도통을 하지 못하고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를 의미한다. 도통을 하지 않았기에 일상을 영위하는 데 있어 문명이기는 실로 편리한 수단이 된다. 서양의 근대성이 신명을 배제하였지만 창생의 편의에 발전을 이룬 것은 서양의 땅 기운에 의한 것이므로 각 문명의 장점이 통합되는 개벽에는 높게 평가받을 수 있었다.108)

위 예문에서 대순사상에 나타난 구천은 서양의 근대성에 대해 양가적으로 평가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천이 서구의 근대성에 대해 양가적 평가를 한다는 것은 구천이 의도적으로 서구적 근대성을 지향했다고 할 여지가 있다. 실제 대순사상의 구천은 서구적 근대성과 같은 물질문명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용력술을 배우지 말지어다. 기차와 윤선으로 百만 근을 운반하리라. 축지술을 배우지 말라. 운거(雲車)를 타고 바람을 제어하여 만 리 길을 경각에 왕래하리라.109)

위 예문은 창생의 편의가 선천의 도술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순사상에서는 대순사상을 선천의 도술과 혼동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대순사상은 동학사상과 같이 기존에 출현한 진리체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진리이므로 선천의 도술을 배우지 말 것을 권한다.

천지에 수기(水氣)가 돌 때 만국 사람이 배우지 않아도 통어(通語)하게 되나니 수기가 돌 때에 와지끈 소리가 나리라.110)

대순사상이 말하는 문명의 범위는 기차와 윤선과 같은 실체적인 내용뿐 아니라 언어와 같은 추상적인 내용까지 포함됨을 의미한다. 천지공사가 시작되고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야 실현되는 기술의 발전이 당시에 예측된 셈이다.

금산사에 상제를 따라갔을 때 상제께서 종도들에게

천황(天皇) 지황(地皇) 인황(人皇) 후 천하지 대금산(天下之大金山)

모악산하(母岳山下)에 금불(金佛)이 능언(能言)하고

육장 금불(六丈金佛)이 화위 전녀(化爲全女)이라

만국 활계 남조선(萬國活計南朝鮮) 청풍 명월 금산사(淸風明月金山寺)

문명 개화 삼천국(文明開花三千國) 도술 운통 구만리(道術運通九萬里)

란 구절을 외워 주셨도다.111)

위 예문은 대순사상이 말하는 근대성의 범위가 서양의 근대성을 포함하는 훨씬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관점의 근대성임을 보여준다. 또한 천황, 지황, 인황이라는 『사기』에 나타난 문명 시원에 대한 언급은 근대성이 사실은 전통과 연결됨을 보여준다.

“이 세상에 학교를 널리 세워 사람을 가르침은 장차 천하를 크게 문명화하여 삼계의 역사에 붙여 신인(神人)의 해원을 풀려는 것이나, 현하의 학교 교육이 배우는 자로 하여금 관리 봉록 등 비열한 공리에만 빠지게 하니 그러므로 판 밖에서 성도하게 되었느니라” 하시고 말씀을 마치셨도다.112)

위 예문은 서양의 근대성이 마테오 리치에 의해 서양 문운이 열릴 때의 취지롸 달리 재리로만 활용하는 인간에 의해 당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음을 나타낸다. 이후 서양은 신명을 부정하고 박대하며 당초 취지는 못 살렸지만 창생의 편의를 도모했다는 장점은 인정된다.

상제께서 어느 날 경석에게 가라사대 “전에 네가 나의 말을 좇았으나 오늘은 내가 너의 말을 좇아서 공사를 처결하게 될 것인바 묻는 대로 잘 생각하여 대답하라” 이르시고 “서양 사람이 발명한 문명이기를 그대로 두어야 옳으냐 걷어야 옳으냐”고 다시 물으시니 경석이 “그대로 두어 이용함이 창생의 편의가 될까 하나이다”고 대답하니라. 그 말을 옳다고 이르시면서 “그들의 기계는 천국의 것을 본 딴 것이니라”고 말씀하시고 또 상제께서 여러 가지를 물으신 다음 공사로 결정하셨도다.113)

서양의 문명이 창생의 편의를 도모하게 된 것은 땅 기운의 영향으로 나타난다. 다만 땅 기운의 차이는 각 문화의 발전 뿐 아니라 반목을 유발할 수도 있어 지기를 통일하는 공사로 상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상제께서 가라사대 “지기가 통일되지 못함으로 인하여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인류는 제각기 사상이 엇갈려 제각기 생각하여 반목 쟁투하느니라. 이를 없애려면 해원으로써 만고의 신명을 조화하고 천지의 도수를 조정하여야 하고 이것이 이룩되면 천지는 개벽되고 선경이 세워지리라” 하셨도다.114)

위 예문에 나타난 서로 다른 지기의 영향은 문화 분 아니라 종교의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종교의 영역에서 종교는 땅의 기운과 합하여져 문화발전에 기여히게도 된다. 유불선 또한 서로 삼합을 이룰 수 있다.

四월 어느 날 김 보경의 집에서 공사를 행하시는데 백지 넉 장을 펼치시고 종이 귀마다 “천곡(泉谷)”이라 쓰시기에 그 뜻을 치복이 여쭈어 물으니 상제께서 “옛날에 절사한 원의 이름이라”고 가르쳐 주시고 치복과 송환으로 하여금 글을 쓴 종이를 마주 잡게 하고 “그 모양이 상여의 호방산(護防傘)과 같도다”고 말씀하시니라.

그리고 갑칠은 상제의 말씀이 계셔서 바깥에 나갔다 들어와서 서편 하늘에 한 점의 구름이 있는 것을 아뢰니 다시 명하시기에 또 나가서 하늘을 보고 들어와서 한 점의 구름이 온 하늘을 덮은 것을 여쭈었더니 상제께서 백지 한 장의 복판에 사명당(四明堂)이라 쓰시고 치복에게 가라사대 “궁을가에 있는 사명당 갱생이란 말은 중 사명당이 아니라 밝을 명 자를 쓴 사명당이니 조화는 불법(佛法)에 있으므로 호승예불혈(胡僧禮佛穴)이오. 무병장수(無病長壽)는 선술(仙術)에 있으니 오선위기혈(五仙圍碁穴)이오. 국태민안(國泰民安)은 군신봉조혈(群臣奉詔穴)이오. 선녀직금혈(仙女織錦穴)로 창생에게 비단옷을 입히리니 六월 十五일 신농씨(神農氏)의 제사를 지내고 공사를 행하리라. 금년이 천지의 한문(捍門)이라. 지금 일을 하지 않으면 일을 이루지 못하니라” 하셨도다.

위 예문은 유불선으로 대표되는 각 문명의 기반이 땅 기운에 있었으며 그 땅은 각각 하늘의 뜻을 대표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위 예문에서 서교의 부분으로 추정되는 부분은 선녀직금혈로, 위 예문에서도 창생에게 비단옷을 입힌다고 하여 창생의 편의를 강조하고 있다.

구천에 대한 인식전환은 근대성에 있어 늘 관건이 되었다. 동학사상에서 천외천이 동양사상에서 처음 출현하지만, 서양의 경우 천외천을 하늘 개념으로 간주하는 토대의 문화였으므로 지관에 대해서도 하늘에 대해 감응하는 동양의 지관에 비해 실체적인 속성을 더 많이 가지고 있었다. 서양 지관의 실용적 성격에 대해서 창생의 편의에 대한 내용은 ‘금의창생’이라는 부분으로 대표된다. 대순사상은 지기통일공사를 통해 동서양의 지관을 재활성화한다.

지상천국(地上天國)의 천지관계에 나타난 동서양 천지관계의 재활성화

지상천국에 관한 담론과 관련하여 대순사상에 나타나는 특징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지상천국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밝히는 점이고 두 번째는 지상천국의 현상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먼저 대순사상이 지상천국의 원리를 밝힌 것은 지상천국의 원리가 음양합덕의 원리에 따라 구현된다는 점이다. 대순사상에서 천지관계는 천원지방의 천지구성원리에 따라 천지신명의 상호작용에 의해 심라만상을 화육하는 체계가 된다. 천지는 음과 양 한 부분만 맡고 있어 인간의 도통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존재로 도통군자의 화육을 목표로 한다. 혼의 성격을 가진 하늘은 형체가 없는 기획을 하므로 천원지방, 천문지리, 천도지덕의 경우에서와 같이 혼의 성격을 가진 원(圓), 문(文), 도(道)의 역할을 수행한다, 반면 백(魄)의 성격을 가진 땅은 형체가 있어 실행을 하므로 천원지방, 천문지리, 천도지덕의 경우에서와 같이 백의 성격을 가진 방(方), 이(理), 덕(德)의 역할을 수행한다, 대순사상의 주문에는 천지의 28수와 24절후, 천지조화, 천지팔문, 천지둔갑을 수행하는 신명들이 체계적으로 나타난다.

전통적으로 지상천국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희망사항으로만 이해되었다. 대순사상은 서양이라는 낯선 타자가 출현하는 국면을 맞아 동양과 서양의 관계를 음양의 원리로 해석하여 자생적 서양 이해의 전기를 마련한다. 마찬가지로 지상천국에 대해서도 음양의 원리를 적용하여 서양에 의해 진행되던 지상천국의 의미를 동양적으로 이해하게 하였다.

목적(目的)

무자기(無自欺)       정신 개벽(精神開闢)

지상 신선 실현(地上神仙實現) 인간 개조(人間改造)

지상 천국 건설(地上天國建設) 세계 개벽(世界開闢)115)

위 예문은 도주 조정산에 의해 1925년 을축년 구천을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상제(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上帝)에 봉안한 후 대순사상의 종지, 목적, 신조를 밝힐 때 목적으로 설명한 부분이다. 당시 증산의 사상에 대한 많은 연구자가 있었지만 대순사상을 종지, 목적, 신조로 명확하게 구분한 것은 도주 조정산이 처음이었다.

위 예문에서 목적이란 천지공사를 포함하여 수많은 증산의 행적이 어떤 의도에서 있었는가를 명시하는 부분이다. 위 예문에서 세계개벽이라는 표현으로 되어 있는 지상천국건설은 지상천국이 음양합덕이라는 개벽의 차원에서 이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 두 번째 지상천국의 현상을 살펴보면, 대순사상은 지상천국의 모습을 이치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후천에서는 종자를 한 번 심으면 해마다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 추수하게 되고 땅도 가꾸지 않아도 옥토가 되리라. 이것은 땅을 석 자 세 치를 태우는 까닭이니라.116)

위 예문은 후천의 지상천국에서 땅을 묘사한 대목이다. 후천의 땅은 씨를 뿌리지 않아도 작물이 저절로 자란다. 음양합덕의 원리에 따라 하늘과 같이 지위가 상승한 땅은 그 기능면에서도 하늘과 대응된다. 한편 후천을 이끌 도통군자와 같이 할 도통신명이 존재하는 곳도 땅에서 가장 수려하다고 여기는 금강산이 된다.

상제께서 태인 도창현에 있는 우물을 가리켜 “이것이 젖(乳) 샘이라”고 하시고 “도는 장차 금강산 일만이천 봉을 응기하여 일만이천의 도통군자로 창성하리라. 그러나 후천의 도통군자에는 여자가 많으리라” 하시고

“상유 도창 중유 태인 하유 대각(上有道昌中有泰仁下有大覺)”

이라고 말씀하셨도다. 117)

지상천국은 증산의 인신강세에 의해 현실화되었지만, 지상천국은 천지가 만들어질 때부터 의도된 원리였으므로 강세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추구 되어왔다. 서양의 종교에서는 천국과 지상을 대체로 분리하였으나, 신라의 불국토와 화랑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동양에서는 지속적으로 결합이 추구된다.

대순사상에서 지상천국을 실현하는 것은 「전교」에 나타나듯이 4,600여년에 걸친 역사 속에서 세상에 출현한 성인과 유불선의 전파를 통한 인간에 대한 교육에 의한 것으로 나타난다. 『전경』은 천지의 음양합덕과 인간과 신명의 신인조화가 이루어져 천지가 성공한 후천의 지상천국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후천에는 또 천하가 한 집안이 되어 위무와 형벌을 쓰지 않고도 조화로써 창생을 법리에 맞도록 다스리리라. 벼슬하는 자는 화권이 열려 분에 넘치는 법이 없고 백성은 원울과 탐음의 모든 번뇌가 없을 것이며 병들어 괴롭고 죽어 장사하는 것을 면하여 불로불사하며 빈부의 차별이 없고 마음대로 왕래하고 하늘이 낮아서 오르고 내리는 것이 뜻대로 되며 지혜가 밝아져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시방 세계에 통달하고 세상에 수ㆍ화ㆍ풍(水火風)의 삼재가 없어져서 상서가 무르녹는 지상선경으로 화하리라.118)

위 예문에서 후천은 인간에 의해 천지가 조화되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인간의 교육과 인간의 변화가 전제됨을 보여준다. 이처럼 대순사상의 지상천국은 오랜 역사 속에서 매우 세밀한 논리를 토대로 이루어져 간다.

아울러 대순사상에서는 원리와 함께 지상천국과 관련하여 역사적인 3가지 사건이 주목된다. 『전경』에서 지상천국을 본격적으로 추구한 인물은 요임금, 마테오 리치, 진묵 대사이다. 대순사상에서 음양합덕을 통해 지상천국을 건설하려한 첫 번째 인물은 요임금이다.

상제께서 정미년 섣달 스무사흘에 신 경수를 그의 집에서 찾으시니라. 상제께서 요(堯)의 역상 일월성신 경수인시(曆像日月星辰敬授人時)에 대해서 말씀하시기를 “천지가 일월이 아니면 빈 껍데기요, 일월은 지인(知人)이 아니면 허영(虛影)이요, 당요(唐堯)가 일월의 법을 알아내어 백성에게 가르쳤으므로 하늘의 은혜와 땅의 이치가 비로소 인류에게 주어졌나니라” 하셨도다. 이때 상제께서 일월무사 치만물 강산유도 수백행(日月無私治萬物 江山有道受百行)을 가르치고 오주(五呪)를 지어 천지의 진액(津液)이라 이름하시니 그 오주는 이러하도다.

新天地家家長歲 日月日月萬事知

侍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

福祿誠敬信 壽命誠敬信 至氣今至願爲大降

明德觀音八陰八陽 至氣今至願爲大降

三界解魔大帝神位願趁天尊關聖帝君119)

위 예문에서 요임금(帝堯陶唐氏, BC 2324-BC 2255)이 하늘의 은혜인 일월의 법, 곧 시간의 원리와 그에 따른 땅의 이치를 알려주어 지상천국이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고 대순사상은 평가한다.

다음 근대와 가까운 시기에 대순사상의 지상천국을 이루고자 한 인물은 마테오 리치와 진묵 대사(震默, 1562-1633)이다. 대순사상에서 마테오 리치의 동방선교는 서학의 지상천국 건설 노력으로 높이 평가된다. 서학의 천당은 사후세계에 있는 것으로 강조되었지지만, 실제 서학의 가치는 지상천국의 건설에 있었던 것으로 대순사상은 평가한다. 마테오 리치 이전에도 지상천국을 모색하고자 했던 또 다른 인물들이 대순사상에서는 재조명된다. 이들 인물 가운데는 신농씨(炎帝 神農氏), 강태공(,姜尙, B.C. 1211- 1072), 관운장 (關羽, ?-21), 석가모니 등이 있다.120)

유교의 폐습으로 마테오 리치의 지상천국 시도는 좌절되었다. 그러나 대신 동서의 경계가 개방되어 동양의 문명신은 서양으로 넘어가 서양의 지상천국 건설에 동참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교만으로 원한이 해원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이 개방은 오히려 삼계의 착란으로 연결된다.

대순사상에서 지상천국건설을 위해 노력하는 또 다른 인물은 진묵대사이다. 조선 중기에 살아있는 부처로 불릴 만큼 이적과 전설의 주인공이었던 진묵대사는 천상에 올라가서 온갖 묘법을 배워 내려 인세에 그것을 베풀고자 하였으나, 이 또한 유학자인 김봉곡의 음해로 좌절된다.

동학의 실패 이후 백척간두에 있던 동양(東洋) 형세는 그 존망의 급박함이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있었으나 천지공사 이후 러일전쟁을 계기로 부활의 전기를 맞아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서양보다 앞서있던 동서양의 관계는 마테오 리치와 진묵 대사 이후 관계가 역전되고 동양은 진멸위기에 놓였다가 부활한다. 천지공사 이후 동서양의 교류는 증폭되어 동서양의 장점이 합해진 문화가 150여년간 이룩되어 왔다.

성사재인(成事在人) 인계관(人界觀)의 자생적 근대성

인계관(人界觀)으로서의 인간관(人間觀)

대순사상 인계관의 성립은 구천의 인신강세로부터 시작된다, 실체로서의 구천의 인신강세는 구천의 신위에 나타난 “강성상제”라는 용어에서 명확하게 나타난다.

강성상제(姜聖上帝)라 함은

우주(宇宙) 삼라만상(森羅萬象)을 삼계대권(三界大權)으로 주재(主宰) 관령(管領)하시며 관감만천(觀鑑萬天)하시는 전지전능(全知全能)한 하느님의 존칭(尊稱)임을 뜻함이다.

“강성상제(姜聖上帝)”는 인간계의 성을 신위에 추가함으로써 구천이 인신 강세를 하였음을 드러내 준다. 구천의 인신강세로 인하여 인계관은 새롭게 형성된다. 인신강세 후 천지를 운행하던 신명은 운수자리를 함께 할 인간을 찾아 나서게 된다. 인신강세 이전에는 인간이 신명을 찾아왔지만, 인신강세 이후에는 신명이 인간을 찾게 된다.

상제께서 박 공우가 아내와 다투고 구릿골을 찾아왔기에 별안간 꾸짖으시기를 “나는 독하면 천하의 독을 다 가졌고 선하면 천하의 선을 다 가졌노라. 네가 어찌 내 앞에 있으면서 그런 참되지 못한 행위를 하느뇨. 이제 천지신명이 운수자리를 찾아서 각 사람과 각 가정을 드나들면서 기국을 시험하리라. 성질이 너그럽지 못하여 가정에 화기를 잃으면 신명들이 비웃고 큰일을 맡기지 못할 기국이라 하여 서로 이끌고 떠나가리니 일에 뜻을 둔 자가 한시라도 어찌 감히 생각을 소홀히 하리오” 하셨도다121)

운수자리란 음양합덕의 원리로 후천에서 신명이 함께할 사람과 가정을 뜻한다. 구천의 인신강세로 인간의 지위가 격상된다. 대순사상에서 신명과 인간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구분된다, 인간은 죽으면 신명이 되고, 신명이 태어나면 인간으로 되는 것이다.

김 송환이 사후 일을 여쭈어 물으니 상제께서 가라사대 “사람에게 혼과 백이 있나니 사람이 죽으면 혼은 하늘에 올라가 신이 되어 후손들의 제사를 받다가 사대(四代)를 넘긴 후로 영도 되고 선도 되니라. 백은 땅으로 돌아가서 사대가 지나면 귀가 되니라” 하셨도다.122)

신명과 인간은 삶과 죽음으로 스스로 그 형태를 바꾼다. 곧 인간은 신이 몸이라는 형체를 가지는 것이고 인간이 죽음으로 형체를 벗어나면 신이 된다. 다만 수도를 한 인간은 정과 혼이 결합하고 뭉치게 되어 죽어도 혼이 사라지지 않고 천상에 오를 수 있지만, 수도를 하지 않은 인간은 연기가 삭듯 사라진다.

도를 닦은 자는 그 정혼이 굳게 뭉치기에 죽어도 흩어지지 않고 천상에 오르려니와 그렇지 못한 자는 그 정혼이 희미하여 연기와 물거품이 삭듯 하리라.123)

위 예문에서 “정혼(精魂)”이 혼과 다른 것은 신체에 있는 정기신(精氣神) 가운데 물질인 정(精)과 정신인 혼(魂)이 결합한 것이 정혼이기에 정혼은 인간이 살아있을 때만 가지는 혼이 된다. 인간은 수도의 여하에 따라 이 정혼의 수준이 결정된다. 이에 신명과 인간은 음양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神有人神陰人陽, …(중략) 神人以陰陽成造化…(중략) 神人和而萬事成神人合而百工成神明竢人人竢神明陰陽相合神人相通然後天道成而地道成神事成而人事成人事成而神事成124)

神이 있고 사람이 있으니, 神은 음이고 사람은 양이다. …

神과 사람은 음양으로써 조화를 부린다. …

神과 사람이 사이가 좋아야 만사가 이루어지고

神과 사람이 협력해야 백 가지 공이 이루어진다.

神은 사람을 기다리고(바라고) 사람은 神을 기다린다(바란다).

음양이 서로 합하고 神과 사람이 서로 통한 이후에야

하늘의 도가 완성이 되고 땅의 도가 완성이 된다.

神의 일이 이루어져야 사람의 일이 이루어지고

사람의 일이 이루어져야 神의 일이 이루어진다.125)

위 예문에서 신과 인간이 서로 의지하고 끌어주는 까닭은 몸을 가진 인간은 지상세계에 변화를 줄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을 알 수 없고, 신명은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볼 수 있지만 지상세계에 변화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하늘 위의 하늘이 천지를 화육할 때, 신명과 인간을 구분하고 서로 교류하게 하는 것은 몸을 가진 인간이 되면 노력을 통해 두루 잘 할 수는 있지만 한 분야에 탁월할 수 없고, 몸이 없는 신명이 되면 한 분야는 탁월할 수 있으되, 몸이 없어 다른 분야에 두루 잘할 수는 없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계의 신명과 천지의 신명은 구분된다.

천지에 신명이 가득 차 있으니 비록 풀잎 하나라도 신이 떠나면 마를 것이며 흙 바른 벽이라도 신이 옮겨가면 무너지나니라.126)

위 예문은 대순사상에서 천관, 지관, 인간관은 신명으로 가득 찬 천계, 지계, 인간계라는 신명 시스템인 것을 보여준다. 이는 대순사상의 신인관계는 유기적 인간과 기계적 신명으로 구성되며 이 관계가 천·지·인에 반영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구천은 신인의도(神人依導)의 법을 삼계착란에 대한 처방으로 제시한다. 그 핵심은 인신강세 이후 천하의 문제를 진단하는 삼계대순 이후 ‘신’과 ‘인간’이 서로 도와서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신인의도(神人依導)의 이법(理法)으로 해원(解冤)을 위주(爲主)로 하여 천지공사(天地公事)를 보은(報恩)으로 종결(終結)하시니127)

삼재(三才)이론에서 인간은 천지의 소통을 중재하는 중재자로 나타난다. 인계관과 인간관 또한 차이는 “계(界)”가 가지는 시스템적 성격에 따라 사건들이 논리적으로 연결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삼재의 인간관이 개별적인 의사결정에 초점이 있다면, 삼계의 인계관에는 시스템적인 성격이 강조된다. 따라서 인간이 가지는 중재적, 접화적 기능도 조직적으로 나타난다.

근대 이후 100여년간 동양과 서양은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서로 가지게 되었다 서양은 동양을 신비화하여 동양 지배를 정당화하고 동양은 서양을 신비화하여 동양의 정체성 포기를 정당화했다. 100여년간의 서양 근대문명의 동양 기원 망각은 오늘날 동양 사람들에게 서양 근대의 기원이 동양이란 것을 믿지 못하게 한다. 동양의 천관·지관·인간관은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천계관·지계관·인계관의 출현을 기다리게 되었다.

성사재인(成事在人) 인계관(人界觀)

구천의 출현 전과 후의 차이는 신명과 인간의 관계 역전에서 두드러진다. 늘 신명을 모시던 인간이 근대에 이르러 신에게 도전하고 신을 부정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지만 상제의 인신강세는 마침내 신명이 인간을 인정하고 인간과 협력을 이루게 하는 계기가 된다.

“중찰인사는 도통을 뜻하며, 이것은 앞으로 모든 권리나 그 어떠한 것이라도 사람이 다 갖는다는 뜻이다. 그러니 사람이 가장 높아진다. …(중략) 옛날에는 신봉어천(神封於天)으로 모든 권한을 하늘이 맡아서 행사하여 천존시대였고, 현재는 신봉어지(神封於地)로 땅이 맡아서 행사하니 지존시대다. 지금은 지존시대가 다 되었다 하나 이사 갈 때 방위 보고 묘 자리를 보는 등 아직도 땅에 의존하는 것은 땅에서 권한을 가졌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신봉어인(神封於人)으로 이 권한을 사람이 맡아서 하게 된다.” 「도전님 훈시」 (1989. 4. 12)128)

위 예문에서 동양은 서양과 달리 풍수지리와 같은 땅의 힘이 하늘만큼 크게 강조되었던 이유가 땅에 신명이 봉안되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상제의 인신강세는 땅에 봉안되어 있던 신명을 인간에게 봉안하는 큰 기회임을 알 수 있다. 신명의 죄와 벌을 무서워하던 인간은 인신강세로 신명과 같은 등급의 위치로 격상된다.

구천의 인신강세로 초래된 지관과 인간관의 변화 중 가장 큰 변화는 ‘인간은 무엇이며 왜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의 해결이었다. 대순사상은 인간의 존재 이유에 대한 답으로 ‘마음’을 제시한다.

마음은 일신(一身)의 주(主)이니 사람의 모든 언어(言語) 행동(行動)은 마음의 표현(表現)이다. 그 마음에는 양심(良心), 사심(私心)의 두 가지가 있다. 양심(良心)은 천성(天性) 그대로의 본심(本心)이요, 사심(私心)은 물욕(物慾)에 의(依)하여 발동(發動)하는 욕심(慾心)이다. 원래(原來) 인성(人性)의 본질(本質)은 양심(良心)인데 사심(私心)에 사로잡혀 도리(道理)에 어긋나는 언동(言動)을 감행(敢行)하게 됨이니 사심(私心)을 버리고 양심(良心)인 천성(天性)을 되찾기에 전념(專念)하라. 인간(人間)의 모든 죄악(罪惡)의 근원(根源)은 마음을 속이는 데서 비롯하여 일어나는 것인즉 인성(人性)의 본질(本質)인 정직(正直)과 진실(眞實)로써 일체(一切)의 죄악(罪惡)을 근절(根絶)하라.129)

위 예문에서 인간의 마음은 천성을 품은 존재이다. 서양에서 신의 형상을 따라 만들었다고 하는 것처럼 인간의 마음은 특히 하늘의 마음과 통할 수 있다고 한다. 서양은 근대 100여 년간 동양을 앞서왔지만 아직 서양 인문과학에서는 ‘마음’이란 개념이 없다.

동양 전통에서 수행의 근본 기제로 여겨진 ‘마음’은 대순사상에서 구천의 인신강세 이후 지상천국이 실현되는 계기로까지 격상된다. 대순사상에서 마음은 천지의 보배이며130) 천지도 마음에 따라 작동하고 구천의 인신강세도 이루어진다.131) 신명이 인간에 봉해지는 것도 마음이 있기 때문이고 마음은 그래서 영혼의 집이라는 영대(靈臺)로 불렸다. 동학사상에서 “지기(至氣)”가 여러 번 언급되지만 그 “지기”를 받게 되는 마음에 대한 언급은 드물다. 인간은 마음을 가진 존재이기에 천지와 대등한 삼재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 인신강세 이후 드러난 인간의 존재 이유이다.

六월 어느 날 신 경원(辛京元)이 태인에서 사람을 급히 보내어 순검이 날마다 저의 집에 와서 상제의 계신 곳을 묻는다는 소식을 전하게 하였도다. 상제께서 그 사람을 보고 “급한 일로 오는 사람이 도중에서 지체하다가 늦어진 것은 무슨 일이뇨” 꾸짖으시니 그 사람이 대답하기를 “오는 길에 당화주역으로 운명을 비판하는 자가 있으므로 잠깐 지체되었사오니 용서하소서” 하니 상제께서 곧 글을 써 주시며 “이 글을 경원에게 주고 보고 난 후에 곧 불사르라” 이르시니 그 글은 이러하니라.

天用雨露之薄則必有萬方之怨

地用水土之薄則必有萬物之怨

人用德化之薄則必有萬事之怨

天用地用人用統在於心

心也者鬼神之樞機也門戶也道路也

開閉樞機出入門戶往來道路神

或有善或有惡

善者師之惡者改之

吾心之樞機門戶道路大於天地132)

위 예문에서 하늘이 우로를 내리고 땅이 수토의 덕을 쓰는 것은 마음에 달려있다. 천지는 화육을 위해 인간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므로 땅 또한 인간의 뜻에 따라 준다. 인간의 마음은 신명이 드나드는 통로와 집이 된다. 가일배법(加一倍法)이라는 리미널리티의 원리에 따라 인존시대로 가기 전에 지존시대를 거치며 지존시대에서 인존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땅의 변동도 예측하는 연구자들도 있다.133) 인간은 마음이 있는 존재이기에 마음이 실체화 되는 은원관계(恩怨關係)에서 마음의 가치가 결정된다.

正吾之心氣 立吾之義理 求吾之心靈134)

인간의 마음이 보배라는 「포유문」의 마지막 부분에 나타나는 위 예문은 인간 마음의 가치는 평상시의 심기와 의리에 의해 좌우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에 지상천국은 인간이 해원하여 의리와 보은이 사라진 무도병의 세계에 다시 의리와 보은이 설 때 도래한다.

특히 부모와 자식, 곧 선령신과 자손간의 해원-보은관계가 마음의 실현 곧 지상천국 실현의 관건이다. 서양에서 이성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라면 동양에서의 마음은 효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대순사상에서도 또한 효는 마음과 생사판단의 궁극적 기준이 된다.

상제께서 대흥리에서 三十장의 양지 책의 앞장 十五장마다 “배은망덕 만사신 일분명 일양시생(背恩忘德萬死神 一分明一陽始生)”을, 뒷장 十五장마다 “작지부지 성의웅약 일음시생(作之不止聖醫雄藥 一陰始生)”을 쓰고 경면주사와 접시 한 개를 놓고 광찬에게 가라사대 “이 일은 생사의 길을 정함이니 잘 생각하여 말하라”고 하시니 광찬이 “선령신을 섬길 줄 모르는 자는 살지 못하리이다”고 여쭈니 상제께서 말씀이 없으시다가 잠시 후에 “네 말이 가하다” 하시고 접시를 종이에 싸서 주사(朱砂)를 묻혀 책장마다 찍으셨도다. “이것이 곧 마패(馬牌)라”고 이르셨도다.135)

위 예문에서 선령신의 보은은 생사판단의 기준이 된다. 의리와 보은이 생사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은 천지가 인간을 선택하는 기준인 마음의 성능이 의리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서양사상에 마음은 없지만 대순사상은 서양사상도 긍정적으로 포용한다. 대순사상은 서양과 같이 성장을 긍정한다. 다만 대순사상에서 서양과 다른 점은 천지신명과 선령신이 포함된 성장이라는 점이다. 대순사상에서 인간의 성장은 도통이 된다. 대순사상의 성장에서 강조되는 것은 천지와 조상의 은혜, 곧 보은이다. 그러나 대순사상에서 도통은 도교와 달리 자신의 노력 뿐 아니라 상제의 임의에 맡겨야 이를 수 있다.

任上帝之任意洋洋上帝在上浩浩136)

위 예문은 보배인 마음이 이룰 수 있는 도통은 인신강세한 구천이 제시한 진법에 따라 수행해 가는 안심안신에 있음을 보여준다. 대순사상에서 도통은 무위이화의 원리와 같이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구천의 법리가 중요하다.

대순사상의 인계관은 천지공사의 진행과 더불어 그 의미가 드러났지만 천지공사 이전 「전교」에 나타난다. 천지인의 기운을 가진 유불선을 통해 천지가 인간을 성장시키는 프로그램으로 대순사상은 「전교」를 제시하고 있다. 500년만에 성인이 출현하다는 맹자의 언급처럼 「전교」에서는 513년 주기로 9회에 걸쳐 약 4,617여년간 신성(神聖) 및 유불선의 성인과 그 가르침이 나타나 <표 3>과 같이 인간을 가르쳐왔다고 한다.137)

<표 3> 유불선과 전교

<표 3> 유불선과 전교

포태(정교합일)양생(정교분리)욕대 (정교분리)관왕(정교합일)
기간513년 X 3=1539년513년 X 3=1539년513년 X 3=1539년
내용삼황오제요순탕왕석가공자예수신라남조성리학교황대순

실제 대순사상은 동양수학의 천문, 지리 곧 하도낙서 수학의 확장인 자미두수의 7성138), 밀교 천문학의 28수139), 시간함수인 24절140), 천상분야열차지도의 우주관과 욕계, 색계, 무색계의 36천 우주관으로 해석될 수 있다141).

동서고금의 시공간에 나타난 이치를 융합한다는 대순사상의 삼계공사에 따라 삼계는 인간 화육을 위해 재정비된다. 천계공사에 의해 천상분야열차지도의 중심인 태을은 태을천상원군과 관계를 가지고 태을을 둘러싼 칠성은 칠성주의 순서 변화로 재정비된다. 칠성을 둘러싼 28수와 24절에는 각 신장들이 배치되어 상관적 사유가 실체화된다. 후천 삼계 관계에 선천과 가장 달라진 점은 인존(人尊), 성사재인(成事在人), 도통군자(道通君子)이다.142)

이에 기존종교의 신인관계와 달리 대순사상에서는 상호소통으로 되어 있디. 인간은 몸속에 갇힌 신이기에 내부의 신을 깨워 외부의 신과 소통하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순사상의 우주관과 인체관은 세부사항이 치밀하여 기존 종교의 우주관과 인체관이 보다 상세하고 체계적으로 설명된다.

100년 전에 동아시아에 들어온 서양 사상은 동아시아인에게는 사실 친숙한 것이었다. 서양은 맹자에게 배워 최초의 역성혁명을 일으켰고143) 『주역』을 통해 라이프니쯔는 원자론의 단초인 단자론을 세웠다.144) 서양문물이 들어올 당시 동양의 지식인에게 서양의 민주주의와 과학은 낯선 것이 아니었으므로 타 문명과 달리 수용이 매우 용이했다.

한국 신종교에 있어 유럽 근대문명의 동아시아 기원이 갖는 의미는 한국 신종교가 가지는 근대성이 오늘날의 입장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 곧 현대적 근대성이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근대 주류지식인이 서양의 근대성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열악해 보이는 신종교의 자생적 근대성은 오히려 서양보다 한발 앞선 근대성이었다. 한국 신종교의 근대성이 포스트모더니즘 곧 현대성이었다는 또 하나의 근거는 한국 신종교가 크게 유행한 것이 현대성이 드러난 1980년대 후반 이후라는 점이다.145)

한국 신종교는 발생 당시 이미 서양의 근대성보다는 한 차원 높은 근대성을 추구하였으므로 한국 신종교가 일본의 탄압 이후 부활하기까지는 공산주의 붕괴라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상황 혹은 현대적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성사재인(成事在人) 인계관(人界觀)에 나타난 동서양 인간관(人間觀)의 재활성화

성사재인(成事在人) 인계관(人界觀)에 나타난 유불선 인간관(人間觀)의 재활성화

대순사상에 나타나는 인계관은 「전교」에 나타나듯이 유불선의 인간관과 연결된다. 대순사상에서 유불선은 하늘이 인간을 교육하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구천이 강조되는 대순사상에서 유불선은 천지인의 기운과 대응한다. 그러나 대순사상은 실체적인 신명을 강조하는 데 반해 기존 유불선은 신명의 속성적인 작용을 강조하는데 큰 차이가 있다.

기존 선불유의 사상을 대표하는 허무, 적멸, 이조는 대순사상에서 각각 천과 지의 한 가지 기능을 담당한다. 선, 불, 유의 허무, 적멸, 이조는 12운성에서 포태, 양생, 욕대의 다음 단계인 관왕으로 통합되고 대순사상은 관왕의 도이다.146) 선도의 허무와 불도의 적멸 그리고 유교의 이조는 성리학에서 밝힌 마음의 3가지 작용인 허령(虛靈), 지각(知覺), 신명(神明)에 각각 대응된다,

道傳於夜天開於子 轍環天下虛靈

敎奉於晨地闢於丑 不信看兒足知覺

德布於世人起於寅 腹中八十年神明147)

『심경(心經)』에서 마음은 허령-지각-신명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148) 대순사상에서 허령-허무,지각-적멸, 신명-이조의 세 기운은 각각 천지인에 대응된다. 허령, 지각, 신명은 천지인에 대응하여 본체, 작용, 주체로 해석될 수 있다.149).

대순사상에서 유불선이 신명과 관계될 수 있는 원리는 유불선이 각각 천지의 포태, 양생, 욕대의 기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受天地之虛無仙之胞胎

受天地之寂滅佛之養生

受天地之以詔儒之浴帶150)

위 예문은 선도의 허무라는 사상은 천지의 포태 기운인 허무에서 나왔으며 불교의 적멸사상 또한 천지의 양생 기운인 적멸에서 나왔음을 보여준다, 이는 유교의 경우도 동일하다.

포태·양생·욕대로 기능하는 유불선의 원리를 통한 대순사상의 신인조화는 동양사상을 기호수학으로 표시한 한태동의 방법을 통해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151) 유불선과 서교는, X는 X이고 –X는 -X라는 이중긍정의 유교, X는 -X이고 -X는 X라는 역설적인 도교, X는 X도 -X도 아니라는 이중부정적인 불교로 표현할 수 있다. 유불선은 친구와 원수의 관계를 정의하는데 있어 그 특성이 분명히 드러난다. 배워서(X) 익히니(X) 기쁘고 멀리서 친구(X)가 또(X) 찾아와서 기쁜 유교는 임금(X)은 임금(X)다와야 하고 신하(-X)는 신하(-X)다와야 하므로 친구(X)와 원수(-X)의 관계에서 친구(X)는 친구(X)고 원수(-X)는 원수(-X)라고 한다.152) 원수와 친구를 척력과 같이 분리하여 추진하는 유교에 대해 오랜 유교의 숙적이었던 도교는 도(X)를 도(X)라 하면 도가 아니고(-X) 유(X)는 무(-X)이고 무(-X)는 유(X)이며 가장 약한 물(-X)이 가장 강하고(X) 가장 추한(-X) 사람이 가장 미인(X)이므로. 원수(-X)는 친구(X)요 친구(X)는 원수(-X)라고 한다.153) 원수와 친구를 대칭으로 배치하는 도교에 대해 오랜 유교-도교의 중재자인 불교는 친구(X)도 원수(-X)도 없는 일체 공(空)을 주장한다. 따라서 도교와 불교의 허무와 적멸은 –X로 표시된다.154) 또 유교의 경우 –X는 없지만 이조(以詔)로 표시되는 이중긍정의 X는 내부적 초월로 해석될 수 있다. 포스트휴먼시대는 내부적 초월을 필요로 하며155) 이는 동양 여성이 내면화한 초월이 반영된 한류의 유행으로 잘 드러난다고 한다.156) 허무 적멸에 기초한 내부적 초월이 포스트휴먼시대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에 관건이 된다고 한다. 이상 12운성과 유불선의 관계는 <표 4>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157)

동양에서 유불선의 추이를 각각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신명의 실체성이 사라지고 속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도교의 경우 음양오행의 상관적 사유가 외단(外丹)에서 내단(內丹)으로 진행되며, 음양오행의 기가 내면화된다. 불교의 경우 상관적 사유는 부처와 중생이 엄격히 구분되는 소승불교에서 점차 중생에게 불성이 내재한다는 여래장사상의 대승불교로 나아가, 결국 중생이 바로 깨달을 수 있다는 선불교로 발전했다. 유교의 경우는 한나라 이후 음양오행체계와 유교가 결합된 후 성리학 단계에서 유교는 내면의 수행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실체를 버리고 속성에 치우친 유불선은 결국 실체에 치우치는 서양의 위협을 이겨내지 못한다.

<표 4> 12운성과 유불선

<표 4> 12운성과 유불선

구분
12운성포태양생욕대
특성조화형체범절
논리X는 –X, -X는 XX는 –X, -X는 XX는 X,-X는 -X
선천종장노자석가공자
후천종장수운진묵주자

이에 대해 대순사상에서는 실체적인 신명의 개념이 나타난다. 서양이 "신은 죽었다"고 한다면 대순사상의 천지공사는 "하늘이 늙었다"로 요약된다. 서양에서는 신이 죽어 인간이 신 없이 혼자 살아야 한다면 대순사상에서 신에 해당하는 하늘은 죽은 것이 아니라 늙은 것일 뿐이며 상제에 의해 하늘도 고쳐지고 재정립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속성적 요소를 강조하는 동양사상에 대해 대순사상에서는 실체적 요소를 강조하며 죄와 벌의 원인을 인성 뿐 아니라 천지의 구조라는 실체에 둠으로써 죄와 벌 개념을 표현한다.

지난 선천 영웅시대는 죄로써 먹고 살았으나 후천 성인시대는 선으로써 먹고 살리니 죄로써 먹고 사는 것이 장구하랴, 선으로써 먹고 사는 것이 장구하랴. 이제 후천 중생으로 하여금 선으로써 먹고 살 도수를 짜 놓았도다.158)

위 예문에서 ‘죄로써 먹고사는 선천’이라는 표현은 인간의 죄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대순사상의 인간관은 속성적 인간관을 강조하는 동양 유불선의 인간관과 달리 선천과 후천이란 구조적 실체로 속성과 실체를 겸비하여 동양의 자생적 근대성을 내포한다.

성사재인(成事在人) 인계관(人界觀)에 나타난 서양 인간관(人間觀)의 재활성화

서양에서 근대에 이르러 유일신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관이 붕괴하자 이어 신관의 붕괴, 그리고 인간의 붕괴가 발생했다. 지동설로 인해 붕괴된 서양 세계관은 급기야 "신은 죽었다"로 대변되는 신관의 붕괴로 이어졌고, 오늘날 인간성의 종말과 생태계 붕괴의 현실 속에서 인간성 상실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마테오 리치가 서교를 전할 때 서교 또한 음양오행과 같은 지수화풍이란 유기체적 세계관이 있었지만, 천지공사가 진행되던 시기 서양 인간관은 지수화풍의 인간관을 폐기하고 데카르트-칸트의 구성주의적 인간관으로 대체되어 있었다.

데카르트-칸트의 구성주의적 인간관이란 유일신이 사라진 자리에 유일신의 자리를 인간의 오감이라는 실체로 대체하는 세계관이었다. 유일신이 사라져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생각 뿐이라는 데카르트의 주장은 널리 수용되어 이후 칸트에 이르러 세계는 각자가 스스로 구성하는 것이라는 구성주의 세계관으로 발전하였다.

신(神)없는 세계의 도덕적 사회인 동양을 모방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이 구성주의적 세계관은 동양의 세계관과 달리 자연을 지배 조작하는 위험한 실체적 세계관이었다. 구성주의적 세계관은 인간의 감각에 따라 세계를 계량화, 도구화하여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한 많은 문명이기와 과학기술을 고안하였다.159) 인간은 갈수록 신과 가까워져 보이는 등 이러한 구성주의는 성립 초기 200여 년간 성공적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불과 300여년이 지나기도 전에 서양은 『서구의 몰락』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160) 서양은 300여년간 무작정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달려간 결과, 자신들의 문명이 인류의 절멸을 초래하였고 돌아올 길이 없는 막다른 길에 봉착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당초 서양이 모방했던 신(神) 없는 세계의 도덕적 사회라는 동양의 사상은 막상 서양과 같은 구성주의가 아니었다. 동양 또한 초월신이 없는 사회에서 세상에 대해 자기의 법칙을 투영하지만 그들이 투영하는 것은 이기론이라는 상관적 사유의 이치였다. 또한 동양사상에 나타난 신 개념 또한 서양과 같은 초월신이 아니어서 적대할 필요도 없었다.

동양의 귀신론이 음양이나 이기와 같은 기계적인 신 개념이라는 것은 동서양의 신관이 가장 차이나는 지점이다. 동양의 신관은 동양 신관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은나라의 갑골문에 나타난 상제의 개념을 보면 서양과 유사한 인격신적 요소를 가지고 있으나, 은나라의 상제 개념을 대체하는 주나라의 천 개념이 등장하면서 점점 인격신적인 개념이 사라지고 이법신적인 특성이 드러난다. 주나라의 천 개념은 전국시대 천지인 삼재사상의 영향으로 천신, 지기, 인귀의 개념으로 발전하다가 급기야 주역이 확립된 한나라 시기에 이르러서는 음양개념으로 대체된다. 기계론적인 동양의 귀신 개념은 불교와 도교의 인격신적인 개념이 유행하며 잠시 중국 사상사의 전면에서 사라진다. 소강절이 이기 개념을 귀신 개념과 음양오행의 체용관계로 설명하고 나서야 귀신 개념에 내재한 음양과 이기 개념은 다시 재생된다. 소강절의 체용관계는 단순한 음양관계인 전국시대의 신인관계보다 더 기화론(氣化論)적으로 구체적이었다.161)

유불선이 속성론적 관점에서 인간관을 설명하는 개념이라면 조리(調理)와 기화(氣化)는 실체론적 입장에서 인간관을 설명하는 개념이 된다. 대순사상 또한 인간의 조리와 신명의 기화를 인계관의 주요 특징으로 제시한다.

天用地用 人用之 調理綱紀 統制乾坤 此之謂造化手段也162)

위 예문에서 조리(調理)는 중심에서 건곤을 통제하는 방법, 곧 인간에 의한 토(土)의 중재를 의미한다. 이는 인간이 이(理)를 가진 존재로써 주변의 사물을 통제한다는 역학적 관점을 반영한다. 인간이 세계의 중심에서 이목구비를 통해 감각되는 세계를 조작한다는 서양 구성주의의 동양적 경우에 해당된다.

서양의 구성주의에 대응되는 동양사상은 공감을 통한 인간의 모순 중재, 곧 인간의 조리와 신명의 기화였다. 인간에 의한 토(土)의 중재라는 전국 시대의 관념은 소강절의 이기 개념에서 인간의 조리(調理)라는 개념으로 구체화된다.163) 소강절의 이기 개념에 나타난 인간에 의한 조리 개념을 살펴보면 인간에 의한 조리(調理)라는 소강절의 개념 또한 신과 인간의 음양 관계에서 출발함을 볼 수 있다.164) 소강절 당시에 이미 널리 활용되던 신선술과 달리 소강절은 음양오행에서 보다 구체적인 신인관계의 결합모형을 발견해 냈다. 하도낙서의 원리를 깊이 연구한 소강절이 발견한 것은 음양오행에서 토와 목화금수의 구분이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강절은 『전경』과 같이 마음의 공감과 정의를 통해 인간이 신명을 조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강절의 신인관계에서는 중(中)과 토(土)로서의 인간과 사상(四象)과 주변으로서의 신의 배치가 나타난다.165) 인간은 모든 이치를 구비한 존재로써, 이목구비를 통해 사물을 외형이 아닌 이치로 바라보는 관물로 만물을 조리한다.166) 도교의 신선 내단술은 음양이라는 조리하는 인간과 기화하는 동양의 기계적인 신명을 잘 표현해준다고 한다. 양(陽)인 인간과 음(陰)인 신이 합쳐진 존재인 신선은 모든 음양은 태극으로 합쳐진다는 역(易) 사상에 따른 동양 신인 관계의 결론이다. 두려움의 대상이던 귀신에 음양의 합리적 속성이 있음이 주역에 의해 밝혀지자 신과 인간관계 또한 음양관계로 간주되어,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 귀신은 인간과 결합하고 인간이 활용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음양개념이 정립된 이후 진나라의 시황제 및 수많은 동양의 지식인이 신선술에 매료된 것은 신선술에 내재한 음양론이라는 합리성에 기인하였다 할 수 있다. 음양이 신과 인간이 합쳐질 수 있다는 대전제라면 오행은 중심인 인간과 주변인 신이 배치되는 구체적 양상이었다.

서양 근대의 구성주의가 있기 전 서양의 지수화풍도 음양오행보다 구성주의와 유사한 점이 더 많았다. 음양오행에서 토와 목화금수의 관계는 동서양이 명확히 차이나는 부분이다. 서양의 지수화풍 또한 동양의 음양오행과 같이 토와 같은 제5원소 에테르를 가지고 있었으나. 서양의 제5원소는 유일신과 같이 지수화풍과는 별개의 존재였다. 이에 비해 음양오행의 토는 별개의 존재이면서도 목화금수와 운행을 함께하는 내재적 존재이기도 했다. 소강절의 신인관계는 초월적인 서양의 신인관계와 내재적인 동양의 신인관계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조리-기화 개념을 서구화한 것은 데카르트-칸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라이프니쯔는 소강절의 철학을 원으로 해석하여 영혼불멸설과 이기 개념의 접점을 찾은 바 있다. 라이프니쯔는 “신은 만물에 있다고 하고 만물에도 신(神)이 있다고 합니다. 신은 동시에 원(圓)이며 또 원의 중심입니다. 왜냐하면 신은 어느 곳이나 원의 중심에 있는 원이기 때문입니다.167) 서양의 대표적인 범신론자인 스피노자는 기(氣)이론의 영향을 받아 서양적인 다신론을 만든다.168) 쇼펜하우어는 주역의 기(氣)와 상(象)을 반영하여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쓴다.169) 니체 또한 불교의 영향으로 초인을 추구하였다.170) 칸트에서부터 피히테, 셸링, 헤겔에 이르기까지 어떤 경우는 '신'을 도덕적 존재(칸트)로 여기는 가하면, 어떤 경우는 '신'을 보편적 자아(피히테, Johann Gottlieb Fichte, 1762-1814)로 여겼으며, 또 어떤 경우는 신을 세계를 구성하는 통일적 절대관념(헤겔)으로 여겼다. 요컨대 '이성'을 '신'으로 삼는 이러한 경향이야말로 정통적 종교를 철학적 종교로 대체하는 것이니 모두 중국 철학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171)

현대물리학이나 불교의 화엄경에서도 우주, 물질, 인간은 자작(自作), 타작(他作), 공작(共作), 무인작(無因作)이 아니며 원인이 주어진 결과 빚어진 현상이며 현대물리학에서 밝히고 있는 물질의 창생, 소멸은 소립자와 에너지의 성질로 화엄에서 말하는 본성(本性)의 성기(性起)임이 밝혀진다고 한다. 별들의 생사, 무기질에서 유기질로의 변화 일체 법계가 중중무진 연기하였음을 보여준다.172)

이기(理氣) 개념의 시작이 된 『황제내경』은 제자백가가 다 포함되어 있고.173)성리학의 발전된 이(理) 개념은 불교 화엄경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오늘날 비교철학에서 이기 개념은 기호학, 토미즘, 스피노자주의와 그에 영향 받은 후기 프랑스 철학과도 광범위하게 비교 연구되고 있다.174)

옥(玉)의 결을 뜻하는 이(理) 개념이 불교의 화엄경에서 태극의 의미까지 나타나게 된 것은 옥(玉)이 가지는 권력의 의미와 브라만-아트만의 합일이라는 인도 브라만교의 개념이 결합되어 나타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옥(玉)은 수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므로 옥(玉) 자체가 이미 권력의 상징이 될 수 있고 우주적 존재 전체인 브라만과 개별적 존재인 아트만이 결합하는 것은 ‘각구태극 통체태극’이라는 태극의 의미, 부분과 전체가 같은 성격을 나타낸다는 유기체 과학의 의미와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화엄경은 실제 불교가 쇠퇴하고 인도 브라만교가 되살아나는 6세기 경에 나타나는 경전이다. 기(氣)의 조리(條理)라는 개념에서 시작한 리(理) 개념은 『장자(莊子)』에 나타난 양생(養生)으로서의 조리(調理) 개념으로 독립한 후 화엄경의 이(理) 개념이 번역될 당시 이슬람과 힌두교에 나타난 플라톤 사상적 측면이 소강절의 이(理) 개념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 할 수 있다. 이슬람의 타우히드(Tawḥīd)는 ‘하나로 만들다’ 또는 ‘하나됨을 선언하다 혹은 인정하다’의 동명사형 하나님의 유일성(唯一性), 불가분성, 절대성, 유일한 실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타우히드는 신플라톤주의와 같은 유출설의 한 변형태로 화엄경의 사사무애(事事无涯)와 이사무애(理事无涯)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175) 이(理) 개념의 기원과 관련된 인도와 이슬람, 중국의 상호 연관성은 이이(理) 개념의 기원인 하도낙서의 복희씨의 기원을 고대 삼기능체계의 시대로 소급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준다.176)

천지보은(天地報恩)의 천인(天人) 관계에 나타난 동서양 천인관계의 재활성화

대순사상에서 인간과 하늘의 관계는 천지보은으로 집약된다. 인간이 지상천국을 실현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이 마음을 통해 보은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道通天地報恩177)

위 예문에서 인간이 도통을 하는 것은 도교와 달리 인간의 능력 때문이 아니고 천지에 보은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천지의 최령자라고 하기에 천지의 은혜를 알 수 있고, 인간의 천지보은은 인간 존재의 이유라 할 수 있다.

인간이 보은해야 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천지의 성경신과 관계된다. 인간을 화육하는 천지 운행이 신명의 지극한 성경신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잊어 왔기에 신명에 대한 보은이 인간 생사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생(生)과 수명(壽命)과 복록(福祿)은 천지(天地)의 은혜(恩惠)이니 성(誠)ㆍ경(敬)ㆍ신(信)으로써 천지(天地) 보은(報恩)의 대의(大義)를 세워 인도(人道)를 다하고,178)

위 예문에서 보듯이 인간의 수명, 복록은 천지 성경신의 결과이므로 인간 윤리도덕의 핵심 이유가 된다. 이에 인간은 천지의 은혜에 대한 보은에 노력해야 하고 또한 인간의 보은과 그에 따른 도통은 천지의 화육에 핵심이 된다. 이에 대순사상에서는 60여년간의 조상의 노력에 의해 혼과 백이 결합된 자손으로 인간은 태어날 수 있게 되고179) 혼과 백이 결합되기에 욕망의 근원이자 모든 인간 능력의 기반이 될 수 있는 마음을 인간은 가지게 된다고 한다.

至寶卽吾之心靈也 心靈通則鬼神可與酬酢 萬物可與俱序 180)

위 예문에서 인간이 천지의 은혜에 보은할 줄 알면 인간의 마음은 귀신과 수작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대순사상에서 천지는 인간에게 무한한 은혜를 베푸는 존재가 된다. 그러나 인간의 원한이 천지에까지 연결되어 있지만 인간이 일심의 수행을 하면 천지에 도통으로 보은하는 존재가 된다.

인간의 도통과 그에 수반된 개벽을 위해서는 천지인에 대한 심판이 있기도하다. 이에 상제는 직접 인간의 몸을 빌어 태어나고 실제로 매우 고통스러움을 호소한다.

상제께서 어느 날 종도들에게 “내가 이 공사를 맡고자 함이 아니니라. 천지신명이 모여 상제가 아니면 천지를 바로 잡을 수 없다 하므로 괴롭기 한량없으나 어찌할 수 없이 맡게 되었노라”고 말씀하셨도다.181)

상제께서 시루산에서 공부하시다가 이따금 산 밑에 있는 샘터 너머에서 우시기도 하셨는데 한번은 부친께서 밥을 가지고 시루봉에 오르다가 그 광경을 보았도다.182)

상제께서 벽을 향하여 누우시더니 갑자기 종도들에게 가라사대 “이제 온 누리가 멸망하게 되었는데 모두 구출하기 어려우니 어찌 원통하지 않으리오” 하시고 크게 슬퍼하셨도다.183)

위 예문에서 구천은 천지공사를 해야만 하는 괴로움을 표현한다. 구천은 동학사상을 오해하여 죽게 된 수많은 원혼의 해원 또한 공사로 처결한다,

상제께서 十二월에 들어서 여러 공사를 마치시고 역도(逆度)를 조정하는 공사에 착수하셨도다. 경석ㆍ광찬ㆍ내성은 대흥리로 가고 원일은 신 경원의 집으로 형렬과 자현은 동곡으로 떠났도다. 상제께서 남아 있는 문 공신ㆍ황 응종ㆍ신 경수 들에게 가라사대 “경석은 성(誠) 경(敬) 신(信)이 지극하여 달리 써 볼까 하였더니 스스로 청하는 일이니 할 수 없도다”고 일러 주시고 또 “본래 동학이 보국안민(輔國安民)을 주장하였음은 후천 일을 부르짖었음에 지나지 않았으나 마음은 각기 왕후장상(王侯將相)을 바라다가 소원을 이룩하지 못하고 끌려가서 죽은 자가 수만 명이라. 원한이 창천하였으니 그 신명들을 그대로 두면 후천에는 역도(逆度)에 걸려 정사가 어지러워지겠으므로 그 신명들의 해원 두목을 정하려는 중인데 경석이 十二제국을 말하니 이는 자청함이니라. 그 부친이 동학의 중진으로 잡혀 죽었고 저도 또한 동학 총대를 하였으므로 이제부터 동학 신명들을 모두 경석에게 붙여 보냈으니 이 자리로부터 왕후장상(王侯將相)의 해원이 되리라” 하시고 종이에 글을 쓰시며 외인의 출입을 금하고 “훗날에 보라. 금전소비가 많아질 것이며 사람도 갑오년보다 많아지리라. 풀어 두어야 후천에 아무 거리낌이 없느니라”고 말씀을 맺으셨도다.184)

위 예문에서 실체로서의 구천이 천지 보은에 있어 먼저 강조하는 것은 삼라만상의 해원이 된다. 또 해원을 통해서만도통을 이룰 수 있기에 해원은 매우 중시한다. 선천 세상에서 해결할 수 없었던 해원을 구천은 천지·천인관계의 최우선 해결 과제로 선정한다.

무상(無上)한 지혜(智慧)와 무변(無邊)의 덕화(德化)와 위대(偉大)한 권능(權能)의 소유주(所有主)이시며 역사적(歷史的) 대종교가(大宗敎家)이신 강증산(姜甑山) 성사(聖師)께옵서는 구천대원조화주신(九天大元造化主神)으로서 삼계대권(三界大權)을 주재(主宰)하시고 천하(天下)를 대순(大巡)하시다가 인세(人世)에 대강(大降)하사 상도(常道)를 잃은 천지도수(天地度數)를 정리(整理)하시고 후천(後天)의 무궁(無窮)한 선경(仙境)의 운로(運路)를 열어 지상천국(地上天國)을 건설(建設)하고 비겁(否劫)에 쌓인 신명(神明)과 재겁(災劫)에 빠진 세계창생(世界蒼生)을 널리 건지시려고 순회(巡回) 주유(周遊)하시며 대공사(大公事)를 행(行)하시니 음양합덕(陰陽合德) 신인조화(神人調化) 해원상생(解冤相生) 대도(大道)의 진리(眞理)로써 신인의도(神人依導)의 이법(理法)으로 해원(解冤)을 위주(爲主)로 하여 천지공사(天地公事)를 보은(報恩)으로 종결(終結)하시니 해원(解冤) 보은(報恩) 양원리(兩原理)인 도리(道理)로 만고(萬古)에 쌓였던 모든 원울(寃鬱)이 풀리고 세계(世界)가 상극(相克)이 없는 도화낙원(道化樂園)으로 이루어지리니 이것이 바로 대순(大巡)하신 진리(眞理)인 것이다.

위 예문에서 “만고(萬古)에 쌓였던 모든 원울(寃鬱)이 풀리고”라는 부분은 구천의 천지공사의 취지가 해원에 있고 해원이 근대성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또한 증산의 해원과 보은공사로 삼계의 삼라만상은 후천선경이 되는 것이다. 이 해원과 보은이 원할히 진행되는 것이 천지의 성공이고 삼라만상의 해원과 보은이 이루어지는 것이 또한 증산의 권능 아래 이루어진다.

대순사상에서 삼계의 상극화는 삼계착란으로, 삼계의 상생은 천지성공으로 나타난다. 명부의 착란이 큰 문제이기 때문에 천지공사를 통해 이 신명과 인간의 비겁으로 생긴 명부의 착란을 막는데서 천인관계, 지인관계를 복권하고 재활성화한다.

인계관의 경우 천계와 지계의 모든 문제의 발생과 해결이 인간을 통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견해이다. 천지가 성공하기 위해 인간을 필요로 하는 시기이며,185) 천지성공이란186) 천인관계의 상생으로 이룩되는 것이다.

지상신선(地上神仙)의 지인(地人) 관계에 나타난 동서양 지인관계의 재활성화

대순사상에서 인간과 땅의 관계는 지상신선과 연관된다. 대순사상에서 인간의 성장과 세계 발전의 관건은 신인조화이고 신인조화의 방법이 음양합덕이다. 대순사상에서 신인조화가 가능한 이유는 신과 인간이 모두 음양이라는 태극의 원리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어 서로 대대되는 입장을 이해한다면 같은 원리이기 때문에 조화될 수 있다. 신인의 조화를 통해 세계는 해원상생과 도통진경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것이 대순사상이 제시하는 후천 관련 인간관이다.

지상신선이 될 수 있는 대순사상에서 땅과 관계된 인간의 지위는 종지로 집약된다. 대순사상에서 우주는 원형이정[理]으로 무한중첩순환[氣]하고 인간은 공감[心]으로 중재한다고 하는 이 글의 고찰이 맞다면, 대순사상에서 우주에서의 인간의 지위는 천지를 성공시키는 존재이다.187) 천지를 성공시켜야 하는 우주에서의 인간의 지위는 대순사상에 있어 다시 공감의 방법에 따라 종지와 같이 4가지로 나뉘어 진다. 무한중첩순환[理氣]과 공감[心]은 대순사상에 나타난 우주에서의 인간의 지위에 대한 공통된 원리가 된다. 대순사상에 나타난 인간의 지위에 대해 보기로 한다.

먼저 음양합덕과 관련해서 보면, 인간은 시공간을 통해 천지와 공감해야 하므로 시간의 움직임을 아는 지인(知人)이 될 수 있다.188) 사람은 때를 알고 때에 맞게 변할 줄 알면 생기(生氣)가 계속 생긴다.189) 사람의 생각 하나에 천지의 일기가 바뀔 만큼, 인간은 마음을 속이지 않는 무자기를 통해 몸과 마음의 음양합덕을 할 수 있다. 인간은 음양합덕이라는 공감을 통하여 현망회삭의 이치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춘하추동의 기운을 잘 통제할 수 있다. 우주는 무한중첩순환하므로 음양이 이치이고 이치가 경우가 된다.190)

다음 신인조화와 관련해서 보면, 인간은 유일하게 신이 못 가진 육체로 고통받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존재이다. 대순사상에서 신명(神明)은 원형이정의 기(氣)로 해석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은 신명이 드나드는 장소이고191), 이정심법(理定心法)과 같이 이치는 마음을 정할 수 있다.192) 안심안신(安心安身)을 통하여 마음 잠심(潛心)하게 하고 마음이 잠심되면 우주(宇宙)라는 집 속에 사는 여자처럼 마음이 편안하여 신과 공감할 수 있게 된다.193) 수도인은 주문 수련을 통하여 무한중첩순환하는 우주를 중재할 수 있고 성경신을 통하여 이(理)로써 신과 공감(共感), 감응(感應)한다.194)

다음 해원상생과 관련해서 보면, 인간은 유일하게 원을 이치로 풀 수 있는 존재이다. 이해(理解)란 원(寃)은 반드시 이치를 통해 풀린다(解)는 뜻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인간은 이치를 통하여 원을 풀 수 있다.195) 인간은 공감하여 중재하는 존재이므로 인간의 음양을 조절하지 못하면 원은 인간을 병들게 하고196) 사람이라 할 수 없다.197) 그래서 동양과 서양에도 도통신이 있다면 의통은 조선에만 있다.198) 인간은 중심에서 우주의 병을 고쳐 순환시키는 존재이다. 우주는 무한중첩순환하므로 한 사람의 품은 원한으로도 천하 기운이 막힌다.

이상 살펴본 대순사상 삼계관 재정립에 나타난 자생적 근대성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삼계 전체의 가변성 특히 천계의 가변성이다. 대순사상은 삼계관의 붕괴를 삼계관 자체의 문제가 아니고 삼계의 문제로 간주했다. "묵은 하늘"로 대표되는 대순사상의 천계관은 동서양을 통틀어 역사 시기 내내 지존의 존재였던 하늘에게 늙을 수 있는 존재라는 한계를 부여하여 천계관의 붕괴를 재정립했다. 대순사상에서 삼계는 기존 동양사상에서 불변의, 군림하는 삼계가 아니라 상제에 의해 바뀔 수 있는 가변적인 삼계이다.

둘째, 삼계에서 지계의 지위상승이다. 동서양을 통틀어 하늘은 높였지만 땅을 하늘만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사상은 동서양 역사를 통틀어 증산을 신앙의 대상으로 하는 종교가 거의 유일하다. 대순사상은 땅을 높이는 음양합덕을 종지의 첫 번째 어구로 내세움으로써 지계의 지위 상승을 증산 신앙 종교단체 중에서도 가장 명확히 제시했다.

셋째, 삼계의 호환성이다. 대순사상에서 삼계는 전체적으로 변화하고 내부 비중이 유동적이지만 매개를 하는 인간을 중심으로 상호 호환된다. 대순사상은 공통 구조와 원리로 발생한 천지인이 원한으로 인해 상호 소통되지 못하여 많은 재앙이 일어났다고 한다. 상호교류가 막힌 이유는 땅은 하늘에 비해 천대받고 인간은 약한 존재로 원칙 없이 이용당했다.199) 구천의 인신강세 이후 나타난 대순사상의 천관·지관·인간관의 변화는 천지인의 가변성과 항상성, 호환성으로 나타난다.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자생적 근대성 비교

천관(天觀)의 자생적 근대성 비교

삼재(三才)와 삼계(三界)

개체발생이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는 리미널리티의 원리에 따라 대순사상은 동학사상의 특징에 새로운 특징이 추가된다. 따라서 두 사상의 비교는 새롭게 나타나는 특징을 통해 비교할 수 있다. 대순사상의 천관에 고유하게 나타나는 용어는 삼계와 후천을 들 수 있고 이는 각각 동학사상의 삼재와 선천에 대비된다.

먼저 대순사상에서 삼계는 천계(天界), 지계(地界), 인계(人界)를 말한다. 도교 사상에서도 천상계, 지하계 등을 개별적으로 언급하기는 하지만 이를 통틀어 삼계라는 표현을 쓰는 사례는 드물다. 반면 대순사상은 대순이란 용어에서부터 “삼계”를 전제로 하며 대순사상에서 핵심이 되는 천지공사 또한 일련의 삼계공사로 표현된다.

그 삼계공사는 곧 천ㆍ지ㆍ인의 삼계를 개벽함이요 이 개벽은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따라 하는 일이 아니고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니 예전에도 없었고 이제도 없으며 남에게서 이어받은 것도 아니요 운수에 있는 일도 아니요 다만 상제에 의해 지어져야 되는 일이로다.1)

위 예문에서 삼계는 천계ㆍ지계ㆍ인간계를 통틀어 말하는 것이라고 정의된다. 삼계는 대순사상의 특징을 드러내는 교리의 핵심어로 나타난다. 삼계(三界)는 삼재(三才)와 대비되지만, 대순사상에서 처음 나타나며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대순사상에서 구천대원조화주신(九天大元造化主神)은 삼계지존(三界至尊)2)으로 삼계를 통찰(統察)하며 삼계역사(三界役使)3)를 하는 중 신성, 블, 보살의 하소연으로 삼계혼란(三界混亂)4)이 삼계착란(三界錯亂)5)으로 발전하는 것을 삼계대순(三界大巡)6)을 통해 문제를 진단하고, 삼계대권(三界大權)7)으로 삼계복마(三界伏魔)8)를 삼계개조(三界改造)9)하는 삼계공사(三界公事)10)를 하여 삼계 해마(三界解魔)11)하고 삼계를 투명(透明)12)하게 하여 삼계를 개벽(開闢)13)한다.

이러한 삼계(三界)는 삼재(三才)와 비교하여 세가지 특징이 드러난다. 첫째, 삼계지존, 삼계대순과 같이 구천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천관·지관·인간관의 특징이 드러난다. 둘째, 삼계(三界)는 “계(界)”가 시스템이라는 의미를 가지므로 삼재(三才)와 비교하여 신명계를 강조한다. 셋째, 삼계(三界)는 “계(界)”라는 용어에 나타나듯이 속성을 강조하는 동양적인 삼재(三才)와 비교하여 서양의 실체성도 동시에 강조한다. 각 특징을 삼계가 사용된 용례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삼계에는 삼계의 지존, 삼계대순과 같이 구천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천관·지관·인간관의 특징이 드러난다. 천주, 곧 구천대원조화주신(九天大元造化主神)은 삼계의 지존(至尊)으로 삼계를 통찰(統察)하며 삼계에서 역사한다.

천존(天尊)이라 함은

군생만물(群生萬物)을 뇌성(雷聲)으로 보화만방(普化萬方)하시는 지대지성(至大至聖)한 삼계(三界)의 지존(至尊)임을 뜻함이며14)

구천(九天)이라함은

전경(典經)에『‥‥‥모든 신성(神聖)ㆍ불(佛)ㆍ보살(菩薩)들이 회집(會集)하여 구천(九天)에 하소연 하므로‥ (교운 1장 9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우주(宇宙)를 총할(總轄)하시는 가장 높은 위(位)에 계신 천존(天尊)께 하소연 하였다는 말이니 그 구천(九天)은 바로 상제(上帝)께서 삼계(三界)를 통찰(統察)하사 건곤(乾坤)을 조리(調理)하고 운화(運化)를 조련(調鍊)하시고 계시는 가장 높은 위(位)임을 뜻함이며, 15)

통찰(統察)이란 단어는 또한 삼계와 같이 국어 사전에 없는 대순사상 고유의 용어이다. 국어 사전은 통찰(洞察), 통찰(通察)만 있으며 통찰(統察)의 통(統)은 거느릴 통(統)이다. 통찰(統察)은 또한 통제(統制)와 구분되는데 통제(統制)는 거느리면서 제제하는 것이고 통찰(統察)은 대우주를 거느리며 관찰한다. 삼계통찰은 삼계지존으로 있으며 삼계대권을 용사하는 것이다. 구천은 삼계지존으로 있으며 구천에서 신성·불·보살의 하소연을 듣는다.

「이 세상에 학교를 널리 세워 사람을 가르침은 장차 천하를 크게 문명화하여 삼계의 역사에 붙여 신인(神人)의 해원을 풀려는 것이나, 현하의 학교 교육이 배우는 자로 하여금 관리 봉록등 비열한 공리에만 빠지게 하니 그러므로 판 밖에서 성도하게 하였느니라」하시고 말씀을 마치셨도다.16)

선천에서 신명이 원을 푸는 방법은 인간에게 응하거나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서 보다 높은 경지의 업적을 이루는 방법밖에 없었고 그것은 학교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삼계역사는 단 한번 전경에 언급된다. 삼계 역사에서 삼계의 문제는 인간을 문제의 해답으로 제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삼계(三界)는 “계(界)”가 시스템이라는 의미를 가지므로 삼재(三才)와 비교하여 신명계가 강조된다.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자생적 근대성은 실체를 강조하는 서양 천관·지관·인간관의 근대성과 속성을 강조하는 전통적 동양 삼재 사상의 충돌을 배경으로 한다. 서양의 실체적 천관·지관·인간관은 성장을 위주로 하여 힘은 있었지만 안정성이 없고, 동양의 삼재관은 안정을 위주로 하여 통합적 안정성은 제시하였지만 현실에 대응할 힘이 부족했다. 동학사상은 동양사상에 숨어있던 천외천을 드러내어 동양의 삼재관에 부족한 힘을 보완하려 하였으나 충분한 방법이 될 수 없었다. 이에 대순사상에서는 삼계라는 개념을 통해 신명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동서양의 천관·지관·인간관을 통합할 방법을 제시하였다.

대순사상에서 구천은 천지신명인 신성, 불, 보살의 하소연으로 삼계혼란(三界混亂)17)이 삼계착란(三界錯亂)18)으로 발전하는 것을 삼계대순(三界大巡)19)을 통해 문제를 진단한다.

대순진리회는 상도(常道)를 잃은 삼계(三界)를 바로 잡아 달라는 천지신명들의 호소에 의하여 구천상제께서 인세(人世)에 내려 오셔서 상도를 잃은 천지도수를 정리하시어 광구천하(匡救天下) 하시려고 해원상생의 도리(道理)를 인계(人界)에 선포하시어 이에 수반(隨伴)된 대공사(大公事)를 四十년에 걸쳐 마치시고 화천(化天)하셨으며,20)

“천지신명들의 호소”는 “모든 신성(神聖)ㆍ불(佛)ㆍ보살(菩薩)들이 회집(會集)하여 구천(九天)에 한 하소연”을 의미한다, 이에 모든 신성(神聖)ㆍ불(佛)ㆍ보살(菩薩)들이 천지신명으로 표현되고 있다. 신명은 속성과 실체를 연결하여 실체를 속성에 맞게 움직이게 하고 속성이 실체로 드러나게 한다. 신명의 역할에 따라 삼계는 혼란에 빠지기도 하고 혼란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상략) 그 문명은 물질에 치우쳐서 도리어 인류의 교만을 조장하고 마침내 천리를 흔들고 자연을 정복하려는 데서 모든 죄악을 끊임없이 저질러 신도의 권위를 떨어뜨렸으므로 천도와 인사의 상도가 어겨지고 삼계가 혼란하여 도의 근원이 끊어지게 되니 원시의 모든 신성과 불과 보살이 회집하여 인류와 신명계의 이 겁액을 구천에 하소연하므로 (하략)…21)

혼란은 신명계의 작동 혼란으로 나타난다. 신명계의 혼란은 신명계의 착란으로 발전한다. 천계의 혼란은 명부의 착란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상제께서 가라사대 “명부의 착란에 따라 온 세상이 착란하였으니 명부공사가 종결되면 온 세상 일이 해결되느니라.” 이 말씀을 하신 뒤부터 상제께서 날마다 종이에 글을 쓰시고는 그것을 불사르셨도다.22) 는 구절에서 신명은 혼란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문제해결의 방법이기도 하다. 구천은 삼계대순을 통해 신명계의 혼란을 진단하고 삼계공사를 통해 신명계의 혼란을 바로 잡는다. ”대순진리”란 “삼계개벽대순진리”의 준말이다.

이 종단(宗團)의 명칭(名稱)을 대순진리회(大巡眞理會)라고 한 그 대순(大巡)의 어귀(語句)는 전경(典經)에 상제(上帝)께서

“……(상략) 원시(原始)의 모든 신성(神聖)ㆍ불(佛)ㆍ보살(菩薩)들이 회집(會集)하여 인류(人類)와 신명계(神明界)의 겁액(劫厄)을 구천(九天)에 하소연하므로 내가 서양(西洋) 대법국(大法國) 천계탑(天啓塔)에 내려와 천하(天下)를 대순(大巡)하다가 이 동토(東土)에 이르러……(하략)” 든가23)

“……(상략)나는 서양(西洋) 대법국(大法國) 천계탑(天啓塔)에 내려와 천하(天下)를 대순(大巡)하다가 삼계대권(三界大權)을 갖고 삼계(三界)를 개벽(開闢)하여 선경(仙境)을 열고 사멸(死滅)에 빠진 세계(世界) 창생(蒼生)을 건지려고…(하략) ” 든가24)

“공우(公又)가 삼년(三年) 동안 상제(上帝)를 모시고 천지공사(天地公事)에 여러 번 수종(隨從)을 들었는데 공사(公事)가 끝날 때마다 그는 ‘각처(各處)의 종도(從徒)들에게 순회(巡回)ㆍ연포(演布)하라’는 분부(吩咐)를 받고 ‘이 일이 곧 천지의 대순(大巡)이라’는 말씀을 들었도다.”25) 등과 같은 말씀 가운데 삼계대순(三界大巡) 개벽공사(開闢公事)의 뜻을 담고 있는 그 대순(大巡)을 인용(引用)하여 이름한 것이다.26)

위 예문들에서 “삼계대순(三界大巡) 개벽공사(開闢公事)의 뜻을 담고 있는 그 대순(大巡)”이라는 표현은 ”대순진리”란 “삼계개벽대순진리”의 준말임을 보여준다.

셋째, 삼계(三界)는 “계(界)”라는 용어에 나타나듯이 속성을 강조하는 동양적인 삼재(三才)와 비교하여 서양의 실체성이 강조된다. 대순사상의 구천은 삼계대권(三界大權)27)으로 삼계복마(三界伏魔)28)를 삼계개조(三界改造)29)하는 삼계공사(三界公事)30)를 하여 삼계 해마(三界解魔)31)하고 삼계를 투명(透明)32)하게 하여 삼계를 개벽(開闢)33)한다. 먼저 삼계는 속성의 의미에 치우친 삼재에 비해 삼계대권과 같은 실체를 가지게 되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상제께서 하루는 김 형렬에게 “삼계 대권을 주재하여 조화로써 천지를 개벽하고 후천 선경(後天仙境)을 열어 고해에 빠진 중생을 널리 건지려 하노라”고 말씀하시고 또 가라사대

“이제 말세를 당하여 앞으로 무극대운(無極大運)이 열리나니

모든 일에 조심하여 남에게 척을 짓지 말고 죄를 멀리하여

순결한 마음으로 천지 공정(天地公庭)에 참여하라”

고 이르시고 그에게 신안을 열어 주어 신명의 회산과 청령(聽令)을 참관케 하셨도다.34)

위 예문에서 구천은 신명을 통하여 조화로써 천지를 개벽하고 후천 선경(後天仙境)을 여는 수단으로 삼계 대권을 언급한다. 신명을 통하여 구천은 삼계의 숨겨진 마인 복마(伏魔)를 해마(解魔)하고 개벽할 수도 있다.

삼계 개념을 통한 신명계의 도입과 실체와 속성의 조화는 천외천의 출현만 강조된 동학사상에 비해 대순사상의 인신강세와 그에 따른 천관· 지관·인간관의 조화로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삼계라는 개념을 배경으로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 나타난 자생적 근대성을 비교해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동학사상 천관·지관·인간관의 특징을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동학사상에서는 천계 밖의 존재인 천주라는 개념을 활성화했다. 동학 천관은 분리되어 있기만 했던 동학 이전의 천관과는 다르다. 둘째, 동학사상의 천관은 형식적으로는 서학의 초월성과 도교의 내재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내용적으로는 서학의 내재성과 도교의 초월성을 가지고 있다. 동학사상의 지관의 경우 동학사상도 지상천국을 지향한다. 동학사상의 인간관을 살펴보면 보국안민을 주장한다. 이는 땅과 인간의 조화, 인간과 인간의 조화를 배경으로 한다.

동서양을 통틀어 인간관과 신관에 대한 주장과 사상은 계속 출현하여 왔다. 그러나 삼계관을 재정립하고 삼계관이라는 세계관을 통해 신관, 인간관을 재정립한 사상은 대순사상이 거의 유일하다. 대순사상이 기존 종교와 다른 삼계관 재정립이었던 만큼 따라서 삼계관 연구는 매우 드물었다.

동양 세계관인 천관·지관·인간관은 100여 년 전 발생한 서양의 침략 이후 오늘날 더 이상 동양인도 믿고 의지하는 세계관이 아니다. 천관·지관·인간관의 부정은 곧 동양 문명의 부정이고 동양이 이루어 놓은 5,000년 역사에 대한 부정이 된다. 따라서 천관·지관·인간관의 재정립은 곧 동양문명의 재정립이고 동양 역사의 부활이다.

동학사상의 변화된 천관·지관·인간관에 대해 대순사상은 삼계 개념을 제시한다. 삼계는 그 기원이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거시적인 세계관을 넘어 동아시아 문화 전체에 미시적인 틀을 제공했다. 삼계는 천, 지, 인이라는 공간적 세계관을 넘어 동아시아의 철학, 종교, 과학, 예술, 기술의 기반이 된 음양오행이라는 방법론의 기반이 되었다. 삼재는 음양이론과 오행이론의 공통기반으로 지배문화에서 민속에 이르는 통일적인 틀을 제공했다.

대순사상의 세계관은 삼계관(三界觀)으로 특징 지워진다. 삼계관을 명확히 세계관으로 제시하는 종교는 대순사상이 거의 유일하다. 대순사상에서 삼계는 천계(天界), 지계(地界), 인계(人界)를 말한다. 도교 사상에서도 천상계, 지하계 등을 개별적으로 언급하기는 하지만 이를 통틀어 삼계라는 표현을 쓰는 사례는 드물다. 반면 대순사상은 대순이란 용어에서부터 “삼계”를 전제로 하며 대순사상에서 핵심이 되는 천지공사 또한 일련의 삼계공사로 표현된다.

상관적 사유를 주장한 곳은 증산을 신앙의 대상으로 하는 종단이며 그 중에서도 대순사상이 가장 대표적이다. 대순 종단은 나아가 삼계를 명시하며 또 강조한다. 대순사상 또한 삼계관 정립을 천지공사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이론적으로도 우선순위에 배정했다. 대순사상의 삼계관 정립은 상관적 사유에 기반한 리미널리티와 재활성화이며 음양합덕, 삼재확립, 오행구비라 할 수 있다. 이것을 천지공사에서는 실제 천, 지, 인에 구현하는 것이다.

개벽이 가장 구체화된 것은 대순의 삼계개벽이다. 증산이 삼계개벽을 이야기하기 전에 다시 개벽이 있었으나 삼계개벽이 명확하고 실체성이 있다. 동학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천관·지관·인간관에 대한 대순사상과의 비교 연구가 드물다.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비교는 천관·지관·인간관의 변화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삼계가 동아시아 문화에 광범위한 사례가 있음에도 오히려 삼계에 대한 이해는 대순사상 자체 뿐 아니라 동양 사상 연구 전체에 있어서도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삼계에 대한 연구가 미비한 것은 삼계라는 개념이 실증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이는 인문과학의 영역을 넘어서는 학제간 연구의 분야이다, 곧 삼계가 가진 광범위한 영역이 오히려 장애로 작동했다. 삼계는 단순히 상징적인 틀이 아니고 실체적인 문화에 적용되므로 삼계가 가진 무한한 영역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기존의 서양과학과 부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동아시아 사상을 연구하는 데 있어 세계관으로서의 삼계는 전근대적인 세계관으로 간주되어 사상 부분만 별개로 연구되어 왔다,

천지인을 삼계로 해석하는 대순사상의 천관·지관·인간관은 도교의 천관·지관·인간관과 표면적으로는 부합한다. 도교의 삼계(三界)는 천지인이라는 삼재의 재(才) 개념이 세계(世界)라는 계(界) 개념으로 확대되어 성립된 개념이다. 동양의 삼계는 크게 욕 계, 색계, 무색계로 이루어진 불교의 삼계와 도교의 천계, 지계, 인계로 양분된다. 물질적 세계를 명확히 설명하는 도교적 천관·지관·인간관과 정신적 경지로도 이해되는 불교적 삼계관은 설명 분야의 차이가 명확해 보이지만 공통점도 나타난다. 공통점 가운데서 먼저 삼계라는 명칭을 살펴보면 불교의 삼계 개념 이후에 도교에서도 삼재 대신 천계, 지계, 인계라는 “계” 개념이 출현한다는 점이다. 또 천의 구분에 있어서는 불교 삼계에 나타나는 천을 합하면 28천이 되고 도교도 상위 천을 제외하고는 28천이 된다. 28천이라는 천의 숫자가 일치한다는 점에서 도교가 삼재를 불교의 삼계와 같이 ‘계’로 표현한 것에는 도교의 천계, 지계, 인계와 불교의 삼계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불교와 도교의 ‘계’ 개념에서 또 하나의 공통점은 세계 인식에 있어 삼수분화적 사고를 적용했다는 점이다.35)

불교와 도교 모두 삼수분화는 불교와 도교에 공통되는 역학적인 대칭성의 강조로 보인다. 대칭성 자체는 음양의 2수 분화이지만 대칭성을 지속하는 데 있어서는 두 축의 중심에서 새로운 중심 축을 필요로 한다. 거시적인 태양계나 미시적인 소립자계의 자연현상처럼 형이상학적인 사상에서도 세 축이 있어야 비로소 지속적인 대칭성을 유지할 수 있다. 삼위일체 개념의 세계적 편재(偏在)처럼 삼수분화의 세계관이 동양 뿐 아니라 동서고금을 통틀어 전 세계에 보편적인 이유는 명확히 대칭성의 유지라는 것이다. 이는 또한 음양합덕을 종지로 하는 대순사상 삼계관의 특징이다. 대순사상의 삼계관과 부합되는 도교의 천관·지관·인간관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과학적 성격 때문이다. 특히 우주를 단일한 원리의 반복으로 보는 양자역학의 프랙탈적 세계관이 1960년대 신과학자 카프라 등에서부터 부각되어 왔다.36)

선천(先天)과 후천(後天)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천관에서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압축적으로 선천과 후천이라 할 수 있다. 삼계와 삼재의 차이처럼 선천과 후천은 단순한 시대의 차이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성에 있어 신명의 역할 여부가 관계되는 핵심적 개념이다. 후천이란 개념은 상제의 인신강세를 기준으로 선천과 후천으로 구분된다. 동학사상의 천외천 출현과 대순사상의 구천 인신강세는 세계를 구성하는 신명계의 입장에서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차이가 되므로 후천의 경계는 신명계와 인간계의 총체적 지위변화를 초래하는 대순사상의 구천 인신강세로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대순사상에서 후천이라는 개념은 정역사상과는 전혀 다른 대순사상만의 표현이 된다.

동학사상에서 개벽은 ‘도로선천’이라는 의미를 가진 ‘다시 개벽’이 된다. 동학사상의 “다시 개벽”은 흔히 “후천개벽”이라는 말로 해석되어 왔다. 그러나 동학사상을 이어간 동학관련 종단들의 기록을 보면 “다시 개벽”은 “후천개벽”의 의미보다는 “도로선천”이라는 선천의 원점회귀로 보인다. “도로선천”은 “다시 개벽”과 형식적으로 유사한 용어로 보인다. “도로선천”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상주동학’은 동학관련 경전과 가사를 새롭게 많이 배포한 종단으로 알려져 있다. 출판과 문헌에 집중한 종단이 “도로선천”으로 “다시 개벽”을 해석한 것은 동학경전의 문맥상 “다시 개벽”은 “도로선천”으로 해석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당시의 문제를 유교적인 관점에서만 본다면 당시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은 다시 요순 시대로 돌아가는 “다시 개벽”이 될 수 있다.37)

반면 대순사상은 이에 대해 후천개벽을 주장한다. 선천과 후천의 개념 또한 리미널리티의 원리에 따라 개체발생이 계통발생을 반복하므로 동학사상의 선천과의 비교는 후천의 특징을 살펴봄으로 비교될 수 있다. 후천은 동양의 속성적 천관과 서양의 실체적 천관이 합덕된 천관이다. 유불선을 통합하는 대순사상 입장에서 요순시대가 다시 시작된다는 “도로선천”이라는 것은 유교의 전헌으로 대순사상을 축소 이해한 것이 된다.

상제께서 十二월에 들어서 여러 공사를 마치시고 역도(逆度)를 조정하는 공사에 착수하셨도다. 경석ㆍ광찬ㆍ내성은 대흥리로 가고 원일은 신 경원의 집으로 형렬과 자현은 동곡으로 떠났도다. 상제께서 남아 있는 문 공신ㆍ황 응종ㆍ신 경수 들에게 가라사대 “경석은 성(誠) 경(敬) 신(信)이 지극하여 달리 써 볼까 하였더니 스스로 청하는 일이니 할 수 없도다”고 일러 주시고 또 “본래 동학이 보국안민(輔國安民)을 주장하였음은 후천 일을 부르짖었음에 지나지 않았으나 마음은 각기 왕후장상(王侯將相)을 바라다가 소원을 이룩하지 못하고 끌려가서 죽은 자가 수만 명이라. 원한이 창천하였으니 그 신명들을 그대로 두면 후천에는 역도(逆度)에 걸려 정사가 어지러워지겠으므로 그 신명들의 해원 두목을 정하려는 중인데 경석이 十二제국을 말하니 이는 자청함이니라. 그 부친이 동학의 중진으로 잡혀 죽었고 저도 또한 동학 총대를 하였으므로 이제부터 동학 신명들을 모두 경석에게 붙여 보냈으니 이 자리로부터 왕후장상(王侯將相)의 해원이 되리라” 하시고 종이에 글을 쓰시며 외인의 출입을 금하고 “훗날에 보라. 금전소비가 많아질 것이며 사람도 갑오년보다 많아지리라. 풀어 두어야 후천에 아무 거리낌이 없느니라”고 말씀을 맺으셨도다.38)

동학사상의 원래 취지는 후천이었지만 유교의 전헌으로 대순사상을 이해한 동학사상은 후천을 도로 선천으로 오해해 “온나라 양반되기”사상으로 동학사상을 이해한다. 나아가 “양반”의 꿈은 왕후장상으로 연결되고 이는 “도로선천”의 해석은 불완전한 해석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계통발생이 개체발생에서 반복된다는 원리처럼 대순사상은 새로운 시대는 유불선을 통합한 새로운 사상으로 새로운 세상에서 실현되는 것이며 그것은 도로선천이 아닌 새 하늘 새 땅인 후천이 되어야 했다.

대순사상에서 선천은 후천과 대비되는 지양해야 할 세계가 아니라 생장염장의 원칙에 따라 후천을 가기 위해 거쳐야할 과정이었다. 선천의 수많은 원한은 후천에 해원으로 풀릴 수 있는 동력이었다. 그러나 선천이 도로선천과 같이 처음으로 리셋되는 것이 개벽, 곧 대순사상의 자생적 근대성의 의미는 아니었다. 대순사상의 자생적 근대성이 추구하고 했던 개벽과 후천은 계통발생을 반복하는 개체발생처럼 동서고금의 이치 중 장점만을 모아서 만드는 새로운 세계였다.39)

원래 ‘선천’이란 말은 소강절에 의해 역학사에 처음 사용되었으며 주희와 「서전서문」을 쓴 채침의 아버지 채원정에 의해 선천역학의 학문적 체계가 완성되었다.40) 선천역학이란 문왕의 64괘에 따라 점을 치는 역학과 달리 복희 8괘도와 하도낙서에 나타난 우주 변화원리를 탐구하는 역학이다. 오늘날 흔히 쓰는 복희 8괘도는 소강절이 공개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선천역학에서 선천은 역에 하늘을 앞선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사물이 상극적으로 운행하기 전 혹은 물질이 생기기 전을 말한다. 소강절은 요임금이 토(土)의 개념을 발견하고 난 것을 경계로 선후천을 구분한다. 선천역학은 팔괘의 배치와 관계되므로 『정역』 또한 넓은 의미의 선천 역학이라 할 수 있다. 선천 역학의 현대적 해석에 대해서는 한규성41), 한태동42), 한장경43), 한동석44), 이승수45), 김승호46), 유남상47), 이현중48), 임병학49), 윤종빈50), 김상일51)이 널리 알려져 있다.

후천이란 개념은 동학사상에서 천주라는 개념이 사용되면서 시작된다. 선천과 후천을 가르는 것은 상제의 인신강세이기 때문이다. ‘천주(天主)’는 마테오 리치가 한 중국인 청년으로부터 전해들은 유일신의 이름이다.52) 마테오 리치를 포함하여 유교 경전을 연구한 천주교 신부와 기독교 목사는 원시 유교의 상제는 순수한 유일신론적인 모습이라고 한다.53) 중국에 서교를 처음 전한 천주교 신부인 마테오 리치와 『주역』과 『논어』등 4서 5경을 서양에 번역한 개신교 목사인 제임스 레그(James Legge, 1815-1897) 와는 거의 동일인인양 중국인은 노아의 후손들이 이주해왔기에 원시 유일신 사상이 있었고 향후 타락한 것이라 주장한다.54) 20세기 초까지 유럽 최고의 중국학자인 라쿠페리(Terrien de Lacouperie, 1844-1894)도 황제는 바빌로니아에서 왔음을 주장했다.55)

시천주 주문의 '천주(天主)'가 중요한 것은 동학의 탄압 원인이 '시천주' 주문의 '천주(天主)'에 근거한 동학의 천주교 혐의였기 때문이다. 최수운은 '시천주' 주문의 '천주(天主)'가 동학이 천주교로 몰릴 수 있는 위험이 있음을 알고도 왜 굳이 '천주(天主)'를 고집했는가는 학계에서는 풀지 못하는 숙제이다. 최수운은 상제의 가르침을 계시받은 것이며 시천주 또한 상제의 계시였기에 천주교로 몰릴 수 있는 우려가 있었지만 고칠 수 없었다. ‘시천주’에서 천주는 미륵상생경에 나오는 도솔천주 미륵을 뜻하기도 하였다.56) 마테오 리치가 Deus를 천주로 번역한 것은 자신이 창작한 용어가 아니고 당시 중국에서 하느님을 뜻하는 용어였기 때문이다. 후천은 미륵하생 후의 용화세계와 대비되는 개념이었다.57)

대순사상에서 후천은 삼재가 확립된 삼계관이다. 삼재확립의 대순사상 천계관은 하늘의 천문까지 재정비한다. 대순은 무극신이라는 개념을 통해 무극을 실체화하고 태을 천상원군을 통해 태극을 실체화한다. 후천은 신명이 도입되어 구천의 시각에서 보이는 미래의 천계관이다. 후천의 천계관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순사상의 천계관념은 2개의 천계관념으로 나타난다. 상제로서의 천이 새롭게 추가된다. 대순사상에서 신은 상제로서의 신과 천지신명이라는 두 개의 신이 있어 하늘도 땅이 대비되는 태극의 하늘이 있고 하늘과 땅을 통합한 그 위의 태극 하늘이 있다. 무극과 태극 모두 상제는 주재한다.

둘째, 대순사상은 천지가 음양이라는 선언에 그친 동학에 비해 이법천이 동학사상에 비해 구체화된다. 종합하면 대순사상 천계관의 특징은 묵은 하늘과 새 하늘의 교체, 태극과 이치의 강조, 하늘의 은혜와 땅의 이치의 구분, 하늘과 땅의 음양합덕 관계 등 동학사상보다 더 구체적인 천계관으로 나타난다.

동학사상의 천계관에 나타나는 상관적 사유는 대순사상에 비해 제한된다. 대순사상의 천계관에서 천인관계와 천지관계가 더 부각되는 것은 동학사상보다 대순사상의 천계관에서 리미널리티 양상이 강화됨을 보여준다. 나아가 대순사상의 천계관에는 동학사상에 나타나지 않는 상생이 강조되고 하늘의 역할이 재규정되어 대순사상에서 재활성화가 확대된다.

대순사상에서 재활성화된 천계관은 무극신, 태을천상원군으로 실체화되고 칠성주의 자리배치도 바뀌고 24주와 28수주에 신명의 이름이 불려지면서 천계관이 재확립된다. 이는 천지공사에서 명부공사를 통해 실현된다. 천상분야열차지도의 천문이 재정렬된다.

대순사상에서 개벽된 후천이란 동서고금의 시공간에 나타난 모든 이치의 융합을 의미한다. 따라서 동학사상의 조화에 나타난 동서양 천관·지관·인간관의 연결은 대순사상에 있어 삼계공사를 통해 융합으로까지 발전한다.

내유신령과 외유기화로 이루어진 동학사상 천지관계의 무위이화는 대순사상에서 생장염장의 사의(四儀)로 나타난다. 천지공사로 정비된 28수, 24절후 등의 결과로 10간12지, 원형이정, 12운성의 조화가 대순사상에서는 정립된다. 이는 대순사상의 무극도 취지서에 나타난 있는 음양합덕, 삼재확립, 오행구비의 순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기존의 천관·지관·인간관은 천지인의 관계가 고정되고 불균형하고 호환되지 못하여 주로 인간의 구원이나 고통으로부터 해탈, 인간의 불로장생을 추구했지 인간에 의한 세계정신의 구현을 추구하지 못했다. 기존의 천관·지관·인간관은 과거 서양 문명이 동양에 전파될 때 풀지 못했던 숙제를 아직 가지고 있다. 대순의 삼계관이 기존의 천관·지관·인간관과 다른 것은 삼계의 가변성, 항상성, 호환성이다. 대순의 삼계관은 상제에 의해 가변성, 항상성, 호환성을 가진다.

근대의 문제를 전통적인 삼계의 문제로 보는 시각은 도교에서도 이루어진 바가 없다. 대순사상이 1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빛을 발하는 이유는 1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아직 대순사상만큼 근대문명을 전통적인 동양의 관점에서 진단한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삼계의 노쇠와 불균형이라는 관점에서 근대의 제문제를 바라보았다는 관점에 대한 차별화된 연구를 필요로 한다.

지관(地觀)의 자생적 근대성 비교

기화(氣化)와 조리(調理)

초월천의 입장에서 천관·지관·인간관을 규정하는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서 땅은 기존의 천지에 속한 땅이 아니라 초월천에 대비되는 천지 개념 곧 기화(氣化)가 된다. 그러나 동학사상에 신명 개념을 도입한 대순사상의 경우 기화는 인신강세한 초월천에 의한 조리(調理), 곧 토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기화개념에 추가된다. 대순사상의 조리 개념 또한 개체발생이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는 리미널리티의 원리에 따라 대순사상에 나타난 조리개념을 통해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지관을 비교할 수 있다. 조리는 신명계에 의해 조화되는 대순사상의 지계관을 동학사상과 대비하여 선명하게 나타내 주는 개념이다.

天用地用 人用之 調理綱紀 統制乾坤 此之謂造化手段也58)

위 예문은 기화에 대응되는 조리가 기화만큼 우주의 운행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원리가 됨을 위 예문은 보여준다. 조리의 리(理)는 이치 혹은 이법 등으로 표현된다. 대순사상에서 땅은 이치의 중심이 되는 존재로 나타난다.

상제께서 정미년 섣달 스무사흘에 신 경수를 그의 집에서 찾으시니라. 상제께서 요(堯)의 역상 일월성신 경수인시(曆像日月星辰敬授人時)에 대해서 말씀하시기를 “천지가 일월이 아니면 빈 껍데기요, 일월은 지인(知人)이 아니면 허영(虛影)이요, 당요(唐堯)가 일월의 법을 알아내어 백성에게 가르쳤으므로 하늘의 은혜와 땅의 이치가 비로소 인류에게 주어졌나니라” 하셨도다. 이때 상제께서 일월무사 치만물 강산유도 수백행(日月無私治萬物 江山有道受百行)을 가르치고 오주(五呪)를 지어 천지의 진액(津液)이라 이름하시니 그 오주는 이러하도다.59)

위 예문에서 땅의 이치란 천원지방의 원리대로 이치와 법칙에 중점을 두는 땅의 모습을 보여준다. 리는 태극과 연관되어 전통적으로 나타난다.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이 출현하기 전 이기론에서 이는 중심사상이었기에 동학사상은 “기화”라는 개념으로 상대적으로 이보다 기를 강조하였다. 대순사상은 이에 대해 이(理) 이전의 이(理) , 곧 무극태극을 강조하여 일용사물에 적용되는 실질성을 강조한다.60)

理雖高 出於太極无極之表 不離乎日用事物之間61)

위 예문에서 “이가 비록 높다 하나 무극태극에서 출현한 것”이라는 표현은 무극과 태극의 주재자인 대순사상의 구천에 이(理)가 속한 것이란 것을 보여준다. 이에 곧 일용사물지간 곧 삼라만상에 이(理)가 존재한다. 이기론에서 이(理)가 실체성을 배제한 속성을 지향하는 개념이었다면 위 예문에서 나타난 이(理)는 실체성이 강조되는 이(理) 개념이다.

태극은 우주의 근원이기에 처음 근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화엄경의 이(理)처럼 만물에 내재한다. 만물에 태극이 있다는 주자의 ‘각구태극 통체태극(各具太極, 統體太極)’이란 표현은 티끌 속에 무수한 부처가 있다62)는 화엄경의 말처럼 극대의 우주와 극소의 우주에 태극이 이처럼 공동으로 존재한다는 말이다. 태극과 불교의 이(理)가 다른 것은 태극은 구체적으로 태극 내부가 음양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표현한다는 점 뿐이다. 이기론의 이(理)와 화엄경의 이(理)가 다른 것도 화엄경의 이(理)보다 이기론의 이(理)가 원형이정이라는 구체적 속성까지 나타낸다는 점이다.

원래 리(理) 범주의 특징은 포용성·다양성·동태성이라고 한다. 성리학 이전의 이(理) 개념을 살펴보면 설문해자에서 사물의 결은 옥(玉)이 가장 조밀하기 때문에 옥(玉)을 따른다는 차원에서 옥(玉)과 리(理)가 연결된다. 리(理)가 처음 나타나는 곳은 『시경(詩經)』 『좌전』 『국어』이며 무늬의 이치라는 문리(紋理)로 쓰인 리(理)의 개념이 다스리는 이치인 치리(治理)로 나타난다. 그 후 역(易)에서는 천하의리, 성명의리가 되고 맹자의 의리, 순자의 예리가 되었다가 도가의 천연의 리로 바뀐다. 그 후 동중서의 이(理)개념과 황제내경의 이(理)개념이 출현한다. 동중서는 『춘추번로』「순환지도」에서 ‘천지지미달 이(天地之未達 理)라하고 황제내경에서는 생장화성수장을 ‘양생의 이(理)‘라 한다.63)

원래 리(理) 범주의 특징이 포용성·다양성·동태성이었던 것은 음양오행의 ‘토’개념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이다, 대순사상의 ‘이’개념은 이 ‘토’개념으로서의 ‘이’개념을 재활성화함으로써 ‘기화’개념에 치우친 동학사상에 비해 ‘이’개념을 도입할 수 있었고 이애 따라 이에 수반되는 신명개념까지 도입하여 보다 구체적인 자생적 근대성을 제시 할 수 있었다.

元亨利貞大經大法道正天地數定千法而理定心法64)

도의 깨담을을 정의하는 「각도문」에 나타나는 위 예문에서 이는 원형이정과 토를 의미하는 심 개념 사이에 나타나 마음이 토가 되는 것은 마음을 정하는 것이 이 개념이라 표현함으로써 이(理)와 기(氣)의 관계가 토와 목화금수의 관계임을 보여준다. 대순사상은 이기론의 출발점이 음양오행이고 소강절에 의한 것임을 간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동학가사(東學歌辭)에 세 기운이 밝혀있으니 말은 소ㆍ장(蘇秦 張儀)의 웅변이 있고 앎은 강절(康節)의 지식이 있고 글은 이ㆍ두(李太白 杜子美)의 문장이 있노라 하였으니 잘 생각하여 보라”고 이르셨도다.65)

이기론의 출발이 음양오행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이 성리학에 의해 오래 동안 잊혀졌다. 성리학이 서양에 패배한 것도 음양오행을 스스로 폐기한 점에서 찾아지고 있다. 음양오행은 이기론의 출발이었지만, 성리학자들은 이기론은 받아들이되 음양오행은 미신으로 여겼다. 마테오 리치 이후 음양오행의 미신화는 가속화되었다, 음양오행을 이기론으로 정초한 서명응 등의 소강절 이론의 재조명은 당시로서는 필연적인 것이었다.

인간의 조리(調理)를 통한 해원상생이 실현되면 동양과 서양의 신인관계는 서로 통합될 수 있다. 음양오행으로서 신명이 존재한다는 게 확실해지면 서양 지수화풍도 원의 순환의 하나가 된다. 서양에서는 신명의 개념이 천사의 개념으로 강등되어 있지만 다시 천사 또한 신명의 지위로 복귀된다.66)

서양의 선령신 또한 다시 복귀한다. 서양에서도 인간과 관계된 선령신과 자연과 관계된 천지신명이 구분된다. 천사가 신명과 같아지면 서양에서도 인간은 천사와 합쳐지는 존재가 된다. 동양과 서양의 성격상 서양은 지하신과 친근성이 있어왔지만 음양이 합덕되어 서양에서도 조상의 혼령과 같이한다. 대순사상은 “조상이 4대(代)가 지나면 영도 되고 선도 된다”고 함으로써 이기론과 영혼론을 모두 설명한다. 서양에서 천사의 개념이 신명으로 전환된다면 절대자의 성격도 전환된다.67) 동양에서는 무극, 태극과 같이 궁극적 존재를 이법화하였으나 예수가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인격화시킨 서교 전통도 수용하여 대순사상에선 무극, 태극을 무극신 등의 이름으로 구체화함으로써 동서양의 신인관계는 재정립된다. 재정립된 동서양의 신인관계는 다음과 같이 자연의 변화도 설명할 수 있다.

도주께서 해인사에서 돌아오신 다음날에 여러 종도들을 모아 놓고 「상제께서 해인을 인패라고 말씀 하셨다고 하여 어떤 물체로 생각함은 그릇된 생각이니라. 해인은 먼 데 있지 않고 자기 장중(掌中)에 있느니라. 우주 삼라 만상의 모든 이치의 근원이 바다에 있으므로 해인이요, 해도 진인(海島眞人)이란 말이 있느니라. 바닷물을 보라. 전부 전기이니라. 물은 흘러 내려가나 오르는 성품을 갖고 있느니라. 삼라 만상의 근원이 수기를 흡수하여 생장하느니라. 하늘은 삼십 육천(三十六天)이 있어 상제께서 통솔하시며 전기를 맡으셔서 천지 만물을 지배 자양하시니 뇌성 보화 천존 상제(雷聲普化天尊上帝)이시니라. 천상의 전기가 바닷물에 있었으니 바닷물의 전기로써 만물을 포장하느니라」고 말씀하셨도다.68)

동학에서 “기화(氣化)”라는 개념이 나타나는 곳은 “내유신령 외유기화”부분이다. 내유신령 외유기화의 경우 신령과 기화는 동학에서 동서양을 연결하는 또 하나의 개념이다. 수운은 인격적이지만 동시에 비인격적이고, 외재적이지만 동시에 온전히 내재적인 천주의 모습을 우리 “안에 신령이 있고 밖에 기화가 있다(內有神靈 外有氣化)고 표현한다.69) 「논학문」을 보면 최제우가 일반적인 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보다 한 걸음 나아가 서양의 학문과 도덕을 높게 평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서양인은 道成立德하니 그 조화에 미쳐서는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다. 무기로 공격하면 싸움에서 앞에 대적할 자가 없으니 중국이 망하면 (우리에게) 순망치한의 우환이 어찌 없겠는가? 다른 데 연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저들은 그 도를 西道라고 부르고 학은 天主(學)라 일컫고 교는 聖敎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天時를 알고 天命을 받은 것이 아니겠는가”70)

반면 수운은 서교의 수행은 비판한다. ‘서교에는 기화의 신령이 없고 학문에는 천주의 가르침이 없다’는 구절에서 후자의 ‘학무천주지교(學無天主之敎)’를 학무천주강화지교(‘學無天主降話之敎)’, 내적으로 강화(降話)의 가르침을 받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71) 수운이 서양인은 천주를 위할 줄도 모르고 결국 제 자신만을 위해 빌 뿐이라고 비판한 것은, 그들이 나와 너를 매개하고 공속하게 하는 기화의 신령을 모른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순사상은 동학사상에 비해 남성적인 기보다 여성적인 마음을 강조한다는 것을 차이점으로 드러낸 바 있다.

최 수운의 가사에 “도기장존 사불입(道氣長存邪不入)”이라 하였으나 상제께서는 “진심견수 복선래(眞心堅守福先來)”라 하셨도다.72)

동학사상에서 강조되는 남성적 ‘지기’와 달리 대순사상에서는 여성적 마음이 강조되는 것은 이치에 따른 해원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이치에 의한 해원인 “이해”는 “화해”와 함께 대순사상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된다.73) 오늘날 동학사상이 재조명되는 것은 동학사상이 한국의 자생적 근대성과 관계되는 자생성이란 측면도 있지만 동학사상은 물질적 근대문명에 대한 비판과 대안적 미래전망을 가진 사상이란 점이다. 동학사상은 물질적 근대문명을 천주교인 서학의 유산으로 간주하고 서학은 겉으로는 평등을 주장하지만 수행과정에서는 각자위심으로 하늘을 배신하는 점이 있다고 비판한다.74)

동학사상의 오늘날 현황은 동학사상 자체로는 미비하지만 동학 이후 발생한 동학관련 사상의 확대로 큰 영향을 오늘도 미치고 있다. 동학관련 사상은 대부분 대안으로서 개벽을 제안하였다. 특히 동학이 단기적이고 외부적이고 사회적인 개벽을 지향했다. 반면 대순사상은 장기적이고 종교적인 신명에 의한 개벽을 지향하였다.

식민지로 전락하여 5,000년간 유지해온 민족 전체의 정체성이 절멸할 암울한 시점의 당시 동아시아에서, 유례가 드물게 한국 신종교는 장밋빛 미래 전망을 제시했고 당시 민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실제 그 전망은 해석에 따라서 현재까지 적중되어 오늘날에도 당시 신종교는 종교적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

당시 왕후장상의 미래전망이 실패하여 좌절해 있던 동학 참가자에게 증산은 동학 실패의 원인과 대책으로 해원과 개벽의 참동학을 제시한다.

상제께서 어느 날 경석을 데리고 농암(籠岩)을 떠나 정읍으로 가는 도중에 원평 주막에 들러 지나가는 행인을 불러 술을 사서 권하고 “이 길이 남조선 뱃길이라. 짐을 많이 실어야 떠나리라”고 말씀하시고 다시 길을 재촉하여 三十리 되는 곳에 이르러 “대진(大陣)은 일행 三十리라” 하시고 고부 송월리(松月里) 최(崔)씨의 재실에 거주하는 박 공우(朴公又)의 집에 유숙하셨도다. 공우와 경석에게 가라사대 “이제 만날 사람 만났으니 통정신(通精神)이 나오노라. 나의 일은 비록 부모형제일지라도 모르는 일이니라” 또 “나는 서양(西洋) 대법국(大法國) 천계탑(天啓塔)에 내려와서 천하를 대순하다가 삼계의 대권을 갖고 삼계를 개벽하여 선경을 열고 사멸에 빠진 세계 창생들을 건지려고 너희 동방에 순회하던 중 이 땅에 머문 것은 곧 참화 중에 묻힌 무명의 약소 민족을 먼저 도와서 만고에 쌓인 원을 풀어 주려 함이노라. 나를 좇는 자는 영원한 복록을 얻어 불로불사하며 영원한 선경의 낙을 누릴 것이니 이것이 참 동학이니라. 궁을가(弓乙歌)에 “조선 강산(朝鮮江山) 명산(名山)이라. 도통군자(道通君子) 다시 난다”라 하였으니 또한 나의 일을 이름이라. 동학 신자 간에 대선생(大先生)이 갱생하리라고 전하니 이는 대선생(代先生)이 다시 나리라는 말이니 내가 곧 대선생(代先生)이로다”라고 말씀하셨도다.

위 예문에서 증산은 무명의 약소민족인 한국을 도와 전 세계에 쌓인 만고의 원을 풀어 지상천국을 제시하는 것이 원래 동학의 취지이며 동학은 원래 취지를 살리지 못해 실패했을 뿐 향후 동학의 취지는 참동학을 통해 실현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 증산 이후 한국은 오히려 일본의 지배에 넘어갔으나 일본의 지배 이후 한국은 실제 증산의 전망대로 당시 세계 최하위 국가에서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 가운데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우는 정치·경제·문화적 선진국이 되었다. 대순사상은 동학사상의 “기화(氣化)”로 초래된 불안한 미래에 대해 “지덕(地德)”을 강조함으로써 안심안신의 생활이 가능하게 했다.

노이무공(勞而無功)과 천지성공(天地成功)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차지관(地觀)에 있어 그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용어가 노이무공(勞而無功)과 천지성공(天地成功)이다.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는 ‘노이무공’은 천외천이 신명으로만 출현한 동학사상에서 자신의 업적을 설명한 용어이고 천지성공은 구천의 인신강세 이후 천지에 대해 구천이 표현한 용어이다.

전통 음양오행에서 천지성공과 대비되는 용어는 천지화육이다.75) 천원지방, 천도지덕과 같은 이상적 삼재개념에서 천지는 가문의 성공을 위해 자식을 키우는 부모와 같이 인간을 화육하여 천지를 성공시키고자 한다. 노이무공은 성공의 사례가 없었다는 의미가 된다. 동양사상에서 ‘천원지방’과 같은 천지에 대한 많은 용어가 있음에도 천지성공에 대한 개념의 단초가 나오는 곳은 동학사상이 유일하다. 동학사상에서 천지성공은 천주의 “노이무공(勞而無功)”이라는 표현으로 나타난다. 동학사상의 노이무공은 대순사상의 천지성공을 이해하는 관문이 된다. 천지성공은 곧 땅과 하늘이 음양합덕되는 지상천국이고 천주의 성공이 된다.

노이무공은 동학사상에서 천지를 천주, 곧 귀신으로 깨닫는 장면에서 나타나므로 노이무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 동양의 귀신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동학사사상에서 귀신은 천외천을 의미하지만 천외천을 귀신이란 용어로 표현한 것을 이해하는 데는 전통적인 귀신 개념의 이해가 필요하다.

각주

  1. 1)『전경』「예시」 5.
  2. 2)『대순진리회 요람』, p.7.
  3. 3)『전경』「교운」 1-17.
  4. 4)『전경』「교운」 1-9.
  5. 5)『전경』「예시」 10.
  6. 6)『전경』「교운」 1-9; 『전경』「교운」 2-6.
  7. 7)『전경』「예시」 17; 『전경』「권지」 1-21.
  8. 8)『전경』「행록」 5-38.
  9. 9)『전경』「예시」 7.
  10. 10)『전경』「공사」 3.
  11. 11)『전경』「교운」 1-30.
  12. 12)『대순진리회 요람』, p.9
  13. 13)『전경』「공사」 1-2
  14. 14)『대순진리회 요람』, 「신앙의 대상」.
  15. 15)『대순진리회 요람』, 「신앙의 대상」.
  16. 16)『전경』「교운」 1-17.
  17. 17)『전경』「교운」 1-9.
  18. 18)『전경』「예시」 10.
  19. 19)『전경』「교운」 1-9; 『전경』「교운」 2-6.
  20. 20)『포덕교화 기본원리』, 「연혁개요」.
  21. 21)『전경』「교운」 1-9.
  22. 22)『전경』「공사」 1-5.
  23. 23)『전경』「교운」 1-9.
  24. 24)『전경』「권지」 1-11.
  25. 25)『전경』「교운」 1-64.
  26. 26)『대순진리회 요람』「대순진리회」
  27. 27)『전경』「예시」 17; 『전경』「권지」 1-21.
  28. 28)『전경』「행록」 5-38.
  29. 29)『전경』「예시」 7.
  30. 30)『전경』「공사」 1-3.
  31. 31)『전경』「교운」 1-30.
  32. 32)『대순진리회 요람』, p.9.
  33. 33)『전경』「공사」 1-2.
  34. 34)『전경』「예시」 17.
  35. 35)박태봉, 「韓國의 思想과 文化에 나타난 三數原理 硏究」, 공주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20.
  36. 36)프리초프 카프라 지음, 김용정, 김동광 옮김, 『생명의 그물 : 생물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이해』, 서울: 고양, 1998.; 프리초프 카프라 지음, 이성범, 김용정 옮김,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고양: 범양사, 2015.
  37. 37)김탁, 「동학교 '도로 선천(先天)'사상의 내용과 의의」, 『대순사상논총』 48, 2024, pp.199-237.
  38. 38)『전경』「공사」 2-19.
  39. 39)『전경』「예시」 30.
  40. 40)조희영, 「서명응의 선천역학 정립과 시대적 의의; 『선천사연』을 중심으로」, 『철학연구』 98 ,2012, p.1.
  41. 41)한규성 원저, 한필훈 엮음, 『주역에 대한 46가지 질문과 대답』, 동녘, 1996; 한규성, 『역학원리강화』, 예문지, 1997.
  42. 42)한태동, 『사유의 흐름』,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3.
  43. 43)한장경, 『주역·정역』, 삶과 꿈, 2001.
  44. 44)한동석, 『우주변화의 원리: 陰陽五行原理 』, 대원출판, 2003.
  45. 45)이승수, 『중의 원리』, 서울: 지지닷컴, 2008.
  46. 46)김승호, 『주역원론』 (1-6) , 선영사, 2009.
  47. 47)윤종빈, 『정역과 주역』, 상생출판, 2009.
  48. 48)이현중, 『역경과 사서』, 역락, 2004.
  49. 49)임병학, 『역학과 하도낙서』, 한국학술정보, 2008.
  50. 50)윤종빈, 『한국역학연구의 기초』, 문경출판사, 2012.
  51. 51)김상일, 『역과 탈현대의 논리』, 지식산업사, 2006.
  52. 52)안성호, 「17세기 초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와 19세기 제임스 레그의 중국유교경전 영어번역본에서 사용된 용어 '상제(上帝)'간의 신학적 연속성」, 『한국기독교와 역사』 32,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2010, pp.302-304.; 첸카이 통, 『고대 중국 속의 하나님』, 서울: 순출판사, 2009.
  53. 53)안성호, 「존 로스의 중국유교 원시유일신론과 중국어 성서번역의 용어논쟁에 관한 신학적 입장」, 『한국기독교와 역사』 40,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 2014), p.228.
  54. 54)Legge, The Notions of the Chinese concerning God and Spirits, p.33, 안성호, 「17세기 초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와 19세기 제임스 레그의 중국유교경전 영어번역본에서 사용된 용어 '상제(上帝)'간의 신학적 연속성」, 『한국기독교와 역사』 32,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 2010, pp.315-316에서 재인용.
  55. 55)쑨장,「황제(黃帝)는 바빌론에서 왔다: 라쿠페리의 “중국 문명 서래설”과 동아시아로의 전파」, 『개념과 소통』 5, 2010, pp.79-26.
  56. 56)백천의 천자들이 하늘의 기악(伎樂)을 베푸는 동시에 하늘의 만다라꽃[曼陀羅花]과 마하만다라꽃을 갖고 그 위에 흩으면서 찬탄해 말하기를,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선남자여, 당신이 염부제에 널리 복된 업을 닦았기에 이곳에 와서 태어났습니다. 이곳이 바로 도솔타천이고, 이제 이곳 천주(天主)의 이름이 미륵이며, 당신은 마땅히 귀의해야 합니다.’라고 할 것이다.(佛說觀彌勒菩薩上生兜率天經, 百千天子作天伎樂持天曼陁羅花摩訶曼陁羅花以散其上讚言善哉善哉善男子汝於閻浮提廣修福業來生此處此處名兜率陁天今此天主名曰彌勒汝當歸依, 동국대학교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 구천대원조화주신 또한 구천의 천과 조화주의 주를 합하여 천주라 할수 있다.
  57. 57)최종석, 「증산교(甑山敎)에 나타난 불교적 요소: 미륵신앙의 수용을 중심으로」, 『禪文化硏究』 23(-), 2017, pp.254-255.
  58. 58)『전경』「제생」 43.천용(天用)과 지용(地用)과 인용(人用)은 강기(綱紀)를 고르게 함이니 하늘과 땅을 통제한다. 이를 조화(造化)의 수단(手段)이라고 일컫는다. (양무목, 「救援 眞理로서의 陰陽合德과 民主主義」, 『대순사상논총』 2, 1997, pp.175-176)
  59. 59)『전경』「교운」 1-30.
  60. 60)대순사상이 발생한 정읍은 이기론 가운데서도 실질론적 이기론인 일재 이항의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김익두, 최영성, 이선아, 김범수 지음, 『일재 이항의 사상·학문·이론에 관한 새로운 시각들』, 서울: 문예원, 2014.
  61. 61)『전경』「제생」 43. 이수고 출어무극태극지표, 불리호일용사물지간. 이치가 비록 높으나 태극과 무극의 겉에서 나오고, 일용(日用)한 사물의 사이에 떨어지지 아니한다.
  62. 62)주자의 ‘각구태극 통체태극(各具太極, 統體太極)’이란 표현은 화엄경의 중중무진(重重無盡)과 연결된다. (김종욱, 「복잡계로서 생태계와 법계」, 『철학사상』 41, 2011, pp.7-36)
  63. 63)장입문 외 지음, 안유경 옮김, 『리의 철학』, 서울: 예문서원, 2004, pp.30-36, 46, 49, 106.
  64. 64)『전경』「교운」 2-33. 원형이정 대경대법도정천지수정천법이정심법, 도(道)는 천지를 바로하고 수(數)는 천법(千法)을 정(定)하고 리(理)는 심법을 정(政)하고. (최치봉, 「대순사상의 태극에 관한 연구」, 『대순사상논총』 23, 2014, p.403)
  65. 65)『전경』「교법」 2-42.
  66. 66)오늘날 서양의 ‘죽음학’에서는 서양 또한 선령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 웰다이잉(Well-dying)을 목표로 하는 호스피스 운동에서 시작하였지만 현대 서양의 죽음학은 수만 건의 임사체험 사례를 통해 서양에서도 동양과 같이 사후 세계에서 생전에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선령신과 조우함을 입증하고 있다. (이븐 알렉산더; 프톨레미 톰킨스 [공]지음, 고미라; 이진[ [공] 옮김, 『나는 천국을 보았다』, 파주: 김영사, 2013, pp.124-130, 190)
  67. 67)미셀 세르는 동양의 신명 개념과 같이 천사 개념이 단순한 개념이 아니고 서양의 인식론적 틀을 형상하는 결정적 계기로 간주한다.(미셸 세르 지음, 이규현 옮김, 『헤르메스』, 서울: 민음사, 2009 pp.299-303)
  68. 68)『전경』「교운」 2-55..
  69. 69)백민정, 「上帝와 心 개념으로 비교한 정약용과 최제우의 사유」, 『民族文化』 61, 2022, p.149.
  70. 70)『동경대전』「논학문」.
  71. 71)손병욱, 「동학과 불교 염불선의 수증체계 비교」, 『동학학보』23, 2011, p.107.
  72. 72)『전경』「교법」 2-3.
  73. 73)대순진리회 벽화는 해원상생을 나타내는 오선위기가 이해로 표현되고 있다.
  74. 74)김용옥, 『동경대전 2』 통나무, 2021, p.135.
  75. 75)『전경』「교운」 1-66.
  76. 76)『朱子語類』 卷3, 中華書局, 33夸.“鬼神事自是第二著.那箇無形影底,是難理會底. 末消去理會,且就日用緊切處做工夫” .
  77. 77)최진덕, 「朱子學의 理氣論과 鬼神論」, 『양명학』 23 , 한국양명학회, 2009. pp.381-382.
  78. 78)『전경』「행록」 2-16.
  79. 79)『전경』「행록」 1-2.
  80. 80)『전경』「공사」 3-6.
  81. 81)『전경』「교운」 1-9.
  82. 82)최수운은 자신의 7대조 진립(震立)이 임진왜란, 병자호란 때 많은 공을 세우고 전사하여 사후에 병조판서의 벼슬과 정무공의 시호를 받았던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었으며 ‘안심가’에서는 “개같은 왜적(倭敵)놈아”, “그 역시 원수로다.”라는 표현을 통해 일본을 적대적 관계로 설정하고 있었다. (박광수, 󰡔한국신종교의 사상과 종교문화󰡕 서울: 집문당, 2012, pp.199-201).
  83. 83)『전경』「예시」 74.
  84. 84)『전경』「예시」 57.
  85. 85)『전경』「공사」 2-4.
  86. 86)강돈구, 『한국 근대종교와 민족주의』, 서울: 집문당.1992.; 박재현, 「한국 근대시기 대순사상의 특질 - 초민족주의와 근대 및 탈근대 가치를 중심으로」, 『대순사상논총』 24, 2014.
  87. 87)황종원, 「20세기 초엽 천도교의 인내천 교의 및 심성론에 대한 비판적 연구」, 『대동철학』 44, 2008, pp.92-93.
  88. 88)『전경』「교법」 3-47. 사지당왕재어천지, 필부재인, 연무인무천지, 고천지생인용인, 이인생 불참어천지, 용인지시하가왈인생호. 어떠한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 근본 원인이 천지에 있는 것이지 반드시 사람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이 없으면 천지가 무용하므로 천지(天地)가 사람을 내서 그 사람을 쓰는 것이다. 이러할진대 천지가 사람을 쓰고자 할 때 사람이 천지의 뜻에 따르지 않는다면 어찌 이를 인생이라 할 수 있으리오.(교무부, 「천지생인용인」, 『대순회보』 13, 1989)
  89. 89)이경원, 「대순진리의 근대성과 변혁사상」, 『동학 학보』 9(2): 43. 2005.
  90. 90)이경원, 『대순종학원론』, 서울: 문사철, 2013.
  91. 91)『전경』「교운」 1-66.
  92. 92)『전경』「교운」 1-30.
  93. 93)『대순진리회 요람』「취지」.
  94. 94)『전경』「교운」 1-19.
  95. 95)『전경』「교운」 1-9.
  96. 96)『전경』「공사」 1-3.
  97. 97)『전경』「교법」 3-47. 사지당왕재어천지, 필부재인, 어떠한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 근본 원인이 천지에 있는 것이지 반드시 사람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교무부, 「천지생인용인」, 『대순회보』 13, 1989)
  98. 98)『전경』「교법」3-47. 만사분이정 부생공자망, 모든 일은 분수가 이미 정해져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부질없이 스스로 바쁘게 움직인다.(교무부, 「만사분이정」, 『대순회보』 148, 2013)
  99. 99)『대순진리회 요람』, p.7.
  100. 100)『전경』「교운」 2-42.
  101. 101)『전경』「교운」 1-9.
  102. 102)『전경』「교운」 1-9.
  103. 103)『전경』「교운」 1-66.
  104. 104)『전경』「교운」 1-19.
  105. 105)『대순진리회 요람』, p.20.
  106. 106)『전경』「공사」1-11.
  107. 107)『전경』「교운」 1-9.
  108. 108)『전경』「교운」 1-9.
  109. 109)『전경』「행록」 1-10.
  110. 110)『전경』「교법」 1-54.
  111. 111)『전경』「교법」 3-35.
  112. 112)『전경』「교법」 1-42.
  113. 113)『전경』「제생」 43.
  114. 114)당현선, 『질베르 뒤랑의 상상계 연구』, 홍익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9, pp.28-30.
  115. 115)박정진, 『(예술인류학서설) 한국문화 심정문화』, 미래문화사, 1990, pp.130-146.
  116. 116)음양오행설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있어 서양학자 들의 경우에는 음양오행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해 최소한 원시적 형태의 과학 정도로는 평가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마르셀 그라네, 앤거스 그레이엄, 벤자민 슈워츠, 조셉 니덤 등을 들 수 있다. (김기, 「음양오행설의 주자학적 적용양상에 관한 연구」,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2, p.4) 반면 오히려 동양의 학자들은 반대로 음양오행을 더 미신적인 것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방인, 「고대중국의 宇宙論의 한 형태로서의 陰陽五行說」, 『宗敎硏究』 4, 1988, p.71)
  117. 117)『전경』「교운」 1-9.
  118. 118)『전경』「공사」 3-14.
  119. 119)『전경』「공사」 2-1.
  120. 120)『전경』「행록」 3-53.
  121. 121)『전경』「제생」 43.
  122. 122)이어령 , 『디지로그: 한국인이 이끄는 첨단정보사회, 그 미래를 읽는 키워드』, 서울: 생각의 나무, 2006.
  123. 123)『전경』「예시」 46.
  124. 124)김지하, 『(미학강의) 흰 그늘의 미학을 찾아서』, 서울: 실천문학사, 2005.; 김익두, 「동아시아 사상 속의 화해와 상생―한국의 근현대 전북의 사상운동과 그 전개 양상」, 『제93회 동아시아고대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2023.
  125. 125)『전경』「교운」 1-66.
  126. 126)『대순진리회 요람』, 「훈회」.
  127. 127)『대순진리회 요람』, 「신조」.
  128. 128)『전경』「교운」 1-6.
  129. 129)『용담유사』, 「도덕가」.
  130. 130)『동경대전』, 「좌잠」. 오도박이약 불용다언의 별무타도리 성경신삼자. 우리 도는 넓고도 간략하니 많은 말을 할 것이 아니라, 별로 다른 도리가 없고 성·경·신 석자이니라.
  131. 131)A. N. Whitehead, D. R. Griffin and D. W. Sherburne, 『Process and reality』, New York: Free Press, 1929. pp.10-11. 로저 에임스, 데이비드 홀 지음 ; 장원석 옮김, 『일상사에 초점 맞추기: 『중용』의 번역과 철학적 해석』, 성남: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19. pp.50-51에서 재인용.
  132. 132)남효온 지음, 박대현 옮김, 『추강집』, 서울: 민족문화추진회, 2007, 권5, 35b.
  133. 133)한국사상사연구회, 『조선 유학의 개념들』 ,예문서원, 2002.
  134. 134)김윤경, 『한국도교사』, 서울: 문사철, 2020.
  135. 135)『전경』「제생」 43.
  136. 136)『전경』「제생」 43.
  137. 137)고회민 지음, 곽신환 옮김, 『소강절의 선천역학』, 서울: 심산, 2007.
  138. 138)실제 원형이정이라는 개념은 봄·여름·가을·겨울, 아침·점심·저녁·밤, 초년·장년·중년·노년과 같이 순환하는 주기의 4가지 공통된 속성을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원형이정은 무한중첩순환처럼 일사일물에도 원형이정이 있고 만사만물에도 원형이정이 있다고 한다. (윤용남, 「주자(朱子) 이설(理說)의 재구성」, 『東洋哲學硏究』 8, 1988, pp.52-54)
  139. 139)최진덕, 「朱子學의 理氣論과 鬼神論」, 『양명학』 23 , 한국양명학회, 2009, pp.381-383.
  140. 140)도기장존사불입 세간중인부동귀. 도의 기운을 길이 보존함에 사특한 것이 들어오지 못하고, 세간의 뭇사람과 같이 돌아가지 않으리라.
  141. 141)『전경』「교법」 2-3
  142. 142)『전경』「교법」 1-34
  143. 143)『전경』「행록」 5-38. 동유대성인왈동학 서유대성인왈서학. 동쪽에 대성인이 있어 가로되 동학이요, 서쪽에 대성인이 있어 가로되 서학이라 한다.(교무부, 「돌병풍」, 『대순회보』 119, 2011)
  144. 144)한국사상사연구회, 『조선 유학의 개념들』 ,예문서원, 2002.
  145. 145)김선희, 「유학자가 바라 본 유신론적 세계」, 한국종교학회학회 발표자료집, 한국종교학회, 2014; 전성건, 「다산 영지설의 신학적 가능성」, 한국종교학회학회 발표자료집, 한국종교학회, 2014)
  146. 146)고남식, 「근·현대기 강증산(姜甑山) 전승에 나타난 일본(日本) 관련 기록의 양상과 의미 -『대순전경(大巡典經)』(1929-1965)을 중심으로-」 『일본근대학연구』, 2023.
  147. 147)『전경』「공사」 2-4.
  148. 148)『전경』「예시」 1.
  149. 149)‘신도’를 궁극적 실재로 보고, 해원상생의 근거로 보기도 한다.(김의성, 『大巡思想의 哲學的探究』,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7)
  150. 150)『전경』「예시」 73.
  151. 151)『대순지침』 1장 1절.
  152. 152)『전경』「공사」 1-34.
  153. 153)『전경』「제생」 43. 수생어화 화생어수 금생어목 목생어금 기용가용연후 방가위신인야. 음살양생 양살음생 생살지도 재어음양 인가용음양연후 방가위인생야. 인위양 신위음 음양상합연후 유변화지도야. 불측변화지술 도재어신명 감통신명연후 사기사칙위지대인대의야. 수(水)가 화(火)에서 생기고 화(火)가 수(水)에서 생기며 금(金)이 목(木)에서 생기고 목(木)이 금(金)에서 생기는 그 쓰임(用)을 알 수 있는 연후에 바야흐로 신인(神人)이라 이를 수 있다. 음을 죽이면 양이 살고 양을 죽이면 음이 사니 생살(生殺)의 길은 음양에 있다. 사람이 능히 음양을 쓸 수 있는 연후에야 바야흐로 인생이라 이를 수 있다. 사람은 양이 되고 신은 음이 되니 음양이 서로 화합한 다음이라야 변화의 길이 있다. 아니면 변화의 방술(方術)은 모두 신명(神明)에게 있으니 신명에 감통(感通)한 다음에 그 일이 성사되면 이를 대인대의(大仁大義)라고 이른다.(양무목, 「救援 眞理로서의 陰陽合德과 民主主義」, 『대순사상논총』 2, 1997, p.175-176)
  154. 154)대순사상에서 강조되고 추구되는 음양개념은 정음정양(正陰正陽)과 조화를 통한 합덕(合德)을 주창하는 것이며, 그를 통해 이상세계가 건설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한다.(이호열, 『大巡思想의 陰陽論에 관한 연구』, 대진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5)
  155. 155)『전경』「공사」 1-3.
  156. 156)樊遲問知, 子曰: “務民之義, 敬鬼神而遠之, 可謂知矣”.(『논어』「옹야」 )
  157. 157)유지연, 「황현(1855-1910)의 동학에 대한 인식과 비판: 『오하기문(梧下記文)』을 중심으로 」,『梨院학술논집』 2, 2004, pp.1-54.
  158. 158)김기승, 「수운 최제우 저작의 연대기적 검토」, 『동학학보』 3, 2002, pp.159-162.
  159. 159)산하의 큰 운수가 다 이 도에 돌아오니 그 근원이 가장 깊고 그 이치가 심히 멀도다. 나의 심주를 굳건히 해야 이에 도의 맛을 알고, 한 생각이 이에 있어야 만사가 뜻과 같이 되리라.흐린 기운을 쓸어 버리고 맑은 기운을 어린 아기 기르듯 하라. 한갓 마음이 지극할 뿐 아니라, 오직 마음을 바르게 하는데 있느니라. 은은한 총명은 자연히 신선스럽게 나오고, 앞으로 오는 모든 일은 한 이치에 돌아가리라. 남의 적은 허물을 내 마음에 논란하지 말고, 나의 적은 지혜를 사람에게 베풀라. 이와 같이 큰 도를 적은 일에 정성드리지 말라. 큰 일을 당하여 헤아림을 다하면 자연히 도움이 있으리라. 풍운대수는 그 기국에 따르느니라. 현묘한 기틀은 나타나지 않나니 마음을 조급히 하지 말라. 공을 이루는 다른 날에 좋이 신선의 연분을 지으리라. 마음은 본래 비어서 물건에 응하여도 자취가 없는 것이니라. 마음을 닦아야 덕을 알고, 덕을 오직 밝히는 것이 도니라. 덕에 있고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요, 믿음에 있고 공부에 있는 것이 아니요, 가까운 데 있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요, 정성에 있고 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니 그렇지 않은 듯하나 그러하고 먼 듯하나 멀지 아니하니라. 『천도교경전』
  160. 160)『전경』「공사」 3-41.
  161. 161)『전경』「권지」 1-11.
  162. 162)김상준, 「온 나라가 양반 되기-조선 후기 유교적 평등화 메커니즘」, 『사회와 역사(구 한국사회사학회논문집)』63(0), 2003, pp.5-29
  163. 163)『전경』「교운」 1-9.
  164. 164)『전경』「권지」 1-11.
  165. 165)『전경』「교법」 3-30; 고남식, 「조선말기 강증산의 역사인식과 조선관」, 『동아시아고대학』 59, 2020, pp. 239-270. 259.
  166. 166)무라야마 지준, 「무극도취지서」, 『조선의 유사종교』. 대구: 啓明大學校 出版部. 1991.
  167. 167)이동희, 『라이프니쯔가 만난 중국』, 이학사, 2003, pp.92-93.
  168. 168)안종수, 「스피노자와 유학」, 『철학논총』 44(2), 2006, pp.172-173.
  169. 169)이영재, 「현대공감이론을 통한 공맹철학의 재조명」 , 『정신문화연구』 35(2), 2012, p.427.
  170. 170)이동희, 「근대 독일 철학자의 대립적 불교 이해와 수용」, 『헤겔연구』 29, 2011.
  171. 171)주겸지 지음, 전홍석 옮김, 『중국이 만든 유럽의 근대: 근대 유럽의 중국문화 열풍』,청계, 2010, p.378.
  172. 172)허정화, 「화엄사상과 현대 물리학의 비교연구」, 동국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3.
  173. 173)在〈内经〉一书中,可以看到道家、墨家、名家、阴阳家等学派的思想痕迹,这是不可否认的 事实。徐仪明 ,『性理与岐黄』 ,中国社会科学出版社, 1997, p.23.
  174. 174)소병선, 『朱子學과 Thomism의 哲學的 比較』: 韓國學中央硏究院 박사학위논문, 2005;박정진, 『철학의 선물 선물의 철학』, 서울: 소나무, 2012; 이정우, 김시천, 김교빈 외, 『기학의 모험: 1, 동서양 철학자, 유배된 氣의 부활을 말하다』,서울: 들녘, 2004.
  175. 175)松本耿郎, 「イスラームにおける宗教間対話の理論(宗教間対話の思想--歴史的諸相とそれらの対話,パネル,<特集>第68回学術大会紀要)」, 『宗教研究』 83-4, 日本宗教学会, 2010, pp.180-81, 1272-73.
  176. 176)미르치아 엘리아데 지음, 최종성, 김재현 옮김, 『세계종교사상사2: 고타마 붓다에서부터 기독교의 승리까지』 , 이학사, 2005, p.299, pp.490-491.
  177. 177)『전경』「예시」 88, 도통천지보은.
  178. 178)『대순진리회 요람』 p.20.
  179. 179)『전경』「교법」 2-36.
  180. 180)『전경』「교운」 2-41. 지극한 보배는 곧 나의 심령이라. 심령을 통하면 귀신과 더불어 가히 수작할 수 있고 만물과 더불어 가히 질서를 함께할 수 있느니라.(교무부, 「포유문」, 『대순회보』 184, 2016)
  181. 181)『전경』「공사」 1-9.
  182. 182)『전경』「행록」 2-9.
  183. 183)『전경』「행록」 5-24.
  184. 184)『전경』「공사」 2-19.
  185. 185)『전경』「예시」 30.
  186. 186)『전경』「예시」 30.
  187. 187)『전경』「예시」 30.
  188. 188)『전경』「공사」1-30, 『전경』「교운」 1-30, 『전경』「예시」 1-21.
  189. 189)『전경』「행록」 5-38.
  190. 190)『대순지침』 p.18
  191. 191)『전경』「행록」 3-44.
  192. 192)『전경』「교운」 2-33; 고남식, 「이정심법과 수심의 궁극적 성향」, 『대순사상논총』 13, 2001.
  193. 193)고남식, 「선천 천관과 상제의 초월성: 상제의 신도, 삼계대권과 관련하여」, 『대순사상논총』 8, 1999, pp.562-563
  194. 194)황태연, 「공자의 공감적 무위·현세주의와 서구 관용사상의 동아시아적 기원 上」, 『한국학』 36(2), 2013, pp.73-74.
  195. 195)대순사상에서는 해원을 상징하는 오선위기 벽화를 ‘이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해원은 상생의 자연과학적 기초가 된다. (박용철, 「해원상생의 실현에 대한 고찰」, 『대순사상논총』 4(-), 1998, pp.213-241)
  196. 196)『전경』「행록」 5-38; 조영숙, 「『東醫寶鑑』 宇宙本體論에 관한 硏究 」, 『도교문화연구』 33, 2010,p.141; 김미림, 「『동의보감』의 양생관 연구」, 외국어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9, pp.163-165.
  197. 197)『전경』「제생」 43.
  198. 198)『전경』「행록」 5-38.
  199. 199)최원혁,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자생적 근대성 비교 연구」, 『Studies on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SHSC)』 6(1),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