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연구의 배경 및 필요성
동학사상(東學思想)은 주로 종교사상으로 연구되어 “동학(東學)”이란 명칭에서 나타나는 동양의 자생적(自生的, autogenous) 근대성(近代性, modernity)과 철학적 사유 방법론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직 주체적으로 조명되지 못했다. 이는 “참동학”1)을 주장한 대순사상(大巡思想) 또한, 마찬가지이다.2) 당시 “서학(西學)”은 물질문명과 인류 중심으로 대표되는 서구적 근대성에 대한 당시의 또 다른 명칭이었고 ‘동학은 이에 대응하는 자생적 근대성과 철학적 사유 방법론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3) 대순사상 또한 서양 근대성의 기원은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利瑪竇, 1552-1610)4)가 전한 동양문명이며 물질에 치우친 서구 근대성이 초래한 지구적 위기를 출현 배경으로 강조하고 있다.5) 대순사상은 실제 이런 측면에서도 “동학” 이 아닌 “참 동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이 자생적 근대성의 측면에서 연구되지 않은 것은 서구의 ‘근대성’이 기원한 것으로 알려진 오늘날 동양의 자생적 근대성을 주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순사상이 처음 밝혔듯, 서구의 근대성이 마테오 리치가 서양으로 전파한 동양문명에서 기원된 것이 최근 밝혀지자 동양의 자생적 근대성으로서의 동학사상과 대순사상도 재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동·서양의 근대성에 대한 재평가는, 오늘날 IT 기술의 발달로 서구 근대성의 여명기 때 쓰인 글들이 구글(google.com)등 온라인에서 무료로 개방됨에 따라, 은폐되었던 서양 근대성의 동양적 기원이 재조명되면서 시작된다. 실제 베버(Max Weber, 1864-1920)는 근대성의 기원을 캘빈의 구원예정설(救援豫定說, Predestination in Calvinism) 이라고 주장하였지만6) 캘빈의 신학을 자본주의로 제도화한 계몽주의(啓蒙主義, enlightenmentism)는 마테오 리치가 전파한 중국의 유일신 종교 없는 윤리 문명, 곧 유교 문명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이 밝혀졌다.7) 동양에서는 근대화의 장애 요소로 지목된 유교가 오히려 서구에서는 근대성의 기원이었음을 그 기록들은 보여주고 있다.8)
계몽주의의 동양적 기원을 주장해 온 서구 학자들의 주장이 온라인 자료를 통해 입증되자 황태연 등 동양권 학자들도 서구 계몽주의의 기원이 전근대적 미신으로까지 치부된 동양의 윤리적 성찰과 종교적 학문에 있음을 밝혀내고 있다.9) 이 방면의 대표적인 학자로서는 중국에서는 주겸지(朱謙之, 1899-1972)10), 서양에서는 종속이론가로 유명한 프랑크(Andre Gunder Frank, 1929-2005)11), 홉슨(John Montagu Hobson, 1962- 현재)12), 크릴(Herrlee Glessner Creel, 1905-199413), 라이히바인(Adolf Reichwein, 1898-1944)14), 국내에서는 황태연15), 조혜인16), 전홍석17), 이영재18), 이동희19) 등을 들 수 있다.
이에 서구의 ‘탈근대성(post-modernism)’ 이론가들 특히 프랑수아 줄리앙(Francois Jullien, 1951- 현재) 등은 서구 근대성의 대안인 탈근대성 사상을 동양에서 찾는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줄리앙은 계몽철학이 직접 맹자(孟子, BC372? - BC289?)로부터 영향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계몽철학자의 문제의식과 맹자의 문제의식이 매우 근접해있음을 보여주고 있다.20)
이러한 서구적 근대 문명은 핵무기·환경문제 등 인류 절멸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 우려되어 왔고 그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에 대안적 근대성(alternative modernities) 구축은 절실한 현실의 문제가 되었다,21) 오늘날 ‘탈근대성’논의로 대안적 근대성을 준비해 온 포스트모더니즘 사상가들 또한 근대성의 대안을 자생적 근대성과 같이 “윤리적 성찰”22)과 “종교적 회귀”23)에서 찾고 있다. 인류의 교만과 물질에 치우친 근대 문명은 끊임없이 자연을 정복해 온 문명에 대한 성찰(reflexivity)과 종교적 회귀(Religious Turns) 없이는 “해체(Deconstruction)”, “애도(mourning)” 등 수많은 탈근대적 사상이 제안하는 대안이 성공할 수 없다고 석학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 사상계의 유동적 변화 속에서 일찍이 근대 문명의 위기와 대안적 근대성으로서의 종교적 회귀를 강조해 온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이 오늘날 동아시아의 자생적 근대 사상으로서 재조명되고 있다.24)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은 자생적 근대성으로 여러 방면에서 연구됐지만, 기존의 연구에서는 “동학”이란 이름에 전제된 동양의 철학적 사유 방법론, 곧 동양적·한국적 철학 사유 방법론에 관한 연구는 부족했다. 반면 서양에서는 일찍이 동양사상의 특징을 동양사상의 철학적 사유 방법론에서 찾고 이를 서양의 근대적 합리성에 대한 대안적 합리성으로서 꾸준히 주목해 왔다.
지금까지의 동학 관련 사상에 관한 연구에서 철학적 사유 방법론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것은 다소 의외이다. 동·서양 철학적 사유방법의 차이에 대한 이해 부족은 동학 관련 사상의 자생적 근대성이 가지는 세계 사상사적 가치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동학 관련 사상이란 동학 이후 ‘참동학’이라고 표현한 대순사상을 포함하여 동학의 영향을 받은 사상이나 동학과 관련된 사상, 예를 들어 원불교와 통일교 등을 동학 관련 사상이라 할 수 있다.25)
실제 동학사상은 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 중체서용론(中體西用論), 서학중원론(西學中源論)과 같은 동서 문명 충돌로 인한 정체성 위기에 대한 대응의 “학(學)”으로서 ‘동학’을 주장하며 출현했다. '동학'이라는 용어가 처음 출현하는 『동경대전』의 「논학문」에서 동학사상은 여러 구절에 걸쳐 동학을 서학과 대비되는 “학(學)”으로 제시하고 있다.26) 동학의 실패로 이 과제는 동학 관련 사상의 과제로 남게 되었다.
종교를 “학”이라는 학술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은 성리학 이후 유행한 동아시아의 독특한 종교이해 방식이다. “학”이라는 표현으로 종교를 이해하던 동아시아에 ‘종교’라는 표현이 도입되는 것은 이후의 일이며 오늘날에도 ‘종교’ 개념에는 많은 논란이 있다.27)
물론 동아시아에서 “학”이라는 개념은 “종교”라는 개념이 들어오기 전에 사용된 전근대적인 미분화된 종교 개념으로 평가되기도 한다.28) 그러나 “학”이란 개념에 대해 해외에서는 “학”이 발생 되는 사회적 배경과 그 정치적 함의를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성리학의 “학” 개념을 매우 총체적인 사유체계로 평가한다.29)
성리학에서부터 제시되는 ‘학(學)’이라는 개념은 구체적으로 근대적인 교육에서의 지식이나 기술의 획득, 심지어는 문화의 획득과도 매우 다른 논리 구조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성리학에서 말하는 “학”의 주요 부분은 인간사회의 구체적인 현상과는 가장 유리되어 있어 보일 것 같은 심(心)의 문제를 논하지만, 추상적 형이상학으로만 보이는 이론은 실제 현실적인 문제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된다고 한다.30) “학”은 “학”을 정체성으로 하는 엘리트와 비엘리트층인 민(民)이 어떻게 구별되고 어떠한 관계를 맺게 되는지,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국가나 특별한 기구 동에 의해 권력을 부여받지 않고서도 현실적인 권력을 가질 수 있고,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 엘리트들과 정부, 국가, 군주와의 관계는 어떻게 규정되는지를 보여준다.
동학의 ‘학(學)’에 대한 평가는 국내의 경우 수양론으로 확대되어 재평가되기도 하고31) 한국적 인문학, 한국철학으로 재평가되기도 하지만32) 해외에서는 포스트모던 과학논쟁을 통해 동아시아의 대안 과학으로까지 재평가된다.33) 과학철학에서 일찍이 동양의 “학”이 대안적 과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유럽 과학철학에서 유럽의 전근대 과학철학인 “지수화풍(地水火風)” 4원소설(四元素說)의 과학적 재평가에서 논의된 사례가 있다.
서양의 전근대 과학이론인 ‘지수화풍’이론 또한 과학철학으로 재평가받는 것은 바슐라르(Gaston Louis Pierre Bachelard, 1884-1962)가 지수화풍의 과학철학을 발견하면서부터이다.34) 바슐라르로부터 시작하는 프랑스 과학철학은 오늘날 과학철학을 대표한다는 쿤(Thomas Samuel Kuhn, 1922-1996)의 패러다임(paradigm)이나 포퍼(Karl Raimund Popper, 1902-1994)의 반증가능성(反證可能性, Falsifiability) 등의 영미 과학철학과 함께 세계 과학 철학계를 양분하고 있다. 쿤과 포퍼의 영미 과학철학이 과학의 분야에 한정되고 또 ‘지수화풍’과 같은 구체적인 체계가 없는 반면, 지수화풍의 과학철학으로 시작한 프랑스 과학철학은 영미 과학철학과 달리 인문 사회 과학분야에도 확대되고 또 지수화풍이라는 전통적인 실체를 전제로 하고 있다.
과학의 조건을 이론의 반증가능성이나 과학사회의 합의로 본 포퍼나 쿤의 영미 가학철학과 달리 바슐라르는 과학의 특징을 인식론적 단절(Epistemological Break)로 간주한다. 과학은 보편타당한 이론이 절대적으로 존재하여 그 이론이 반증가능하거나 협약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단절된 이론이 독립적으로 출현하여 공존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수화풍’과 원자론적 과학의 공존이다. 이 공존을 바슐라르는 쿤 이전에 ‘패러다임’으로 명명했다. ‘인식론적 단절’을 패러다임으로 간주한 바슐라르의 과학철학은 지금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 철학자들인 알튀세(Louis Pierre Althusser, 1918-1990), 라깡(Jacques Lacan, 1902-1981),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 세르(Michel Serres, 1930-2019), 뒤랑(Gilbert Durand, 1921-2012) 그리고 시스템 과학이론가들인 마투라나(Humberto Maturana, 1928-2021), 바렐라(Francisco Javier Varela Garcia, 1946-2001), 루만(Niklas Luhmann, 1927-1998) 등의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지수화풍’은 유럽 뿐 아니라 불교와 힌두교, 이집트와 중국 일부의 과학관이기도 할 만큼 근대 이전에 전 세계를 대표하는 과학관이었다. 과거의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근대 과학 이후 몰락한 지수화풍의 과학관을 바슐라르가 과학철학 이론으로 부활시킨 계기는 역설적으로 지수화풍 과학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과정이었다.35) 초기 바슐라르는 지수화풍의 문제점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지수화풍’에 과학을 초월하는 과학 이전의 요소인 상상력의 근원을 발견하였다. 바슐라르는 지수화풍이 과학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라 반대로 과학 또한 인간 상상력의 발견이므로 과학은 지수화풍을 활용해야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36) 바슐라르는 현대 과학이 오히려 지수화풍의 상상력을 방해함으로써 현대인을 상상력 부재의 고통에 빠뜨렸고 상상력 부재가 현대의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37) 이러한 바슐라르의 주장은 다양한 방법으로 변주되면서 세계 과학철학의 주류를 형성하게 되었다.
지수화풍의 과학철학이 동학의 “학” 개념 이해에 있어 중요한 것은 동학이 학술적으로 기반한 동아시아의 과학이론인 음양오행이38) 현대의 과학철학으로 재평가될 수 있는 여지를 보여 주고, 음양오행이 지수화풍의 과학철학만큼 동양의 현대 과학철학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대순사상은 ‘참동학’이라는 용어를 통해 동학사상이 제기한 동아시아 사유 방법론으로서의 “동학”이라는 과제에 대한 최종적 해결안이 대순사상임을 제시한 바 있다. 매우 광범위한 연구가 이루어진 대순사상과 동학사상이지만 아직 두 방면의 연구자들에게 동아시아 철학적 사유 방법론으로서의 “동학”이라는 관점에서 수행된 연구가 드문 실정이다.
대순사상의 경전인 『전경』에는 ‘서유대성인왈서학 동유대성인왈동학(西有大聖人東有大聖人曰東學)’39)이란 구절에서 동양의 성인에 의해 발생한 종교와 학문을 서양의 서학과 대비하여 ‘동학’이라 표현하고 있다. 『전경』의 표현에서 ‘동학’이 동아시아종교의 철학적 사유방법론으로도 제시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40) “대순진리”의 “진리”라는 학술적 표현을 사용한 것도 이를 반영한다.
동학에서도 이 용어가 철학적 사유 방법론으로 제시되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동학’이라는 용어가 처음 나타나는 『동경대전』의 「논학문」도 원래 제목은 「동학문」이었다고 한다.41) 수운의 한글가사를 집대성한 『용담유사』와 한문 저서인 『동경대전』은 모두 수운이 직접 만든 글이므로 초기 동학에 해당된다.42)본 논의에서는 수운이 활동하던 4년간의 시기의 동학을 ‘초기 동학’이라고 하고 ‘초기 동학’이 증산의 사상이라고 하는 대순사상의 입장을 따라 이 글의 동학사상은 초기 동학에만 국한하고자 한다.43) 단, 대순사상과의 비교를 위해 초기 동학사상을 특정하게 해석한 후대의 일부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대순사상에서 동학사상은 ‘후천 일을 주장한 종교44)’로 나타난다, ‘후천’이라는 용어가 『용담유사』나 『동경대전』에 직접 나타나진 않지만 ‘동학’, 개벽’과 ‘지상선경’ 등 대순사상은 초기동학에서 처음 나온 용어들을 실제 다수 공유하고 있다.
대순사상이 동학의 완성, 곧 참동학으로 제시되었다는 표현의 또 다른 근거는 작란과 치란에 대한 언급이다.45). ‘작란(作亂)한 사람은 수운(水雲)이요, 치란(治亂)하는 사람은 증산(甑山)’이라는 이 구절은 ‘동학’에 대한 최초의 문제 제기가 수운에 의해 이루어지고 그 해결이 증산의 참동학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초기 동학과 대순사상이 공유하는 용어들을 동양의 철학적 사유 방법론으로 검토하여 대순사상의 참동학이 동학사상의 동학을 어떻게 완성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업은 대순사상을 연구하는 데 있어 대순사상의 논리적 정합성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연구이다.
서양의 근대성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서 시작된 것처럼, 학문으로서의 ‘근대성’이 시작되는 지점이 우주관에 대한 자생적 이론의 구축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46) 따라서 동학 또한 자생적 근대 사상으로서 동양적 우주관, 곧 천관 · 지관 · 인간관을 새롭게 구축한데서 출발하였지만, 동학의 철학적 사유 방법과 같이 그동안 많이 연구되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는 천관·지관·인간관의 자생적 근대성을 중심으로 철학적 사유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을 검토하여,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자생적 근대성의 폭과 깊이를 논의해 보고자 한다.
연구의 목적과 범위
이 논의의 목적은 ‘동학’ 관련 사상이 동양의 철학적 사유 방법을 통해 동서양을 융합한 천관·지관·인간관을 구축하고 상생적(相生的) 천계관(天界觀)·지계관(地界觀)·인계관(人界觀)을 도출하여 서양 근대성에 대한 자생적 근대성을 수립하였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을 비교하고자 한다.
철학적 사유 방법으로서의 ‘동학’이라는 주제는 동아시아 문명의 정체성과 연관된 광범위하고도 중요한 주제이다. 동서양 문명이 본격적으로 충돌한 제국주의 시기 이래 서양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동양의 철학적 사유 방법 모색은 동양인에게는 생존을 위한 과제였다. 역설적이게도 자생적 근대성은 서양인에게도 오늘날 서양문명이 초래한 현대문명의 위기를 해결해 줄 대안적 근대성을 위한 중요한 과제이다.
대순사상과 동학사상은 동양사상의 철학적 구조와 논리적 정합성을 기존의 동양 사상보다 명확히 제시한다. 동학사상과 많은 용어를 공유하고 있는 대순사상이지만 대순사상은 동학사상에서 처음 제시된 용어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의와 보완을 하고 이를 ‘참동학’이라 한다. 동양의 철학적 사유 방법론이라는 의미로 ‘동학’이라는 용어가 출현한 것을 고려한다면 대순사상과 동학사상의 차이는 동양의 철학적 사유 방법론이라는 측면에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47) 특히 대순사상에서 말하는 참동학은 동학사상보다 동양의 철학적 사유 방법론에 더 충실했다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다. 동양의 철학적 사유 방법론 측면에서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을 비교하는 것은 자생적 근대성 확립으로서의 ‘동학’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이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
이 글은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자생적 근대성의 특징을 상관적 사유(correlative thought)의 리미널리티(Liminality)와 재활성화(Revitalization Movements)로 정의한 선행연구의 바탕위에 동서양의 융합적 천관·지관·인간관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본다. 상관적 사유(相關的 思惟, correlative thinking)의 리미널리티(Liminality)는 100여년간 서구 근대성의 대안을 모색해 온 현대 서양 사상사에서 대안적 합리성을 설명하고자 한 대표적 개념이었다.
상관적 사유는 만물의 전체를 먼저 보고 그 맥락과 관계에서 부분을 보는 사유체계로 부분을 먼저 보고 전체를 후에 보는 서양의 실체론적이고 존재론적인 분석적 사유(annalistic thought)에 대응하는 동양의 전식적(全息的)이고48) 홀리스틱(Holistic)한 생성적 사유체계이다. 상관적 사유 이론은 주소를 써도 가까운 주소부터 쓰는 서양과 달리 동양은 가장 먼 국가명부터 쓰는 고유한 관계론적 사유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이론이다.49) 상관적 사유는 ‘바둑아 철수야’를 먼저 배우는 서양식 교육과 달리 하늘천 따지를 먼저 배웠던 전통적인 동양의 교육방식에 나타난 사유체계이다. 상관적 사유는 동양종교에 대한 초기 연구자인 그라네(Marcel Granet, 1884-1940)가 제시하여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왔다.50)
다음 리미널리티 이론은 종교적 변화를 통과의례를 통하여 설명하는 이론이다. 터너(Victor Turner, 1920-1983)는 통과의례에서 나타나는 변화 이전과 변화 이후의 중간지대인 리미널리티라는 개념으로 종교적 변화를 설명한다.51) 경계 혹은 중간지대를 뜻하는 리멘(Limen)에서 파생된 리미널리티 개념 또한 이분법적인 서양사고와 달리 리미널리티라는 제3의 중간지대가 통과의례와 같은 개인적, 사회적 변화를 설명해 줄 수 있다는 이론이다. 두 이론은 모두 대안적 사유를 찾기 위해 서양에서 발전되어 동양적 사유와 제도의 특성에 적용되고 있다.
또 재활성화 이론은 근대성의 변화를 중시하는 리미널리티 이론과 달리 외부의 변화에 대한 대응과정 설명하는 이론이다. 인류학자 왈라스(Anthony F. C. Wallace, 1923-2015)에 의해 처음 도입된52) 재활성화이론은 외부의 위협에 대하여 전통을 활용한 대응과정의 변화를 설명하는 또 다른 인류학 의례이론이다. 내부의 변화과정을 중시하는 리미널리티 이론과 달리 재활성화는 외부의 위협과 전통의 활용을 강조한다. 개인 또한 정체성이 해체될 수 있다는 위협을 받으면 자신의 장점에 입각하여 개인이 자신의 신념체계를 재정비하고 바뀐 신념체계를 실천에 옮겨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변화시킨다. 왈라스는 사회가 가진 사회적 정체성이 해체될 위기를 맞이하면 각 사회의 기존 문화전통의 장점을 되살려 사회적 신념체계를 변화시키는 것을 재활성화라고 이름지었다. 리미널리티 양상이 변화기제를 설명한다면 재활성화는 변화의 유지 기제를 잘 설명한다. 실제 재활성화의 내부적 변화는 리미널리티로 설명될 수 있다.53) 따라서 자생적 근대화를 설명하는데는 중간단계인 리미널리티와 동시에 변화의 유지 원리인 재활성화라는 관점이 동시에 필요하다.54)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본 논의는 다음과 같은 순서와 범위로 연구를 진행한다. 첫째, 자생적 근대성의 조건으로서 동서양 사유체계의 차이 그리고 동서양 사유체계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리미널리티와 재활성화에 대해 알아본다. 둘째, 이 글은 천관 · 지관 · 인간관으로 범위를 제한하여 두 사상에서 나타난 자생적 근대성을 추적한다. 두 사상에 나타난 전통적 천관 · 지관 · 인간관의 근대적 변화를 살펴보고 그 원리를 추적한다. 셋째, 두 사상의 자생적 근대성을 비교하고 결론에서 천관 · 지관 · 인간관의 자생적 근대성으로서의 평가와 전망을 제시한다.
세부적으로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연구를 진행한다. 먼저 Ⅰ장에서는 근대성에 관계된 선행연구를 분석한다. Ⅱ장에서는 근대성과 자생적 근대성의 차이를 설명하고 자생적 근대성의 조건으로서 리미널리티와 재활성화를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Ⅱ-1장에서는 성(聖)·속(俗) 통섭(統攝)으로서의 근대성의 정의, 근대성과 자생적 근대성의 동양적 공동 기원, 자생적 근대성의 형식체계로서의 “학”, 자생적 근대성의 철학적사유방법으로서의 상관적 사유를 살펴보고, Ⅱ-2장에서는 자생적 근대성의 변화 기제로서의 리미널리티와 지속 기제로서의 재활성화를 살펴본다.
Ⅲ장에서는 천관 · 지관 · 인간관을 중심으로 동학사상에 나타난 동서양 전통의 연속과 변화, 곧 공통점과 차이점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구체적으로는 Ⅲ-1장에서 동서양의 전통적 천관(天觀)을 각각 동화적(同化的), 형상적(形相的) 천관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동학사상의 시천주적(侍天主的) 천관에 나타난 자생적 근대성을 살펴본다. Ⅲ-2장에서는 동서양의 전통적 지관(地觀)을 각각 응축적(凝縮的), 질료적(質料的) 지관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동학사상의 조화정(造化定)적 지관에 나타난 근대성을 살펴본다. Ⅲ-3장에서는 동서양의 전통적 인간관을 각각 접화적(接化的), 성장론적 인간관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동학사상의 영세불망적(永世不忘的) 인간관에 나타난 근대성을 살펴본다.
Ⅳ장에서는 천관 · 지관 · 인간관을 중심으로 대순사상에 나타난 동서양 전통의 연속과 변화, 곧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여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Ⅳ-1장에서는 대순사상의 천관을 인신강세(人身降世)의 천계관(天界觀)으로 설명하고 전통적 천관과 비교한 후 그 양상과 특징을 살펴본다. Ⅳ-2장에서는 대순사상의 지관(地觀)을 천지성경신(天地誠敬信)의 지계관(地界觀)으로 설명하고 전통적 지관(地觀)과 비교한 후 그 양상과 특징을 살펴본다. Ⅳ-3장에서는 대순사상의 인간관을 성사재인(成事在人)의 인계관(人界觀)으로 설명하고 전통적 인간관과 비교한 후 그 양상과 특징을 살펴본다.
V장에서는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천관·지관·인간관을 두 사상의 연속과 변화 측면에서 비교해본다. V-1장에서는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천관을 중심으로 두 사상의 자생적 근대성을 비교한다. V-2장에서는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지관을 중심으로 두 사상의 자생적 근대성을 비교한다. V-3장에서는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인간관을 중심으로 두 사상의 자생적 근대성을 비교한다.
VI장 결론에서는 위 논의를 요약하고 이번 연구의 한계와 의의를 밝히며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자생적 근대성 비교를 종합한다.
선행연구 분석
동학에 관한 연구는 동학학회, 한국동학학회 등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1,000여 편이 넘는 논문이 발행되어 확대되어왔다. 주요 논의는 기존의 한국 근대성 이론의 기원을 “실학”에서 찾아왔던 이론에 대한 반론으로 “동학”에서 찾는 내용으로 이루어졌다.55) 선행연구들 가운데 동학사상에서 자생적 근대성의 기원으로 강조되는 부분은 김지하56) 등에서 시작한 동학사상의 현대 철학적 면모 곧 생철학, 과정철학과 같은 서양 현대 철학적 면모와의 비교였다57).
근대성과 관련된 동학사상에 관한 선행연구는 동학 민중운동, 동학의 종교사상, 동학의 철학적 사유방법에 관한 연구라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동학 민중운동은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역사적 연구로 종교와 사상보다는 동학사상에 의해 발생한 사회운동의 역사에 대해 사회과학적 방법으로 주로 연구된다. 둘째 동학의 종교사상은 동양 종교에 대한 종교학적인 방법이나 사상사적 방법으로 연구된다. 셋째 동학의 철학적 사유 방법은 과학철학 혹은 문명사적인 측면에서 동양 학문의 방법론으로 연구된다.
이 글과 관계된 선행연구는 주로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을 종교사상으로 연구하는 두 번째 연구와 동양의 사유 방법론으로 간주하는 세 번째 연구이다. 두 번째 연구는 다시 한국 종교사상사 전체에서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의의를 모색하는 연구와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을 집중적으로 탐색하는 연구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한국 종교사상사 전체에서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의의를 모색하는 연구는 장병길58), 정진홍59), 윤이흠60), 최종성61). 강돈구62), 노길명63), 김홍철64), 돈 베이커65), 유동식66), 김종서67), 김익두68), 황종원69) 등을 들 수 있고 두 번째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을 집중적으로 비교 탐색하는 연구의 경우 대표적인 연구자는 김지하70), 김탁71)을 들 수 있다.
각 연구자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대순사상을 가장 먼저 선구적으로 연구하여 『전경』 초판을 서울대학교 출판부에서 출판한 장병길의 경우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을 기층 민중의 영성적 세계관으로 이해하며 이에 대응하여 출현한 대순사상에는 특히 천지변화의 원리에 따라 신명관. 인간관, 가치관 등의 총체적 변화도 수반된다고 한다.72) 한국의 대표적 종교학자였던 정진홍의 경우는 한국종교사를 미메시스(mimesis)의 도교, 뮈토스(Mythos)의 불교, 로고스(Logos)의 유교, 테오스(Theos)의 동학으로 정리하고 해방 후 개신교의 발전을 동학의 연장선으로 간주한다.73) 동학은 짧은 출현 기간이었지만 한국 종교사상 테오스(Theos)의 시작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74) 최종성은 정진홍의 연구를 계승하여 동학을 ‘테오프락시(Theopraxy)’라는 의례중심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정진홍의 연구가 교리 중심으로 동학사상의 의의를 연구했다면 윤이흠은 최고신의 형태로 동학사상의 의의를 설명하고 동학은 새로운 사상이기도 하지만 이전의 정감록의 변혁적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고 그 이후 출현하는 신종교의 표본이 되고 있다고 한다.75)
세계종교학의 흐름을 한국 신종교연구에 적용하고자 하는 강돈구의 경우 한국종교의 차별화라는 측면에서 『정역』의 역할을 강조하고 『정역』을 반영한 한국 신종교에서 그 한국적 특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정역』을 강조한 대순사상은 한국적 특징을 잘 표현해 준다고 한다.76) 노길명은 오늘날 한국 신종교는 비록 성립은 구한말에 했지만, 경제개발 이후 다시 재조명되었다는 점에서 탈근대성과도 연관될 수 있는 현대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이에 대순사상의 해원상생 또한 서양의 근대성이 초래할 미래의 위기를 전망한 증산의 대안적 근대성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한다.77)
김홍철의 경우는 동학사상과 대순사상 출현의 지리적 배경으로 금산사와 진표율사를 지목하여 두 사상의 배경으로 백제 부흥운동과 미륵신앙의 재활성화 관계를 조명한다. 동학농민혁명과 대순사상은 공교롭게 백제 멸망과 관계된 금산사외 미륵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78) 돈 베이커는 동학 관련 사상을 한국인의 영성(靈性)을 이루어 온 신(神)과 도(道)의 결합으로 간주한다. 신(神)이 기독교나 무속과 같은 인격신 개념이라면 도(道)는 유불선과 같이 이법신(理法神)이라 할 수 있다.79) 유동식의 경우는 “풍류(風流)” 신학을 주장하며 신령 결정론, 점복 예언신앙, 풍수지리가 한국 민간신앙의 3대 주류이며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은 그 연장선에 있다고 한다. 풍류의 풍(風)은 기(氣)와 대체될 수 있는 기(氣)이전의 기(氣) 개념으로 기(氣)는 신령 결정론, 점복 예언신앙, 풍수지리라는 한국 민간신앙의 주요 축을 이루어 왔다. 80) 김종서는 사회 혁명적 측면을 강조한 근대적인 동학사상과 인류구원에 관심을 둔 대순사상을 서로 비교한 프루너(Gernot Prunner, 1935-2002)의 연구를 소개한다.81)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중심지인 정읍에서 “정읍학”을 주도하는 김익두의 경우는 희곡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국문학자로서 두 사상을 갈등을 중시하는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B.C.384-322)의 서양 갈등 프레임을 한국적 상생으로 바꾸는 획기적 사상이라 평가한다. 김익두는 카타르시스가 변증법의 모태가 되고 카타르시스는 신의 갈등을 모티브로 하는 서양 신화를 모티브로 하기에 포스트모더니즘이 찾고자 하는 대안적 근대성을 서구에서 찾고자 하던 기획은 실패했다고 한다. 오히려 김익두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찾고자 하는 대안적 근대성을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서 찾았던 김지하의 연구를 주목하며 김지하의 연구를 리미널리티의 관점으로 해석한다. 김익두는 김자하가 두 사상에서 찾아낸 ‘흰그늘의 미학’이라는 대안적 근대성은 서구신화와 달리 신들의 화합을 모티브로 한 한국신화에 바탕하기에 가능했다고 한다.82)
또, 이영란은 일찍이 리미널리티를 공연학에 적용하고 한국 무속을 리미널리티 관점에서 높이 평가한 리처드 세크너(Richard Schechner, 1934- 현재)로부터 공연학을 사사한 바 있어 공연학적 관점에서 리미널리티를 됨(being)과 생성(becoming)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해석하고, 천지인의 천관·지관·인간관과 서양 탈근대성의 대표적 사상을 한 표로 종합하고 있다. “있다”와 “이다”라는 2가지 의미를 가진 “be”동사는 하이데거 실존주의에서 세계를 설명하는 핵심도구로 적용되며, 세크너는 이를 공연학에 적용하여 리미널리티를 됨(being)과 생성(becoming)으로 해석하였다. 동아시아에는 “be”동사가 없지만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지칭하는 “한”개념이 있고, 이영란은 이를 천부경과 같이 천지인에 적용하여 천(1), 지(2,1+2), 인(3,1+2, 1+2+3, 1‘=1+2+3)으로 해석하며, 이 “한”개념은 be동사보다 더 용이하게 리미널리티를 해석할 수 있다고 이영란은 주장한다. 83) 이 글은 리미널리티의 정의에 있어 김익두와 이영란의 정의를 주로 참고하여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자생적 근대성에 적용하고자 한다.
황종원은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이 동서양 종교의 세가지 연원을 독창적으로 종합하여 창조적인 근대성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은 개화파와 위정척사파에 대하여 제3의 방향을 택한 사상 가운데서도 박은식과 같은 유교대중화와 달리 객관적 입장에서 동서양을 조율하여 성공적인 자생사상이 되었다고 한다. 이는 왕후이가 지적한 중국 양계초의 사례와도 매우 부합된다.
다음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근대성 비교에 집중한 연구를 살펴보면 먼저 김지하의 경우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을 정치적 근대 사상과 문화적 근대 사상으로 크게 구분한다. 김지하는 동학사상이 정치적 근대성을 강조했다면 대순사상은 일상의 작은 실천부터 적용하여 문화적 근대성을 추구했다고 한다. 직관적인 이해가 쉬운 미학적 방법으로 두 사상을 비교하는 김지하는 동학사상은 인위적이고 전통적인 민중 반란의 조직적 방법으로 동세개벽(動世開闢)을 추구한 정치 사상적 성격이 강하지만, 대순사상은 일상적 실천에서 문화적 정세개벽(靖世開闢)의 운동을 보여준 문화 운동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84) 김지하는 두 사상의 근대적 특징을 과학과 신학을 종합한 테이야르 드 샤르뎅(Pierre Teilhard de Chardin, 1881-1955)의 사상의 측면으로부터 비교 분석을 시도하였고,85) 특히 탈근대성의 대표적인 사상가인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의 생성철학을 비교하며 카오스모스(Chaosmos)라는 공통점을 최종적으로 도출하였다.86) 김지하는 이를 생명사상과87) 율려(律呂), 그리고 ‘흰 그늘의 미학’이라는 단계를 거치며 표현하였다.88) 동양의 화음이라는 뜻이지만 우주적 조화를 상징하는 ‘율려’는 상관적 사유의 자생적 근대성에 대한 김지하의 미학적 표현이었다. 김지하는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을 자생적 근대성과 탈근대성으로 해석하고,89) 상관적 사유의 특징을 강조했지만, 미학적인 표현을 주로 사용하여 이 글과 같이 리미널리티와 재할성화와 같은 인류학적 개념과 상관적 사유를 연결하는 비교는 시도하지 않았다.
김탁의 경우는 두 사상에 대한 상세한 문헌적 고증으로 두 사상이 기존 사상과 연결되는 전통의 연속과 변화를 인간중심주의라는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비교한다. 특히 대순사상이 참동학이라고 할 수 있었던 만큼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이 공유하고 있는 용어들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보여준다. 다만 두 사상의 배경에 나타난 상관적 사유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다.90) 두 연구자 외에도 두 사상의 근대성에 관한 비교 연구가 일부 이루어진바 논의를 전개해가며 주제가 나올 때마다 논의하기로 한다.91)
세 번째,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 대한 사유방법 측면의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크게 과정철학과 상관적 사유 및 동시성에 관한 연구로 구분된다. 단, 이 연구들은 아직 동학사상이나 대순사상의 개별 연구에는 적용되었지만 두 사상의 비교에는 거의 적용되지 않았다. 동양사상에 대한 서양 학문의 적용이라는 방법론을 적용하는 세 번째 방법에 대한 논란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오늘날 서양 근대의 과학과 인문사회사상이 마테오 리치와 진묵대사(震默, 1562-1633)에 의한 동양사상의 서양전파에 따른 것이라는 대순사상에서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 대한 사유방법 측면의 선행연구는 우선하여 검토되어야 할 선행연구들이다. 실제 황태연은 구글이 인터넷에 공개한 마테오 리치 당시의 400여 년 전 영문 저작들을 분석하여 마테오 리치 이후 전래된 동양사상이 어떻게 서양의 과학과 인문 사회과학으로 변화되었는지 분석한 기존의 20여 권의 책을 통하여 동학 관련 사상에서 동양 사상에서 기원한 서양 근대성이 어떻게 전유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92)
연구자별로 살펴보면 먼저 과정 철학의 경우 대표적인 연구자로는 김경재와 김상일이 있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1861-1947)로부터 시작한 과정 철학은 존 캅(John B. Cobb, 1925- 현재) 등을 거치며 과정 신학으로 발전하며 동서고금의 수양론적 전통의 종교 신관93) 이해에 획기적으로 공헌하였다. 김지하의 경우도 과정 철학을 미학적으로 수용하여 동학사상과 대순 사상에 적용하기도 하고 동아시아 사유 방법론의 기원이 되는 주역 사상 자체를 과정 철학적으로 분석한 박재주의 연구도 있지만94) 본격적으로 동학사상을 과정철학과 연관시킨 연구자는 김경재와 김상일이다. 김경재는 과정 신학을 정초한 하츠혼(Charles Hartshorne, 1897-2000)의 개념을 수용하여95) 동학의 신관을 초월자가 내재적으로 함께 있는 범재신론으로 해석하여 철학적 사유방법의 동학 이해에 대한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제시했다.96) 김상일은 하츠혼의 개념을 더 확대한 존 캅의 과정 신학을 적용하여 동학을 신서학(新西學)이라 규정한다.97) 김상일은 이후 과정 철학을 현대 프랙탈 과학에 접목하여 켄 윌버(Ken Wilber, 1949- 현재)와 관련되는 영원 철학 등 대순사상의 탈근대성에 적용하는 다양한 연구도 시도했다.98) 최근 과정 신학에 대한 연구는 동학사상의 전일성(全一性)에 대한 연구로 발전되고 있다.99)
다음 상관적 사유의 경우 대표적 연구자로 김형효, 이창일, 곽신환, 정우진, 박정진, 김기, 백승종, 이봉호, 김백현 등을 들 수 있다. 상관적 사유를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연구자는 이창일이지만100) 그 이전 30여 년 전부터 포스트모더니즘과 동양사상을 접목해 온 김형효의 연구가 있었고101) 이후 국내의 박정진102) 등과 해외 연구가 후속되었다.103) 상관적 사유에 대한 유교 연구자들의 본격적인 연구는 곽신환의 연구가 있다. 곽신환은 상관적 사유에 관한 대만의 연구를 소개하면서104) 한국 신종교사상을 포함하는 퇴계 이후 한국사상 연구에 적용한 바 있다.105) 김기는 상관적 사유에 대한 유교적 측면의 국내외 연구를 종합한 박사학위 논문도 발표한 바 있다.106) 『정감록』의 영향을 추적해 온 백승종은 『정감록』이 가진 힘의 배경이 된 상관적 사유를 통한 마음의 힘에 대해 동양 전통을 추적하기도 한다.107)
상관적 사유에 대한 도교 연구자들의 본격적인 연구는 정우진 등에 의해 진행되었다. 정우진은 한의학과 상관적 사유가 연결되는 최근 동아시아 도교연구 흐름을 반영하여108) 상관적 사유와 동시성 사유를 구분하며109) 동아시아 과학이 집약되는 몸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제시했다.110) 김희정은 상관적 사유가 확립되는 시기를 『황제사경』이 확립되는 한나라 시기로 간주하고 상관적 사유를 통해 몸, 국가, 우주가 하나로 통합되는 동양과학의 발생 과정을 추적한 바 있다.111) 서명응(徐命膺, 1716년-1787년) 등 상관적 사유로 서학에 대응한 도교 학자들의 상관적 사유를 추적해 온 이봉호는112) 태일을 중심으로 상관적 사유가 처음 나타나는 「역전」의 발생을 역학의 탄생과정으로 추적하기도 했다.113) 이봉호는 권택영처럼114) 탈근대성 이론의 대표 주자인 라캉 구조주의의 기원이 된 소쉬르와 노자 『도덕경』 구조의 유사성을 추적하기도 했다.115) 김백현은 기화론(氣化論)이라는 측면에서 상관적 사유의 기원을 종합한다.116)
상관적 사유에 대한 비판적 연구는 분석적 과학에 대한 대안적 과학은 될 수 없다는 상관적 사유에 대한 김영건의 분석철학적 입장의 비판적 연구도 있었지만117) 과학에 분석적 방법만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는 파이어아벤트(Paul Karl Feyerabend, 1924-1994)의 과학철학을 적용한다면 오늘날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무능한 분석적 사유는 상관적 사유에 의해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118)
동시성에 관한 연구는 『시크릿』119) 열풍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오늘날 “종교와 과학의 만남”으로 대표되는 가히 종교학의 미래라 할 수 있는 분야이다. 한국의 정신과학학회는 해체되었지만 1968년에 설립되어 과학과 종교에 대한 국제학술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온 국제 과학과 종교학회(lnternational Society for Science & Religion)120)는 매년 세계종교학계의 상위권 학회에 자리매김하고 있다.121) 동시성에 관한 연구는 전체가 부분 속에 반복되어 나타난다는 프랙탈(Fractal) 과학의 다양한 분야로 나타난다.122) 동시성과 관련된 동학사상과 증산사상 관련 분야의 선행연구자는 허훈, 박병훈 등을 들 수 있다, 허훈은 “영원 철학(Perennial Philosophy)”을 통해 대순사상을 조망하고123) 박병훈은 동학의 강필(降筆) 연구를 통해 동시성 사례를 발굴하였다.124)
기존 동학사상의 근대성 논의에서 상관적 사유를 주목하는 연구는 김지하에 대한 연구가 선구적이다. 동학사상과 증산 사상을 동시에 연구한 거의 유일한 초기 연구자인 김지하125)는 많은 문학 작품 또한 발표했는데 김지하의 작품들에 보이는 일관성이 음양오행이었다.126) 김지하 또한 자신의 사상전개과정을 음양오행으로 해석한 홍용희의 평론이 자신의 논지와 가장 부합된다고 주장했다.127) 홍용희는 김지하의 초기작품 『황토길』과 후기 작품 『애린』을 비교하며 김지하가 동학사상을 양의 근대성으로, 증산 사상을 탈근대성으로 해석했다고 한다. 김지하는 동학사상에서 증산 사상으로의 전개를 생명, 율려, 흰 그늘이라는 3단계로 설명했다고 한다.
서구의 경우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과 더불어 세계적으로도 상관적 사유를 탈근대성으로 해석하는 연구가 나타났다. 서구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상관적 사유와 같은 비선형 사유에 기반하고 있다. 특히 복잡계(複雜系, complex system)와 같은 이론은 인문사회과학 뿐 아니라 현대 자연과학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다.128) 한국에서도 김상일 등은 주역이 탈현대의 논리에 입각해 있고129), 과정철학과도 연관된다는 연역적 이론130)을 전개했다. 그러나 이들 선행연구는 일상성이나 미시적 이론에 천착하고 실제 근대성의 근간이 되는 거시적인 천관·지관·인간관을 논의하지는 않았다.
수양론으로 연구해 온 동학사상 연구자도 상관적 사유에 관한 연구는 미진했다.131) 상관적 사유를 수양론과 연결시켜 주는 “리미널리티”와 같은 매개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식론과 수양론 두 가지 측면의 속성을 가진 리미널리티 개념은 동학사상의 “조화” 개념과 공통의 속성을 가지고 있어 동학사상의 상관적 사유에 관한 연구를 수양론과 연결시켜 줄 수 있다. “조화”에 대한 조용일의 전통적 연구132)와 “리미널리티”에 대한 이영란의 연구133)는 두 개념을 연결해 줄 수 있다.
“조화”는 “시천주”와 더불어 동학사상의 핵심 사상이었지만 조용일 이후 후속연구가 미비했다. “조화”가 해당하는 광범한 영역과 의미는 핵심 속성을 명료화하기 매우 어려운 개념이었다. 넒은 의미의 조화는 김지하134)가 제시한 “율려”, “흰 그늘의 미학”이나 김상일의 “한” 개념도135) “조화”의 다른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조화”개념에 박사논문에서 조용일은 동학사상에 나타나는 “불연(不然)”과 “기연(其然)”개념을 활용하여 “조화”개념을 독일어 be 동사 “ist”에 내재된 “됨(being)”의 실체와 “생성(becoming)”의 속성이라는 이중적 의미로 해석한다. 마찬가지로 이영란은 “리미널리티”의 이중적 속성을 공연학적 관점에서 해석히여 “생성(becoming)”과 “됨(being)”으로 해석한다. 나아가 이영란은 이 두 가지 속성을 데리다 계열과 들뢰즈 계열의 포스트모더니즘 비교에 적용하여 탈근대성을 이해하는 하나의 틀과 근대성과 동양사상과의 연결고리도 함께 제시한다. 이는 하느님을 내 몸에 모셔 수양론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시천주가 수양론을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조화”의 모습을 형상화하여 동학 관련 사상의 자생적 근대성을 제시해 준다.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 대한 연구는 이 글이 방법론으로 채택한 상관적 사유, 리미널리티와 재활성화, 그리고 근대성과 관련된 분야뿐 아니라 사상적으로도 많은 연구가 있지만, 세부적 논의에서 추가로 언급하고자 한다.136)
다음 위 세 가지 방법과 관련된 대순사상 연구자들의 연구를 살펴보면 대표적 연구자로 고남식, 이경원, 차선근, 박상규, 김태수 등의 연구를 들 수 있다. 먼저 고남식의 경우 텍스트 중심의 연구방법으로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참동학137), 50년 공부138), 두 번의 계시(啓示)139), 삼계관(三界觀)140), 지인(地人)관계141), 남조선142), 일본 해원143), 신도(神道)144), 이정심법(理定心法)145) 등 많은 숨겨진 개념들을 발굴한 바가 있다. 특히 첫 번째 연구와 관련된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성립과 전개에 대한 전체의 과정을 참동학의 측면에서 연구하였다.146) 고남식은 먼저 참동학의 성립과 전개 과정을 작란(作亂), 동란(動亂), 치란(治亂)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다시 참동학을 구성하는 해원과 지상천국건설과 관련하여 일본해원147)으로부터 시작하는 한국의 해원, 대순사상에서의 두 번의 계시 등으로 이루어진 동학과 다른 민족주의 구현148) 등 도주 조정산의 공부가 50년 공부종필로 마무리되어 대순사상이 참동학임을 입증하고자 하였다.
고남식은 대순사상의 전개과정을 참동학의 전개과정으로 설명한 바 있다. 고남식의 연구는 그 참동학의 발전과정에 대해 종교학적 이론이 적용되면 다양한 연구로 확대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에 이 글은 종교 인류학적 성장론이라 볼 수 있는 통과의례이론을 중심으로 동학의 “학”에 주목하여 참동학의 발전과정을 설명하고자 하는 글이다. 실제 대순사상에서 자연정복이라는 끊임없는 죄악을 저지르는 근대 문명은 상관적 사유에 부합하는 천관·지관·인간관과 통과의례로 극복되어야 할 문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글은 근대 문명의 위기를 통과의례의 리미널리티로 극복하기 위해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이 어떻게 새로운 사유 방법론으로 천관·지관·인간관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두 사상이 자생적 근대성과 탈근대성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경원의 경우 동학사상과 증산사상에 대한 종교학적 분석을 “궁극적 실재”에 대한 종교학적 탐구로 비교한다.149) 이경원은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서 성립한 유례없는 한국의 인격신 개념을 “궁극적 실재”라는 인류 보편적인 종교학적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는 사례를 보여주며 두 사상이 자생적 근대성으로서 해석될 수 있는 단초를 보여준다.150) 유기체 철학으로 대순사상을 이해하기도 한 이경원은 “궁극적 실재”라는 개념이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 공통된 신관의 특징임을 서술하여 범재신론적 개념을 넘어서는 이해가 가능함을 보여주었다.151) 이경원은 “궁극적 실재”라는 개념을 통해 대순사상의 삼계관 뿐 아니라152) 신종교 전반153) 나아가 한국종교154)의 특징을 해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경원은 대순사상에 나타난 천개념의 근대적 변화에 대한 연구에서 천외천(天外天)의 출현이라는 동학사상의 신비적 천관과 구천(九天)의 인신강세(人身降世)라는 대순사상의 권화적(勸化的, avatar) 천관을 비교하여 설명하였다.155) 또 대순사상의 근대성과 변혁사상에 대한 연구에서 해원사상을 참근대성으로, 천지공사를 변혁사상으로 설명한 바 있다. 해원없는 근대성은 과거 청산 없는 미래 투자와 같아 근대성이 진행 될수록 문제가 커지는 오늘날 근대성의 문제를 잘 설명해준다. 이 글은 신비적 천관과 변혁사상에 리미널리티를, 권화적 천관과 참근대성에 재활성화를, 근대성에 상관적 사유를 추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차선근의 경우는 비교종교학에 있어 종교 현상학적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비교는 두 종교를 전체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종교별로 맥락적으로 비교해야 그 종교의 고유성이 나타난다는 조나단 스미스(Jonathan Zittell Smith, 1938-2017)의 방법론을 대순사상의 비교연구에 있어서 적용한 바 있다. 대순사상은 동학사상 뿐 아니라 도교사상, 정역사상, 무속사상 등 한국의 다른 많은 종교 전통과 여러 가지 특성을 공유한 바 많은 비교 연구가 있었다. 이에 대해 차선근은 대순사상에 대한 기존 연구는 종교현상학 가운데서도 두 종교를 전체적으로 비교하는 종교현상학적 방법에 집중되어 비교대상이 되는 두 종교의 고유한 특징이 은폐되는 점이 있음을 강조하고, 맥락적 비교는 은폐된 특징을 부각에 유리하다는 것을 강조한다.156) 이에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 대한 공통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이점을 명확히 구분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그 차이점을 종교학의 범주별로 세부적으로 구분한다.157) 차선근은 특히 동학사상의 “기화(氣化)”158)와 대순사상의 “덕화(德化)” 개념의 차이를 통해 대순사상은 동학사상의 대안사상이 아니라 고유의 사상임을 종교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159) 동학사상의 도기장존사불입(道氣長存邪不入)160)과 대순사상의 진심견수복선래(眞心堅守福先來)161)는 기화와 도화의 차이를 잘 드러낸다. 이 글 또한 차선근이 제안한 맥락적 비교방법에 따라 “학문”과 “상관적 사유의 천관·지관·인간관”이란 맥락에서만 제한적으로 두 사상을 비교하기로 한다.
삼계관 혹은 우주론과 관련된 대순사상 연구의 경우 박상규의 연구를 들 수 있다. 먼저 박상규는 삼계관(三界觀) 중 천계관(天界觀)에 대한 논문에서162) 욕계, 색계, 무색계로 구분되는 불교 삼계의 28천과 대순사상의 36천 천계(天界), 그리고 도교 36천을 비교하며 세 가지 천계관이 서로 조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박상규는 무극도 당시의 도장인 무극도장의 영대(靈臺)와 도솔궁(兜率宮)이라는 이중구조를 통해 이중구조가 삼계(三界) 내의 천과 구천(九天)이라는 삼계(三界) 밖의 천이라는 천계의 이중구조를 보여준다고 한다. 박상규는 천계를 이중구조로 설명할 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세 개의 천계가 서로 연결될 수 있다고 한다. 유불선이 태극의 기동작용인 천지지용의 12운성 원리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대순사상에서163) 유불선의 천계관이 부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리미널티의 경우 김태수는 대순사상의 천지공사를 리미널리티의 관점에서 분석한 바 있다.164) 김태수는 천지공사 자체를 리미널리티에 입각한 의례로 간주하고 리미널리티 이론에 입각하여 천지공사를 상세하게 분석하였다. 이 글은 리미널리티 개념을 최고신의 입장에서 적용한 김태수와 달리 수도인의 수양론적 관점에서 리미널리티를 적용하고 또 이를 동학사상과 상관적 사유와 근대성이라는 측면에서 비교한 차이가 있다.
동학사상의 근대성을 연구해 온 세 방법, 곧 동학민중운동, 종교사상, 사유 방법론이 차이가 있지만 세 방법은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철학적 사유 방법론으로서 동학을 연구한다고 민중운동이나 종교사상으로서의 동학사상의 특징이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철학적 사유 방법에 대한 검토는 다른 두 가지 특성을 배가시킬 수 있다, 동학사상에 대한 철학적 사유 방법론적 연구는 동학사상의 이론이 발생되는 이유를 사상적 측면 뿐 아니라 논리적 측면으로도 이해하게 만들어 동학사상에 대해 더 공감하게 해 줄 수 있다. 동학사상에 대한 논리적 이해는 또한 동학사상을 실천에 옮긴 동학민중운동에 대한 사람들의 동기에 대해서도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동학사상에 대한 철학적 사유 방법론적 이해는 대순사상 또한 보편적으로 이해하게 하는데 매우 중요한 연구가 된다,
다른 두 분야에 비해 연구가 부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철학적 사유 방법론을 대순사상에 적용한 연구는 동학사상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연구 부족의 이유는 통시적 연구의 부재와 이상세계라는 연구범위와 관련된다. 첫째 통시적 연구의 부재를 살펴보면 동학에 대한 기존의 철학적 사유방법에 관한 연구는 동시대의 동서양 철학적 사유 방법론을 비교하는 기존의 공시적 방법에 머물러 시대변화에 주목하는 다른 두 분야와 연동되기 힘들었다. 기존의 공시적 방법은 동학사상에 대한 철학적 사유 방법론적 이해를 과학철학 부문에 한정하여 기존에 활성화된 다른 두 가지 연구 분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기적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의 선행연구는 시간의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변화를 연구하는 통시적 방법으로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차이에 대해 주목하지 않았다. 통시적 방법의 연구는 동학을 동학사상 이전의 동학과 대순사상 출현 이후의 동학을 통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동학사상의 출현과 동학민중운동의 출현을 동학사상에 대한 철학적 사유 방법론적 이해로 설명할 수 있다.
대순사상이 사유방법론이라는 측면에서 이해되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대순사상에서 동학의 완성은 동양 사상의 이상세계 실현으로까지 동학의 범위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나를 쫓는 자는 영원한 복록을 얻어 불로불사하며 영원한 선경의 낙을 누릴 것이니 이것이 참동학이니라.”165)라는 구절처럼 대순사상에서 동학은 민중운동의 차원을 넘어 실제 동양의 이상사회인 후천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어, 학술적 이해보다는 종교적 이해가 보다 적합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학이 말하는 후천의 이상세계를 실증적 차원이 아니고 동양 철학적 사유 방법이라는 방법론적 차원에서 이해한다면 이상세계까지 포함되는 대순사상의 참동학을 사유방법으로 이해하는 방법이 제시될 수 있다.
이외에도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에는 다양한 연구 성과가 있다. 대순사상과 우주론과 삼계관의 경우만 해도 이재원166), 김용환167), 김귀만168), 대순사상과 정역사상의 우주론을 비교한 차선근의 연구169)와 미래관에 관한 연구170), 대순사상과 동학사상의 삼계관을 비교한 최원혁171)의 연구, 이상사회에 대한 비교 연구172), 그리고 SCI급 등 해외 저널에 실린 여러 연구들과 단행본도 있다.173) 추가적인 선행연구는 이후 논의를 전개해가며 주제가 나올 때마다 논의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