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들어가는 말
1. 연구의 필요성
신을 모독한 죄로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는 영원히 바위산의 꼭대기로 바위를 올려도 다시 굴러 떨어지는 고통을 당하는 벌에 처해졌다고 한다. 시지프스처럼 극도로 발달된 물질문명 속에서도 만족을 모르는 현대인의 정신적 고통은 현대인의 경제철학이 유불선, 서교에서 비롯되어 스스로의 존재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자유지상주의, 공동체주의, 사회계약주의, 공리주의의 틀에 갖혀 순환1)의 방법으로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 특히 순환은 시지프스처럼 절대자의 도움이 없이는 결코 산꼭대기에 바위를 올려놓을 수 없다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가 윤리를 발전시키고 윤리가 경제를 발전시키는 종교와 경제의 선순환을 불신하는 현대인은 경제사상이 종교에서 기원이 되었음을 잊은 지 오래되었다.2) 그러나 종교가 경제발전의 장애가 된다고 하여 종교를 무시한 근대 이후 실질적 경제는 더 후퇴하고3) 인간은 베버가 말한 직선적 합리화라는‘철의 감옥’에 갇히게 되자,4) 경제사상이 곧 종교사상이라고 한 베버의 주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5) 실제 오늘날 한중일 동양 삼국이 세계 경제를 주도하자 경제와 윤리 중 윤리를 우선하는 유불선의 순환적 경제사상이 오히려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다.6)
베버가 말한 바와 같이 종교는 시대의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여 왔다.7) 동양의 대표적인 종교인 유교, 불교, 도교와 서양의 서교(西敎)8)는 모두 문명의 차축시대라 불리는 철기시대로의 전환기에 경제체제의 변화에 대응하는 사상체계로서 왕실과 기층민중의 호응 아래 발전해 왔다.9) 오늘날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종교가 경제발전의 장애로 여겨진 것은 종교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경제가 서로 교류하게 되어 규모가 커졌으나 종교는 상호간의 순환이 되지 않고 서로 충돌하였기 때문이다.10) 종교가 서로 충돌하는 새로운 상황에서 인류는 종교가 경제문제를 해결하던 과거의 순환의 지혜를 살려 제 종교를 상호 순환시키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기존 종교를 폐기해버리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11)
종교를 멀리한 현대인은 베버가 예언한 대로 사물이 모두 직선적으로12) 합리화되는 철의 감옥에 갇히고 경제는 더 어렵게 된 가운데 유불선의 전통이 강한 한중일 동아시아 삼국의 경제적 발전은 유불선과 서교의 경제사상의 장점을 통합하여 경제와 윤리를 순환시킬 수 있는 새로운 종교의 출현을 기대하게 되었다.13)
“마테오리치(이마두)가 동양의 문명신을 거느리고 서양에서 문운을 열었다”14)고 하는 서양 경제학의 동양적 연원과15)“돈은 순환지리로 생겨 쓰는 물건이다”16)라고 하는 순환성으로 특징 지워지는 대순사상의 경제관은 유,불,선과 서교의 장점을 통합하여 경제와 윤리의 새로운 순환적 경제관이 가능하다고 한다. 대순사상에 나타난 서양 사상의 동양적 연원에 따르면 서교는 동양의 유,불,선과 결합하여 개인과 공동체의 갈등을 해결하는 서양의 경제윤리가 되었고, 윤리와 경제 중 윤리를 우선하는 동양의 순환적 경제관은 윤리와 경제의 갈등을 해결하므로 개인과 공동체, 경제와 윤리의 순환성을 통해 유,불,선과 서교의 충돌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과 윤리학의 상호 순환에 대한 주장은 오랫동안 있어 왔으나 윤리학과 경제학의 기반이 된 유, 불, 선과 서교가 순환적 관계에 있다는 주장은 대순 사상이 처음이다. 대순 사상은 경제와 윤리가 순환할 뿐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 또한 순환 관계에 있으므로 개인-공동체, 경제-윤리라는 두 축으로 생겨난 경제문제는 모두 순환적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한다. “돈은 순환지리17)로 생겨 쓰는 물건”이라는 뜻 속에는 첫째 , 만물이 천명 (天命)에 의해 생겨나 각자의 필요에 따라 사용되게 된다는 순환론적 분배윤리가 담겨있을 뿐 아니라 둘째, 유불선과 서교에 기반한 경제사상 또한 내부적으로 순환한다는 뜻이 들어있다.
오늘날의 경제문제의 핵심 축은 개인-공동체, 윤리-경제라 할 수 있으므로 순환 위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개인-공동체, 경제-윤리라는 두 축에 따라 4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개인-경제의 측면에서 경제동기 붕괴의 문제18), 둘째, 개인-윤리의 측면에서 경제윤리의 실종, 셋째, 공동체-경제의 측면에서 자본주의-공산주의라는 체제의 문제19), 넷째, 공동체-윤리의 측면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환경위기의 문제이다.
[그림1.1] 현대의 경제문제
인터넷이 세계를 만인이 서로 공감하는 공감의 시대20)로 만들었지만 오히려 기술의 발달로 바이러스 하나가 세계전체 네트워크를 붕괴시키는 오늘날 순환의 마비에 의한 경제위기는 과거 경제위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그 규모와 여파가 날로 심각해지고 인류는 일상적인 경제 붕괴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동양 종교에서는 일찍이 경제와 윤리 중 윤리를 우선하면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한다.‘경제(經濟)’라는 말의 기원과 동양적 사상의 정수인 『대학』에서는 경제와 윤리의 상호 순환을 강조하고 있다. 동양의‘경제(經濟)’란 “세계의 경위(經緯)를 세워 백성을 구제(救濟)한다”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준말21)로 『대학(大學)』에서는“덕(德)이라는 것은 근본이고 재(財)라는 것은 말단이다(德者本也 財者末也22)). 근본을 외면하고 말단을 중시하면 백성들을 다투도록 유도하고 남의 것을 빼앗도록 인도하게 된다.(外本內末 爭民施奪) 이 때문에 재물이 모이면 백성은 흩어지고 재물이 흩어지면 백성이 모인다(是故財聚則民散 財散則民聚)23)”고 하여 윤리를 우선해야 경제의 순환을 재생할 수 있다고 한다. 오늘날 세계경제는 “경제(經濟)”의 정의와 『대학(大學)』과는 정반대로 받기만 하고 주지는 않는 일방적인 경제논리로 순환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서양 경제학에 있어 개인과 공동체의 순환문제는 오늘날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게임이론에 바탕한 행동경제학에서 답을 찾고 있다.24) 행동경제학에서 경제의 순환을 회복시키는 방법도 개인과 공동체의 우선순위 교체이다. “죄수의 딜레마”란 두 죄수가 붙잡혀 양쪽에게 상대방보다 먼저 실토하는 경우 죄를 감경시켜 준다는 조건이 주어질 때 죄수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죄수의 딜레마를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에서는 둘 다 실토하지 않으면 모두가 유리하지만 둘 다 실토하는 최악의 결정에 빠지기 쉬우며 오늘날의 시장경제가 바로 죄수의 딜레마와 같이 불필요한 위기를 겪고 있고 협동을 통해 최악의 위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25) 특히 죄수의 딜레마는 상황이 반복되고 순환될수록 더 현명한 판단을 기대할 수 있으나 현실은 반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미국의 세계적인 자본주의 경제 비판가 갈브레이드는“경제는 도덕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이라며 경제와 사회윤리가 충돌하여 새로운 경제사상의 출현 없이는 환경위기와 인간소외를 해결 할 수 없는 오늘날 경제가 사회윤리와 무관하다고 하는 것은 한갓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26) 물리학, 화학등과 같이 노벨상에 포함되어 짐짓 물리학, 화학과 같이 실증적인 과학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경제학27)은 사실 윤리학으로부터 출발한 학문이라고 한다.28) 199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티아 센은 경제학은 윤리학과 공학 두 군데서 기원한다고 한다.29) 베버가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30)에서 언급했듯 서양 자본주의는 재부의 획득이 구원의 징표라는 칼빈31)의 구원예정설32)에서 비롯되었다. 자본주의는 윤리학에서 비롯되었을 뿐 아니라 종교에서 기원했다.33)
행동경제학이 제시하는 사회와 개인의 순환문제에 대한 해법은 명확한 결론은 도출하고 있지만 실제 인류가 발전시켜 온 유산을 담아내지는 못한다. 베버가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34)에서 보여주었듯 사회와 개인의 순환문제는 전통적으로 종교와 경제의 관계에 대한 경제-종교-윤리학적 연구에서 보다 심도 깊게 다루어져왔고 구체적인 답변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순환은 경제와 윤리의 제 문제를 해결하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인 해결방법이다.35) 오늘날 순환적 경제관은 전근대적 경제관으로 오해되지만36) 자연과학에서 순환은 자연이 증명한 바 만물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시키는 방법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이 원을 통해 뉴튼 물리학을 상대화 시켜 난제를 해결했듯 순환은 서로 상반되는 직선 운동을 화해시켜 주는 한 차원 높은 운동이다.37) 아인슈타인의 순환적 세계관에서 유클리드의 수학이 모두 다시 쓰여졌듯38) 과학기술의 발달로 순환이 된 세계는 경제학도 순환적으로 다시 쓰여진다. 윤리와 경제의 순환은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오늘날 개혁성향이 사라진 것은 경제순환에 대한 믿음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윤리도덕을 금과옥조로 여겨온 한국에서도 오늘날 대통령과 종교인이 동계올림픽 선정과 같은 문화적 이슈의 경제적 효과를 TV에서 아무 부끄럼 없이 말하고 있는 것은 향후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위험한 일이다.
윤리와 경제의 순환이 경제의 핵심인 이유는 경제 순환이 오늘날 마비되어서야 명확히 나타나게 되었다. 순환은 첫째 미시적으로 경제 발전의 동기를 제시해 준다. 순환이 마비되자 안정을 찾으려는 인간의 속성으로 사회가 극히 보수화되고 발전이 정체되었다.“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39)이라는 맹자의 언급과 같이 오늘날까지 순환적 경제관을 유지해온 알제리 농민을 조사하던 프랑스 구조주의40)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순환적 경제관이 사라지면 발전에 대한 의욕이 사라진다는 것을 발견하고 현대 자본주의의 정체에 대한 원인의 답을 순환적 경제관에서 찾았다. 41)
둘째, 순환은 거시적으로 경제 위기를 치료한다. 순환은 서양의 러셀역설처럼 직선적인 논리구조의 최선의 해답인 구조와 과정이 해결하지 못하는 해답을 제시한다. 피가 몸 전체를 순환하며 부족한 부분의 것을 넘치는 부분으로 보충하듯 순환은 경제 전체의 효율성과 저력을 최대화한다. 오늘날 순환의 마비로 초래된 현대인의 경제동기의 상실, 도덕적 갈등,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념분쟁과 환경문제라는 경제 위기를 맞고 있으며 경제 위기는 동양의 순환 원리로 해결될 수 있다.
경제관 뿐 아니라 세계관에서 순환성은 대순 사상만의 고유한 특성은 아니다. 순환사상은 종교의 일반적인 특성이다.42) 이 글에서 강조하는 대순사상의 순환성은 부분의 합이 전체보다 크다는 복잡계 과학처럼 유불선과 서교 모두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다원적 순환성이다.
또 기존 과학이 순환론에 바탕하지 않았다고 해서 순환성의 과학이 기존과학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다. 순환성의 기초가 되는 음양 개념은 오늘날 매우 그 과학성이 인정받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베버가 밝힌 바와 같이 과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43) 특히 음양 사상에 입각하여 만물을 상징화시키는 유교의 경우 유교의 전헌이라 이름 붙을 만큼 문제를 안고 있었다.44) 오늘날 대순사상의 순환적 경제관은 과거 순환과 음양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화한 사상으로 타 종교보다 우월함을 주장하지 않는다.45)
종교에서는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경제사상에 대한 언급은 드물지만 모든 사상과 같이 경제에서 종교 사상의 최종적인 결론이 집약되므로 후대의 종교일수록 경제에 관한 사상이 명확하다 할 수 있다. 대순사상에는 경제와 관련된 종교의 사상이 타 종교와 비교해 명확히 언급되어 있다. 오늘날 순환적 경제관은 매우 포괄적이고 복잡한 이론을 필요로 한다. 각 종교의 경제사상의 장점을 발전시킨 대순사상의 순환론적 경제관을 살펴보기로 하자.
2. 선행 연구 검토
대순 사상의 순환적 경제관에 대한 선행 연구는 첫 번째, “이마두가 동양의 문명신을 거느리고 서양에서 문운을 열었다”고 하는 서양 경제사상의 동양 종교적 연원에 대한 연구, 두 번째 “돈은 순환지리로 생겨 쓰는 물건”이라는 대순 경제 사상의 순환적 특징에 대한 이론, 세 번째, 화폐의 순환성과 종교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로 이루어졌다.
우선 첫 번째 “이마두가 동양의 문명신을 거느리고 서양에서 문운을 열었다”고 하는 서양 경제학의 동양 종교적 연원에 대한 대표적 연구로는46) 서양 근대문명이 중국에서 기원되었다는 서양문명 중국기원설과 경제사상은 종교에서 비롯되었다는 베버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서양문명 중국기원설은 18세기 중엽까지는 유럽의 상식이었으나 18세기 중엽이후부터 역사왜곡이 시작되면서 최근에야 복원되고 있다. 대표적인 학자로서는 중국에서는 주겸지47), 서양에서는 종속이론가로 유명한 프랑크48) 개빈 멘지스49), 존 M. 홉슨50), H.G크릴51), 한국에서는 황태연52), 전홍석53)을 들 수 있다. 또 도덕적 근거를 상실한 서양철학의 위기를 맹자철학과 프랑스 계몽철학과의 비교 연구에서 찾으며 맹자와 계몽철학자의 문제의식의 유사성을 보여주는 프랑스아 줄리앙54) 등이 있다. 순환적 경제관을 밝히는데 있어 가장 먼저 서양 경제 사상의 동양 종교적 연원을 밝히는 것은 서양의 경제사상이 동양의 종교에서 연원하였음을 밝히면 경제사상이 서로 순환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문화의 정체성 위기의 극복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55)
베버는 경제발전의 토대였던 동양의 종교가 서양 경제 사상으로 발전하였고 동양의 종교가 순환하면 종교를 통하여 또다시 아시아적 경제 정체를 해결할 수 있음을 발견하지 못하였지만 처음으로 경제사상은 곧 종교사상임을 지적했다.56) 칼빈은 실제 제네바57)에서 상업과 고리대금업에 대한 신학적 정당화를 세계 최초로 함으로써 장로교의 시조가 되면서 동시에 현대 자본주의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58) 당시 이슬람교는 강력히 고리대금업을 금지하였으므로 세계에서 최초로 고리대금업을 인정한 곳은 중국과 인도였다.59) 그러나 칼빈은 고리대금업과 안식년제를 인정한 정도였고60) 실제 서양의 자본주의가 본격화되는 것은 17세기 말 마테오리치 사후 중국으로부터 전해온 유불선의 부국강병책이 전해진 이후였다.61) 그러나 아담 스미스까지 중국의 우월성을 인정하던 서양은 베버 이후로 동양을 식민지화하는 오리엔탈리즘의 성격을 나타낸다. 베버가 실증주의 사회과학을 비판하고 창안한 이념형(Ideal Type)과 이해사회학은 서양 사상의 동양 종교적 연원을 부정하는데 안성맞춤이었다.62)
베버가 자본주의의 시조를 칼빈이라 하면서 밝히지 않은 것은 서양근대문명의 동양기원이다. 실제 베버와 달리 황태연은 서양이 결정적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서양이 칼빈에 의해 재부관을 자유주의적 재부관으로 전환한 것보다 당시 가장 부유한 중국을 발견63)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64) 대순 사상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마테오리치(이마두)는 당시 가장 부유한 중국에 지상천국을 건설하기 위해 선교활동을 하였고65) 마테오리치와 예수회 선교사들이 선교활동을 위해 번역된 중국의 경제사상 관련 책자들은 중국의 부유한 경제에 대한 입소문과 함께 전 유럽에 “중국 따라하기”붐과 새로운 중국식 경제사상을 일으켰다.66) 칼빈의 사상에 의하여 겨우 전통과 다른 자유주의적 재부관으로 전환하였으나 일말의 주저함을 갖고 있던 서양은 중국의 자유주의적 재부관67)에 입각한 부국강병의 경제사상에 매료되자 남은 주저함을 미련 없이 떨치고 중국의 경제사상을 더 극단화시켰다.68) 공자와 사마천의 부국강병책을 본받아 아담 스미스는 중국의 도(道)에 해당하는 보이지 않는 손69)이 인간의 이기심 충족욕구를 조절해 줄 것이니 마음 놓고 재부를 쌓으라고 했다.70) 중국의 경제사상은 중국 고유의 순환성에 입각한 순환적 경제사상이었으나 서양화된 경제사상은 출발은 공동체주의에 입각한 금욕주의였지만 축적된 자본의 힘에 밀려 순환성은 생략되고 재부관과 부국강병에 주로 치중하게 된다. 다만 동양에서는 베버가 설명한 바와 같이 유불선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다가 장애요소로 전락했지만 서양에서는 오히려 서교와 결합하여 경제발전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오늘날 한중일에서 다시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부활하는 것이다.
대순 사상의 순환적 경제관의 타당성을 밝히는 두 번째 선행연구는 “순환지리로 쓰는 돈”이라는 화폐의 경제적 기능에 대한 경제와 윤리의 관계에 대한 연구라 할 수 있다. 경제윤리이론이란 경제는 윤리와 음양과 같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관계에 있으며 경제윤리는 인간이 지향하는 덕, 선, 정의를 중심으로 자유지상주의, 공리주의, 공동체주의, 사회계약주의라는 4가지 경제 윤리형태가 있다고 하는 이론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의 윤리학으로부터 시작한 서양의 윤리학은 서교의 공동체주의적 윤리학71), 칸트의 의무론72)적 사회계약주의 윤리학을 거치고 영국 공리주의와 자유지상주의에 이른다.73)화폐의 경제적 기능은 또한 개인-공동체, 경제-사회라는 틀로 분류될 수 있으므로 두 번째 선행연구는 세부적으로 4가지로 구분된다.
[그림1.2] 종교별 방법론 및 대표연구자 74)
첫째, 개인-경제의 측면에서 화폐와 경제의 근원이 종교에 있음을 밝히는 경제의 종교의 순환 관계에 대한 실증주의적 연구는 평생에 걸쳐 종교와 경제의 상호 순환적 관계를 통해 현대 사회학의 방법론을 정립했다는 베버의 연구가 있다. 베버는 종교가 경제의 주변 문제일 뿐이라는 유물론에 대해 종교가 경제의 핵심관건임을 증명하는 사회과학방법론을 정초했다.75) 화폐의 순환성에 대한 실증주의적 연구는 경제 윤리적으로 자유지상주의76)로 나타난다.
둘째, 종교와 경제의 순환적 관계를 개인-경제적 측면에서 실증주의적으로 밝힌 사람이 베버라면77) 개인-윤리의 측면에서 실제 경제와 윤리가 순환하는 가치론적인 작용원리를 현상학적인 관계론으로 밝힌 사람은 짐멜이다.78) 짐멜은 베버의 이해사회학79)과 대비되는 형식사회학80)이라는 현상학81)적인 관계론을 개발하여 베버가 말한 자본주의의 시초가 된 서교 윤리가 어떻게 화폐를 신과 같이 여기는 자본주의로 바뀌어 가는지를 현상학적으로 보여준다. 짐멜의 방법론을 적용한 종교와 경제의 상호 순환적 관계에 대한 연구를 살펴본다면 오늘날 베버의 설명과 반대로 자본주의의 근원이 된 금욕적 자본주의가 오늘날 도박 자본주의로 흘러버린데 대한 벤야민의 연구를 들 수 있다.82) 현상학적 연구는 오늘날 화폐가 과거의 신과 같이 어떻게 모든 교환의 중심이 되었고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돈에 대한 의무감을 느끼게 해 주었는가를 보여준다. 화폐의 순환성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는 경제 윤리적으로 사회계약주의83)로 나타난다.
셋째, 공동체-경제의 측면에서 짐멜이 밝힌 화폐의 현상학적 기능을 사회에 구조적으로 적용되는 과정을 밝힌 것이 보들리야르84)와 부르디외85)의 구조주의론이 된다. 보들리야르와 부르디외는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로만 사용되던 상품이 공동체-경제의 단계에 와서는 기호가치가 되어 오늘날 소비자는 상품의 기호가치를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화폐의 순환성에 대한 구조주의적 연구는 경제 윤리적으로 공리주의86)로 발전한다.
넷째 공동체-윤리의 측면을 본다면 구조화된 자본주의가 실제로 움직일 때는 관계중심적으로 움직인다87) 할 수 있으므로 기호가치는 타인에게 증여되는 상징가치로 바뀌어야 경제가 순환한다는 증여론적 경제학88)이 된다. 기호가치론을 주장한 부르디외와 보들리야르89)는 기호가치는 공동체를 통한 상징가치90)로 전화되어야 한다고 한다. 화폐의 순환성에 대한 관계중심적 연구는 맥킨타이어91), 마이클 샌델92)로 대표되는 경제윤리적 공동체주의이다.93)
서양의 경제윤리 중 특히 공동체이론은 자본주의의 위기는 공동체의 상실에 따른 순환위기에 있다고 한다. 순환론적 경제관은 짐멜이 교환가치와 효용가치가 서로 순환한다는 것을 밝혔듯 4가지 경제 윤리형태인 자유지상주의, 공리주의 , 공동체주의, 사회계약주의 또한 순환한다고 밝힌다.
대순 사상의 순환적 경제관의 타당성을 밝히는 세 번째 선행연구인 화폐의 순환성에 대한 연구는 종교의 순환성과 연관되어 종교 순환론적 세계관, 동서양의 순환적 경제관, 대순의 순환론적 세계관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종교가 상호 순환적 관계에 놓여 있음을 밝힌 연구는 한태동94)의 종교논리에 대한 연구를 들 수 있다. 한태동은 현대 수리논리학을 이용하여 유불선과 서교는 각자 하나의 논리 구조로 나타낼 수 있으며 각 논리는 상호 순환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 동양의 경우 한중일이 같은 유교권이지만 각각 맹자(순임금 계열-성선설), 공자(요임금 계열-성선성악설), 순자(우임금 계열-성악설)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어 오늘날 자본주의 시대에도 서로 다른 경제체제를 유지하게 되었다는 한중일에서의 종교와 경제 관계에 대한 이기동의 연구가 있다.95)
둘째. 미시적인 순환적 화폐관은 거시적으로는 동서양의 다양한 순환적 경제관으로 발전된다. 이기적 인간을 가정하여 인간의 이타적 욕망을 억압해 온 고전경제학이 편협함을 비판받자 윤리와 경제를 동시에 강조하는 대안적 경제사상인 순환론적 경제학의 중요성이 주목받게 되었다. 칼 폴라니96), 브로델97)과 같은 사회경제학자는 경제는 사회에 기반하여 나타나는 기생적인 예외 현상이라고 하며 사회라는 공동체가 무너지면 경제도 같이 무너진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증명했다.98) 인류 사회학적으로는 마르셀 모스가 약육강식을 주장하는 진화론적인 자본주의 경제학과 달리 증여가 이기적 교환보다 더 사회구성에 있어 근본적임을 보여 주었다.99) 증여론적 경제학은 과거 서양의 삼기능체계100)나 동양의 삼재(三才)사상101), 그리고 오늘날 복잡계 경제학102), 생태주의적 경제학103), 증여론적 경제학104), 공동체주의 경제학105)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동양에서는 순환론적 경제관이 역(易)의 순환성에 입각하여 나타난다. 천지인 삼재(三才)로 나타난 역(易)의 순환적 경제관은 복잡계 과학으로서의 역(易)의 발견과 더불어 제 종교사상의 연관성 연구에까지 나아가게 되었다. 소광섭은 상극과 상생의 최소체계로서의 오행을 증명하고106) 그에 후속되는 팔괘에 대한 증명이 이어져107) 동양의 음양오행의 과학성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천지인의 삼재는 오행으로 확대되고 유불선과 서교의 관계가 사상(四象)적인 관계로 배치되고 경제와 관련된 윤리사상 또한 공리주의, 공동체주의, 사회정의론, 자유지상주의의 4상적인 관계로 요약되고108) 있다.
역(易)의 순환적 경제관의 구체적인 형태는 서양에서도 천지인과 유사한 삼기능체계적인 순환으로 나타났다. 40개 언어를 구사하는 프랑스의 뒤메질은 인도-유럽의 모든 신화를 분석하여 인도-유럽의 신화는 생산-분배-소비의 삼기능 체계의 순환 구조로 되어 있음을 밝혔다.109) 뒤메질의 연구는 역사에 나타나는 경제순환을 위한 중요한 연구주제가 된다. 역사순환론은 토인비에 의해 다시 강조된다. 동서양 순환론의 대표적 이론인 역(易) 삼재(三才)에 대한 경제학적 응용 등 사회문제 적용가능성에 대한 고전적 연구로는 박용숙110), 최영진111)의 연구, 최근의 연구 성과로는 이병철112)의 연구를 들 수 있다. 113)
셋째, 순환론적 경제사상으로서의 대순사상에 대한 연구는 생산과 부의 재분배를 중심으로 근대성 개념과 관련한 윤기봉114)의 연구와, 참된 근대성 개념으로서의 해원과 관련한 이경원115)의 연구, 개인적 원한과 사회적 원한의 해원양상과 관련한 고남식116)의 연구를 들 수 있다.
대순사상에 있어 순환은 종합적인 연구 방법론으로 기존 대순 사상의 연구는 대순 사상의 순환론적 성격을 밝히는데 있어 좋은 토대가 된다. 대순사상에 대한 연구를 전체적으로 살펴본다면 기존 대순 사상의 연구는 신종교로서의 측면, 한국종교로서의 측면, 동서양 통합 보편 세계 종교로서의 측면에서 주로 연구되었다.
먼저 신종교로서의 측면에 대한 연구를 보면 주로 구한말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신종교로서의 대순사상을 밝힌다.117) 이 글과 관련되어 주목받는 이 분야의 연구는 최근 대순사상이 활성화된 것이 구한말이 아니라 1980년대 이후의 한국현대사회라는 점에 착안하여 대순사상을 단순히 구한말의 신종교로 보기보다는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의 차원에서 보편적 과학으로 접근하는 연구이다.118) 대순사상과 차이가 다소 있다 할 수 있는 증산사상119)이 주로 신종교의 입장에서 연구된다면120) 대순사상은 포스트모더니즘과도 연계되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121) 또 신종교 지도자 상호간에 교류가 있었음이 연구되기도 한다.122)
다음 한국종교로서의 측면에 대한 연구를 본다면 대순사상이 도교의 한국적 발전적 형태라는 연구123)나 대순사상을 유불선 삼교합일124), 민족종교125), 심론(心論)126)과 관련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 글과 관련되어 주목받는 이 분야의 연구 또한 대순사상을 구한말의 민족정체성 회복을 위한 신종교로 보기보다는 한류의 붐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불선 삼합을 한국적 문화프레임의 하나로 간주하는 연구127)이다.
셋째로 세계종교로서의 측면에 대한 연구를 본다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128), 교육학129), 헤겔130), 인간학131), 공동체주의132), 평등주의133), 생태학134), 환경윤리135), 등과 같은 서양 사상과의 비교연구나 유불선 동양철학과의 비교연구가 진행되었다. 이 글과 관련되어 주목받는 이 분야의 연구는 최근 동양사상이 철학이라기보다는 정신분석학과 복잡계 과학과 같은 과학으로 간주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대순사상을 동서양 사상과 비교되는 한국적 과학과 과학방법론으로 간주하는 연구이다.
위 선행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대순 사상의 순환적 경제관에 대한 연구는 서양 경제사상사의 동양적 연원에 대한 추론과 유불선과 서교의 경제 사상의 교류에 바탕하여 순환적인 방법으로 개별적인 사상 연구를 종합하는 연구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3. 연구의 범위와 방법
오늘날 대부분 사람들의 경제관은 유불선과 서교에 기반한 자유지상주의, 공동체주의, 사회계약주의, 공리주의에 벗어나지 못하여 상처받고 있지만 그 원인이 경제가 순환이며 자동적으로 보이는 순환에는 절대적 존재의 개입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순환의 속성에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이 글은 순환이 한국적 과학의 고유특성이란 관점에서 역의 순환 원리와 유사한 라깡의 순환론과 복잡계 과학으로 대표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순환적 방법론으로 기존의 연구 성과들을 종합하여 기존 경제 사상을 순환적으로 치료해 줄 수 있는 대순의 경제사상을 연구하고자 한다. 이 글은 대순사상의 순환적 경제관을 연구하는데 있어 유불선과 서교의 경제 사상 충돌의 해결방안과 순환적 경제관의 구체적인 형태에 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고자 한다.
우선 Ⅰ장에서는 연구의 필요성과 선행연구, 연구의 범위와 방법에 대해 약술하였다. 현대 환경위기와 사회위기는 경제의 순환을 마비시키고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그 마비는 나비효과와 같이 증폭되어 사회적 위험을 야기한다. 현대의 위기는 전통에 기반한 새로운 경제사상의 출현으로 해결되며 그러한 사상으로 대순사상의 순환적 경제관에 대한 연구가 요청된다는 것을 밝혔다. Ⅱ장에서는 경제, 윤리, 종교와 대순사상의 총체적인 비교를 위해 제 종교가 경제 윤리의 한 가지 측면에서 제한적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음을 밝혔다. 제 종교의 경제 사상은 생산, 유통, 분배, 저축이라는 경제 활동 과정 중 한 부분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이 장은 기존 종교의 경제사상과 경제윤리를 재부관-저축-도교-자유지상주의, 분배론-분배-불교-사회계약주의, 노동관-생산-유교-공리주의, 재화관-유통-서교(西敎)-공동체주의로 재편하여 기존 종교의 경제문제 해결 원리로서의 제한적 순환성을 살펴본다.
Ⅲ장에서는 종지에 나타난 순환적 경제관을 분석한다. Ⅲ-1장에서는 대순사상의 순환론적 특성을 구체적으로 밝혀보고자 한다. 동서양의 순환론은 역(易)으로 대표되는 바 우선 역(易)의 순환성의 속성인 대대(待對), 유행(流行), 중화(中和), 회귀(回歸), 증식(增殖)을 정의하고 복잡계 과학과 라깡의 순환 이론을 대입하여 그 의미를 살펴본다. 역의 순환성의 속성을 종지와 경제에 응용하여 Ⅲ-2장에서는 도교에 해당한다 할 수 있는 대대적(待對的) 자유지상주의 재부관, Ⅲ-3장에서는 불교에 해당한다 할 수 있는 회귀적(回歸的) 사회계약주의 분배관, Ⅲ-4장에서는 유교에 해당한다 할 수 있는 중화적(中和的) 공리주의 노동관, Ⅲ-5장에서는 서교에 해당한다 할 수 있는 유행적(流行的) 공동체주의 재화관을 해당하는 종지와 『전경』의 구절의 비교 분석을 통하여 살펴본다. 본 글은 다양한 라깡과 복잡계 과학 중 순환성을 강조한 특정 부분을 경제와 관련시켰으므로 본 글과 다른 해석도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음을 밝혀둔다.
Ⅳ장에서는 Ⅲ장의 분석을 통하여 나타난 종지의 순환적 경제관이 내포하는 가치를 경제문제와 대응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Ⅳ-1장에서는 개인-경제측면의 경제동기와 연관하여 음양합덕이 경제동기의 실종에 대한 회복방안이 될 수 있음을 살펴보기로 한다. Ⅳ-2장에서는 개인-윤리 측면의 경제윤리와 관련된 측면에서 신인조화가 경제윤리 회복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살펴본다. Ⅳ-3장에서는 공동체-경제라는 측면에서 오늘날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혹은 제3의 길과 같은 이념의 문제는 척을 짓지 않는다는 해원상생의 원리에서 갈등이 해결될 수 있음을 살핀다. Ⅳ-4장에서는 공동체-윤리라는 측면에서 도통진경이라는 순환적 세계의 확립이 인류의 공동체성을 회복시켜 지상천국을 만들 수 있는 길임을 살폈다.
Ⅴ장 맺음말에서는 본 연구의 한계와 Ⅳ장에서 밝힌 대순사상의 순환적 경제관의 가치가 대순 사상뿐 아니라 한국 사상의 세계화의 한 방편이 되어 Ⅰ장에서 제시한 현대 경제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다.
참고로 본 글에서의 순환을 통한 복잡계로서의 오행 현상의 이해와 오행에 대한 제 종교와 경제 사상의 배치 등 이 글 전체의 내용은 대순종학과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 개인적인 견해일 뿐임을 미리 밝힌다.